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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8월 28일, 나는 드디어 한국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사회인이 되었다. 앞으로 학업에 더 목말라 박사과정을 밟게 된다면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선 한국에서의 지난 4년(학부 2년, 대학원 2년) 유학생활을 끝으로 학생 신분은 종지부를 찍었다. 다사다난했고 소중했던 지난 4년간의 유학생활을 떠올리며 내가 중국인 유학생으로서 한국에서 겪었던 많은 에피소드 가운데 학교에서 느꼈던 것들을 전해보고자 한다.

['불편함'편]  '군대 문화' 만연한 대학원... 천차만별인 신문도 아리송

대한민국 군대의 현실을 고발한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의 한 장면
 대한민국 군대의 현실을 고발한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의 한 장면
ⓒ 에이앤디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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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물론 학교마다 다 다르겠지만 대학원에는 군대 문화가 심하게 존재하는 것 같다. 이는 학부시절에 전혀 접해보지 못한 것이기도 했다. 선·후배 간에 존재하는 엄격한 대학원 내 위계질서는 나에게 불편함으로 다가왔다. 중국의 대학원과 비교해봐도 한국의 대학원은 분위기가 매우 딱딱했다. 한국은 군 복무가 의무지만 중국은 자유다. 그래서인지 나에게 대학원 시절은 한국이라는 나라와 군대 문화에 적응하기 바빴던 시간으로 기억된다.

#2. 외래어가 너무 많아서 가끔은 이 단어가 영어인지 한국어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때도 있었다. 한국에서는 한글을 사랑한다고 하면서 왜 이렇게 많은 외래어를 아무 문제 없이 쓰고 읽고 말하는지 이해가 잘되지 않았다.

#3. 한국의 교재비 또한 너무 비쌌다. 학부시절 내가 교재를 사는데 투자한 돈만 해도 한 학기당 무려 20만 원에 달했다. 중국과 비교해 볼 때 교재비를 포함한 책값이 너무 비쌌다. 두 나라의 물가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5~6배 정도의 차이가 있는 듯했다. 이에 대해 한국학생들도 큰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경제적인 부담이 큰 유학생들은 더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4. 한국은 중국에 비해 언론자유가 보장된 나라이다. 하지만 나를 포함한 많은 유학생이 한국 신문을 처음 봤을 때 혼란스러웠다. 신문마다 논조에 큰 차이가 있어 도대체 어떤 신문의 내용이 맞는 것인지 판단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속상함'편] 멜라민 파동·올림픽 야유로 '중국인' 평가하지 말아야

오성홍기를 흔들며 응원하는 중국인들 (자료사진)
 오성홍기를 흔들며 응원하는 중국인들 (자료사진)
ⓒ 홍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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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중국은 주입식 교육이 강한 나라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나는 한국에 유학 오기 전까지만 해도 중국 교과서에 적혀 있는 내용과 선생님께서 강의하시는 모든 내용이 100% 정답인 줄 알았다. 하지만 유학생활을 하면서 한국 학생들이 과감하게 교과서 내용을 비판하거나, 교수님 의견에 반박하고 교수님들이 또 그 의견을 자연스럽게 인정하는 모습을 보면서 다소 충격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충격은 학업에 관심 많은 내게 신선하게 다가왔고 매우 좋았기 때문에 이른 시간에 적응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학문적인 부분 등에서 허용됐던 '다른 의견'에 대한 관대함은 특정 문제를 두고선 찾아보기 어려워 나를 당혹스럽게 할 때도 있었다. 어렴풋이 생각나는 것들이 바로 동북공정과 멜라민 파동, 올림픽 보도 등이다. 이런 민감한 문제에 대해 중국인 유학생들이 자칫 의견을 잘못 얘기하거나 비판을 가할 경우, '혐한류'로 낙인 찍히기 십상이었다.

