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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주인권센터의 '한국사회 연구모임 워크숍'에서 "다른 것이 아름답다"라는 말을 각 언어로 표현했다.
 한국이주인권센터의 '한국사회 연구모임 워크숍'에서 "다른 것이 아름답다"라는 말을 각 언어로 표현했다.
ⓒ 한국이주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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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가까이 사는 일본 출신 결혼이민자들의 신년회가 있었다. 한국에 온 연도나 연령 등은 조금씩 다르지만 같은 다문화자녀 학부모 선·후배 입장에서 교육정보를 나누고 그리운 일본 음식도 같이 만들어 먹는 시간이었다.

2008년에 '다문화 가족 지원법'이 시행되면서 각 지역에 '다문화 가정 지원센터'가 늘고 있다. 하지만 일본 출신 결혼이민자 모임에 가면 나도 모르게 한국사회에 대한 불안이나 불만을 털어놓는다.

내가 결혼했던 1990년대 말에는 인천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것조차 어려운 일이었으니 거주지 주변에서 한국어를 무료로 배울 수 있는 지금의 지원 확대는 놀라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자라고 학교에 다니면서 생긴 많은 고민은 고통스럽기까지 하다.

지금 내가 겪는 고통 가운데 하나는 사교육에 대한 부담이다. 일본에서는 초등학교 방과 후 동아리 활동에 외부 교사를 부르지 않고 학교 교사들이 무료로 가르쳐준다. 또 유도나 야구 같은 스포츠 활동의 경우, 지역 경찰 관계자나 야구부 경험이 있는 시민들이 자원봉사자로 지원해주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유도는 물론 한국의 국기인 태권도조차 학교보다 학원에서 배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이들 교육에 공교육보다 사교육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 같아 의아하고 부담스럽다.

하지만 나와 같은 일본 출신자들은 이런 문제에 대해 이야기할 때 조심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저 일본 X이 뭐라고 하는 거야'하는 차가운 시선을 받지 않을까 걱정되기 때문이다.

사교육 부담, 일본에 대한 혐오감... 한국 사는 일본 출신 엄마의 고민

2010년 6월, 내가 사는 지역의 한 도사관에서 '다문화 강사' 언니와 함께 일본을 소개하는 '일본문화 체험'시간을 가졌다.
 2010년 6월, 내가 사는 지역의 한 도사관에서 '다문화 강사' 언니와 함께 일본을 소개하는 '일본문화 체험'시간을 가졌다.
ⓒ 야마다다까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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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서울의 도서관과 유치원 등에서 '다문화 강사'로 활동하는 한 일본인 후배로부터 이런 내용의 메일을 받았다.

한 도서관에서 수업을 마쳤을 때, 8살 정도된 여자아이가 다가와 "나는 일본 사람이 싫은데요" 라고 말하더란다. 그 말을 들은 후배는 충격을 받았다. 초등학교에 올라가면 엄마가 일본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아이들이 왕따가 된다는 말이 떠올라 유치원생 아이가 나중에 일본이나 엄마를 싫어하지 않을지 겁이 났다고 했다. 이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나쁜 일본 사람'의 이미지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일본 대학에서 교육학을 전공했고 대안학교 현장도 경험한 후배는 어릴 적에 본 과격한 것은 공포심으로 마음에 남는다며 과격한 일제 시대의 사실은 사회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중학생 정도 때 알려줬으면 어떨까 하는 제안을 조심스럽게 내놓았다.

후배는 객관적인 사실을 판단하기 어려운 나이에 이뤄지는 역사 교육은 과거에 대한 이해보다 심리적으로 일본과 일본인에 대한 반감이나 공포심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세계로 나가는 한국 아이들이 그런 감정을 가진 채 어른이 되어도 좋은 것일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그녀의 제안에 공감하면서 지난번 '이주여성 영화제작 워크숍'(관련 기사 나의 '이주여성 영화제작 워크숍' 촬영 일기)에서 같이 영화를 만들었던 나미에씨 작품 중 자신이 일본 사람이라 한국사회에 당당히 나가기 어려웠다는 내용과 출입국 관리사무소로부터 "독도는 누구의 땅이에요?"라는 질문을 받았다는 일화 등이 생각났다.

