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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12일은 국정원의 불법사찰정보공개청구 거부처분을 취소하라는 대법원 확정판결이 내려진 지 1주년을 맞은 날이었다. 1년이 지난 지금, 불법사찰 피해자와 피해 규모가 명확히 밝혀지고 관련자는 적절한 처벌을 받았을까? 불법사찰 정보공개운동의 성과와 한계,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어보기 위해, 역사적인 소송의 당사자인 곽노현 내놔라내파일시민행동 상임대표(전 서울시 교육감)를 인터뷰했다. [기자말]
2017년 12월 8일 명진스님과 박재동 화백, 곽노현 전 교육감 등이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국정원 개혁위의 활동시한 연장을 촉구하는 내놔라내파일시민행동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2017년 12월 8일 명진스님과 박재동 화백, 곽노현 전 교육감 등이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국정원 개혁위의 활동시한 연장을 촉구하는 내놔라내파일시민행동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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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지난 정부에서 행해온 국내 정치 사찰과 정치 공작을 근절하기 위해 2017년 6월 국정원개혁발전위원회(이하 개혁위)를 출범시켰다. 국정원은 개혁위 활동을 통해 국정원이 정치인뿐만 아니라 문화 연예계 인사들, 그 외 많은 사람들을 광범위하게 불법사찰했고 사이버 작전을 포함한 정치 공작 사실을 밝혀냈다.

국민들은 관련 뉴스를 보며 사찰 피해가 명확히 규명되고 피해자에 대한 보상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했지만 실상은 아니었다. 이미 밝혀진 피해자들의 사찰정보 처리방안조차 논의되지 않았다. 불법사찰 피해자들은 사찰정보 공개 및 폐기에 대해 몇몇 위원들과 공식 간담회까지 가지며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개혁위는 끝까지 사찰정보 공개에 대해 공식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내놔라 내파일!

결국 피해자들이 직접 정보공개 운동에 나섰다. 2017년 10월 내놔라내파일시민행동(이하 시민행동)이 출범했다. 그 이름처럼 피해자들의 간절한 외침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정보공개운동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국정원이 정보공개를 회피 및 거부할 수 없게 하는 것이었다. 국정원이 국가안보를 이유로 들어 정보공개를 거부할 소지가 컸기 때문에 국가안보와의 관련성을 주장하기 어려운 인물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하기로 했다.

2017년 11월, 시민행동이 국정원에 1차 불법사찰 정보공개청구서를 접수했다.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과 같은 단체장과 시민활동가, 종교예술계 인물 그리고 노동 단체들이 참여했다. 정보공개청구서 1차 접수 시에는 550명이 정보공개청구를, 533명이 개인정보열람요구를 청구했고, 2차 접수 시에는 366명이 정보공개청구를, 343명이 개인정보열람요구를 했다. 김남주 법무법인 도담 대표변호사가 시민행동 법률팀장으로서 청구문서 작성부터 접수까지 도맡아 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정보공개거부결정 및 개인정보열람요구거부결정 통보였다. 이후 국정원은 시민행동이 청구거부처분에 대해 제기한 이의신청조차 기각하는 결정을 통보했다. 기각 이유는 청구한 정보가 국가안보에 관련되거나 국가안보 관련 업무 수행에 차질을 초래할 수 있는 것들이며 따라서 '정보공개법'과 '개인정보보호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작은 성과라면 국정원에 사찰정보 처리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구체적인 방안과 원칙을 고민하게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실질적인 정보공개 및 폐기가 간절했기에, 국정원을 상대로 정보비공개처분을 취소하도록 소송을 제기할 수밖에 없었다.

봉인 풀린 사찰 파일
 
국정원 앞에서, 550명 분 정보공개청구서
 국정원 앞에서, 550명 분 정보공개청구서
ⓒ 내놔라내파일시민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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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주 변호사는 일부 피해자들을 대리해 시범적으로 정보비공개처분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결과적으로 원고 4명 중 3명에 대해서 사실상 1, 2, 3심 전부 승소했다. 국정원은 대법원 판결에 따라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과 박재동 화백 등의 사찰성 정보를 모두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과거의 잘못과 피해자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사찰 파일의 봉인이 드디어 풀린 것이다.

"세상에… 안기부, 국정원의 사찰기록을 받아보다니." 사찰 피해자들은 감개무량한 기분까지 들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민주주의와 인권 수준이 상당하다고 입을 모았다. 곽노현 시민행동 상임대표도 정보를 공개받은 것에 대해 "민주주의와 인권보장이 국가정보기관의 힘을 능가하게 된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사찰 파일에는 어떤 내용이 들어 있었을까? 곽노현 대표는 "사찰 정보를 받아보니 음해성 카더라 정보가 대부분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본인 공개 여부와 상관없이 반드시 영구 폐기해야 한다. 국가가 불법으로 수집한 정보를 훗날 제삼자가 알아야 할 이유도 없고 거짓 정보가 마치 사실인 것처럼 둔갑해선 안 되기 때문이다"라고 전했다.

