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항저우'입니다. 9월 23일부터 10월 8일까지, 5년 만에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장소입니다. 기다림 자체가 길었던 탓인지 선수들에게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어떤 때보다도 많이 중요한 자리입니다. 그런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현장을 더욱 깊고 진중하게 여러분께 전해드립니다.[편집자말]
 6일 주짓수 여자 52kg이하급에서 동메달을 따낸 박정혜 선수.

6일 주짓수 여자 52kg이하급에서 동메달을 따낸 박정혜 선수. ⓒ 박장식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엔딩'을 장식하는 무술 종목인 주짓수에서 두 개의 메달이 나왔다. 구본철(리라짐)이 남자 77kg 이하급에서 금메달을, 박정혜(대한주짓수회)가 여자 52kg 이하급에서 동메달을 따냈다.

6일 항저우 시 샤오산 린푸 체육관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주짓수 2일차 경기에서 한국이 금메달 1개와 동메달 하나를 추가했다. 구본철은 바레인의 압둘라 문파레디를 상대로 어드밴티지 점수 4대 1로 승리하며 대한민국의 이번 아시안게임 첫 주짓수 금메달리스트가 되었다.

같은 날 열린 경기에서 박정혜는 같은 한국 선수이자 대표팀 동료인 임언주(대한주짓수회)와 맞붙었다. 승자에게만 메달이 돌아가는 경쟁을 동료와 해야 하는 가혹한 싸움이었다. 박정혜는 "서로 들어가기 전에 '최선을 다하자'고 이야기하고 경기했다"고 말했다.

'성인 때 입문' 구본철, 생애 첫 금메달 땄다

이날 52kg 이하급에서는 박정혜와 임언주의 동메달 결정전이 먼저 펼쳐졌다. 같이 훈련을 이어오던 두 선수였기에 가혹한 결승전이었을 터. 하지만 두 선수는 최선을 다해 경기를 펼쳤다. 훈련한 시간이 길었기에 너무나도 서로를 잘 알았다. 그래서인지 경기 시간 내내 팽팽한 균형이 이어졌다.

경기 종료 2분 남짓을 남기고 패널티를 주고받았던 박정혜와 임언주. 결국 승부는 경기가 끝나기 직전에서야 갈렸다. 박정혜가 두 점을 얻는 데 성공하며 동메달의 주인이 갈렸다. 경기가 끝난 후, 박정혜가 자신에게 다가온 임언주를 끌어안으며 누구보다도 숨막혔던 결전을 끝낸 서로를 격려했다.

스무 살에 주짓수에 입문했던 구본철은 '인간 승리'의 드라마를 썼다. 구본철은 압둘라 문파레디와 결승전에서 만났다. 오랫동안 국제대회에 출전했던 압둘라 문파레디는 올해 방콕 아시아선수권에서 구본철을 상대로 승리를 따낸 적도 있었던 선수였기에 더욱 긴장감도 컸다.

구본철이 무섭게 달려들었다. 경기 시작부터 기세 좋게 달려든 구본철은 경기 초반부터 어드밴티지를 얻어내며 압둘라 문파레디를 압도했다. 도복이 완전히 벗겨질 정도로 강한 싸움, 하지만 그런 탓에 뜻밖의 사건도 있었다. 구본철이 압둘라 문파레디와의 격전 도중에 코피를 흘린 것. 

하지만 구본철은 잠깐의 지혈을 거친 후 다시 경기에 나섰다. 피를 보았음에도 달려드는 구본철의 힘은 강력했지만, 문파레디 역시 저항이 거셌다. 경기 종료까지 스코어보드가 올라가지는 않았지만, 구본철은 4대 1의 어드밴티지로 생애 첫 국제대회 금메달을 아시안게임에서 따냈다.

"서로 잘 아는 상대와 경기 어려웠다"
 
 주짓수 남자 77kg 이하급에서 금메달을 따낸 구본철 선수가 기자회견에 임하고 있다.

주짓수 남자 77kg 이하급에서 금메달을 따낸 구본철 선수가 기자회견에 임하고 있다. ⓒ 박장식

 
이날 동메달을 따낸 박정혜 선수는 "임언주 선수와 함께 동메달 결정전에서 경기했던 것이 어려웠다. 같이 훈련하면서 서로를 잘 알고 있었기에 더욱 어렵고, 가장 피하고 싶었던 상대였다. 서로 들어가기 전에 '최선을 다하자'라고 이야기하고 경기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도 "임언주 선수와 훈련할 때 주로 하지 않았던 것을 위주로 주로 경기했는데, 그 결과로 동메달이라는 결과를 얻었다. 내일(7일) 있을 다른 체급에서도 좋은 결과가 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경기 도중 코피를 흘리면서 아찔한 상황을 연출했던 구본철 선수는 "가장 큰 걱정은 실격을 당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세계선수권 때 다른 선수가 메디컬 타임이 길어져 실격을 당한 적이 있다. 코피가 문제가 아니라 경기에서 패해는 것이 아닐까에 대한 걱정이 컸다"고 담담하게 당시를 돌아봤다.

이어 구본철 선수는 금메달 획득에 대해 "한 판 한 판 쉽지 않았지만 하느님의 은혜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근심과 걱정 많을 때 응원해주신 분들 덕분에 (금메달까지) 잘 해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는 소감을 밝혔다.

벌써 금메달 1개와 동메달 2개를 수확한 한국 주짓수는 7일에도 열전을 펼친다. 7일 오후 4시(한국 시간)부터는 여자 63kg이하급에 성기라의 결승전이, 최의주의 동메달 결정전이 열린다. 이어 남자 85kg이하급에서는 결승에 진출한 김희승 선수가 '금빛 비틀기'에 나설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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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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