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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모습의 현지 여자어린이들
 귀여운 모습의 현지 여자어린이들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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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로 외곽의 기자지역에 있는 피라미드와 스핑크스를 돌아본 일행들은 놀라움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다음 코스로 이동했다. 하긴 세계 7대 불가사의에 해당하는 유적들이니 놀라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버스는 교통이 몹시 혼잡한 시내를 달려 한 곳에 멈춰 섰다. 주변에는 낡고 허름한 건물들과 어수선한 거리가 펼쳐져 있어서 상주인구가 1700만 명이라는 세계최대의 도시를 무색하게 하고 있었다.

“이곳이 바로 올드 카이로라는 곳입니다. 카이로가 도시로서 최초로 자리 잡은 곳이라고 할 수 있지요. 우리 서울로 치면 4대문 안 같은 곳이지요.”

카이로의 구 시가지에 해당하는 이 지역의 역사는 매우 깊다. 기원 전 520년 경에 이집트를 정복한 페르시아의 왕 다리우스 1세 (BC521~486)는 당시 라일강과 홍해를 연결하는 운하를 건설했다,

그리고 운하를 통행하는 선박들로부터 통행세를 징수하고, 또 감시를 하기 위한 목적으로 성채를 세웠다. 그래서 이 구시가지를 에워싸고 있는 성채를 지금도 바빌론 성이라고 부른다. 그 후 서기 98년 이 지역을 지배하고 있던 로마가 지금의 성체를 보수 증축하고 그 당시 약 2만 명에 달하는 로마 병사들의 주거지로 사용한 것이 이 도시의 기원인 것이다.

“이 도시는 오랜 역사만큼이나 구조나 모양도 특이합니다.”

가이드가 앞장을 서며 하는 말이었다. 무슨 말인가 쉽게 이해를 할 수 없었지만 그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의문은 곧 풀렸다. 조금 넓은 골목길을 걷던 가이드가 손을 흔들며 갑자기 사라진 것이다.

부지런히 그를 뒤쫓아가보니 그는 어느새 지하계단을 내려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한참을 내려간 곳에는 또 다른 골목길이 나타났는데 이 골목길은 양쪽이 높은 담장으로 가려진 어두컴컴하고 비좁은 골목길이었다. 도시의 구조를 알 수 없는 우리들로서는 꼭 지하의 다른 세상에 들어선 느낌이었다.

올드카이로의 골목길 풍경
 올드카이로의 골목길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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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모양이 회교사원과 비슷한 세인트조지교회
 지붕모양이 회교사원과 비슷한 세인트조지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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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 비좁은 골목길이 사람들로 가득한 것이었다. 골목길을 걷는 사람들의 외모나 옷차림도 다양했다. 그렇게 비좁은 골목길을 몇 굽이를 돌았을 때였다.

“자! 이곳이 바로 이곳 언어로 아브샤르가 교회입니다. 아기예수피난교회지요. 갓 태어난 아기 예수가 헤롯왕으로부터 피신하여 이곳에서 약 1개월간 묵었는데 그 동굴터 위에 세워진 교회라고 합니다.”

교회의 입구는 골목길보다 조금 낮은 지역에 있었다.

이집트 특유의 콥틱 교회 소유인 아기예수피난교회는 서기 303년 로마의 막시밀리안 황제의 기독교 박해 때 순교한 서지우스와 바쿠스를 기념하여 예수가족이 거처했다는 토굴(crypt) 위에 4세기 말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교회는 이집트 초기 교회 구성원들이 비밀회합을 갖던 곳이기도 하다. 교회 내부는 예배장소 외에 2개의 긴 복도와 3개의 지성소가 있다. 또 교회 안에는 12제자를 상징하는 열두 기둥이 세워져있는데, 11개의 기둥은 코린트 양식으로 잘 다듬어져 있으나 예수를 배신한 갸롯유다를 상징하는 1개의 기둥은 다듬어지지 않은 모습이었다.

“여러분 이곳에서 파는 카드를 1장 이상씩 구입해주시기 바랍니다. 카드를 판매한 수익금으로 이 교회를 수리하고 운영해 나간다고 합니다.”

