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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삼성 제품을 쓰지 않습니다. 거창하게 '불매운동'이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의식적으로 사용을 피합니다. 전자제품도 그렇고 신용카드도 안 씁니다. 에버랜드도 대학시절 여자친구 손에 억지로 끌려 간 이후로는 가지 않았습니다. 취재때문이라면 모를까,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도 '꿈과 희망의 나라'가 되기 전까지 발을 들여놓지 않을 생각입니다.

그렇다고 완벽하게 삼성을 배척할 수는 없었습니다. 사용 중인 휴대폰에도 삼성반도체가 들어가 있고, 얼마전 독립해 들어간 자취방에는 (한 20년은 돼 보이는)삼성에어컨이 설치돼 있었습니다. 요즘같은 날씨에는 시도때도 없이 에어컨을 켭니다. 사무실 프린트도 삼성입니다. 그러니 '불매'라는 타이틀을 붙이지는 못합니다. 그리고 '삼성, 올해 2분기 영업이익 9조5300억'이라는 뉴스를 볼 때면 '내가 안쓰는 게 무슨 소용인가'라는 생각도 합니다.

혹시, 삼성을 미워하시나요? 고백하건대 저는 삼성이 밉습니다. 정확한 표현으로 '적개심'이라고 하는 게 좋겠네요. 과격해 보일지도 모릅니다.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일어난 직업병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접하면서부터였을 겁니다. 그 발암물질이 넘처나는 위험한 현장에서 일할 수밖에 없는 노동자들, 그리고 막을 수 없는 죽음. 단순히 노동자 한 사람의 죽음이 아니라 그의 가족들이 겪어야 할 고통까지 생각하면 이를 인정하지 않는 삼성을 미워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위험을 감수하며 일해야 한다면 그야말로 현대판 '강제노동' '노예노동'이 아니겠습니까?

각 팀을 응원하시는 분들께는 죄송합니다. 심지어 야구를 봐도 괜히 삼성 라이온즈는 싫었고, 축구를 봐도 삼성 블루윙스가 지기를 바랐습니다. (선수들에게는 감정이 없습니다.) 외국에 나가 삼성 간판을 보고 자부심을 느꼈다는 사람들을 혐오하기도 했습니다.

이 정도면 '반삼성 기자'라고 해야 할까요? 하지만 감정만으론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것, 잘 압니다. 예, 욕설은 삼성을 조금도 아프게 할 수도 없고, 어떤 것도 바꿀 수 없습니다. 삼성 관련 기사를 꾸준히 쓰면서 가장 확실히 배운 것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나름의 기준을 세웠습니다. '취재와 기사작성에서 감정을 배제하고 정확하게 쓰자. 삼성이 아픈, 삼성을 바꿀 수 있는 기사를 쓰자.'

지난달 <오마이뉴스>가 보도한 '삼성전자A/S의 눈물'이 그랬습니다. 그에 앞서 보도한 '헌법 위의 이마트' 연속보도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두 번의 연속보도로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게 됐지만, 상을 받았다는 사실보다 그 기준에 맞게 취재와 보도를 했다는 것을 자부심으로 삼았습니다. 하지만 '과연 그렇다고 삼성이 바뀔까?'라는 비아냥도 있습니다. 맞습니다. 그 기사로 삼성을 조금 아프게 했을지 몰라도 삼성을 바꾸지는 못합니다.

이마트와 삼성전자서비스의 위장도급 문제가 공론화 된 후 가장 큰 변화는 노동자들에게서 일어났습니다.

우선 이마트의 경우 1만5000여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정규직화 됐습니다. <오마이뉴스> 보도 후 고용노동부가 실시한 특별근로감독에서 불법파견이 확인됨에 따라 이뤄진 조치입니다. 삼성과 '한 가족' 회사인 신세계 이마트 역시 '무노조 경영'을 고집해 왔지만 노조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고, 그 후로 조합원이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현재는 노사 간 단체교섭이 진행 중입니다.

삼성전자서비스 역시 현재 고용노동부의 수시근로감독을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큰 성과는 지난 7월 14일에 '삼성전자서비스 노조'가 건설됐다는 것입니다. 창립총회에는 400여 명의 노동자들이 참석했고 분위기는 뜨거웠습니다. 대부분이 처음 노조에 가입한 사람들입니다. 참가자들은 악보도 없이 '철의 노동자'를 어설프게 따라 불렀고, 팔뚝질도 어색했습니다.(제가 훨씬 더 잘합니다) 그래도 "위장도급 박살내자"라는 구호만큼은 쩌렁쩌렁 했습니다.

