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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우리 사회의 각종 현안에 대해 좀더 깊이 있는 분석과 대안을 독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매주 2차례에 걸쳐 [대안칼럼]을 내보내고 있습니다. '대안연대회의' 소속 국내외 학계와 연구소 전문가 17명이 칼럼진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전북대 정태석(사회교육학부) 교수는 최근 일부에서 일고 있는 평준화 폐지 여론에 대해 교육을 통한 계급세습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강하게 반박하고 있습니다. 이어 한국사회에서의 뜨거운 감자인 교육문제에 대해 그 대안을 두차례에 걸쳐 모색합니다...<편집자 주>


현재의 불공정한 경쟁과 분배는 사람들이 경쟁에 대해 승복하는 것도 어렵게 만든다. 예전에 의약분업으로 의사들의 불만이 높았을 때, 그들 중 일부는 대중매체에서 의사라면 최소한 한달에 1천만 원의 수입은 보장받아야 한다고 떳떳하게 말한 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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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주장에 과연 국민의 몇 퍼센트가 동의를 하겠는가? 부유층들은 부동산 투기, 이자소득 등 각종 불로소득과 세금탈루 등으로 한 몫을 챙기고, 의사, 한의사, 변호사, 회계사, 약사 등 전문직 종사자들의 높은 소득은 갈수록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반면에 공대의 인기는 날로 시들해지고 있다. 그렇다고 우리사회에서 모두가 이런 일자리에 종사할 수는 없으며, 다른 일들의 중요성이 소득의 차이만큼이나 보잘 것 없는 것은 분명 아니다.

이러한 불공정하고 불합리한 현실이 재생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공정한 분배와 복지제도의 확충이 시급하며, 이것이야말로 사회 경쟁의 과열뿐만 아니라 입시경쟁의 과열도 막을 수 있는 길이라고 하겠다.

현재의 불공정한 경쟁과 분배가 승복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

그런데 이러한 대안들은 바람직하기는 하지만 장기적인 것이기에 당장 가슴에 와 닿지 않는다. 그렇다면 당장에 과열 입시경쟁에 따른 과도한 사교육비 부담, 공교육 붕괴, 입시 스트레스 등의 문제들을 해결하고, 또 경쟁이 의미있는 학습 능력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학벌체제의 파괴와 시험제도의 개혁이다.

먼저 학벌체제는 과열경쟁을 지속시키는 중요한 요인들 중 하나이다. 몇몇 족벌대학의 제한된 정원을 놓고 다수의 학생들이 경쟁하는 방식은 경쟁의 지속적인 과열을 낳을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국공립대학만이라도 서열이 없는 다양한 연합 체제를 구축하여 많은 학생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소수정예를 모아놓은 대학의 학생들이 모두 우수한 능력을 발휘한다고 말하기도 어려울뿐더러, 대학입시 때의 한 번의 평가로 이후의 능력을 판단하는 것도 불합리하다. 이것이야말로 공정한 경쟁에 어울리지 않는 것이다.

학생들의 과열경쟁을 지속시키는 또 다른 중요한 요인은 시험제도이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제7차 교육과정은 국민보통기본교육과정과 선택중심의 심화학습을 구분하고 있다. 그런데 수학능력시험은 고등학교 3학년까지 모든 과목을 공부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이것은 과열경쟁뿐만 아니라 학습량의 과다로 학생들의 입시 스트레스를 증대시킨다. 그러므로 시험제도의 개선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먼저 10학년(고1)까지의 기본과정을 이수한 후 기본과정에 대한 시험을 실시하고, 이후 심화선택 과목들을 중심으로 수학능력시험을 보는 방안이다. 여기서 기본과정 시험은 점수제가 아닌 등급제로 하여 특정 수준의 통과여부를 판정하는 방식으로 운영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시험 기회도 원할 경우 3-4회 부여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10학년까지의 과열경쟁은 분명히 줄어들 것이며, 공교육도 정상화되고 사교육비 부담도 완화될 것이다.

학벌체제 파괴와 시험제도 개혁이 대안

그러고 나면 이제 심화선택 과목 중심의 수학능력시험이 중요해지는데, 이 경우 기본과정의 교과목들은 시험과목에서 배제하고 대학의 학부나 단과대학 별로 소수의 교과목을 선택해 평가를 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 경우 시험은 단답형, 서술형 등을 포함하여 사고력과 창의력을 판단할 수 있는 평가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것은 창의성, 다양성 교육과 수준별 학습을 지향하는 제7차 교육과정의 이념에 부합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인문계열이나 사회계열의 경우 대체로 수학과목을 배제하고 대신에 전공영어, 사회탐구 등 관련된 교과목 중심의 시험을 보아야 할 것이며, 자연계열이나 공학계열의 경우 국어의 비중을 낮추고 수학이나 과학탐구 등 관련된 교과목 중심의 시험을 보아야 할 것이다.

