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항저우'입니다. 9월 23일부터 10월 8일까지, 5년 만에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장소입니다. 기다림 자체가 길었던 탓인지 선수들에게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어떤 때보다도 많이 중요한 자리입니다. 그런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현장을 더욱 깊고 진중하게 여러분께 전해드립니다.[편집자말]
 2023 후쿠오카 세계수영선수권에 나섰던 우하람 선수.

2023 후쿠오카 세계수영선수권에 나섰던 우하람 선수. ⓒ 박장식

 
22개의 메달을 한국에 안기고, 여러 한국신기록을 새로이 써내며 '한국 수영 르네상스'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이번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수영 종목. 수영 선수들은 29일 경기를 마지막으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수영이 끝난 항저우 스포츠 파크 수영장에는 새로운 종목이 스포츠 팬들을 찾아온다. '찰나의 예술'으로도 불리는 다이빙 종목이 30일부터 본격적으로 경기를 갖기 때문이다. 우하람·김수지를 필두로 이재경·김영택·김영남·조은비·김나현·문나윤·박하름까지 9명의 태극전사가 한국 다이빙의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물론 지난 7월 일본 후쿠오카에서 열린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목표했던 2024 파리 올림픽 진출권을 단 한 명만이 가져가는 아쉬운 성적을 기록하기는 했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재정비를 노린다. 다이빙 종목에서 '만리장성'을 쌓고 있는 중국과 선의의 경쟁이 기대된다.

'아시안게임의 별', 다시 AG 점령하라 

한국 다이빙은 유독 아시안게임과 좋은 인연이 많았다. 특히 다이빙의 '간판' 우하람(국민체육진흥공단) 선수가 그렇다. 우하람 선수는 고등학교 1학년 때였던 2014년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10m 플랫폼 은메달을 비롯해 4개의 메달을 따내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도 3m 싱크로보드와 10m 플랫폼에서의 은메달을 비롯해 4개의 메달을 더 추가하며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선수들 중 가장 많은 아시안게임 최다 메달 기록을 갖고 있다. 

하지만 우하람 선수는 2021년 열렸던 도쿄 올림픽 이후 허리 부상 탓에 슬럼프에 빠진 상황. 특히 지난 7월 후쿠오카 세계선수권에서는 목표했던 올림픽 출전권을 얻어내지 못하는 아쉬움을 겪기도 했다. 그런 우하람 선수가 앞선 아시안게임의 기억을 계속 이어가, 슬럼프에서 완벽 탈출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형제 선수'의 활약도 눈에 띈다. 지난 도쿄 올림픽에도 출전했던 김영남과 김영택(이상 제주도청) 형제다. 특히 '동생' 김영택은 이번 시즌 성장세가 눈에 띄게 올랐다. 후쿠오카 세계선수권에서 결선 진출을 이루며 세계선수권을 통해 올림픽 티켓을 따낸 유일한 선수가 되었다.

김영남 선수 역시 인천과 자카르타 대회에서 연달아 은메달을 따냈던 선수. 두 형제는 10m 플랫폼에 집중하는데, 다른 경쟁을 이겨내고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만능 선수' 이재경도 돋보인다. 3m 싱크로보드에 집중하는 우하람, 10m 플랫폼에만 출전하는 김영남·김영택 형제와는 달리, 이재경은 3m와 10m에 모두 출전하다. 지난 후쿠오카 세계수영선수권에서 3m 스프링보드 혼성 싱크로에서 김수지 선수와 함께 4위에 오르기도 했는데, 이번 대회에서도 좋은 결과를 기대할 법 하다.

"실수 덜 하느냐 싸움, 아시안게임 때 더 좋은 성적"
 
 이번 아시안게임에도 출전하는 세계수영선수권 '팀 이벤트' 멤버들. 왼쪽부터 조은비, 김수지, 이재경, 김영택 선수.

이번 아시안게임에도 출전하는 세계수영선수권 '팀 이벤트' 멤버들. 왼쪽부터 조은비, 김수지, 이재경, 김영택 선수. ⓒ 박장식

 
여자부에서는 김수지(울산광역시청)가 두 번째 메달, 그 이상을 따낼 수 있을 지 주목된다. 김수지는 지난 2018년 대회에서 1m 스프링보드 동메달을 따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도 도전을 이어가는 김수지는 1m와 3m에 출전하는데, 어떤 성과를 낼 지 주목된다. 

1m에는 김나현도 있다. 김나현은 지난 세계수영선수권 1m 스프링보드에 출전해 14위에 올랐던 선수. 생애 첫 아시안게임 도전에서 김수지와 함께 어떤 성과를 낼지도 볼 만 하다.

10m는 조은비와 문나윤이 지킨다. 두 선수는 단체전과 개인전에 차례로 출전하는데, 경쟁자를 누르고 '깜짝 메달' 소식도 기대할 법 하다. 문나윤 선수는 9년 전 아시안게임에서 한 순위 차이로 메달을 놓쳤기도 하기에, 이번 아시안게임에서의 선전이 더욱 절실할 터다.

선수들의 아시안게임에 대한 각오도 남다르다. 이재경 선수는 세계선수권 대회를 마무리한 후 "아시안게임에 맞춰서 빡세게 준비해야 한다. 아시안게임과 전국체전이 끝나면 아내랑 아이랑 많이 놀러가고 싶다는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다"며 가족에 대한 사랑도 드러냈다.

김수지 선수 역시 세계선수권 대회를 마친 직후 "몸 관리를 잘 해서 아시안게임을 잘 치르고 싶다. 조금씩 더 잘하면서 아시안게임 메달도 꼭 따내고 싶다"며, "다이빙은 누가 더 잘 하느냐보다 실수를 덜 하느냐의 싸움인데, 이번에는 더 좋은 성적 낼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다이빙 첫 경기는 9월 30일 오후 6시 30분(한국시간)이다. 여자 10m 싱크로 종목이 먼저 열리는데, 문나윤과 조은비가 합을 맞춘다. 이어 8시 30분부터 열리는 남자 3m 스프링보드 싱크로에는 이재경과 우하람이 합을 맞춘다.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아시안게임에, 그 절실함이 선수들에게 보답으로 돌아올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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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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