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항저우'입니다. 9월 23일부터 10월 8일까지, 5년 만에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장소입니다. 기다림 자체가 길었던 탓인지 선수들에게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어떤 때보다도 많이 중요한 자리입니다. 그런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현장을 더욱 깊고 진중하게 여러분께 전해드립니다.[편집자말]
 
 9월 29일 항저우 전자공과대학 펜싱경기장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에무라 미사키 선수.

9월 29일 항저우 전자공과대학 펜싱경기장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에무라 미사키 선수. ⓒ 박장식

 
지난달 29일 항저우전자공과대학 체육관 공동취재구역.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를 마친 일본 선수에게 한국어로 "안녕하세요, 인터뷰 잠시 가능하실까요?"라고 말을 건네자 "가능합니다!"라고 답했다. 지난 펜싱세계선수권에서 2연패를 달성, 일본 펜싱 사브르의 '에이스'로 등극한 에무라 미사키(,江村美咲, 세계랭킹 2위) 선수였다.

세계펜싱연맹 프로필에서도 '사용 언어'로 모국어인 일본어와 함께 한국어를 기입해 두었을 정도로 한국인 못잖게 유창한 한국어를 쓰는 선수다. 한국과의 좋은 인연 역시 깊다. 부친인 에무라 코우지는 선수 시절이었던 1988년 열린 서울 올림픽에 출전했다. 에무라 미사키의 첫 아시안게임 역시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이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부상의 여파로 인해 개인전을 기권하고 단체전에만 출전했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에서도 개인전 금메달리스트 윤지수가 나섰던 한국과의 준결승에서 막판 역전으로 승리해 결승에 진출, 은메달을 따낸 에무라 미사키 선수를 만났다.

"9년 만의 아시안게임...  후회 없게 힘을 모았죠"

에무라 미사키 선수는 이번 아시안게임 개회식에서 사격의 시미즈 아키히토와 함께 기수로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개인전 출전이 불발되었다. 왼쪽 다리에 있었던 고질적인 부상 탓이었다. 에무라 미사키는 "1년 전부터 왼쪽 다리가 아팠다가, 괜찮다가 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특히 "밀라노 세계선수권이 끝난 뒤에 다시 아픔이 있어서 개인전을 기권했는데, 단체전도 사실 출전을 고민했다"는 것이 에무라 선수의 말. 이어 에무라는 "그래도 아시안게임이 올림픽 할 때와 다른 의미도 있고, 지금의 멤버로 오래간만에 뛰는 것이다보니 언니들과 힘을 모으고 싶었다."며 단체전 출전의 배경을 이야기했다.

아시안게임 출전 자체도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이후 9년만이라는 에무라 미사키는 "아시안게임에서 결승 진출을 한 것도 이번이 아예 처음인데, 우리가 웃으면서 일본으로 돌아갈 수 있게 처음부터 후회 없이 힘을 모아서 하자는 생각을 했다."며 웃었다.

세계랭킹 1위, 세계선수권 2연패까지 거두었던 에무라 미사키의 '마인드 컨트롤' 비법은 무엇일까. "스코어를 보지 않고 하나씩, 한 개 한 개 집중하자는 마음으로 한다"며 경기에 임한다는 에무라 미사키 선수. 당장 그 날 한일전 때에도 "역전 순간에도 경기가 끝날 때까지 스코어보드를 전혀 보지 않았다"며 말했다.

"다음 한국 대회 오면 결승 가고파"

국가대표 선수가 보통 영어를 능숙하게 하는 경우는 많지만, 제3국의 언어를 배우고 잘 하는 경우는 사실 많지 않다. 에무라 미사키 선수의 유창한 한국어의 비결은 무엇일까. "친구에게 배운 것이 첫 번째이고, 지난 도쿄 올림픽 때 코치로 오신 이욱재 코치님께 한국어를 배운 것이 두 번째"라는 것이 에무라 선수의 설명.

에무라 미사키 선수는 "한국에 올 때마다 부대찌개랑 간장게장을 먹는다. 한국 음식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라며, "지난 번에 서울 그랑프리에 출전할 때에도 부대찌개와 간장게장을 먹었다. 다음 번에 한국에 가게 되어도 꼭 먹을 결심이다"라며 웃었다.

에무라 미사키 본인에게 딱 하나 아쉬운 점은 한국에서 열리는 그랑프리나 월드컵에서 아직 결승에 올라가 본 적이 없다는 것. 에무라 미사키는 "다음에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에 출전하면 결승, 그 이상까지 꼭 올라가서 한국 팬들에게 이름을 알리고 싶다."는 당찬 각오를 건네고 경기장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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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무라 미사키 일본 국가대표팀 항저우 아시안게임 펜싱 사브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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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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