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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첫 대선을 앞둔 대학생의 선택은 무엇일까요? 일부에서는 대학생의 보수화를 말하며 예전과 달라진 세태를 말합니다. 진보 성향의 싱크탱크인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원장 손석춘)에서는 대학생운동 위기의 원인을 90년대 중반 이후 몰아닥친 '대학의 신자유주의화'에서 찾고 있습니다. 신자유주의시대 대학생의 현주소와 학생 운동의 대안을 모색하는 새사연 기획기사를 5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편집자말]
거리부랑아와 극빈층의 자활과 근로의욕 고취라는 명분으로 군사독재 시절 정부에 의해 반강제적으로 만들어진 이 판자촌은 공교롭게도 타워팰리스로 상징되는 초고층 아파트와 양재천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서있다.
▲ 강남구 포이동 266번지 자활근로대 마을 거리부랑아와 극빈층의 자활과 근로의욕 고취라는 명분으로 군사독재 시절 정부에 의해 반강제적으로 만들어진 이 판자촌은 공교롭게도 타워팰리스로 상징되는 초고층 아파트와 양재천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서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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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대학은 거의 유일하게 신분 상승이 가능한 공간이었다. 사회적 하위 계층은 성공을 위해서 자녀의 교육에 모든 것을 쏟아 부었고, 대학생이 된다는 것은 가족의 미래를 책임질 '가문의 영광'으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대학생 수의 증가와 신자유주의를 통한 대학 간 경쟁과 서열화는 대학을 부모 계급을 자녀에게 대물림하는데 이용되는 계급재생산 기지로 바꿔 놓았다.

대학서열화는 학벌을 낳고

물론 예전에도 대학서열화와 학벌은 존재했다. 그러나 대학과 대학생수가 폭증하여 대학의 위상이 평범해진 현실에서 양적으로 확대된 대학생들 간의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서열화가 더욱 강화되고 있다.

대학서열화는 교육부의 대학평가 사업이 행정적·재정적 근거로 활용되면서 심화된 측면이 크다. 교육부는 1994년부터 일반지원사업과 특수목적지원 사업을 구분해 재정지원을 하기 시작했고, 1995년 '5·31 교육개혁안'에서 "대학평가를 강화하고, 그 결과에 따라 재정지원을 연계한다"고 명시하면서 더욱 강화됐다.

이는 대학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평가를 하고 결과를 공개하여 대학 간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는 교육부의 신자유주의적 정책방향이 반영된 결과다. 그러나 무조건적인 정보공개는 대학경쟁력을 강화시키기보다 대학에 순위를 매겨 서열화하고 군소 규모 대학과 지방대학의 쇠퇴와 공동화를 초래하고 있다. 

매번 대학종합평가가 진행될 즈음 각 대학은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외형 확장에만 심혈을 기울이고, 여기에 들어가는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등록금을 인상하는 악순환을 되풀이하고 있다. 이는 곧 '대학발전=취업에 유리'라는 등식을 성립시켜 등록금 인상 반대를 위한 시위를 막는 이데올로기로도 작용한다.

'5·31 교육개혁안'에서 학부제 도입과 함께 추진되어 차기 정권의 각종 교육정책에도 이어져 온 '연구중심대학', '교육중심대학', '기술교육중심대학' 등 교육 목적을 달리한 대학 특성화방안 역시 그 취지와는 달리 '좋은' 대학의 순위를 매기는 기준으로 오용되고 있다.

부모 재산과 비례하는 자녀성적과 대학진학률

대학의 학벌, 서열화 문제는 소위 명문대 입학에 점차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큰 영향을 미치게 되면서 계급재생산의 문제로 이어졌다. 최형재(2007)가 2000년부터 2005년까지 한국노동패널 자료에서 일반계 고등학생 673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소득·학력 대물림' 현상이 매우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소득에 따른 사교육 참여 여부는 최상위 소득계층(상위 25%)과 최하위 소득계층(하위 25%)이 사교육 참여율과 사교육비에서 두 배가량 차이를 보였다. 

