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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짜장라면과 일반라면) 끓이기, 밥하기를 제법 잘하고 있다. 하물며 팬 케이크도 만들어 가족들에게 맛을 보였다. 반찬이야 때로는 사다 먹을 수도 있으니 이제 스스로 식사하는 것에는 통과가 되었다. 한편으로 식사 후에 설거지하는 과정에 수돗물을 관리할 필요가 있었다. 설거지를 할 때마다 계속 온수를 틀어놓고 그릇을 씻다보니 물을 계속 흘려보내고 있었다. 컵 하나를 씻더라도.

고모 : "덕아~ 설거지할 때 수돗물을 끄고 세재로 모든 그릇을 잘 닦은 다음 헹굴 때만 수돗물을 트는 것이 어떠니?"

내가 말을 해도 그냥 틀어놓고 한다. 지금 즐거워서 설거지하는 것이 아니라 나중에 결혼생활에 도움이 된다니까 하고 있으니 그럴 수 있다. 그 옆에 있던 나는 그 자리에 계속 있다가는 잔소리가 될 것 같아서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또한 주방세제를 많이 사용하다 보니 설거지가 끝난 후 싱크대 주위에 거품들이 "나 여기 있어요" 하듯 수북하다.

이제는 내가 본을 보여주거나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사용할 때라고 여겼다. 그동안 덕이의 지도나 교육을 할 때 거의 100%  효과를 본 것 바로 동영상 촬영하는 것이다. 

그 다음주 토요일 저녁에 설거지를 하는 덕이를 동영상으로 촬영 후 "덕아~ 너의 모습이야"라고 식탁 위에 놓았다. 설거지 끝낸 덕이는 자기 방으로 그것을 가지고 들어가서 살펴보는 눈치였다.

효과 100점이었다. 이 방법은 굳이 덕에게 잔소리로 "물을 아끼자"라거나 요즘 돈 맛을 느끼고 있는 덕이에게 "그렇게 온수를 계속 흘려보내면 그만큼 너의 돈이 빠져나간다"는 등의 잔소리를 할 필요가 없었다.

동영상 효과는 아직까지 만족스럽다. 이렇게 주말에만 실습하면서 약 3개월이 되었고, 이제는 덕이가 스스로 준비해서 식사할 정도가 되었다. 특히 김치찌개를 할 때에는 참치나 햄을 넣어보기도 하였으나 아무래도 돼지고기 들어간 김치찌개가 제일 맛이 좋다며 잘 따라왔다. 단, 내가 할 수 있는 정도로만 지도하였다.

"내가 여러분을 위하여 본을 세운 것은 내가 여러분에게 행한 대로 여러분도 그렇게 행하게 하려는 것입니다." (요한 13:15)

나는 김치찌개는 할 줄 알아도 다른 찌개나 국 종류를 잘 못 끓인다. 그것은 할머니께서 지도해 주셔야 하는데 할머니는 스스로 손주를 위해 밥상을 차려주는 보람이 큰 것을 나와 덕이는 알고 있다. 할머니를 그대로 존중해 드리기로 했고 덕이가 나중에 기회가 되면 배워보기로 했다.  

이제는 건강에 관한 두 번째 '운동'에 대하여 실행해 볼 차례다. 가끔 나는 내 안에 갇혀 있는 경우가 있다. 덕이 운동에 대해서도 나 혼자서 며칠 동안 무엇이 좋을까 하고 고민했다. 그러나 정작 운동할 사람은 덕이임에도 불구하고 어이없는 경우인 것이다.

주체가 누구인지를 늘 살펴서 그 대상에게 우선권이 있음을 덕이 외에 다른 사람들에게는 나름 적용하는 것 같은데 덕에게는 아직도 내가 어느 정도 완벽하게 계획해 둔 상태에서 덕이가 그것을 따라와야 한다고 여기고 있었다. 쯧쯧.

덕에게 주말이나 퇴근 후에 어떤 운동을 하고 싶은지 물어보면 되는 것을

고모 : "덕아~ 아침·저녁으로 출·퇴근할 때 약 40분씩 걷고 있으니까 여기에 너의 건강을 위해서 주말에 할 가벼운 운동 한 가지 더 할까?"
덕 : "자전거 살 거야"(기다렸다는 듯이 쉽게 대답한다)
고모 : "자전거? 자전거는 작은아빠가 주신 것 있잖아."
덕 : "그것 말고 내 맘에 드는 것으로 탈 거야."

운동을 좋아하는 작은아빠가 쓰던 것인 만큼 내 생각에 꽤 괜찮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것을 타지 않고 새로 산다고 한다. 물어볼 일이었다.

고모 : "혹시 마음에 드는 자전거라도~."

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대답을 한다.

덕 : "응 있어, 나는 그 자전거를 살 거야."
고모 : "언제쯤?"
덕 : "기다려봐~ ."

무척이나 기대감에 기뻐하는 덕이 표정이 저렇게 좋아 보이니 어쩌겠는가 기다려 볼 수밖에.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리던 어느날 집으로 조립하는 자전거 한 대가 배달되었다. 나와 이야기를 나눈 직후에 덕이는 인터넷으로 이미 알아보았던 자전거를 주문한 것이다.

나는 그것을 보고 속으로 '어쩌지 저것을 덕이가 조립할 수 있을까?' 살짝 걱정이 되었다. 만약에 덕이가 조립을 못하게 되면 그것을 가지고 전전긍긍할 텐데 어쩌나. 조립을 좋아하거나 어쩌면 일반 사람들에게는 크게 신경 쓰일 일이 아닐 수 있어도 덕에게는 지금 자전거 조립이 과제가 되었다.

며칠 동안 자전거 부품을 펼쳐놓은 채 그대로 왔다갔다 하면서 슬쩍슬쩍 보고만 지나다녔다. 내 생각에 덕이 또한 인터넷 상의 완제품을 보았을 때는 맘에 들어 주문을 했고 또한 쉽게 조립할 수 있을 줄로 알았으나 막상 조립해보려니 아직은 자신이 없는 모양이었다.

그렇다고 덕이가 넉살좋게 누구에게 쉽게 물어보지도 않고 혼자 생각만 하는 것 같다. 그런 덕이를 나는 또 기다고 있다. 지금까지 나의 경험으로 볼 때 상대가 도와달라고 하기 전에 행하게 되면 고마움 보다는 괜한 부정적인 감정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본인이 도움을 요청했을 때 행동하곤 한다. 그래야 간섭으로 여기지 않고 뒤 끝이 좋았다. 그러므로 나는 기다린다.

덕이가 원하는 대로 조립이 잘 완성되길 바라며 그 완성된 자전거로 즐겁게 원하는 곳을 다니길 바란다. '잘 돼야 할텐데'.


태그:#물, #운동, #자전거, #조립,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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