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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에 첫 직선 부산시교육감 선거 투표율은 15.3%에 불과했다. 저조한 투표율 때문에 대표성 문제가 제기될 정도였다. 2010년에는 지방선거와 함께 교육감 선거를 치렀지만, 9명의 후보가 난립한 끝에 제비뽑기에서 기호 1번을 뽑은 임혜경 현 교육감이 20%의 낮은 지지율로 당선되었다. 여권 지지성향이 강한 부산에서 여권 후보를 연상케 하는 기호 1번은 '묻지마 투표' 덕을 볼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교육감 선거는 기호 추첨이 당락에 결정적 영향을 준다 하여 '로또 선거'란 불명예까지 얻었다.

2014년 6·4지방선거에서도 교육감 선거는 큰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교육의 중요성은 누구나 공감하고 높은 교육열을 자랑하지만, 교육감 선거는 유권자에게 외면받고 있는 현실이다.

거리에서 만난 시민들에게 부산시장 후보와 지역의 구청장 후보가 누구인지 물었을 때, 대부분이 누구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하지만 부산시교육감 후보가 누구냐는 질문에는 '많이 나온 건 안다', '잘 모르겠다', '어차피 누가 해도 달라지는 게 없더라'라고 말하는 시민들이 많았다. 이번 부산시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는 모두 7명(박맹언, 임혜경, 정승윤, 신현철, 최부야, 김석준, 최석태)이다.

그렇다면 지금 교육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유권자들은 어떨까? 27일 부산 시내에 있는 세 곳의 고등학교를 찿아가보았다. 교사와 교직원 70여 명에게 네 가지 질문(▲ 교육감 선거에 참여할 것인가 ▲ 후보가 누구인지 아는가 ▲ 교육감 선거의 이슈나 공약 중 알고 있는 것은? ▲ 당선될 교육감에게 하고 싶은 말)을 던졌다. 70여 명 가운데 40명에게서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답변을 거부한 사람들은 '바쁘다', '관심 없다', '지금은 피곤하다' 등의 이유를 들었다.

답변한 40명 가운데 교사가 30명, '학교 지킴이' 선생님이 2명, 급식조리원이 6명, 그리고 청소노동자가 2명이다. 남성이 17명, 여성이 23명이고, 연령대는 20~30대가 12명, 40대가 13명, 50대 이상이 15명이었다.

부산교육감 후보 다 알고 있는 사람은 40명 중 단 1명

부산시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후보 7명 중 4명. 왼쪽부터 박맹언, 임혜경, 정승윤, 신현철.
 부산시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후보 7명 중 4명. 왼쪽부터 박맹언, 임혜경, 정승윤, 신현철.
ⓒ 각 후보자 선거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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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질문은 교육감 선거에 참여할 것인가였다. 40명 가운데 25명은 '꼭 투표를 하겠다'고 적극적인 의지를 보였고, 11명은 '하겠다', 2명은 '아직 모르겠다', 2명은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투표를 하지 않겠다고 밝힌 50대 남성 교사에게 이유를 묻자 "현장을 모르는 건 이 사람이 저 사람이나 똑같다, 교수들은 이론이나 알았지 현실은 잘 모른다"고 말했다.

역시 투표를 하지 않겠다고 밝힌 40대 여성 교사는 "뽑아 놓으면 뭐하노? 선생님들 괴롭힐 줄만 알지, 나는 전혀 관심 없다! 국회의원도 싫고 교육감 선거도 싫고 다 싫다"라며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사고 있었지, 세월호 참사 있었지, 선거 나온 사람들 다 보기 싫다"라고 했다.

두 번째로는 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 물었다. 7명의 후보 이름을 모두 알고 있는 사람은 40명 가운데 단 1명밖에 없었다. 그 교사도 한참 기억을 더듬어서 마치 시험이라도 치는 듯이 어렵게 후보자들의 이름을 기억해냈다.

5~6명의 후보자 이름을 알고 있는 사람은 4명이었고, 3~4명의 이름을 알고 있는 사람이 16명으로 가장 많았다. 2명의 이름만 아는 사람이 14명이었는데, 대부분은 현 부산시교육감인 임혜경 후보와 다른 후보 한 명 정도를 알고 있었다.

많은 응답자들이 교육감 후보가 몇 명인지도 잘 몰랐는데 "교육감 후보 3명인가? 4명 아닌가?"라고 되물어보는 사람들이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웠다. 4명의 응답자는 후보자를 한 명도 모른다고 말했다. "많이 나온 걸로 아는데, 13명 아닌가? 나는 몰라"라고 말한 사람도 있었다.

