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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철
여행은 항상 설렘으로 시작된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막연한 기대와 함께 조금은 두려움도 따르기 때문일 것이다. 꼭 어린 시절 소풍가는 전날 밤 같은 설렘으로 잠을 설치고 아침 일찍 인천공항으로 달렸다.

@BRI@지난 달 22일. 우리일행 22명은 공항에서 탑승 수속을 마치고 비행기에 올랐다. 첫 번째 기착지는 일본 오사카의 간사이 공항이었다. 목적지는 북아프리카의 이집트 남부도시 룩소르. 여행사에서 나온 가이드는 일본 오사카에서 이집트 국적기로 갈아타고 가도록 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오사카까지는 우리 국적기인 대한항공이었다. 그런데 인천공항에서 탑승수속을 마치고 비행기에 올라 자리에 앉은 잠시 후, 이륙시간이 거의 다 되어갈 무렵 갑자기 비행기의 안전운항을 위한 보안검색을 해야 한다고 잠시 짐을 모두 챙겨들고 밖으로 나가라는 방송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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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이 탑승하기 전, 정체불명의 가방 한 개가 비행기 안에 남아 있었다는 것이었다. 우리들은 모두 비행기를 빠져 나가 통로에서 잠깐 기다리게 되었다.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다시 자리로 되돌아가 앉아 이륙시간을 기다렸다.

"아니, 이거 여행객들을 훈련시키는 것도 아니고 뭐하는 짓들인지 모르겠네. 그런 정체불명의 가방이 있었으면 그때 바로 조치를 했어야지. 이륙시간까지 지체하면서…."

몇 사람이 쯧쯧 혀를 찬다. 예정된 이륙시간을 조금 넘겨 비행기가 인천공항을 미끄러지듯 박차고 하늘로 비상하기 시작했다. 금방 짙푸른 하늘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지상에는 약간의 안개가 끼어 있었는데 하늘은 더없이 맑고 깨끗했다.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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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석이 마침 창문 옆이어서 창밖을 내다보니 가물가물 내려다보이던 육지의 모습이 사라지고 대신 저 아래로 하얗고 몽실몽실한 솜 방석이 깔려 있다. 비행 상황을 알려주는 계기판에는 비행고도가 9천 미터를 넘어서고 있었다.

"저 창밖 아래 좀 내려다보세요."

이륙한 지 40여분이 지났으니 동해 상공일 것이다. 그러나 푸른 바다는 보이지 않고 끝없이 펼쳐진 하얀 솜 방석 위에서 비행기는 꼼짝 않는 듯했다. 아주 특별한 느낌이고 풍경이었다.

정말 혼자서만 감상하기에는 너무 아까운 풍경이었다. 그래서 앞자리의 일행에게 밖을 내다보라고 권한 것이다.

"히야! 저거 완전히 하얀 솜 방석이네!"

뒤를 돌아보며 작은 목소리로 감탄사를 터뜨리는 일행과 함께 창밖의 구름풍경과 쏟아져 내리는 태양빛에 젖어들어 잠깐 감상에 젖는 사이 갑자기 귀가 먹먹해져 온다. 어느새 일본 열도 위에 도달한 비행기가 고도를 낮추기 시작한 것이었다.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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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의 구름풍경도 확 달라져 보였다. 연기처럼 떠 있는 엷은 구름 사이로 바다와 해안선 그리고 그 해안선을 타고 펼쳐진 도시가 내려다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잠시 후 비행기는 바다를 매립하여 건설한 세계 최고의 공항이라고 일본이 자랑하는 간사이공항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룩소르 행 비행기는 2시간 후에 있었다. 남성 8명, 여성 14명으로 구성된 40대에서 60대까지의 연령대인 우리 여행팀은 이 공항에서 룩소르 행 이집트 국적기로 갈아타기 위해 검색대를 두 번 통과했다.

ⓒ 이승철
"여보! 사랑해!"

검색대를 통과한 직후 60대 중반인 우리 일행의 리더가 갑자기 목소리를 높였다. 그의 부인은 말할 것도 없고 모두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본다.

"여권과 혹시 보석을 소지한 사람이 있으면 잘 갈무리하라는 뜻입니다. 오해하지 마시고… 하하하."

아하! 그런 뜻이었구나, 모두들 미소를 짓는다. 그러나 여권을 잘 갈무리하라는 이 경고가 우리 일행들이 여행 중에 겪어야 할 깜짝 놀랐던 해프닝을 예고하고 있었다고는 건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덧붙이는 글 | - 이승철 기자는 지난 1월22일부터 2주간 북아프리카 이집트 남부 나일강 중류의 룩소르에서 중동의 시리아 수도 다마스커스까지 여행하고 돌아왔습니다

- 이 기사는 유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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