현재까지 1000명 이상이 노조에 가입했습니다. 이들은 비록 지금은 삼성전자서비스의 협력업체의 노동자지만 '근로자지위확인소송'에서 삼성이 직접 사용자로 판명될 경우 삼성의 정식 직원이 됩니다. 이 소송에는 1차로 486명이 참여했고, 2차 소송도 준비 중입니다. 여러 언론에서도 '삼성의 무노조경영에 균열이 가고 있다'고 보도합니다. 이들은 '삼성과 싸워서 이길 수 없다'는 냉소에 정면으로 맞섰고, 승리를 자신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네이버 어플리케이션 '밴드'에 '전국삼성서비스'라는 방을 만들었습니다. 저도 초대를 받았습니다. 매일 한 번씩 이곳에 들어가 봅니다. 참여자가 너무 많아서 채팅도 제한 된 상태입니다. 게시판에는 전국에 흩어져 있는 이야기가 쉴틈 없이 올라옵니다. 지금도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부당한 사례부터, 삼성전자와 관련된 각종 정보가 모여듭니다. 서로를 격려하는 말들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삼성을 바꾸는 힘은 여기에 모이고 있습니다.

그러면 <오마이뉴스> 보도의 역할은 무엇이었을까요? 진실을 밝힌 것이라 생각합니다. '삼성전자서비스가 위법한 방법으로 노동자들을 사용하고 있다'는 진실. '글로벌 기업을 자처하는 삼성전자가 자신들의 얼굴인 서비스 기사들에게 비인간적인 처우를 하고 있다'는 진실. 그것이 삼성을 바꿀수 있는 힘이 모이는 출발점이 됐습니다. 어떠신가요, 10만인클럽 회원님. <오마이뉴스>를 후원한 보람이 있으십니까? 

한번쯤은 집에서, 직장에서 삼성의 서비스 기사들을 만날 일이 있으실텐데요. 그 때 물 한잔 건네시며 '당신들의 노동의 진실을 밝히는 일에 동참했다'는 자부심을 표현해 보시는 건 어떨지요. 그렇게 세상과 오마이뉴스와 10만인클럽이 연결되어 있음에 저는 가슴이 후끈해 집니다.

앞서 소개한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의 '밴드'에 올라온 글 몇 개를 소개하면서 마치려고 합니다. 혹시 여러분도 이들을 응원하고 싶으시다면 언제든지 10만인클럽에 노크해 주세요. '반삼성 기자'는 또다시 삼성을 아프게 하는 기사로 찾아 뵙겠습니다.

"일요일에 갈 데가 많네요. 가까운 경기도 어린이박물관 먼저 가봤습니다. 아빠가 일요일에 쉬니까 너무 좋다내요. 맨날 일요일마다 쉴거냐 물어보네요. 다른 아이들은 이게 일상인데 우리 아이들은 왜 이런 행복을 못 누렸을까요? '아빠가 맨날맨날 놀아줄게, 평일에도 일찍 올게'라고 했습니다." (*경기도에 위치한 서비스센터의 조합원. 현재 많은 기사분들이 노조가입 후 주말근무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너무 답답합니다. 우리 신랑 결혼해서 지금까지 삼성엔지니어로 18년을 일했어요. 한 번도 가족이 먼저가 아니었어요. 항상 일이 먼저라 생각하고 일하는 남편을 저는 묵묵하게 지켜보는 게 내조라 생각하고 살았어요. 그때는 잘 몰라서 그냥 열심히만 하면 되는 줄 알았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신랑이 삼성에서 얼마나 힘들게 일하고 있는지 알게 된 이후 답답함이 밀려오네요. 신랑이 생소한 단어 "단결투쟁", 이런 말을 외치면 마음이 더 아프네요.

아직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분들의 가정은 어떠신가요?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 싸움에 '나는 어떻게 할까' 진지하게 생각해보셨으면 좋겠어요. 누구는 아이들에게 '엄마, 아빠처럼 안 살려면 공부 열심히 해야 한다'고 말하겠지요. 그게 과연 우리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답일까요? 제발 떳떳한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고 아이들이 그 모습을 보고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게 됐음 좋겠네요. 아직 망설이는 분들, 힘들 때는 뭉쳐야 살 수 있어요!"


태그:#10만인클럽, #삼성전자서비스,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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