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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밤 외로운 밤 벌레 우는 밤
초가집 뒷산길 어두워질 때
엄마 품이 그리워 눈물 나오면
마루 끝에 나와 앉아 별만 셉니다.
-<가을밤> 이태선 작사, 박태준 작곡

가을은 겉으로는 풍성하지만 마음은 왠지 쓸쓸함이 지배한다. 마음을 지배하는 쓸쓸함 때문인지 가을을 노래하는 노래도 쓸쓸한 노랫말이 많다. 가요는 별 아는 것이 없지만 동요 중에는 이태선님이 노랫말을 쓰고, 박태준님이 곡을 붙인 <가을밤>이 쓸쓸한 가을에 부르기 좋은 노래이다.

<가을밤>은 군생활 때 초소에서 자주 불렀다. 초소에서 바라본 하늘은 칠흑이다. 칠흑같은 밤하늘 별은 상상할 수 없는 쓸쓸함을 주었다. 특히 고참에게 몇 대 맞고 초소에 올라간 날, 밤하늘 별빛은 자연스레 <가을밤>을 부르게 하였다. 

"엄마 품이 그리워 눈물 나오면" 하염없이 내리는 눈물이 앞을 가렸다. 그럼 그냥 그대로 있었다. 그대로 있으면 된다. 고참을 향한 원망은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고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가을밤>을 혼자 부르면 같이 근무하는 단기사병(방위병)도 따라 불렀다. 군생활이 삭막하고 잔혹할 수 있지만 <가을밤>은 엄마와 별, 초가집을 통하여 때로 따뜻함을 주었다.

군대를 제대하고서도 8년 동안은 혼자 자취를 했기 때문에 가을만 되면 <가을밤>이 내 입에서 떠나지 않았다. 나이가 들어도, 어쩔 수 없이 삶은 외로웠다. <가을밤>을 입에서 지워버릴 수 없었다.

결혼 후 <가을밤>은 잊혀지기 시작했다. 잊혀진 <가을밤>이 <나의 가을 노래> 공모 때문에 다시 머리에 새겨졌고, 부르게 되었다. 이번에는 온 가족이 함께.

"여보 가을 노래 아는 것 없어요?"
"가을 노래! <가을밤> 있잖아요?"
"그래 <가을밤> 군대에서 많이 불렀지.<오마이뉴스>에서 <나의 가을노래> 공모를 해요. 우리 한 번 응모해 봅시다."
"당신 노래 실력 온 나라에 다 드러날 것인데 감당할 수 있겠어요?"
"실력이 다가 아니라 열심히 부르면 되잖아요, 당신도 있고."

아내 피아노 반주에 맞춰 불렀다. 열심히 불렀지만 동영상을 보니 아니었다. 음정, 박자가 틀린 곳이 많았다. 피아노 반주 없이 생음악으로 불렀지만 반주 없이 부를 때보다 훨씬 못했다.

"무조건 부르면 되나. 연습 좀 하고 불러요?"
"그럼 내일 아이들도 같이 부르면 어떨까?"
"당신 생각이 있어요? 노래 잘 못 부르는 것 자랑하고 싶어요?"
"아니 아이들도 함께 부르면 훨씬 낫지."

아이들은 노래 부르는 것 동영상 찍고, <오마이뉴스>에 응모 한다고 하니 좋아했다. 아이들 셋과 조카, 아내와 나 이렇게 여섯이 불렀지만 조카 때문에 결국 실패하였다. 조카를 보내고서 부르기로 했다.

조카를 보내고 <가을밤>를 부르기 위해 모였지만 둘째와 막내가 엄마 옆에 앉겠다고 다투었다. 계속 다투는 바람에 화가 나서 그만 부르기로 했다. 큰 아이가 화가 났고, 막내와 둘째도 서로 책임을 미루었다.

"서헌이와 막둥이 다투고 싸우면 어떻게 하니. 노래 부르면서 싸워. 싸우려면 노래 부르지 말자. 알겠어! 함께 잘 부르려면 마음이 하나가 되어야 하는데 이렇게 다투면 어떻게 해."
"…?"

30분 후 다시 마음을 잡았다.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가을밤> 부르자고 한 사람은 아이들이 아니라 나였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달래면서 <가을밤>을 다시 불렀다. 피아노 반주 없이 불렀지만 아니었다. 두 번 세 번 불렀다. 아빠를 닮아 그런지 아이들 노래 실력이 별로다. 누구를 탓하랴.

군생활 할 때 <가을밤>을 부를 때 가을밤은 칠흑같이 어두웠고, 별빛은 정말 아름다웠다. 지금은 그 별빛을 만날 수 없다. 아이들과 함께 불렀지만 20년 전 불렀던 <가을밤> 느낌은 없었다. <가을밤> 하나만 보면 20년 전 초소에서 불렀던 때가 더 좋았다.

<가을밤>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그 때가 다시 돌아 온다면 홀로 앉아 부르고 싶다.

가을밤 외로운 밤 벌레 우는 밤
초가집 뒷산길 어두워질 때
엄마 품이 그리워 눈물 나오면
마루 끝에 나와 앉아 별만 셉니다.

▲ 가을밤 <가을밤>을 아이들과 불렀습니다. 외로운 밤이지만 아이들과 함께 부르니 외롭지 않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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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나의 가을 노래' 응모



태그:#가을밤, #우리 가족 가을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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