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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낙엽이 쌓이는 산행길
▲ 늦가을 산행길 늦가을 낙엽이 쌓이는 산행길
ⓒ 김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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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끝날 무렵이면 단추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단추(短秋)란 짧은 가을이란 말이지요. 가을이 짧게 느껴지는 것은 가는 가을이 아쉬워서겠지요.

산과 계곡에 형형색색 물들이던 단풍이 서서히 떨어지고 있습니다. 가을 산을 물들이는 단풍나무와 서어나무, 상수리나무, 참나무는 낙엽이 되어 차곡차곡 쌓입니다. 가로수를 물들이던 은행나무와 벚나무는 이제 막 옷을 벗고 있습니다. 지금 산야는 낙엽 지는 소리로 요란합니다.

낙엽 쌓이는 산사
▲ 산사 낙엽 쌓이는 산사
ⓒ 김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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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생긴 선생님, 노래도 잘 부르는 선생님에 대한 로망

이맘때 길을 걸으면 꼭 생각나는 노래가 있습니다. '산장의 여인'입니다. '산장의 여인'이란 노래를 처음 들었던 때는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인 중학교 2학년 때였습니다.

훤칠한 키에 깨끗한 매너, 그리고 제자들을 위해 늘 특별한 관심을 주셨던 담임선생님은 학교에서 인기 만점이셨지요. 잘생긴 남자선생님은 여학생들에게 로망이었습니다. 조회시간 선생님이 우리 반 담임으로 임명되자, 우리들은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노랫말처럼 단풍잎이 채곡채곡 쌓이는 산행길
▲ 단풍잎이 채곡채곡 노랫말처럼 단풍잎이 채곡채곡 쌓이는 산행길
ⓒ 김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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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
▲ 낙엽 낙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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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에 떨어진 낙엽
▲ 계곡에 떨어진 낙엽 계곡에 떨어진 낙엽
ⓒ 김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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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풍에 대한 향수

그런데 그 선생님, 노래도 잘 부르는 것이었습니다. 가을 소풍 때였습니다. 요즘 소풍은 체험학습이다 환경체험이다 해서 트레킹이나 산행이지만, 당시 우리들 소풍은 참으로 아기자기 했었습니다.

대형버스 타고 코스 한번 돌고 도시락 까먹고 돌아오는 체험학습과는 달리, 먼 길을 걸어서 소풍지에 도착하여 수건돌리기나 노래자랑, 장기자랑을 했지요. 수건돌리기에서 걸린 사람은 여지없이 노래를 불러야만 했습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전교생이 모인 앞에서 하는 장기자랑 시간이었는데, 그때  장기자랑 순서에는 선생님들의 노래를 들어보는 코너가 있었지요.

담임 선생님의 '산장의 여인' 앵콜 이어져

물론 학교에서 인기를 누리는 선생님들에겐 앙코르 박수가 이어지기도 했었지요. 우리 반 담임선생님 역시 소풍가면 학생들에게 주목받는 인물이었습니다. 그때마다 블렀던 노래는 '산장의 여인'이었습니다.

아마 요즘 소풍가서 선생님께서 '산장의 여인'을 불렀다면 야유를 보낼게 뻔하겠지요. 하지만 당시 소풍가서 자주 부르는 노래는 주로 가곡이었습니다.

노랫말도 모르고 동경했던 여중생 마음

가을 소풍날 담임선생님께서 전교생 앞에서 '아무도- 날- 찾는 이- 없---는'하고 첫 마디를 부르면 전교생들은 '와----'하고 박수를 보냈었지요. 지금 생각해 보니, '산장의 여인'이란 노래보다 인기 있는 선생님에 대한 동경을 보냈던 것 같습니다. 나이 40을 넘기신 미남 선생님이 부르는 노래는 지금으로 말하면 신세대 가수 노래 같았다고나 할까요. 그 후로 선생님의 18번은 '산장의 여인'이었습니다.

산사가는 길
▲ 산장의 여인 산사가는 길
ⓒ 김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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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애창곡 내 애창곡 되다

선생님의 18번은 지금 내 18번이 되어버렸답니다. 물론 선생임의 18번은 가을 소풍 때 여학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지만, 내가 부르는 '산장의 여인'은 늦가을 길을 걸으며 흥얼거리는 노래입니다.

늦가을이 되면 나는 '산장의 여인'을 자주 흥얼거립니다. 산행 길에 등산로에 떨어진 낙엽 길을 밟으며, 한적한 산사 가는 길을 걸으며, 그리고 학교 가는 길 가로수 길에 쌓인 낙엽 길을 걸으며 산장의 여인을 불러댑니다.

산사 가는 길엔 낙엽만 채곡채곡...
▲ 산사가는 길 산사 가는 길엔 낙엽만 채곡채곡...
ⓒ 김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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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혹의 나이에 여중생 심금 울린 비결은?

'산장의 여인'의 가사가 조금은 외롭고 상처받은 노래일지라도  지금 내 가슴에 기억된 '산장의 여인'은 추억을 더듬고 미래의 희망을 갖는 그런 노래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 이유는 선생님이 불혹의 나이에 노래로 인생을 말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세상을 잘 모르는 여학생들 심금을 울려 주었기 때문이지요.

가을날 낙엽 속을 걸으면 선생님의 얼굴과 함께 '산장의 여인'이 생각납니다. 지금 어디선가 아름다운 인생을 살아가고 계실 전은세 선생님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 산장의 여인 -
아무도 날 찾는 이 없는
외로운 이 산장에
단풍잎만 채곡채곡 떨어져 쌓여 있네
세상에 버림받고 사랑마저 물리친 몸
병들어 쓰라린 가슴을 부여안고
나 홀로 재생의 길 찾으며 외로이 살아 가네

아무도 날 찾는 이 없는
외로운 이 산장에
풀벌레만 애처로이 밤새워 울고 있네
행운의 별을 보고 속삭이던 지난 날의
추억을 더듬어 적막한 이 한밤에
임 뵈올 그날을 생각하며 쓸쓸히 살아가네


태그:#산장의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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