세 번째로는 교육감 선거의 이슈나 공약 중 알고 있는 것이 있는지를 물었다. 이 질문에는 40명 중 7명이 대답했다. '혁신학교' 3명, '좌파교육 반대' 2명, '학급당 인원수 감소' 1명이었고, "부산교육의 본(本)을 세우다"라는 박맹언 후보의 선거구호를 그대로 말한 사람이 1명이었다.

이슈나 공약에 대해 답변하지 않은 23명 가운데 '앞으로 선거 홍보물 등을 보고 알아보겠다'는 응답자가 7명이었지만, "사람 됨됨이를 보면 된다, 공약은 믿을 게 못 된다"라며 공약을 검토하지 않겠다는 사람도 1명 있었다.

교사들의 바람 1순위 "가르치는 데만 집중할 수 있게"

네 번째 질문으로, 선거를 통해 당선될 신임 교육감에게 무엇을 바라는지 물었다. 30명의 교사 응답자 가운데 절반 정도가 '가르치는 데 최선을 다할 수 있는 학교 현장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하였다.

한 40대 남성 교사는 "예를 들어 연구학교나 정책학교로 실적과 보고서 만드는 데 선생님들을 몰아붙이지 말라"며 "(승진을 위해) 점수가 필요한 분들이 있지만 아닌 사람이 더 많다, 학업성취도를 진짜 높이고 싶으면 연구학교에 들어갈 돈 일부라도 사용해서 보조교사 수를 확충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진짜 가르치는 데 예산을 집행해달라"고 당부하였다. 아울러 "부산도 교무행정을 전담하는 실무사를 확충해서 교사가 가르치는 데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 응답자도 있었다.

부산시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후보 7명 중 3명. 왼쪽부터 최부야, 김석준, 최석태.
 부산시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후보 7명 중 3명. 왼쪽부터 최부야, 김석준, 최석태.
ⓒ 각 후보자 선거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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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의 잡무와 교무행정업무 감소를 요구하는 대답은 이어졌다. "말뿐인 '교무행정업무 감소' 공약에 속을 만큼 속았다"거나 "전자문서로 종이문서 없앴다고 하고도 교장에 따라서 보조장부 또 만들라고 하고 사다리결재 맡으라고 하고 일이 이중삼중 될 때도 있다, 한다고 했으면 진짜 지켜야 한다"고 불만을 터뜨린 교사들이 있었다.

또한 10명 이상의 응답자가 '학교 현장의 현실을 반영한 공약과 교육정책이 추진되어야 한다'고 목소리을 높였다. 한 교사는 "교육현장에 맞는 현실성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현장에 적용 가능하고 현장의 교사의 목소리가 반영된 공약이어야 한다"면서 "현실은 책에 나오는 이론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다음으로 '인성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 응답자가 많았다. 한 50대 남성 교사는 "인성교육을 하라고 강요만 한다, 체계적으로 교육과정에 포함되어 있어야 (인성교육을) 하는 것이지 뜬구름 잡듯이 하라고만 강요하면, 현장에서는 서류상으로만 했다고 보고한다"며 "보여주는 전시행정으로는 인성교육이 안 된다"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50대 남성 교사는 "기존의 입시 위주 교육에서 탈피할 수 있어야 한다, 학교가 공부만 하는 곳이 아니고 공동체 생활을 배우는 곳이 되어야 한다"면서 "지금의 방식이면 학교의 존폐가 의심스럽다"고 공동체 교육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아울러 성과 위주 교육평가에 대한 반대 의견이나 학교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우려한 이들도 있었다. 한 30대 여성 교사는 "교육현장에 경제 논리를 적용하지 말아달라, 학교는 회사가 아니다"라고 말했고, 20대 남성 교사는 "교권이 보호되고 학교 비정규직 분들께도 관심을 가져주는 교육감이 돼달라"고 당부했다.

학교 급식소에서 일하는 급식조리원들은 노동조건 개선에 대한 호소를 많이 했다. 한 50대 여성 급식조리원은 "최소한의 인원만으로 일하고 있다, 그래서 쉴 수 있는 틈이 없다"면서 "인원이 확충되면 정말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함께 있던 40대 여성 급식조리원은 "월급이 좀 오르면 좋겠다, 우리 일 이외의 다른 일은 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송태원 기자는 2014 지방선거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특별취재팀에서 활동합니다.



태그:#교육감 선거, #부산광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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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폐지, 헌옷, 고물 수거 중 하루하루 살아남기. 콜포비아(전화공포증)이 있음. 자비로 2018년 9월「시(詩)가 있는 교실 시(時)가 없는 학교」 출간했음, 2018년 1학기동안 물리기간제교사와 학생들의 소소한 이야기임, 책은 출판사 사정으로 절판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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