출처: 최형재, 2007, '사교육이 대학진학에 도움을 주는가', <제8회 한국노동패널 학술대회 자료집>, '*' 는 사교육에 참가한 학생에 한정할 경우의 수치
 출처: 최형재, 2007, '사교육이 대학진학에 도움을 주는가', <제8회 한국노동패널 학술대회 자료집>, '*' 는 사교육에 참가한 학생에 한정할 경우의 수치
ⓒ 새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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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 참가율 차이는 대학진학률의 차이로 이어졌다. 같은 조사에서 1분위계층과 4분위계층은 상위 11개 대학을 기준으로는 5배 이상, 상위 21개 대학을 기준으로는 거의 8배의 대학진학률 격차를 보였다.

출처: 최형재, 2007, '사교육이 대학진학에 도움을 주는가', <제8회 한국노동패널 학술대회 자료집>
 출처: 최형재, 2007, '사교육이 대학진학에 도움을 주는가', <제8회 한국노동패널 학술대회 자료집>
ⓒ 새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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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통계결과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서울대 사회과학원이 1970학년도부터 2003학년도까지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 9개 학과에 입학한 학생들의 학생기록카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일반 가정 대비 고소득층 가정 자녀의 서울대 입학 비율은 1985년 1.3배에서 2000년에는 16.8배로 확대됐고, 고소득직군(일반 회사의 간부 포함) 아버지의 자녀 입학률은 기타 그룹의 입학률보다 20배가 높으며, 최근에는 그 격차가 더욱 확대되는 추세다. 2003년 서울대 사회과학대학 입학생의 39퍼센트가 서울 출신이었으며 서울 학생 중 32퍼센트가 강남 8학군 출신이었다.

2007년 서울대 신입생들의 가구 소득 수준을 건강보험 납부액을 바탕으로 조사한 결과도 마찬가지다. 소득수준 상위 10퍼센트에 들어가는 신입생은 전체의 39.8퍼센트였고, 상위 20퍼센트에 속하는 가구의 학생은 전체의 61.4퍼센트에 달했다. 반면 정부의 생계 지원을 받는 기초생활보호대상자는 조사대상 1463명 중 단 25명에 불과했다.

2004년 실시된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한국교육고용패널(KEEP: Korean Education & Employment Panel) 1차년도 자료를 바탕으로 한국사회에서 나타나는 교육격차 실태를 조사한 김경근(2005)의 연구결과는 부모의 교육수준과 소득수준이 학업성취도(수능성적)와 분명한 비례관계에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재산에 따른 문화적 양극화도 심화

부모의 교육수준이 학업성취도(수능성적)와 비례관계에 있음
 부모의 교육수준이 학업성취도(수능성적)와 비례관계에 있음
ⓒ 새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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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소득수준이 학업성취도(수능성적)와 비례관계에 있음
 부모의 소득수준이 학업성취도(수능성적)와 비례관계에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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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주의의 강력한 지배를 받는 한국사회는 배우자간 학력 상관계수가 매우 높아 교육수준이 비슷한 사람끼리 결혼하는 경향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는 그만큼 고학력 부모의 자녀들이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 풍족한 교육환경을 향유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동안 이런 구조적 문제점을 보완해줬던 것이 계층을 초월해 존재했던 국민의 열화와 같은 교육열이었다. 그런데 최근 중산층의 붕괴가 가시화되면서 교육투자에서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더욱 심화됨에 따라 계층 고착화 또는 양극화가 점증하고 있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는 그 자체로 학업성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하지만 다양한 경로를 통해 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그 대표적인 예가 가정 내 언어적 상호작용, 교육발달에 필요한 문화적 요소의 결핍여부, 부모의 자녀교육에 대한 기대 수준과 지원 정도 등과 같은 문화자본 내지 사회자본과 관련된 것들이다.

즉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 가정의 자녀는 경제자본 외에도 문화자본이나 사회자본의 결핍으로 인해 다각도로 열악한 여건에 처하게 되고, 그 결과 학업성취가 낮아지게 되는 것이다.