솔직히 한국에서 공부한 중국인 유학생이라면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한국인들이 중국이나 중국인에 대해 비판하는 것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왜 '혐중류'라는 말은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솔직히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독자들이 나를 '혐한류'라고 판단하진 않을까 하는 생각에 두려움이 앞서기도 한다.

#2. 한국에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이 있듯이 중국에도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이 있다. 누군가의 눈에 비친 한 중국인의 이미지가 이기적이라고 해서 전체 중국인이 이기적인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멜라민 파동을 일으킨 사람은 중국에 살고 있는 13억 중 한 명인데 왜 한국에서 유학하고 있는 우리가 마치 죄를 지은 듯 미안해하고 눈치를 봐야 하는지 모르겠다. 또한 올림픽에서 한국인 선수에게 야유를 보낸 사람은 당시 현장에 있던 반한감정을 가진 몇몇 사람들일 텐데 마치 13억의 모든 중국인이 반한감정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도한 듯하다. 또 그 보도를 통해 사람들이 편견을 갖게 되면 한국에서 공부하는 중국인 유학생에게 돌아오는 것은 정신적인 피해와 상처, 위축감뿐이다.

아시다시피 중국은 단일민족국가인 한국과는 달리 56개의 민족이 중국 각 지역(24개 성, 5개 자치구, 4개 직할시, 2개 특별행정구)에서 살고 있다. 즉 중국인은 민족에 따라, 태어난 지역에 따라, 거주하고 있는 곳에 따라, 문화도 다르고 생활습관도 다르고 사고방식도 다르다. 심지어 한류 열풍도 각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다. 때문에 한 중국인의 모습으로 유학생을 판단하고 중국인을 판단하는 것은 너무 섣부른 판단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바란다'편] 넘치는 유학생... 준비 안 된 '묻지마 유학'은 막아야

지난 2008년, 나와 함께 대학원에 입학한 유학생 동기 중 3명이 학업을 중도에 포기하고 1학기도 마치지 못한 채 안 좋은 감정을 안고 중국으로 돌아갔다. 그 가운데 한 명은 중국의 국비 장학생으로 한국에 온 친구였는데 그는 한국 사회의 차별과 학업 부담 과중 등의 이유로 유학 온 지 6개월이 채 못 돼 한국을 떠났다. 나는 그들이 비단 그들의 인생에서 소중한 시간을 낭비한 것뿐만 아니라 한국에 와서 미처 적응도 하기 전에 상처만 받고 귀국한 것이 늘 가슴 아팠다.

또 나와 같은 중국인 유학생 친구 말에 따르면 일부 학교, 일부 학과에서는 한국어 능력 등 준비가 부족한 유학생들을 받아 따로 가르치는 반을 둔다거나 하는 형식을 취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어느 정도 어학 능력을 갖춘 유학생들도 중국 유학생 반에 편입돼 한국 친구들을 만나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단다.

이와 같은 현실을 보았을 때 나는 한국 정부와 대학이 철저한 준비 없이 무작정 유학생을 받아서도, 또 준비가 안 된 유학생을 무작정 받아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한국 정부가 한국 대학의 무분별한 유학생 유치에 문제가 없는지 점검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로마에 가면 로마인처럼 하라'는 말이 있다. 나를 비롯한 중국인 유학생들은 한국에 유학 왔으니 한국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백배 천배의 노력을 가해야 한다. 외국 유학이니 불편하고 외롭고 힘들고 소외되고 속상함이 드는 건 어느 나라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힘든 유학 생활에서 한국이기에 느낄 수 있었던 수많은 감동과 감사의 순간들도 분명 있었다. 언젠가 모국으로 돌아갔을 때 나는 한국이 사무치게 그리울 것이다. 그렇기에 한국 사회의 긍정적인 변화를 더욱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최령련 기자는 중국에서 태어나 2006년 교환학생으로 한국에 왔습니다. 지금은 한국의 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한국 기업에서 사회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태그:#유학생 , #외국인, #교육,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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