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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전기사"조선사 하도급 갑질, 당장 안 바뀌어도 끝까지 싸울 겁니다"
 
화상으로 대담을 진행한 법무법인 도담 김남주 변호사(아래)와 현대중공업하도급갑질피해하청업체대책위원회 한익길 대표(위)
 화상으로 대담을 진행한 법무법인 도담 김남주 변호사(아래)와 현대중공업하도급갑질피해하청업체대책위원회 한익길 대표(위)
ⓒ 이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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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조선사의 하도급 갑질 관행에 대해서 공정위가 제재처분을 내린 것은 대책위에도 상당한 성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들의 구제 차원에서는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한다. 조선업계 하도급 갑질 개선 운동의 성과와 한계, 그리고 앞으로의 방향성을 짚어봤다. 

김남주 변호사(아래 김) : "공정위 제재처분 이후 조선업계 하도급 불공정 문제는 개선이 되었나요?"
한익길 대표(아래 한) : "현장에서의 문제가 실질적으로 개선되진 않은 것 같습니다. 업계 자체의 낮은 단가와 공수 인정여부가 달라지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이러한 문제를 가능하게 하는 '선시공 후계약'이라는 구조적 문제도 여전한 것 같습니다. 오히려 갑질 행위가 적발되기는 더 힘들도록, 불공정한 거래 행위가 은밀하게 진화했습니다.

공정위 조사에서 혐의가 인정된 것 중 하나가 '계약서 미발급' 문제였기 때문에, 공정위가 업체들에게 계약일을 잘 지키라고 했습니다. 조선소는 선시공 후계약 관행을 개선했다고 하지만, 계약서에 근무시작일을 허위로 작성하여 겉으로 보았을 때만 선계약인 것처럼 보이게 했는지, 실제 개선되었는지 객관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 "원청업체의 경영방식은 근본적으로 변화하지 않았다는 말씀이신가요?"
: "맞습니다. 이들의 경영방식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대표돌려막기인데요. 사내협력사와의 관계에서 문제가 생겨도, 대표만 돌려막는 방식으로 문제가 생긴 하도급업체에서 일하던 근로자들과 계속 손발을 맞춥니다. 공정위가 이전에 내린 과징금과 과태료 부과 처분에 비해 기업이 벌어들이는 부당이익이 더 큰 문제는 아직도 그대로인 거죠. 현재 실무에서 일하는 하도급 업체들이 공정위 제재 이후 더 상황이 은밀하게 악화된 것 같다며 대책위의 활동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기도 합니다."

: "현중갑질대책위원회가 하도급 갑질 거래 관행 근절 운동에서 얻은 성과는 무엇인가요?"
: "하도급 불공정 해결운동은 장기 레이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당장 해결된 문제도 없고, 극적인 변화가 체감되지 않는 것도 사실입니다. 공정위의 제재 처분이나 증거인멸죄 기소 결정도 피해업체 입장에서 경제적인 해결은 미진해서 반쪽짜리라는 생각도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하도급 문제 해결에 있어서 큰 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에 하도급 불공정 문제를 널리 알린 것과 많은 사람들, 국회의원, 시민단체 등이 이 문제에 공감하게 하고 동참하게 한 것까진 우리의 성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 "네. 다만, 피해업체들에 대한 실질적인 문제해결까지는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한계가 있다는 말씀이시군요."
: "맞습니다. 피해구제 차원에서 경제적인 해결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명확한 한계입니다."

: "조선소 하도급 불공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 "조선소 하도급 불공정 문제는 크게 업계의 구조적 문제와 법적 근거 미비로 인한 문제로 나눌 수 있습니다."

: "네. 그렇다면 구조적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부터 말씀 부탁드립니다."
: "구조적 문제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계약체결이 정확히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과 업계 전체적인 단가 수준이 하향 평준화되었다는 것이 있습니다. 계약은 양자간에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대금 산정 기준에 대해서 양 업체간 조율이 필요한데, 현재의 계약은 공수기준에 대한 협의 없이 시공이 먼저 이루어지고 후계약이 체결되며, 대금은 원청에서 통보하는 형태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론적으로 품셈 산정 기준을 하도급 업체에 공개하여, 대금산정에 대한 정보 불충분의 문제를 해소하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면 처음부터 투입할 노동량을 예상할 수 있어 공수인정에 대한 이견이 사라지고, 원청에서 품셈 기준을 낮게 측정한다면 하도급 업체에서 투입 노동량을 조절하는 식으로 조율이 가능해 보입니다.

