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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매일 이용하는 교통, 그리고 대중교통에 대한 소식을 전합니다. 가려운 부분은 시원하게 긁어주고, 속터지는 부분은 가차없이 분노하는 칼럼도 써내려갑니다. 교통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전하는 곳, 여기는 <박장식의 환승센터>입니다. 

그리고 '여기는 항저우'입니다. 9월 23일부터 10월 8일까지,5년 만에 아시안게임이 열리고 있습니다. 16일 동안 이곳의 교통은 어떻게 움직였을까요, 한국과 멀면서도 가까운, 항저우 시의 '아시안게임 교통'을 둘러보았습니다. [기자말]
  
항저우 지하철 6호선의 '아시안게임 선수촌 역' 출구 모습. 뒤로 보이는 곳이 항저우 아시안게임 선수촌이다.
 항저우 지하철 6호선의 '아시안게임 선수촌 역' 출구 모습. 뒤로 보이는 곳이 항저우 아시안게임 선수촌이다.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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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도 이제 며칠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코로나19를 이유로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때도 잠가 두었던 교류라는 문을 이제는 활짝 연, 중국의 새로운 모습을 만나볼 수 있었던 대회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그런 교류를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장소는 교통수단입니다. 항저우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경기장을 오갈 때 그리고 다시 항저우에서 나갈 때까지,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모든 순간을 함께하는 것이 바로 교통수단입니다. 특히 이번 아시안게임 항저우는 '친환경 도시'를 기치로 그에 맞는 교통망을 꾸미기도 했죠.

한국의 여느 지하철보다 나이는 젊지만 '19호선'까지 수많은 노선으로 무장한 지하철도 있고, 경기장에서 미디어 센터, 미디어 빌리지를 잇는 셔틀버스도 자주 오갑니다.

항저우에서 만나본 이곳의 교통을 하나하나 들여다보았습니다. 

택시도, '오토바이'도 모두 전기... '친환경 도시' 맞구나

항저우 시는 아시안게임 이전부터 중국의 다른 대도시보다 공해가 적은 곳으로 이름이 알려졌다고 합니다. 특히 항저우의 별명은 '물의 도시'. 첸탕 강의 삼각주에 있어서, 수나라 때 지었다는 '대운하'의 종점이어서, 물이 깨끗해서라는 이야기가 모두 들어맞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실제로 중국을 대표하는 양대 생수·음료 메이커인 '농부산천'과 '와하하'의 본사가 모두 항저우에 있습니다. 우리에겐 마라탕집에서 함께 먹는 '빙홍차'로 유명한 '와하하'는 이번 아시안게임 공식 파트너가 되기도 했죠. 어쨌든, '중국의 우물' 역할을 하는 항저우 시이니만큼 '깨끗한 물' 관리가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그런 노력은 교통에서도 나타납니다. 항저우 시는 중국 전체에서도 전기차 보급률을 가장 공격적으로 올리는 지역입니다. 한때는 차량 가격의 40퍼센트가량을 보조금으로 지급하는 한편, 3년간 전기차 충전 비용을 무료로 한다는 공격적인 정책도 펼쳤습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항저우 시 시내 한 도로에 '아시안게임 전용차로' 표시가 붙어 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항저우 시 시내 한 도로에 '아시안게임 전용차로' 표시가 붙어 있다.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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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 영향은 택시, 그중에서도 공유 차량 플랫폼인 '디디추싱'(滴滴出行)에서 차량을 호출할 때 눈에 띕니다. 디디추싱을 통해 호출하는 차량은 십중팔구가 전기자동차입니다. BYD, 지리 등 브랜드는 다양하지만, 일반 택시보다 조용하고 정숙하게, 다만 왜인지 경적은 한국보다 더 크게, 자주 들으며 목적지로 갈 수 있습니다.

항저우 시는 또 다른 대책도 내놓았습니다. 관내에 운행하는 오토바이를 모두 전기 오토바이로 운행하게 한 것이죠. 그래서인지 항저우에서는 다른 중국 도시에서 '오토바이 군단'이 뿜는 매연과 엔진 소음 대신 오토바이가 '오토바이 길에서 나가라'며 울리는 경적을 더욱 자주 듣게 됩니다.

