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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의 시사매거진 프로그램 <취재파일 4321>(매주 토요일 10시 35분 방송)은 '성역 없는 비판과 고발, 새로운 정보 제공으로 사회부조리를 심층진단 해 대안을 모색한다'는 기획의도로 매회 2-3개의 아이템을 소개한다.

그러나 지난 7월 22일부터 9월 2일까지 모니터한 결과를 보면, 선정적인 아이템을 자제하고 시청자들에게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려는 노력은 있지만 민감한 사안과 관련된 주제는 비껴가고 있어 성역없는 비판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우선 <취재 파일 4321>의 아이템을 주제별로 살펴보면, 매년 여름이면 등장하던 성(姓)관련 아이템은 배제되고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정보(<인터넷 쇼핑, 이런 곳 조심하세요-7월 29일>, <정보 누출 비상, 당신의 신상 명세가 새고 있다-8월 5일>, <이것이 작전이다-7월22일>)의 비중이 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동안 시사고발프로그램의 대표적인 문제로 지적되었던 선정적인 아이템에서 벗어난 것은 긍정적인 모습이다. 그러나 모니터 기간 중 방송된 아이템에서는 정치·노동·환경 등 우리 사회의 민감한 부분에 대한 것이 빠져 있어 '성역없는 비판과 고발'은 미흡하다는 평가다.

아이템의 편향성뿐만 아니라 분석과 대안제시가 없는 내용도 아쉬움으로 지적됐다. 지난 8월 5일 방송된 <당신의 신상명세가 새고 있다>의 경우 개인정보가 누출되는 사례를 인터뷰와 녹취를 통해 열거해 문제제기는 설득력이 있었다. 그러나 각 사례마다 문제삼은 개인들의 항의에 대한 해당 기업체(은행, 기업, 백화점 등)들의 대응태도나 해결과정에 대한 취재가 미흡해 문제나열에 그쳤다.

또한 개인정보 누출의 심각성은 강조하면서도 실제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인지 또 문제 발생시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등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정보도 부족했다.

<인터넷쇼핑-이런 곳 조심하세요>(7월 29일)의 경우도 마찬가지. 인터넷 쇼핑몰에서 상품을 구입했다가 피해를 본 사례를 통해 문제의 심각성을 전달하기는 했으나 전자 상거래상의 피해 발생시 소비자 스스로 할 수 있는 구제 방안이나 신고 절차는 어떤 것이 있는지 등 예방과 피해구제에 대한 정보를 주지는 못했다.

<이것이 작전이다>(7월 22일)에서도 주가 조작 과정에서 개인 투자가들이 어떻게 이용되는지를 알려주긴 했으나 개인 투자자의 권익 보호 측면에서 실제적인 대처 방안을 제시하진 못했다.

또한 <취재 파일 4321>은 피해자 고발에 치중해 문제해결 주체가 되는 정부측 입장에 대한 취재에 적극적이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현장점검 <수도권 공장 총량규제>(7월 29일)의 경우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른 수도권 공장 총량규제로 인해 중소기업인들이 공장을 짓지 못하는 등 토지개발정책 실행과정에서 생기는 부작용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공장을 왜 못 짓게 하느냐?" 라는 기업인들의 항의성 인터뷰로 일관하며 기업인들 입장에서 총량제의 부조리함을 고발하는데 치중하고 있다. '수도권 공장 총량제'를 실시하는 정부측 입장과 '수도권 공장 총량제'의 필요성과 문제점을 비교, 평가하는 모습은 찾아 볼 수 없었다. 막연히 '수도권 공장 총량제'의 효용성을 검토해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할 뿐이었다.

<삭풍회를 아시나요>(8월5일)는 말 그대로 삭풍회 회원들의 고통과 활동을 소개하는 것에 그쳤다. 억류자보상 협의회와의 공동대응 현황과 그에 대한 일본의 태도와 입장은 알 수가 없다. 삭풍회 회원들이 벌이고 있는 일본 정부에 대한 배상 요구 활동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도 취재되지 않았다. <언론 학살의 진상>(8월 26일) 역시 언론 사태에 연루되어 고초를 당한 사람들의 인터뷰로 일관해 새롭게 밝혀진 '진상'은 찾아볼 수 없었다.

<취재파일 4321>이 타방송사의 시사매거진 프로그램과는 달리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이유를 생각해야할 때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매비우스 시사모니터팀의 모니터 보고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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