교육을 통한 신분상승의 꿈도 점차 사라져


과열된 입시경쟁을 뚫고서도 학부제하의 전공 선택과 직업선택을 두고 또다시 무한경쟁에 시달려야 하는 오늘날의 대학생들은 점차 대학 내에서도 계층에 따른 차별을 느껴야 하는 구조적 상황에 처해 있다. 이제 소위 명문대생이 아니면 대학생으로서의 특권적 지위는 획득할 수 없다.

그러나 저소득층 학생이 명문대생이 되기 위해 치러야 하는 엄청난 사교육비와 열악한 교육환경은 애초부터 공정한 출발을 보장하지 못하고 있을뿐더러 점점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인상되고 있는 등록금은 저소득층의 대학진입 자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 부모세대의 신분이 자녀세대의 신분과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은 외환위기 이후 크게 낮아졌다. 통계청(2000)자료에 의하면 1991년에는 60.7퍼센트, 1994년에는 60.3퍼센트의 국민이 세대 간 이동(신분상승) 가능성이 높다고 대답했으나 1999년에는 이 수치가 41.2퍼센트로 낮아졌다.

특히 2002년, 스스로를 하층으로 인식하고 있는 부산, 울산, 경남에 소재한 민주노총 산하 92개 금속연맹 소속 기업별 노동자와 금속노조 소속 지회 노동자 1208명의 표본을 조사한 강수택의 연구에 따르면 26.8퍼센트의 노동자만이 세대 간 신분이동의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대학의 신자유주의화는 신분상승의 통로였던 대학이 계급을 재생산하는 기지로 구조화되는 경향을 더욱 심화시켜 나갈 것이다. 최근 등록금 인상을 해결할 방안 중 하나로 거론되는 '기여입학제'는 자본이 별다른 힘을 들이지 않고도 학벌을 획득하게 해주는 계급재생산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다.

한 아파트 단지 게시판에 붙은 과외 광고물.
 한 아파트 단지 게시판에 붙은 과외 광고물.
ⓒ 오마이뉴스 박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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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구조와 밀접하게 관련된 대학의 서열화

이런 사실들은 오늘을 살아가는 대학생들이 신자유주의적 사회구조 아래에서 소수의 몇 사람을 제외하고 어느 민중계급과 견주어도 낫다고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더구나 대학생으로서의 고통은 그 자신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세대를 되풀이하여 영향을 미치는 문제다.

이제 대학은 거의 유일하게 신분상승이 가능한 특권적 공간이 아니라 소수의 특권층을 제외하고 신자유주의 치하에서 '고통 받는 노동자'가 되기 전에 잠시 거쳐 가는 통과의례로서의 성격만이 강해졌을 뿐이다.

이는 신자유주의시대의 대학생 문제가 점차 내부에서도 계급성을 띠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90년대 중반까지의 학생운동이 소위 명문대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던 것과 달리 최근 학생운동이 과거 '변방'으로 치부되던 대학에서 비교적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도 운동의 요구에 계급적 성격이 강화되고 있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외환위기 이후 월평균수입의 상승에 양극화된 사회 현실이 반영되어 있지 않듯, 하나의 통계수치로 표현되는 청년실업률에는 서열화된 대학 순위의 위쪽에 있는 대학생과 아래쪽에 있는 대학생의 상반된 처지가 반영되어 있지 않다.

이런 현상은 대학생이 처한 현실이 양극화된 사회현실과 동떨어진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말해준다. 새로운 대학생운동의 모색이 대학의 울타리에만 머물러서는 안 되는 이유다.

다음 연재
① 대학사회를 강타한 신자유주의와 학부제
② 등록금 인상, 상한선이 없다
③ 힘들게 졸업하면 청년 실업자?
④ 좋은 대학가야 잘산다? 잘살아야 좋은 대학 간다!
⑤ 버릴 수 없는 희망, 대학생운동의 부활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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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 손우정 기자는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상임연구원입니다.



태그:#사회양극화, #대학서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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