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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책

일하는 사람들이 만드는 <작은책>이 '창간 12주년과 노동자 투쟁 20주년 기념 열린 강좌'를 총 6회에 걸쳐 연다. 지난 5월 8일 <작은책> 발행인 겸 편집자인 안건모의 '일하는 사람이 글을 써야 세상이 바뀐다'를 첫 강의를 시작으로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저녁 7시부터 2시간씩 5회의 강좌가 이어지게 된다. 강의 마지막 날이 될 5월 25일 저녁에는 김병수와 지민주의 특별공연도 마련되어 있다. 총 6회 강좌의 내용을 요약해 공감을 나누고자 한다.

<작은책> 발행인 안건모가 말하는 생활 글쓰기

1996년 우연히 월간 <작은책>을 보면서 '아, 우리 같은 노동자도 글을 쓸 수 있구나'하고 깨달았다는 20년 경력 버스운전기사 안건모씨는 <작은책> 글쓰기 모임을 통해 이오덕 선생과 만나게 된다. 이오덕 선생은 "글은 일하는 사람들이 써야 하고 누구나 읽기 쉽게 써야한다"라는 말로 맞춤법조차 잘 모르던 안씨에게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자신감을 얻은 안씨는 그 후 살아온 이야기, 일터 이야기, 일터 소식지를 만들어 글을 쓰면서 세상의 참주인은 노동자 자신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그는 일하는 사람들이 만드는 <작은책>과 <거꾸로 가는 시내버스>가 글쓰기에 두려움을 지닌 많은 이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어 많은 이들이 글로 세상을 바꾸는데 동참하기를 바라고 있다.

1. 왜 글을 써야 하는가?

▲ 글쓰기에 대해 강의중인 안건모 '작은책' 발행인
ⓒ 이명옥
<작은책> 이야기는 대부분 사람들이 읽으면서 부담스러워한다. 어떤 이는 대놓고 책이란 기쁘고 즐거운 위로를 받기 위해 읽는 것인데 내용이 너무 어둡지 않은가? 더 밝은 쪽으로 편집을 하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그러면 그는 말한다. '세상을 바꾸는 글쓰기'라는 것은 세상이 바뀌어야 할 이유가 있다는 것이 아닌가? 일터에서 드러나는 부조리와 부정의를 바꿔나가는 것, 잘못된 생각을 바꿔나가는 것, 즉 글쓰기를 통해 세상을 바꾸는 것이 생활 속 글쓰기가 필요한 이유이다.

2. 생활글이란 무엇인가?

생활글이란 진실과 이 사회 부조리를 다른 이들에게 정확하게 전달하고, 자기 주장과 사상을 다른 이들에게 설득하면서 솔직하고 꾸밈없이 자기만의 목소리로 쓰는 글이다. 생활글은 자기가 드러나야 하기 때문에 맨 처음 글을 쓰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보일 때 무척 힘들어 한다. 하지만 자기를 들어내지 않고 진정한 생활글을 쓸 수 없다.

자기 주변, 일터처럼 자기가 가장 잘 아는 것부터 이야기를 풀어 나가라. 버스 토큰통 변천 역사는 기사들의 삥땅 역사와 맞물려 있다. 기사들이 도둑이라기보다 사업주가 삥땅을 잠정적으로 인정하면서 임금을 낮게 책정했기 때문에 삥땅이 생겨난 것이다. 기사들은 위험을 감수하고 70~80㎞ 이상 밟으면서 삥땅을 쳐야 했다.

기사와 사업주와 전쟁은 감시카메라 설치를 끝으로 사업주의 승리로 끝났지만 삥땅 이면에 사업주와 기사들의 치열한 다툼이 있었다. 누구나 법률이나 한미FTA에 관해 글을 쓸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런 이야기 역시, 현장의 운전기사가 아니면 쓸 수 없는 글이다.

3. 어떻게 글을 쓸 것인가?

글쓰기는 특별한 기술이 있는 것이 아니다. 글을 계속 쓰면서 배우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몇 가지 원칙은 있다. 이 부분은 글쓰기를 어려워하는 분들을 위한 조언이다.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은 소주제를 드러내고 주제에 맞추어 글을 풀어가는 두괄식 서술이 가장 무난한 방식이다. 글을 읽어가면서 주제와 동떨어진 문장은 없앤다.

주어와 서술어를 맞추고 단락을 잘 구분해라. 단락을 펼치는 방법에는 행동이나 사건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풀어가는 서사법, 대상을 있는 그대로 기술하는 묘사법, 사물에 관해 알기 쉽게 풀이하는 설명법, 어떤 문제에 대해 견해나 주장을 내세우고 합리적으로 뒷받침하는 논술법이 있다.

글은 되도록 단문으로 간결하게 쓰는 연습을 해라. 96년까지 맞춤법도 제대로 몰랐다던 그가 글쓰기를 배운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통상임금 소송을 통해 회사와 법적 다툼을 시작하면서 소장 베껴 쓰기 하면서부터였다. 당연히 그의 글은 길게 이어졌다.

그가 처음 이오덕 선생을 만났을 때, 글을 본 이오덕 선생은 버럭 화를 내며 "아니 살인미수 저지려고 하느냐? 도대체 숨이 막혀 죽겠다. 짧게 단문으로 쓰는 연습부터 시작해라. 한 문장에 주어 서술어가 3개 이상 들어가는 문장은 좋은 문장이 될 수 없다"는 가르침을 주었다고 한다.

4. 어떤 생활글이 좋은 글인가

▲ 강의를 경청하는 사람들
ⓒ 이명옥
사람 마음을 움직이는 글에 생활글보다 좋은 글은 없다. 관념적인 글쓰기 형태를 벗어나서 솔직하고 진실한 글쓰기를 해라. 진실한 글만큼 감동을 주는 글은 없다. 어떤 이들은 안타깝게도 사실을 쓰면서도 마치 지어낸 이야기처럼 글을 써 감동을 약화시킨다.

입말, 쉬운 우리말을 살려 생생하게 현장감을 살려 현재형으로 써라. 기사나 특별히 시의성을 지닌 글이 아니라면 과거를 서술할 때도 현재형을 사용하면 현장감과 사실감이 살아나 생동적인 글이 된다.

가장 재미있고 읽기 편한 길이는 원고지 7-8매 정도의 글이다. 처음엔 너무 짧거나 너무 많은 이야기들을 한 글에 담게 되는데 매수를 염두에 두고 글쓰기 연습을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모방이 아닌, 자기 목소리를 담은 글을 써라. 흉내 내는 글에는 자신의 감정과 사상을 실을 수 없다. 조금 미숙하더라도 자신만의 생각을 나타내는 글을 써라.

남에게 감동과 도움을 줄 수 있는 가치 있는 글을 써라. 아무리 정직하고 재미있는 글이라도 감동이나 도움, 변화를 줄만한 가치가 없다면 유익한 글이라고 할 수 없다.

어색한 문장이나 잘못을 찾아내면 여러 번 고쳐 쓰기를 해라. 많이 고쳐 쓸수록 좋은 글이 나오는 것은 진리이다. 마지막으로 글쓰기 공부에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은 자기가 쓴 글을 큰소리로 여러 번 읽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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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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