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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추석연휴 폭우로 인해 광화문 일대 침수 사태가 일어나자 6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지하에 있는 하수로에서 민주당 백원우 의원과 장세환 의원, 서울환경연합 회원들이 서울시 관계자들과 함께 하수 시설에 대한 현장조사를 벌이며 바닥에 쌓인 퇴적물을 지적하고 있다.
 지난 추석연휴 폭우로 인해 광화문 일대 침수 사태가 일어나자 6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지하에 있는 하수로에서 민주당 백원우 의원과 장세환 의원, 서울환경연합 회원들이 서울시 관계자들과 함께 하수 시설에 대한 현장조사를 벌이며 바닥에 쌓인 퇴적물을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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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후 세종문화회관에서 광화문 사거리 방면 샛길. 하얀 안전모, 하얀 우비, 마스크, 방수복, 장화, 목장갑 그리고 손전등. '무장'을 한 사람들이 맨홀 뚜껑을 열고 2m 30cm 깊이 지하로 하나, 둘 내려가기 시작했다.

백원우 의원, 염형철 서울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의 얼굴이 보인다. 시의원(김연선·이경애·한명희)들과 서울시 관계자들도 함께 했다. 사진·방송 카메라 기자들은 장비를 챙겨서 뒤따른다. 이들이 향하는 곳은 광화문 광장 지하에 있는 하수시설. 지난 추석 연휴 광화문 광장이 '물바다'가 됐던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서다.

C자형 하수관거가 '배수불량' 원인

6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지하에 있는 하수로에서 염형철 서울환경연합 사무처장이 손전등을 비추는 곳을 가리키며 "광화문 지하도를 피해 C자 형태로 구부려 하수로를 만들어놓아 갑자기 불어난 물이 원활하게 빠지지 못했다"며 지적하고 있다.
 6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지하에 있는 하수로에서 염형철 서울환경연합 사무처장이 손전등을 비추는 곳을 가리키며 "광화문 지하도를 피해 C자 형태로 구부려 하수로를 만들어놓아 갑자기 불어난 물이 원활하게 빠지지 못했다"며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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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시설 속에 들어가자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컴컴했다. 마스크를 썼는데도 악취가 코를 찔렀다. 손전등을 비추며 발걸음을 옮기자 처음에는 발목까지 오던 물이 점점 깊어졌다. 발밑에는 모래와 같은 퇴적물이 밟혔다. 물 위로 담배꽁초와 같은 쓰레기도 보였다. 백운동천에서 흘러온 물은 이곳을 지나 청계천으로 빠져 나간다.   

"여기서부터는 물 높이가 85~90cm라서 안 돼요."
     
6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지하에 있는 하수로에 퇴적물이 쌓여있다. 이날 서울시 관계자는 하수로 바닥에 쌓인 퇴적물은 1년에 2차례 준설작업을 실시한다고 했다.
 6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지하에 있는 하수로에 퇴적물이 쌓여있다. 이날 서울시 관계자는 하수로 바닥에 쌓인 퇴적물은 1년에 2차례 준설작업을 실시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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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쯤 걸었을까. 서울시 관계자가 "위험하다"며 더 이상 들어갈 수 없다고 말했다. 이곳은 일직선으로 뻗어있던 하수관거가 지하도를 피해 C자형으로 구부러지기 시작하는 구간.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지난 9월 29일 열린 '서울 한가위 홍수 진단 및 대책 토론회'에서 이 C자형 구간이 배수가 불량한 곳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지난 2001년과 2003년에 이어 2010년에도 광화문 사거리에 침수가 발생한 것은 이 C자형 하수관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거 때문에 여기까지 왔는데'. 참가자들은 발걸음을 돌릴 수 없었다.    

서울시 관계자의 말처럼, C자형 구간이 시작되는 곳으로 들어가자 물이 허벅지까지 찰 정도로 깊어졌다. 염형철 사무처장은 "쭉 일직선으로 흐르던 물이 C자로 휘면서 이 부분에서 마찰계수가 크게 늘어나게 된다"며 "따라서 (배수) 속도도 늦어지고, 배수도 원만해지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광화문을 지나 청계천까지 잘 빠져나가야 할 물의 흐름에 '정체'가 시작된다는 것이다. 

"2004년부터 문제점 알았으면서...부도덕한 서울시" 

6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민주당 백원우 의원과 장세환 의원, 염형철 서울환경연합 사무처장이 광장주변에 설치된 10㎝ 폭의 빗물받이를 가리키며 작게 만들어진 구멍으로는 빗물이 빠지기 힘들다며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6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민주당 백원우 의원과 장세환 의원, 염형철 서울환경연합 사무처장이 광장주변에 설치된 10㎝ 폭의 빗물받이를 가리키며 작게 만들어진 구멍으로는 빗물이 빠지기 힘들다며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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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염형철 서울환경연합 사무처장(맨 오른쪽)이 서울시 관계자들과 함께 배수 시설에 대한 현장조사를 벌이며 "보도블록 밑에 다 시멘트로 발라놓아 빗물이 땅속으로 스며들지 못한다"며 지적하고 있다.
 6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염형철 서울환경연합 사무처장(맨 오른쪽)이 서울시 관계자들과 함께 배수 시설에 대한 현장조사를 벌이며 "보도블록 밑에 다 시멘트로 발라놓아 빗물이 땅속으로 스며들지 못한다"며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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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걸어야 할 하수관거의 길이는 400m, 갈 길이 멀다. 허벅지까지 찰랑이던 물은 낮아졌다, 높아졌다를 반복했다.

"여기가 문제의 핵심이네."

염형철 사무처장이 C자형 하수관거의 중간부분에서 손전등을 비췄다. 하수관거의 절반 정도가 물이 제대로 흐를 수 없도록 장애물에 의해 막혀 있었다. 지하도를 피해 하수관거를 만드느라 물이 흐를 공간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것이다. 이 구간에서 물은 허리 높이 가까이 차올랐다.

염 처장은 "어떻게 이렇게 몰상식한 설계를 할 수 있지"라며 혀를 찼다. 그러면서 "서울시가 청계천 공사를 앞두고 만든 2004년 보고서를 보면 이 부분(C자형 하수관거)이 심각하게 문제가 있기 때문에 고쳐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며 "이후 서울시가 충분한 대안을 만들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김연선 시의원은 "여기 (하수관거) 폭 좁아진 거 봐"라며 양팔을 벌리다 물에 빠지는 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서울시 관계자들이 C자형 구간 들어갈 때 못 들어간다고, 빠진다고 겁을 줬던 이유가 바로 여기가 문제였기 때문"이라며 "하수관거에 굴곡이 생기면서 물의 속도가 늦어지면 하수관거의 폭이라도 넓어져야 하는데, 여기는 오히려 좁혀놨다"고 고개를 저었다.

이어서 "2001년에도 광화문 사거리에서 역류가 일어나는 등 하수관거의 기능에 문제가 있다는 게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2009년에 광화문 광장 조성 공사를 할 때 전혀 정비를 하지 않았다"며 "오세훈 시장이 껍데기만 신경 썼지 기능은 무시했다"고 맹비난했다.

이날 현장조사를 마친 염형철 사무처장은 "서울시가 문제점을 진작부터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천재라 우기고 강수량을 조작했던 건 굉장히 부도덕하다"며 "이번은 단순히 현장을 방문하는 정도였지만 좀 더 근본적으로 원인을 분석하고 완벽하게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수해는 또 다시 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태그:#광화문 침수, #염형철, #백원우, #C자형 하수관거, #광화문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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