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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오마이뉴스>와 참여연대, 생활정치실천의원모임이 함께 '나는 세입자다' 기사 공모를 실시합니다. 가슴 아픈 혹은 깨알 같은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기사를 기다립니다. 세입자와 관련된 사례라면 어떤 것이라도 좋습니다. 반지하나 옥탑방 이야기도 좋고 해외에서 경험한 사례도 환영합니다. [편집자말]
나는 캐나다에서 외국인 노동자로 살고 있다. 처음 캐나다에 왔을때는 어디에 살아도 자유로운 아가씨였으나 2년이 지난 지금 나는 90일이 된 아들을 둔 아줌마가 되었다. 캐나다에 처음 왔을 때는 도시에 살아서 비싼 렌트비가 문제였다.

그러나 지금은 시골로 이사를 와서 렌트를 찾기가 어려워졌다. 이곳은 오일필드와 광산이 근처에 있는데 주로 그곳에서 일하는 캐네디언들이 살고 있어서 집값이 거의 도시랑 맞먹는지역이다(캐나다에서도 오일필드나 광산에서 일하는 캐네디언들의 연봉은 상당히 높다).

그래서 우리 같은 외국인 노동자들은 트레일러 하우스 같은 곳에 방을 하나씩 렌트해서 쓰는데 그마저도 구하기 어렵다. 처음 이곳으로 이사왔을땐 필리핀 아줌마의 트레일러 방하나를 어렵게 구해 350불에 썼었다. 옆방 주인집 십대 아이들이 밤마다 떠들어대고 자전거를 타고 힘들게 마트에 가서 장을 봐다놓으면 꺼내먹고는 나몰라라 했다.

화장실은 수시로 막히고 뜨거운 물은 많은 렌터들도 인해 끊기기 일쑤. 그래서 그나마 사람들이 덜 살고 있던 트레일러로 이사를 갔다. 정말 지붕만 있을뿐이지 오래된 집 썩는 냄새에 그 놈의 쥐는 하루에 두마리씩 잡아도 맨날 등장해서 괴로웠다.

그래도 밤에 잠을 제대로 잘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견딜 수 있었는데 그 사이 결혼을 하고 임신을 하면서 시작된 입덧으로 비위가 많이 약해져서 결국 동네에 새로 리모델링 한 아파트로 이사를 왔다.

사실 이 아파트는 65세 이상의 성인들만 렌트 하려고 리모델링 했던 아파트였는데 그 나이의 노인들이 살기에는 아무리 깨끗하더라도 그리 좋은 여건은 아니어서인지 렌트가 통 안되었다. 결국 나이규정을 풀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우선 입덧은 넘기고 보자는 심정으로 들어왔던 거였다.

아이를 낳기 전부터 이곳 저곳을 알아보고 있었지만 하우스는 렌트비도 엄청나게 높을뿐더러 마땅한 곳을 찾지 못해 차라리 지푸라기나 잡아보자는 심정으로 예정일 한달전에 매니저에게 부탁을 했다.

주인에게 다시 한번 물어봐줄수 있겠느냐고 그 사이 나는 아이를 낳고 벌써 3개월이 되가는데 엊그제 신랑이 할 이야기가 있다며 나를 부른다. 주인이 노라고 했다며 우리 이사가야한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아들을 유모차에 태워서 짧은 영어로 이곳저곳 돌아다녀보기 시작했다. 임산부들에게 도움을 주는 센터에도 문의를 해보고 알아보고 있지만 참 쉽지 않다. 나 어릴적 엄마들이 애 데리고 이사다니는게 그렇게 서러워 이를 악물고 집을 장만했다는 이야기가 우스개 아닐까 싶었는데 그 심정이 크게 공감된다. 이 넓은 캐나다에 우리 가족의 쉴 작은 집은 어디에 있을까?


태그:#나는 세입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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