그리고 업계 전체적인 단가가 낮은 문제에 대해서는 조선산업 3사가 비슷하게 적용되어 있기 때문에, 동종업계에서 비교하면 원청업체의 하도급 대금이 부당하게 낮다는 것을 입증하기 어렵습니다. 재판부에서 동종업계가 아닌 유사업계와 단가를 비교해야 합니다. 또 대금이 하향 평준화된 것은 해양플랜트 산업을 수주하면서 국내업체들간의 경쟁이 과열됐기 때문인데, 국내업체들은 세계적인 기술력도 있고 점유율이 높기 때문에, 지금의 수준까지 단가를 낮출 필요가 없습니다. 현재는 필요이상으로 단가가 낮게 책정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에 대해서 정부가 시장가 형성에 대해 일부 제재를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현대중공업 조선소
 현대중공업 조선소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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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잘 들었습니다. 한편, 대형조선사들이 자행한 광법위한 하도급법위반 혐의에 비해, 현재 관련 규정에서 내릴 수 있는 처벌은 과소하기 때문에 법적 근거 역시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올해는 관련 법과 제도의 해결에 있어서,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실 생각이신가요?"
: "2022년에는 피해구제기금 법안의 국회 통과와 불공정 피해 신고자에 대한 신고포상금제도의 개선을 요구하는 데 중점을 두고 활동할 계획입니다. 피해구제기금 제도는 공정위에서 부과한 과징금의 일부를 피해자의 구제와 지원을 위한 기금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입니다. 공정위 신고포상금 제도는 이미 존재하는데 현재는 피해업체 대표자는 이 포상금을 받을 수 없도록 되어있습니다. 포상금제도를 피해업체 대표자도 포상금을 받을 수 있도록 개선하여 전속적 거래관계에서 피해사실 호소가 어려운 하도급 업체의 신고를 더 활성화하고자 합니다."

인터뷰 말미에 한익길 대표에게 이 긴싸움이 언제까지 지속될 거 같으냐고 물었다. 한 대표는 "나는 끝없이, 기간없이 싸우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딸이 대학원을 졸업하고, 아들이 군대를 제대했을 때쯤 가족들에게 '이 문제에 대해 싸워야겠다. 너무 불합리하기 때문에 업계의 문제를 고쳐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싸움에 뛰어들었는데, 이렇게 오래 걸릴 줄은 몰랐다. 가족들에게 5년간 가장으로서 해준 것이 없는데, 일상으로 얼른 돌아갈 수 있게 되면 좋겠다"라고 말하면서도 "벌써 6년이 되었고 앞으로도 6년이 지난다한들 이 문제가 쉽게 해결이 되진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힘들더라도 대책위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야하기 때문에 하는 거다. 다행히 자녀들이 장성했기 때문에, 끝과 기간은 정하지 않고 싸우려고 생각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길을 닦는 사람'이 되겠다는 그의 예상치 못한 답변. 그제야 그가 대책위 활동을 왜 지속하고 있는지 이해가 됐다. 그는 대책위 활동이 본인의 피해구제에 도움이 되긴 어렵다는 것을 직감하고 있었다. 본인은 가시밭길을 닦을지언정 동료와 후배들에게 꽃길을 만들어주겠다는 그의 각오가 먹먹하게 느껴졌다. 업계의 구조와 제도 자체를 고치고자 하는 그의 바람이 모여 언젠간 꽃길을 만들 수 있기를 바라본다.
 
인터뷰이 소개
김남주 대표변호사는 '을들을 위한 김앤장'이라는 표어를 내걸고 법무법인 도담을 운영하고 있다. 분쟁 해결에 그치지 않고, 상가임차인, 하도급업체, 근로자, 채무자 등 여러 '을'들을 위한 법과 제도 개선 활동에도 힘쓰고 있다.

한익길 대표는 현대중공업의 전 사내협력사의 대표이사였으며, 현재는 현대중공업하도급갑질피해하청업체대책위원회의 대표를 맡고 있다. 조선3사 하도급 위반행위에 대해 공정위 제재처분을 이끄는데 큰 역할을 했으며, 현재는 상생협력 TF에 참고인으로 조력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한솔 기자는 법무법인 도담의 홍보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법무법인 도담의 홈페이지 등에 위 기사 내용을 재구성하여 게재할 수 있습니다.


태그:#하도급불공정, #조선업계, #대형조선사, #공정위, #과징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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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도담에서 홍보팀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도담과 함께한 사람들을 인터뷰하며, 공감의 폭이 넓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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