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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은 오랫동안 군사기지였던 탓에 ‘금단의 땅’으로 여겨졌습니다. 작년 12월, 용산기지 반환 협상이 시작되면서 오래도록 미뤄졌던 용산기지 공원화에 대한 논의가 이제 막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한세기 넘게 군사기지였던 땅이 생태역사공원으로 거듭난다고 합니다. 새롭게 들어서는 공원에 우리는 무엇을 담아야 할까요? 깨진 유리조각 맞추듯 오랫동안 용산이라는 공간에 천착한 사람들을 만나 담장 너머 펼쳐질 공간을 상상해보았습니다. 역사, 생태, 예술, 환경 분야의 전문가와 활동가를 만나 용산의 과거와 미래에 대해 나누었던 이야기를 연재합니다.[편집자말]
천만 관객 흥행에 성공했던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을 모르는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영화 <괴물>은 어두컴컴한 미8군 영안실에서 군무원이 시체 방부 처리에 쓰이는 포름알데히드 용액을 싱크대에 붓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하지만 이 장면이 2000년 실제 일어난 미군 한강 독극물 무단방류 사건을 배경으로 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미8군 영안실에서 부소장 맥팔랜드의 지시로 포름알데히드 475ml 480병을 아무런 정화처리 없이 한강으로 내보낸 이 사건은 당시 언론에 대서특필되며 화제가 되었다. 이를 계기로 미군의 공식 사과와 함께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에 부속서 형태로 환경 관련 조항이 신설되었다. 하지만 20년이 지난 이후 현실은 얼마나 바뀌었을까?
 
 용산 미군기지에서의 한강 독극물 방류사건은 영화 괴물의 모티프가 된다
 용산 미군기지에서의 한강 독극물 방류사건은 영화 괴물의 모티프가 된다
ⓒ 청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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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서도 적나라하게 표현되는 미군의 무법적 행동과 한국 정부의 무능함은 지금도 여전하다. 아직도 녹사평역 지하수에서는 기준치의 수백 배가 넘는 발암물질이 검출되고, 미군은 제대로 된 오염정화를 하기는커녕 한국 정부가 정화 비용을 부담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용산기지의 괴물은 아직 진행형이다.

용산기지 공원화에 대한 논의가 조금씩 시작되고 있지만, 오염 문제 해결 없이 용산기지의 반환과 공원화는 요원하다. 대부분의 기지 반환은 미군과 오염 정화 책임을 따지는 과정에서 수년씩 지연된다. 반환된 기지의 오염을 정화하는 데도 수년이 소요된다. 용산공원에 대한 장밋빛 미래를 그리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말이다. 

기지 반환 협상의 핵심이자 공원 조성의 장벽인 오염문제, 어떤 원칙을 가지고 해결해 나가야 할까? 환경단체 녹색연합에서 18년간 몸담아온 윤상훈 녹색연합 사무처장을 만나 용산기지 반환을 둘러싼 쟁점을 살펴보고 해결방법을 모색해 보았다. 

"미군의 책임 불분명, SOFA 및 부속서 조항 개정 필요"
 
 인터뷰 중인 윤상훈 녹색연합 사무처장
 인터뷰 중인 윤상훈 녹색연합 사무처장
ⓒ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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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녹색연합이 2000년 폭로한 미군의 한강 독극물 무단방류사건은 영화 <괴물>의 모티프가 될 정도로 유명하다. 언제부터 군기지 환경문제에 대응해왔으며, 주요 활동은 어떤 것들이 있나?
"녹색연합은 1992년 만들어진 환경단체다. 군기지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19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되었고 꽤 오랫동안 중심의제로 다뤄왔다. 군사기지에서 발생하는 각종 오염문제, 특히 토양 지하수 오염 문제를 많이 다뤄왔고, 군공항, 군사격장에서 발생하는 소음 진동 문제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문제 제기를 시작했던 초기, 20년 전만 해도 주한미군은 감히 우리가 넘볼 수 없는 영역이었다. 국가안보에 관한 일이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에 주한미군기지에서 발생하는 오염 문제에 대한 문제 제기조차도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현재는 주한미군의 역할과는 별개로 오염 문제는 주민의 건강권과 생명권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충분히 논의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었고, 당연한 권리를 찾는 것에 많은 사람이 지지해주고 있다."