교회내부 한 쪽 벽면에는 성화가 허술하게 그려진 몇 종류의 카드를 진열해 놓고 있었다. 일행들은 모두 한 두 장씩 카드를 사들고 교회를 둘러보았다.

내부의 한 쪽 구석에는 아래로 내려가는 층계가 있었는데 그 아래가 옛날 아기예수와 그 가족들이 머물렀던 동굴이라는 것이었다. 교회를 둘러보고 밖으로 나오자 밖에서 기다리던 외국인들이 안으로 들어간다.

아기예수가 피난했던 옛 동굴터
 아기예수가 피난했던 옛 동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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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애서 만난 외국 관광객들
 현지애서 만난 외국 관광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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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밖으로 나온 일행들이 아직 나오지 않은 일행들을 기다리고 있을 때 빨간 옷을 입은 예쁜 소녀 두 명이 나타났다. 주변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어서 어떤 사람들이 그 어린소녀들과 일행인지는 알 수 없었다.

4~5세쯤으로 보이는 그 꼬마 아가씨들의 모습이 정말 귀엽고 예뻐서 사진을 찍으려고 카메라를 꺼내들자 꼬마들이 밝은 표정으로 자세를 바로 잡는다. 그렇게 사진을 몇 컷 찍었을 때였다.

“이 꼬마들 참 예쁘고 귀엽네.”

뒤늦게 교회에서 나온 일행 중 한 사람이 꼬마들 앞으로 다가갔다. 머리도 쓰다듬고 얼굴도 만져보고 싶은 모양이었다.

“그 아이들 얼굴 만지면 안 됩니다. 잘못하면 오해를 받을 수도 있으니까 조심하세요.”

그가 정말 꼬마들의 머리에 손을 대려는 순간 누군가가 급한 말로 그를 제지했다. 그는 순간 내밀던 손을 엉거주춤 거두며 머쓱한 표정으로 뒤돌아보았다. 그를 제지한 사람은 우리일행은 아니었지만 역시 한국인 관광객이었다.

“너무 예쁘고 귀여워서 머리 좀 쓰다듬어 주고 볼도 한 번 만져 보려고 했는데, 그러면 안 되는 겁니까?”

그는 조금은 섭섭한 표정이 역력했다. 우리나라에서라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일이었다.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이 녀석 참 귀엽게 생겼네” 하면서 귀여운 볼을 한 번 만져본들 무슨 대수겠는가.

“이곳은 우리와 문화가 다르다는 걸 아셔야 합니다. 같은 여성이라면 상관없겠지요. 그러나 어린애일지라도 남성이 여성에게 손을 대는 것은 안 됩니다. 저도 몇 년 전에 이곳에 왔을 때 그런 일로 봉변을 당할 뻔 했습니다.”

이집트는 이슬람문화가 지배하는 곳이다. 우리와는 엄연히 다른 문화를 가진 나라이기 때문에 그들의 문화를 존중해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용과 싸우는 기마용사상
 용과 싸우는 기마용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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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트 조지교회 정원풍경
 세인트 조지교회 정원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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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히 꼬마들 귀여워하다가 혼날 뻔 했네, 거참!”

그가 머리를 긁적이며 돌아섰다. 우리들끼리 이야기를 하고 있는 동안 녀석들은 그들대로 우리들을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녀석들은 우리 일행들이 카메라를 들이밀 때마다 어김없이 예쁜 표정으로 자세를 가다듬곤 하는 것이었다.

아기예수피난교회를 둘러본 일행들은 걸어서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그런데 이 지역에는 가까운 곳에 몇 개의 교회들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었다. 카이로는 이슬람권에서도 회교사원이 가장 많은 곳으로 알려져 있는 곳이다. 그래서 회교사원의 뾰족탑이 많다하여 미나레트의 도시라는 이름까지 붙은 곳이 아니던가.

그런데 가까운 한 지역에 몇 개의 기독교교회가 서있다니 놀라운 일이었다. 이집트의 역사가 살아 숨 쉬고 있는 거리인 이 지역은 서기 4~5세기 무렵 콘스탄티노플의 교황과 심각한 대립 끝에 독자적인 종파로 발전시켜온 콥트그리스도교의 신봉자들이 많이 살고 있는 지역이다.