'독도', '일제 시대' 등 일본 출신 결혼이민자들이 한국에서 생활하고 자녀 교육을 하기엔 어려운 점이 많다. 그러나 과거의 큰 실수를 진심으로 사과할 마음을 항상 가지고 겸손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면서 이 사회에 공헌하는 한편 두 나라의 가교 역할을 해나가는 것이 우리 아이들에게 실질적인 교육이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한편으론 일본뿐 아니라 수많은 다문화 가정의 학부모들이 사회와 어울리고 서로 다른 두 나라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정책적 뒷받침을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다문화 교육 성공에는 이주민 참여에 대한 '배려'와 '인정' 필요

▲ '레인보우 서포터즈' 아시아인의 밤
ⓒ 야마다다까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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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가정 학부모들이 한국 사회에 참여하고 기여할 수 있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이와 관련된 나의 경험을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전에 기사(저는 '한국 아줌마' 다까꼬 입니다)에서도 소개했지만, 나는 지난해 11월 광저우아시안게임 때 전국의 다문화 가족들이 모여 응원하러 가는 프로그램에 참여한 적이 있다.

당시 중국·일본·몽골·베트남·파키스탄·필리핀·캄보디아 등 아시아 7개국 출신의 다문화가족 81명은 포스코건설과 여성가족부, 인천광역시 등의 후원으로 광저우아시안게임 경기장을 직접 찾아 한국과 자국 선수단을 응원했다. 다문화 자녀들에게 큰 자존감을 심어주는 시간이 되었다. '아시안게임'이라는 국제 무대에서 엄마 아빠 출신 국가를 응원한다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은 엄마 아빠의 나라를 이해하고 자긍심을 갖게 되었다.

경기 응원 후에는 저녁에 마련된 '아시아인의 밤'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출신국 전통의상을 입고 무대에 서는 시간도 있었다. 다문화 자녀들이 직접 참가해 이중언어로 진행된 '동화구연'을 하기도 했다.

이런 활동을 통해 떠오른 생각은 이런 모임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와 함께 우리 다문화 가정도 무언가 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당시 나와 같은 조로 활동했던 파키스탄 유명 크리켓 선수 출신인 유로니씨와 같은 경우 한국 크리켓 대표팀 코치를 맡을 수도 있지 않을까. 이처럼 이주민들의 경험과 경력을 살려 사회복귀를 돕는 것만으로도 한국 다문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이주민들이 사회에 적응하도록 돕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이주민을 지원만 받는 약한 존재가 아니라 '새로운 한국인'으로 받아들이는 인정이 필요하다.

일전에 기사(한국인과 결혼 뒤 공부하려면 성적증명서 있어야?)로 썼던 것처럼 이주민의 진학문제나 학점은행제 인정문제 등의 해결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몇 년 전 나는 경제적인 이유로 졸업하지 못했던 일본대학에서 이수한 학점을 인정받기 위해 학점은행제에 등록을 신청했지만 초등학교 시절 성적표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일본에서는 졸업한 지 20년이 지나면 성적표가 자동 폐기된다) 등록조차 하지 못했다. 이런 경험을 할 때면 여전히 제도적으로 이주민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또 내 주변에는 한국어능력시험의 최고급인 6급에 합격하고도 모국에서 대학을 졸업하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원어민 강사로 취직하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한국 대학에 유학 중인 학생들도 6급 취득이 어려운데 자녀를 키우면서 대학 다니기도 어려운 이들이 6급을 따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들의 노력을 학점으로 인정하거나 출신국에서의 국가자격증이나 직업경험, 한국에서의 자원봉사활동 등을 학점으로 인정해 준다면 그들에게 얼마나 힘이 될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다문화 자녀들의 다양성을 키울 수 있는 교육 현장에서 배려라는 것이 예산을 세워 특별히 어디로 놀러 가는 것보다 우선 앞서 설명한 방식 등을 통해 지역사회에서 다문화 가정 아이들의 부모를 인정해주고 교육 현장에 부담 없이 같이 참여할 수 있는 환경과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야마다 다까꼬 기자는 일본에서 태어나 1998년 말에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한국으로 왔습니다. 지금은 다문화뉴스에서 기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초등학교 5학년과 6살 된 아이를 둔 엄마입니다.



태그:#다문화, #일본,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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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이주민영화제(MWFF) 프로그래머 참여 2015~ 인천시민명예외교관협회운영위원 2016~ 이주민영화제 실행위원 2017.3월~2019 이주민방송(MWTV) 운영위원 2023 3월~ JK DAILY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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