나아가 확정판결은 변화의 물결을 만든 시작점이 되었다. 먼저, 작년 말 국정원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었다. '정치관여금지' 조항과 '공소시효 조항'이 개정되었고 '불법 감청 및 불법 위치 추적 금지' 조항이 추가되었다. 이어 지난 7월에는 '국정원 불법사찰 재발 방지 결의안'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결의안은 헌정 사상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의결된 최초의 결의안인 동시에 국가정보기관의 반성 및 재발방지를 촉구했다는 의의를 갖는다.

국민의 권리, 국가의 의무

하지만 정보공개청구의 문이 열렸음에도, 피해자들은 번번이 문 앞에서 좌절하고 있다. 국회를 통과한 결의안에 적극적인 정보공개를 권고하는 내용이 있으나 피해자들은 아직도 본인의 사찰기록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국정원은 문건의 제목과 내용을 특정해야만 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국정원이 남몰래 수집해서 피해자들은 본인이 언제 어디서 사찰을 당했는지조차 알 수 없는데, 문건 제목과 내용을 특정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문건 제목을 특정해서 받기라도 하면 다행이지만, 정작 받은 문건에 쪽수와 내용이 지워져 있어 본인 정보인지 분간이 어려운 경우도 많다.

지금까지 정보공개청구로 밝혀진 피해는 극히 일부일 뿐이다. 현재의 피해자 개인이 정보공개청구하는 방식은 불법사찰의 진상을 규명하는 데 한계가 명확하다. 과거 중앙정보부, 안전기획부, 국정원 시절의 불법사찰 전모와 기제, 피해 규모까진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종합적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이 필요한 이유다. 특별법은 국정원이 불법사찰 대상자에게 피해 내용을 선제적으로 알리고 정보공개 및 영구폐기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한다.

진상규명에 대해 곽노현 대표는 "중요한 것은 우리 국민들이 불법사찰의 전모와 기제, 피해를 알 권리가 있다는 것이고, 국가는 불법사찰의 전모와 기제, 피해를 기억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2017년 12월 18일 국회에서 정보공개거부 철회 요구 기자회견하는 내놔라내파일시민행동.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사진 중앙)과 김남주 변호사(오른쪽에서 두번째)도 참석했다.
 2017년 12월 18일 국회에서 정보공개거부 철회 요구 기자회견하는 내놔라내파일시민행동.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사진 중앙)과 김남주 변호사(오른쪽에서 두번째)도 참석했다.
ⓒ 내놔라내파일시민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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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법을 제정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불법행위에 대한 적절한 처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국정원이 정보공개청구에 소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시간을 버는 일이기도 하다. 공소시효 때문이다. 그나마 처벌이 가능한 7년 전의 사건도 시간이 지나면 처벌이 어렵다.

우리 역사의 어두운 이면, 다시는 이런 피해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사실 국정원의 사찰 행위가 밝혀진 것은 이번 정부가 처음은 아니었다. 1990년 윤석양 이병의 민간인 사찰 폭로 사건 후, 정보기관들은 민간인 사찰을 중단한다고 했지만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국정원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재발방지 약속을 했다. 그렇지만 정권 변동과 무관하게 이 약속이 지켜지리라는 보장은 없을 것이다.

곽노현 대표는 "국가정보기관은 법치주의와 인권보장의 관점에서는 영원히 경계해야 할 국가기관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분단 상황이라 국가안보와 북한 정보를 다루는 국가정보기관의 쓸모가 크기 때문에 고위 관계자가 정치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반면 국회 정보위에 의한 국정원 통제 수준은 아직도 유명무실하고 법원에 의한 국정원 통제도 시민행동으로 간신히 걸음마를 뗀 수준이라 조금도 경계를 늦출 수 없다"고 말했다.

오늘날엔 디지털 사찰 기술이 발달해서 모든 시민의 일거수일투족을 알 수 있는 정도라 국가정보기관에 대한 감시가 더욱 필요하다. 박근혜 정부 당시 1만 명에 가까운 문화계 인사를 블랙리스트에 올려 관리했던 걸 보면, 남의 일이 아닐 수 있다. 곽노현 대표는 인터뷰 내내 일반 국민들의 권리와 역할을 강조하며 국민들의 지지가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일반 국민들 입장에선 불법사찰 대상이 주로 유력인사라는 점에서 자칫하면 남의 일로 여겨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본래 권력 남용에는 남의 일이라는 게 없습니다. 더욱이 오늘날엔 사찰 감시기술의 비약적 발달로 일반시민의 관점에서도 국가정보기관이 더 위험해졌습니다. 지금이야말로 인공지능과 빅 데이터에 의한 전면 감시사회로 가는 길을 차단하겠다는 자유시민들의 집단 의지가 어느 때보다도 더 중요합니다. 특별법을 만드는 힘은 일반 국민들에게서 나옵니다."

지켜지지 않은 30년 전의 약속, 이제는 지켜져야 한다. 이러한 약속의 대상은 국민이기에 국민들은 약속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 감시할 필요가 있다. 과거의 피해를 배상하는 차원을 넘어, 미래의 누군가가 같은 피해를 입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해야 하는 일이다.

덧붙이는 글 | 이한솔 기자는 법무법인 도담의 홍보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법무법인 도담의 홈페이지 등에 위 기사 내용을 재구성하여 게재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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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도담에서 홍보팀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도담과 함께한 사람들을 인터뷰하며, 공감의 폭이 넓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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