- 미군의 한강 독극물 무단방류사건 이후 SOFA(주둔군지위협정)에 환경조항이 만들어졌다. 환경조항이 생기기 전과 후의 큰 차이점이 무엇인가? 규정이 생겼음에도 왜 문제가 계속되는가?
"말한 것처럼 1966년 체결된 SOFA에는 환경 관련 조항이 없었다. 맥팔랜드 사건이 계기가 되어 2001년 SOFA가 개정되고 환경조항이 신설되었지만 본협정이 아닌 합의의사록에 들어갔다. 여러 제도와 절차들이 마련되긴 했지만 미군이 오염자부담원칙에 따라 오염정화의 책임을 지지 않는 현실은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가장 쟁점이 되는 '오염을 누가 정화할 것인가'에 대한 기준이 부속서의 KISE(Known, Imminent, Substantial, Endangerment to human health)라는 조항으로 명시되어 있는데 굉장히 애매한 기준이다. '인간 건강에 대해 잘 알려진(Known), 급박하고(Imminent) 실질적인(Substantial) 위험(Endangerment)'일 경우에만 미군이 정화한다는 것인데, 사실상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같은 내용이다. KISE에 해당하는가 여부도 주한미군사령관이 판단한다. 작년 반환된 캠프마켓에서는 다이옥신과 같은 맹독성 발암물질까지 검출이 되었는데 주한미군은 KISE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이야기했다. 

이뿐만 아니라 SOFA 환경조항의 내용도 한국 정부의 의견을 청취, 존중한다는 것이지 이를 의무사항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기본적인 오염상황에 대한 정보공개도 하지 않을 뿐더러 현장 조사를 위한 권한도 없고, 오염정화에 대한 비용까지 지속해서 한국 정부가 떠안고 있는 실정이다. 용산 미군기지는 평택으로 이전이 될 테지만 평택과 대구 등 미군기지가 집중 재배치된 지역에서는 향후에도 이러한 문제가 반복될 것이다. 한국 국민의 알 권리와 건강권을 보장하고 비용부담에 대한 책임을 명확하게 할 수 있도록 SOFA 및 부속서 조항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FOIA 자료를 바탕으로 한 용산 오염 지도
 FOIA 자료를 바탕으로 한 용산 오염 지도
ⓒ 용산미군기지온전한반환을위한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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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산기지는 우리나라 전체 미군기지 중 가장 많은 오염사고가 발생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2017년 녹색연합이 미국의 정보자유법을 통해 확인한 용산 미군기지 내 유류 유출 사고 건수는 84건이나 된다. 용산미군기지 내 오염은 얼마나 심각하다고 볼 수 있는가?
"당시 정보자유법(FOIA: Freedom of Information Act)을 통해 미 국방부에 정보공개 청구한 내용은 두 가지다. 과거 삼십 년간 용산기지에서 발생했던 오염 사건과 오염 물질, 처리현황을 요구했는데 첫 번째는 기름 항목, 두 번째는 독극물과 같은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정보를 요청했다. 미 측에서는 유해화학물질에 해당하는 탄저균이나 세균실험 의혹과 같은 내용을 제외한 기름 유출 사고로 인한 오염 정보만 선택적으로 공개했다. 

여하튼 당시 공개된 기름 오염 발생 건수가 84건이었고 그 외 한국 정부나 주한미군 인터뷰를 통해 오염이 확인된 사례까지 합쳐보니 90건 정도의 오염사고가 있었다는 것을 확인했다. 메인포스트와 사우스포스트, 산재부지를 포함한 용산기지 전역에서 오염이 확인되었다. 주한미군 자체 기준으로도 이것은 심각한 오염이다, 최악의 유출량(3780L)이라고 말한 건이 7건이나 된다. 

하지만 이러한 결과 발표에도 불구하고 주한미군은 이에 대해 일언반구의 답변도 하지 않았다. 향후 한국 정부가 용산 미군기지를 반환받을 때, 정보자유법 자료를 토대로 기름유출이 발생한 지점을 엄밀히 검증, 조사해 볼 필요가 있다."

용산기지 반환을 위한 두 가지 조건

- 용산기지 반환과 관련해 어떤 주장을 하고 있는가?
"'온전한 반환'을 주장하고 있는데, '온전한'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첫 번째는 완전한 오염정화다. 미군이 오염정화에 대한 분명한 책임을 지고 정화와 비용부담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땅을 온전히, 남김없이 돌려주라는 것이다. 용산 미군기지가 반환된다고 하여도 계속해서 잔류하는 부지가 몇 개 있다. 국방부 옆에 위치한 헬기장과 드래곤힐 호텔이다. 메인포스트 위쪽, 캠프코이너 부지에도 미 대사관이 들어올 예정에 있다. 이 땅의 역사성이나 공원이라는 시민의 공간으로 활용함에서도 미군이 일부를 계속 사용하는 것은 부적합하다."
 
