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남자가 아버지와 어머니를 떠나 아내에게 고착할 것이며…."(창세기 2:24)

이제 덕이를 위해, 그리고 나를 위해 서서히 덕이의 자립을 도와야 함을 느끼고 있다. 우선 덕의 자립을 위해, 엄밀히 말하면 나와 덕이의 분리를 위해 신체적·정서적·경제적 그리고 인간 관계의 유연성 등을 구분해보기로 했다. 이 작업은 어쩌면 제2의 어른되는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꼼꼼하게 살펴야 할 것들이다.

몇 년 전에 읽은 <가정의 행복 그 비결>(1996)이란 책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자녀가 살아가면서 문제를 겪을 때마다 부모가 늘 따라다니면서 보호해 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언젠가 자녀는 부모를 떠나 '자기 자신의 짐을' 즉 책임을 지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자녀가 자립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부모는 자녀가 비이기적이고 남을 생각할 줄도 알며 책임감 있는 성인으로 성장하도록 가르치려는 목표를 꾸준히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그렇게 하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아마도 그렇겠지 생각했다. 지금까지도 그래왔듯이 다른 사람이 아닌 덕에게 맞게 스스로 자기 인생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나는 어려서나 성인이 돼서나 결혼하지 않겠다고는 가족에게 말했지만, 덕이는 나와 달랐다. 이미 중·고등학교 때 장가 갈거라고 말하곤 했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덕이가 "엄마" "아빠"를 얼마나 불러보고 싶어하는지를 알 수 있었다.

덕이는 초등생일 때에도 가족모임에서 작은 아빠에게 '작은'이라는 단어를 빼고 '아빠'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누가 그렇게 부르라고 지도한 적이 없었다. 그리고 친구나 주위에 누군가가 엄마·아빠와 함께 있는 걸 보면 그 장면을 오랫동안 지켜보곤 했다. 그런 덕이가 원하는 생활을 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만큼, 나는 덕이가 그걸 이뤄낼 수 있도록 하나씩 덕이와 함께 작업할 계획이다.

자립을 위해 하나하나 따져보다

자립을 돕기 위해 덕이의 관심사인 '결혼'에 초점을 두고 ①건강(신체적) ②정서(특히 부정적인 감정이 지배하려 할때 침착함과 오래참음으로 평화를 유지하며 본인의 감정을 관리하는 지혜) ③관계(인간관계의 유연성) ④경제(수입과 지출의 관리), ⑤집안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⑥가정을 손상시키는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 ⑦여가 ⑧전자기기의 사용 ⑨결혼생활 준비 ⑩영적활동 순으로 준비를 시작했다.

그 첫 번째로 건강할 수 있도록 음식(스스로 식재료를 준비하고 요리 그리고 섭취 후에 뒷 마무리까지), 운동(덕이가 좋아하는 운동으로 무엇을 어떻게 언제할 것인가), 규칙적인 생활(일어나고 잠드는 시간부터)을 하나씩 구체적으로 살펴보기로 하면서 덕이의 관심사인 결혼과 관련지어 설명해봤다. 덕이는 씨익 미소를 보이며 좋다는 반응이다.

고모 : "덕아~ 일단 덕이가 요즘 매일 식사때 주로 먹는 아침, 점심, 저녁 때 음식이 뭐지?"
: "아침엔 떡, 점심은 회사에서 주니까 매일 달라~. 그리고 저녁에는 돼지고기 넣은 김치찌개."
고모 : "너가 자립해서 혼자 살고 있다고 생각해본다면 아침은 지금처럼 떡으로 할 거니 아니면 다른 것으로 하고 싶은 것이라도 있니?"

나는 순간 깜빡했던 덕이의 분리불안을 고려해 덕이가 안심하도록 "물론 고모는 덕이가 나보고 이제 따로 살아도 된다고 할 때까지는 내가 네 곁을 먼저 떠나지는 않을 거야"라고 말해줬다. 그렇게 말하니까 덕이는 약간 겁 먹었던 같은 표정을 풀면서.

: "떡으로 할 거야"
고모 : "지금 떡은 무슨 떡이지?"
: "(당연히 아는 것을 왜 묻느냐는 식으로)쑥떡."
고모 : "그렇지~ 그 쑥떡은 언제 무엇으로 만드는지 생각해 본 적 있을까?"
: "아니~."
고모 : "일단 쑥떡이니까 무엇이 들어갈 것 같아?"
: "쑥과 떡!(흐뭇해 한다)"
고모 : "(오호, 알고 있다 이거지) 밥 해먹는 멥쌀을 빻아서 쑥과 함께 섞은 후 하나씩 만들어 냉동실에 넣었다가 그날 먹을 만큼씩 꺼내 찐 거야."
: "응, 알겠어."
고모 : "쑥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중 언제 나오게?"

이렇게 질문하면서 떠오른 일이 있다. 덕이 초등학교 때 "봄, 봄, 봄, 봄에 피는 개나리~ 덕아, 개나리는 언제 핀다고?"라는 나의 질문에 자신있게 "여름"이라고 대답한 게 떠올랐다. 그러나 다행히 쑥은 봄에 나온다고 대답했다. 아마도 토요일과 일요일에 성서 봉사를 몇 년째 변함없이 하다보니까 직접 시골길도 걸어보고 하면서 영적 형제·자매들과 이런저런 식물들에 대해 이야기도 하고 직접 보고 만져보면서, 때로는 띁어보고 그 향을 맡아보는 게 도움이 된 것 같다.

고모 : "그러면 그 쑥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 "장날 사면 돼."
고모 : "그렇지 쑥이 나오는 봄철 오일장에는 쑥이 많이 나오니까 그때 5kg 정도 사서 멥쌀은 쑥의 두배인 10kg과 함께 방앗간에 가져다부면 알아서 해주니까 맡기면 돼."
: "kg을 어떻게 알아?"
고모 : "응, 장에서 덕이가 5kg을 달라고 하면 쑥을 파시는 분들이 직접 저울에 달아서 줘~. 그리고 멥쌀은 한 자루에 20kg이니까 그것에 반을 하면 될 거야."
: "복잡해~.(어려워 한다)"
고모 : "고모도 지금 덕이처럼 음식에 대하여 배울 때 어렵게 여겨졌었어. 그런데 생각해 보니까 한번 제대로 알아두면 평생할 수 있는 것이라서 한 가지라도 정확히 배워두는 것이 필요하더라고. 고모가 이런 말 하니까 어떠니?"
: "(복잡 미묘한 표정으로) 알겠어."

그래도 뭔가 해보려고 하는 눈빛이 갸륵하다. 물론 갈 길은 멀어 보이지만 20년이야 걸리겠는가.

"집에 앉아 있을 때나 길을 걸을 때나 누울 때나 일어날 때나 그것을 자녀들에게 부지런히 가르치고 말해 주어야 합니다."(신명기 6:7)


태그:#자녀, #교육, #결혼, #엄마, #아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