시내버스 역시 거의 대부분이 전기버스로 오가고 있습니다. 특히 BYD의 경우 항저우 외곽에 전기버스 생산 공장이 있을 정도로, 중국 내 전기버스 생산의 '일번지' 역할을 하는 곳이 항저우입니다.

"이 버스, 한국에서도 다니는 버스인데?"

이번 대회 미디어를 위한 주요 교통수단은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기자단 호텔과 미디어 빌리지, 메인미디어센터(MMC)를 연결하는 셔틀버스, 그리고 각 베뉴와 MMC, 미디어 교통 센터를 잇는 미디어 셔틀, 마지막으로 항저우 시내 곳곳을 거미줄처럼 연결하는 지하철이 있습니다.

취재진은 어지간한 경기장은 셔틀버스로 이동합니다. 물론 MMC에서 걸어서 20분이면 가는 수영장과 체육관, 주경기장은 도보로 이동하지만, 경기장 안에 들어올 때나 지하철을 탈 때 불편한 보안검사를 거쳐야 하고, 셔틀버스를 탈 때보다 도보 거리가 더 길기 때문에 주로 셔틀버스를 이용합니다.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공식 파트너는 본사가 항저우에 위치한 '지리자동차'(吉利). 국내에서는 스웨덴 자동차 회사 '볼보'의 최대 주주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죠. 그래서인지 킹롱(金龍)자동차나 중통(中通)의 버스가 셔틀버스로 쓰이긴 하지만 자주 다니고 많이 오가는 셔틀버스는 지리자동차의 전기버스입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주요 장소를 잇는 셔틀버스. 특히 전기버스의 경우 한국에도 있는 중국 메이커의 전기버스와 대동소이하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주요 장소를 잇는 셔틀버스. 특히 전기버스의 경우 한국에도 있는 중국 메이커의 전기버스와 대동소이하다.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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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가장 자주 다니고 많이 오가는 셔틀은 미디어빌리지와 MMC를 잇는 노선. 24시간 운행할 정도로 가장 붐비는 이 버스는 십중팔구 지리자동차가 생산한 새로운 전기버스입니다. 차량마다 LCD 모니터가 설치되어 있고, USB 충전 포트를 갖추고 있는 것이 특징인 이 버스는 매일 전 세계 기자들의 발이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회사의 버스도 눈에 띄는데, 한국인들에게 익숙한 버스도 있습니다. 바로 하이거(海格) 사의 버스입니다. 미디어 빌리지와 택시 승하차 지점, 관광 명소를 오가는 셔틀버스로 운행하는데, 이 회사는 국내에서도 서울특별시에서 운행하는 첫 전기버스 공급사로 현대자동차 등과 함께 선정된 이력이 있습니다.

하이거나 중통의 버스는 한국에서도 서울을 비롯해 김포, 고양, 창원 등 여러 곳에서 다니고 있습니다. 당연하게도 외부도 한국에서 보던 것과 비슷하고, 내부를 살펴도 한국 버스와 비슷합니다. 이 버스는 늦은 밤 경기장 바깥에서 돌아올 때도, 가끔 휴식을 위해 항저우의 '명소' 서호를 구경갈 때도 유용합니다.

물론 '친환경' 아시안게임이라는 면에 맞지 않는 티도 있습니다. 바로 경기장과 MMC를 잇는 미디어 셔틀입니다. 항저우 시 곳곳에 흩어진 경기장을 연결하는 미디어 셔틀은 아쉽게도 디젤 차량이 대다수입니다. 중국 역시 좌석형 전기버스를 생산한다지만, 아시안게임에 공급할 만큼 충분하지는 않답니다.

문제점은 또 있습니다. 항저우 시는 서울의 27배 크기가 될 정도로 큰데, 미디어 셔틀을 탈 수 있는 장소는 단 한 곳, 항저우 신도심에 위치한 MMC 인근의 미디어 교통 센터입니다. 경기장이 있는 구역끼리 모아 여러 곳의 센터를 만들었으면 어땠나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교통 중심지가 단 한 곳이니 불편도 큽니다. 같은 푸양 구 안에 있는 '푸양 인후 양궁경기장'에서 셔틀을 타고 조정 경기가 열렸던 '푸양 워터 스포츠 센터'로 가려면 도심에서 한 시간 거리의 MMC까지 갔다가 다시 한 시간 동안 셔틀을 타야 합니다. 시간 소모에서도, 탄소 배출 측면에서도 아쉬운 운영입니다.