 미군기지 반환절차
 미군기지 반환절차
ⓒ 국방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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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산기지 반환 절차는 현재 어느 단계인가?
"용산기지는 지난 5월부터 우리나라 환경부와 주한미군이 오염조사에 들어간 상태다. SOFA 절차에 따라 주한미군이 환경기초자료를 제공하고, 환경부는 이를 바탕으로 환경조사를 한다. 한미 양측은 SOFA 운영체계 중 하나인 환경분과위원회에서 이 조사 결과를 비탕으로 논의가 이루어지는데, 여태까지는 한 번도 한국 환경부와 주한미군이 오염 문제에 대해 합의를 본 적이 없다. 

이 단계에서 합의가 되지 않으면 그 위 단계, 특별 합동위에서 환경협의가 이루어진다. 여태까지는 주한미군사령관과 우리나라 외교부 북미국장이 앉아서 도장을 찍는 형태로 미군의 책임을 무마시켜왔다. 용산기지도 관례에 따르면 비슷한 절차를 밟아 반환될 것이다. 하지만 여의도 면적만 한 그 넓은 땅덩어리를 정화되지 않은 그대로 가져왔을 때 치러야 하는 비용이 너무나 크다." 

- 용산 미군기지 오염 정화 비용을 1조 원으로 예측했다. 국토부가 책정한 비용인 1030억보다 10배가량 높은 수치인데, 어떻게 계산된 수치인가? 
"2013년 반환된 동두천 캠프캐슬의 면적과 정화 비용을 산술적으로 용산기지 면적에 대입한 것이다. 캠프캐슬은 반환 이후 동양대학교 부지로 사용되었는데 성급한 정화와 매각으로 학교 공사 과정에서 오염이 재확인되기도 한 곳이다. 전체면적 15만㎡ 중 40%의 토양을 정화하는 데 196억 원의 정화 비용이 소요되었다. 이 면적당 비용을 용산기지 면적인 243만㎡에 적용해보니 거의 1조 원에 육박하는 금액이 나왔다. 만약 미군에게 정화책임을 지우지 못하면 우리 국민의 세금으로 고스란히 부담할 수밖에 없는 비용이다."
 
 동두천 미군기지 주변, 기름에 오염된 흙
 동두천 미군기지 주변, 기름에 오염된 흙
ⓒ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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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환기지 협상의 핵심은 정화 비용 부담이라고 이야기했다. 오염자부담원칙에 따라 미군이 이를 책임지게 하기 위해서는 어떤 제도적, 정치적 노력이 필요한가?
"기본적으로 정부가 미군에게 요구를 해야 한다. 해봤더니 안되더라는 인식이 강하기도 하고 과도하게 인상된 방위비 분담금 협상만으로도 부담스러워서 정부가 용산의 오염정화 비용에 대한 이야기조차 꺼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기지반환 협상 테이블에 오염문제 이슈를 분명히 올려야 한다. 

오염 정화 책임을 명시할 수 있도록 SOFA 본협정과 부속서 개정도 또다시 필요하다. 국내법에 따라 주한미군에게 조치를 내려볼 수도 있을 것이다. 국내 토양환경보전법에는 오염을 발생시킨 자가 그것을 처리하고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오염자부담의 원칙이 분명히 명시되어 있다. 오염이 기지 내부만의 문제가 아니고 기지 바깥으로도 흘러와 지역주민에게 피해를 주기도 하므로 국내법을 적용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필요하다면 2007년 23개 기지 반환 이후 열렸던 국회 청문회처럼 용산기지 반환에 대한 국회 청문회를 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미군으로부터 반환받을 기지가 22개 남은 상태이고 그중 9개가 용산에 있다. 용산기지는 거의 마지막으로 오염자부담원칙을 미군에게 요구할 수 있는 가장 큰 사건이다. 미군이 제대로 된 오염정화의 책임을 질 수 있도록 녹색연합은 녹색연합대로 대응을 이어나가려 한다."

- 용산공원 설계계획과 관련해 국토부는 내년까지 대국민 공론화를 통해 조성 방향을 결정하겠다고 했다. 앞으로의 용산공원 조성에 있어 제언이 있다면?
"선 오염정화, 후 공원화가 원칙이 되어야 한다. 용산공원에 대한 공론화보다 용산기지 오염에 대한 공론화가 우선이라 생각한다. 현재 국토부 중심으로 진행되는 용산공원에 대한 의견수렴 과정에는 오염정화에 대한 내용이 빠져 있다. 용산공원 특별법도 마찬가지이다. 오염현황도 파악되지 않았는데 건물존치라든가 설계계획을 세우면 나중에 필연적으로 계획이 바뀔 수밖에 없다. 공원화 계획에 앞서 오염현황에 대한 정확한 정보 파악과 이를 어떻게 해결할지, 미군에게 어떻게 책임을 지울 것인지에 대한 공론화부터 활발하게 일어나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녹색연합 홈페이지(www.greenkorea.org)에도 게재됩니다.


태그:#용산, #오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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