물론 각 대학은 필요에 따라 다양하게 교과목을 선택하면 될 것이다. 이렇게 한다면 진정으로 특정 전공에 대한 수학능력을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제도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소위 상위권 대학들이 이기적인 우수학생 끌어오기 경쟁을 위해 시험제도를 좌지우지하려고 해서는 안 되며, 한국교육의 발전이라는 차원에서 적극 협력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다양한 평가방식을 도입하여 수능 성적 위주의 학생선발에만 몰두해서는 안 될 것이다.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서는 교육부의 주장처럼 내신 성적의 반영을 높일 필요가 있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현재의 방식으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이것은 평가방식을 개혁한다는 전제하에서 가능한 얘기이다.

경쟁이 완화되고 다양성 교육, 수준별 교육이 이루어져 공교육이 살아난다면, 교사들의 책임과 자율성도 증대될 것이다. 이럴 경우 현재와 같은 획일적 내신 평가가 아니라 수행평가 등 다양한 평가방식을 도입한다면, 학생들의 학습 능력을 진정으로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며 이것은 교사들에 대한 신뢰 형성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이러한 신뢰가 교사들의 학생 평가에 대한 신뢰로 이어진다면 지역별 학교 성적 격차에 대한 불신을 완화시켜 줄 것이며, 이에 기반하여 내신 성적의 입시 반영비율을 올린다면 학교교육의 정상화가 진전될 뿐만 아니라 지역 균형 발전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제7차 교육과정의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입시위주의 과열경쟁이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은 과열경쟁 사회의 문제와 더불어 평가방식의 문제도 크다. 그러므로 교육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평가방식, 즉 시험제도에 대한 개혁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앞서 보았듯이 2단계 시험제도를 도입하면, 이제 학생들의 경쟁기간은 현저히 줄어들 것이며, 학교교육 역시 수준별 교육 및 다양성 교육이 가능한 조건이 형성되어 보다 의미 있는 학교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평준화 틀 속에서 평가방식과 시험제도 개혁

이 과정에는 교사들의 노력도 필요하고 교육부가 내놓은 교육방송을 통한 수준별 방송강의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렇게 하면 물론 사교육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공교육은 살리고 사교육비 부담은 줄이고 학생들의 학력은 향상시키는 다양한 긍정적 결과들을 가져다 줄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평준화 속에서도 가능한 다양성 교육이며, 선택의 자유가 아니겠는가?

우리는 평준화 폐지를 섣불리 주장하거나 동조하기 전에, 공교육의 위기와 사교육의 번성이라는 교육문제에 기대어 평준화를 폐지하려는 사람들의 내심을 읽어보아야 한다. 그들은 평준화의 틀 속에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을 부풀려서 자신들이 원하는 평준화 폐지를 대세인 것처럼 몰아가려고 한다.

▲ 전북대 정태석 교수
그들이 만약 ‘교육기회의 평등’을 부정하지 않는다면, 평준화 폐지가 오히려 입시지옥과 사교육비 부담 증가를 가져온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평준화의 틀 속에서도 평가방식과 시험제도를 개혁한다면 다양성 교육, 수준별 교육, 학력 향상이 충분히 가능하며, 교육기회의 평등이라는 이념에도 부합한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교육의 주체들인 교사, 학교, 학부모, 학생, 교육부, 정부 등의 진지한 고민과 협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우리 모두가 공정한 분배와 강력한 복지제도를 통해 불필요한 경쟁을 완화시키고 모두가 승복할 수 있는 경쟁이 이루어지는 사회를 만들려는 노력이 더불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 대안칼럼의 필진은 한신대 이해영 교수(국제정치), 한밭대 조복현 교수(금융), 켐브리지대 장하준 교수(개발경제), 성공회대 유철규 교수(한국경제), 국민대 조원희 교수(경제체제), 고려대 김균 교수(정책이념), 대안정책연대 정책위원 정승일 박사(재벌 및 기술경제), 인천대 이찬근 교수(국제금융), 계명대 김영철 교수(경제), 일본 교토소세대 이정희 교수(동북아경제), 여성개발원 정진주 박사(보건,여성), 전북대 정태석 교수(사회), 성공회대 차명제 교수(정치, 환경), 전북대 송기도 교수(중남미), 중앙대 신광영 교수(사회), 서울대 송태수 박사(한국정치연구소), 숙명여대 여건종 교수(문화) 등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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