급행 노선까지... 잘 짜인 항저우 지하철
 
항저우 지하철 5호선 내부의 모습. 아시안게임에 맞춰 내부 랩핑을 해둔 것이 눈에 띈다.
 항저우 지하철 5호선 내부의 모습. 아시안게임에 맞춰 내부 랩핑을 해둔 것이 눈에 띈다.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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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중 셔틀버스도, 선수 셔틀버스도, 취재진을 위한 셔틀버스도 분리되어 있는 아시안게임이지만 이들이 모두 한 자리에 만나서 이동할 방법도 있습니다. 바로 지하철을 타는 것이죠. 2012년 1호선이 개통한 이후, 1호선에서 10호선, 16·19호선이 있는 항저우 지하철은 항저우 시민의 중요한 발입니다.

특히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대비한 새로운 노선도 생겼는데, 6호선과 19호선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6호선의 경우 아시아드 선수촌과 미디어 빌리지, 주경기장, 메인 미디어센터와 항저우동역을 한 번에 잇고, 19호선은 항저우의 동서, 샤오산 국제공항을 급행으로 잇습니다.

6호선은 선수촌에서 걸어서 5분이면 갈 수 있는 아시안게임 빌리지 역을 통하면 환승 한두 번이면 항저우 시내 어디든 갈 수 있는 '황금노선'입니다. 특히 6호선이 MMC를 들렀다 가는 셔틀버스보다 더욱 빠르고 편리하다는 점이 강점인데, 아시안게임 관계자에게는 지하철 역시 무료로 제공되어 편하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19호선의 경우 급행 노선이라는 점이 좋습니다. 정차역이 다른 지하철 노선보다 적어 넓은 항저우시의 동서를 빠르게 잇습니다. 일례로 항저우동역에서 샤오산 국제공항까지 기존의 1호선을 타면 약 50분가량이 걸리지만, 19호선을 타면 21분 만에 샤오산 국제공항까지 갑니다. 

6호선과 19호선을 포함한 지하철 자체도 편리합니다. 모든 역에 스크린도어가 달려 있는 데다, 환승 동선 역시 대부분의 역이 계단 한 번, 에스컬레이터 두 번 정도면 환승이 가능할 정도로 편리합니다. 환승이나 출입구 안내 역시 간결하고 깔끔하게 잘 되어 있어 홍콩이나 싱가포르의 MTR을 닮은 듯합니다.

하지만 넓디넓은 항저우 시가 아니랄까 봐, 주경기장이 있는 '엑스포 센터 역'에서 태권도나 레슬링 경기가 열리는 '린안 스포츠 센터'까지는 무려 네 개의 노선을 차례차례 환승해 2시간이 걸립니다. 어딘가를 가려면 기본적으로 한 시간 걸리는 서울이라는 땅이 얼마나 적당한 넓이인지 깨닫게 됩니다.
 
항저우 지하철 5호선 열차가 역에서 출발하고 있다.
 항저우 지하철 5호선 열차가 역에서 출발하고 있다.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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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하나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다른 중국 지하철이 모두 갖고 있는 문제이긴 하지만, 모든 역에서 어김없이 소지품을 검사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액체의 경우 검사 기계에 별도로 넣거나 한 모금을 마셔야 합니다. 삼엄한 경비 탓에 '전철을 타는지 비행기를 타는지' 모를 정도의 복잡한 절차는 늘 아쉽기만 합니다.

'손님맞이'에 맞췄던 교통망

사실, 이번 아시안게임을 준비한 교통 대책은 '중국이라면 가능하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평창 동계 올림픽 때처럼 고속도로나 주요 도로에 '아시안게임 전용 차로'를 만들고 가변으로 운영한 것은 좋았지만, 아시안게임 개막식 때 4시간 동안이나 주변 교통을 죄다 막아버리고, 지하철조차 가지 못하게 한 것에 뜨악했습니다.

그럼에도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교통은 '손님맞이'에 더욱 잘 준비되었다는 감상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이런 감상이 아시안게임 이후에 항저우, 나아가 중국을 찾는 다른 손님들에게도 이어질 수 있길 바랍니다.

태그:#항저우 아시안게임, #항저우 , #대중교통, #중국 교통, #항저우 지하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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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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