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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의 주요 키워드 중의 하나인 대중문화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연예 정보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연예계란, 단순히 연예인이나 이들의 활동 무대들 뿐만 아니라 이들의 활동이 이루어지고 전파되어지는 전 과정과 이를 뒷받침하는 다양한 제반 산업 등 그 범위를 정하기 힘들 만큼 광범위하다.

그러나 지금처럼 반짝하는 스타급 연예인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모든 방송국 카메라가 떼거지로 쫓아 다니며 보여주는 것이 연예 정보라고 말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런 점에서 현재 방송 3사의 대표적 연예정보 프로그램인 <한밤의 TV연예>(SBS 매주 목요일 밤 11시), <연예가 중계>(KBS 2TV 매주 목요일 밤 9시50분), <섹션 TV 연예 통신>(MBC 매주 수요일 밤 11시5분)은 연예계와 수용자 사이의 다리로서 올바른 정보 제공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해 연예정보 프로그램으로서는 함량 미달이다.

방송 3사의 연예 정보 프로그램을 보면 연예계 전반을 아우르는 정보는 부재한 반면 연예인 개개인의 활동소개나 개인생활 들여다보기에 치중하는 편협한 정보 전달만이 이루어지고 있다.

최고 스타급 연예인의 결혼, 이혼, 출산 등은 모든 연예 정보 프로그램에서 질릴 만큼 반복해서 다뤄지는 단골 메뉴다. 나머지는 CF나 뮤직 비디오 촬영소식 등 연예인 개인의 활동을 세세하게 소개하는데 치중하고 있다.

이처럼 연예계 소식이 아닌 연예인 소식 전달에 치중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몇몇 한정된 스타급 연예인에 의존하는 경향이 심해 정보의 다양성을 찾기 힘들다.

대표적으로 7월19일과 20일에 방송된 KBS <연예가 중계>와 SBS <한밤의 TV연예>, MBC의 <섹션 TV 연예 통신>은 약속이나 한 듯이 조성민과 최진실의 결혼 발표 소식으로 전체 프로의 절반 정도를 채웠다.

KBS의 <연예가 중계>는 프로그램 시작과 함께 최진실, 조성민의 결혼 발표 기자 회견 과정을 상세하게 전달했으며 연이어 단독 취재를 강조하며 조성민의 집까지 동행해 인터뷰를 시도했고 심지어 두 사람의 상견례 장소에까지 찾아가 가족들과의 인터뷰 장면을 소개했다.

SBS의 <한밤의 TV연예> 역시 마찬가지로 결혼 발표 기자 회견 소식과 상견례 장소에서의 인터뷰 소개가 프로그램의 상당부분을 차지했으며 MBC의 <섹션 TV 연예 통신>은 도입부의 기자 회견 소식과 더불어 후반부에 편집된 화면을 다시 소개하며 최진실, 조성민의 결혼 소식에 큰 비중을 두었다.

이처럼 각 프로그램마다 정보의 중복이 심하고, 그나마도 이미 타 매체에서 소개된 내용을 재확인하는 수준이어서 생방송 프로그램이 갖는 신선함과 빠른 속도가 생명인 정보 전달자로서의 역할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다음으로 방송 3사의 연예 정보 프로그램은 일부 스타급 연예인들의 활동과 연관된 자사 프로그램의 홍보에 큰 비중을 두고 있었다.

SBS <한밤의 TV연예>에서는 여성 신인 배우를 소개한다는 명분하에 최근 시작된 자사의 미니 시리즈 '경찰 특공대' 의 촬영 현장을 소개하고 현실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모든 출연 배우가 현직 경찰 특공대와 함께 훈련을 받았다는 등의 홍보성 멘트로 일관했다.

또한 자사의 슈퍼 모델 선발대회 본선 진출자들과 이들의 훈련 과정을 세세히 소개했는데 대회 수상자도 아닌 본선 진출자와 대회 준비 과정을 소개하는 것은 앞으로 개최될 자사의 특정 행사에 대한 홍보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한 준비 작업으로 풀이된다.

MBC <섹션 TV 연예 통신>의 경우도 임현식의 CF 촬영 현장 소개와 더불어 '허준' 출연 장면을 소개하며 '허준'의 성공을 다시 한번 강조했으며, 탤런트 김지호의 의상 화보촬영 소식을 통해서 그녀가 출연하고 있는 자사 주말연속극 `사랑은 아무나 하나' 촬영 장면과 당시 의상을 세세하게 소개해 홍보 효과를 꾀했다.

스타 연예인의 근황을 전한다는 빌미로 CF나 영화, 뮤직 비디오 촬영 현장을 소개하면서 특정 상품에 대한 간접 광고가 공공연히 이루어지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KBS <연예가 중계>의 경우 클론과 진양혜의 CF 촬영 현장 소개로 광고 상품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켰으며, 신인가수 파파야의 뮤직 비디오 촬영 현장 소개에서는 아직 정식 데뷔 이전인 신인 가수의 노래를 홍보하는 기회를 제공했다.

또한 영화배우 전지현의 매력을 분석하는 순서에서도 그녀가 최근 촬영 중인 영화 '시월애' 소개를 통해 미개봉작 영화에 대한 간접적인 홍보가 이루어졌다.

SBS <한밤의 TV연예>에서도 김경호의 신곡 뮤직 비디오 촬영 현장 소개가 있었으며 MBC의 <섹션 TV 연예 통신>은 앨범준비로 활동중단 중인 핑클, 이영애, 임현식 등의 CF 촬영 현장 소개로 간접 광고에 나섰다.

방송 3사의 연예 정보 프로그램은 연예인의 활동과 연관해 그들이 몸담고 있는 연예계 전반의 구조적인 문제나 최근 연예계의 흐름이나 경향에 대한 분석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소재를 다룬 기획코너가 전무한 형편이다.

사전기획은 찾아 볼 수가 없고 매주 일회적으로 소개되는 연예가 소식이 주류를 이룰 뿐이다. CF 촬영이나 영화, 뮤직 비디오 제작 소식이 대부분인 연예가 소식도 방송 3사에서 보여주는 화면이 거의 동일하고, 주인공 연예인 인터뷰 내용도 별반 다르지 않아 관련 자체 기획이나 발굴 취재한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상품 제작사의 홍보자료를 그대로 베낀 것이 아니냐는 의혹마저 갖게 한다.

이처럼 연예정보 프로그램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MBC <아주 특별한 아침>, SBS <한선교, 정은아의 좋은 아침> 등 오전 시간대의 주부 대상 프로그램에서도 매주 고정 코너를 마련하는 등 연예정보 프로는 양적 증가 현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들 코너는 기존 연예 정보 프로와 동일한 아이템과 화면을 사용하는 경우가 잦아 연예 정보 프로그램의 부분 재방송에 가깝다는 평가다.

이런 가운데 SBS가 8월 둘째주부터 <한 밤의 TV 연예>를 주2회로 연장 방송키로 한 것은 잘못된 편성이다. 지금까지 주1회 방송내용도 함량미달로 제작해온 상황에서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높인 것도 아니고, 제작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것도 아니면서 양부터 늘리겠다는 것은 시청자들에게 부실한 프로그램을 더 많이 보도록 강요하는 것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SBS를 비롯한 방송 3사는 연예 정보 프로그램을 확대 편성하기보다는 기존 프로그램의 질을 높이는 것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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