이 콥트기독교도들은 고대 이집트어에서 파생한 콥트어를 계승한 노력으로 4~5세기에 걸쳐 많은 교회가 세워졌다. 서기 395년 로마 비잔틴 제국의 아르카디우스황제 때는 무려 42개의 기독교교회가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슬람국가로 변하면서 쇠퇴를 거듭하여 현재 구시가지인 바빌론 성안에는 5~6세기경에 세워진 5개의 교회가 남아있다. 세인트 조지 여자 수도원, 세인트 바바라 교회, 세인트 조지 교회, 무알라카 교회, 아브샤르가 교회 등이 바로 그 교회들이다.

그들 교회 중에서 세인트 조지교회는 지붕모양이 회교사원과 너무나 흡사한 모습이었다. 이유는 종교분쟁이 있을 때 이슬람교도들로부터 교회를 보호하기 위해서 겉모양을 회교사원과 비슷하게 만들었다는 것이었다.

기독교 탄압당시의 고문도구들
 기독교 탄압당시의 고문도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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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알라카 교회 옆모습
 무알라카 교회 옆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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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에는 기독교인구가 전체 인구의 약 10~15%인 700만 명에서 1000만 명 정도가 살고 있습니다. 그들은 거의 대부분 콥트교도들인데 이 지역이 바로 그들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이드가 이집트의 종교분포와 현실을 이야기 하며 걷는 사이 조금 떨어진 다른 거리에 이르렀다.

“이번에 돌아볼 교회는 아주 독특한 건축물이니까 잘 살펴보십시오.”

앞쪽에는 양쪽으로 뾰족한 종탑이 세워져 있는 교회가 바라보였다. 그러나 겉으로 보기에는 특별할 것이 없는 건물이었다.

“이 교회가 그 유명한 무알라카 교횝니다. 무알라카란 아랍어로 '매달린'이란 뜻이지요. 즉 공중에 매달려 있는 교회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면서도 도무지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쉽게 이해할 수가 없었다. 모형이나 장난감도 아니고, 이렇게 커다란 건물이 어떻게 공중에 매달려 있을 수가 있단 말인가.

“자! 이쪽으로 오세요. 그리고 이 밑을 한 번 내려다보세요.”
가이드가 우리들을 투명한 유리바닥이 있는 곳으로 안내했다.

“우와! 정말 이 건물이 공중에 떠있네.”
일행들이 바닥을 내려다보면서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투명한 유리바닥을 통하여 바라보이는 건물 아래는 텅 빈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이 건물은 바빌론 성벽 위에 세워진 교회입니다. 그래서 다른 이름은 성벽 위에 세워진 교회라고도 합니다.”

교회를 좁은 성벽 위에 세웠기 때문에 다른 부분은 굵고 튼튼한 기둥으로 받치고 있다는 것이었다. 요즘 같은 건축술이라면 별로 놀라울 것도 없는 일이다. 그러나 이 건물이 세워진 지가 1천년이 넘었다면 문제는 달라지는 것이다.

이 무알라카교회는 6세기에 세워진 후 9세기에 파괴되었다가 11세기에 복구되었다고 한다. 그때 로마교황의 통제권 밖에 있던 알렉산드리아에 거주하던 콥트 교황이 이곳으로 옮겨와 지내면서 이집트 교회의 중심이 되었다는 것이다.

성벽위에 세워진 교회 무알라카
 성벽위에 세워진 교회 무알라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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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무알라카 교회로 올라가는 계단은 24개인데 24개의 계단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고 한다. 계단 자체는 예수그리스도의 예루살렘 승천을 상징하고, 첫 12계단은 유대민족의 12부족, 다음의 12계단은 예수의 12제자를 나타낸다고 한다. 또 처음과 두 번째의 각각의 12계단은 성경의 신약과 구약의 통일을 상징하기도 한다는 것이었다. 현관에는 역대 콥트 교황의 사진이 모두 걸려있었다.

카이로의 구시가지를 둘러보는 것으로 2주간의 이집트와 중동여행이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이제는 출국시간까지 카이로 시내를 둘러보며 시내관광과 함께 시민들의 삶의 모습을 돌아보는 것이었다. 우리들은 다시 버스를 타고 카이로 시가지로 나섰다.


태그:#이승철, #올드카이로, #세인트조지교회, #무알라카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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