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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는 공룡 한 마리를 잡아 발바닥을 뒤집어 볼 수 있는 곳에 살고 있다."

진주교대 부설 한국지질연구소 소장 김경수 교수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공룡발자국 화석이 발견된 백악기 진주층을 두고 이같이 말했다. 경남 진주시는 '세계최대' 공룡발자국 밀집지, '세계최소형' 공룡발자국 발견지, '세계최초' 소형공룡발자국 피부화석 발견지 등의 타이틀을 동시에 가진 곳이다.
 
진주 정촌 육식공룡 발자국 화석산지에 있는 8000점 이상의 공룡발자국은 규모도 세계 최대지만 보존상태도 뛰어나다. 이에 지질유산 관리Ⅰ등급으로 분류돼 국제적인 보호대상으로 각광받고 있다.
▲ 진주 정촌 육식공룡발자국 화석산지 진주 정촌 육식공룡 발자국 화석산지에 있는 8000점 이상의 공룡발자국은 규모도 세계 최대지만 보존상태도 뛰어나다. 이에 지질유산 관리Ⅰ등급으로 분류돼 국제적인 보호대상으로 각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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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에서는 다채로운 백악기 공룡발자국 화석이 발견됐다. 실제 본 적은 없지만 우리에게 친숙한 공룡들은 공룡번식이 절정을 이룬 1억 1000만 년 전 거대한 호수가 있었던 진주에서 뛰어놀다가 발자국만 남긴 채 사라졌다.

지금 우리는 그들의 발자취를 통해 중생대 백악기에 어떤 공룡이 살았고, 그들의 생활사는 어땠는지 엿볼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진주시는 소중한 지질유산을 가지고 있음에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공룡발자국 화석산지는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일부 훼손되고 있으며, 이곳에서 출토된 화석을 보관할 장소가 부족해 지역의 소중한 문화유산이 다른 지역으로 이관되고 있다. 특히 정촌 화석산지에서는 8000점 이상의 공룡발자국이 발견돼 세계최대 규모라는 평가가 나왔지만 뿌리산업단지 조성 공사로 보존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에 기자는 '진주 공룡'을 주제로 5편에 걸쳐 연재를 시작한다. 1편에서는 백악기 진주층과 정촌 육식공룡발자국 화석산지의 가치를, 2편에서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화석산지 3곳(유수리, 가진리, 혁신도시)의 가치를 분석해 본다. 3편에서는 공룡화석산지 보존 인프라 실태를 진단하고, 4편에서는 공룡화석산지를 잘 활용한 선진사례를 분석한다. 5편에서는 이곳을 보완하는 방법과 함께 문화관광산업으로 육성할 수 있는 대안까지 모색해 본다.

진주에는 공룡발자국 화석산지가 네 곳 이상
   
진주 공룡발자국 화석산지는 세계급 보호대상(지질유산 관리Ⅰ등급)으로 분류되는 2곳(정촌 육식공룡발자국 화석산지, 유수리 백악기 화석산지)과 국가급 보호대상(지질유산 관리 Ⅱ등급)으로 분류되는 2곳(가진리 새 및 공룡발자국 화석지, 혁신도시 익룡·새·공룡발자국 화석산지)이 있다.
▲ 진주 화석산지 4곳 특징비교 진주 공룡발자국 화석산지는 세계급 보호대상(지질유산 관리Ⅰ등급)으로 분류되는 2곳(정촌 육식공룡발자국 화석산지, 유수리 백악기 화석산지)과 국가급 보호대상(지질유산 관리 Ⅱ등급)으로 분류되는 2곳(가진리 새 및 공룡발자국 화석지, 혁신도시 익룡·새·공룡발자국 화석산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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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화석산지가 세 군데 있다. 유수리 백악기 화석지(천연기념물 제390호), 가진리 새 및 공룡발자국 화석산지(천연기념물 제395호), 충무공동(혁신도시) 익룡·새·공룡발자국 화석산지(천연기념물 제543호)다.

최근 알려진 정촌면 예상리 육식공룡발자국 화석산지는 공룡발자국 세계최대 밀집지일 뿐 아니라 지질유산 관리 Ⅰ등급(세계급 보호 대상)으로 분류돼 주목을 받고 있다(관련기사: 진주 정촌서 공룡발자국 7700여개 발견, 세계 최대 규모 http://omn.kr/1ibqo).

공룡발자국 화석이 남기 좋은 조건이었던 진주
 
진주지역에는 화석산지가 많이 분포해있다.
▲ 진주지역 내 공룡발자국 화석산지 분포도 진주지역에는 화석산지가 많이 분포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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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발자국이 발견되기 위해선 온화한 기후조건, 적절한 수분량, 부드러운 흙의 상태, 공룡의 보행 형태 등이 적절하게 배합된 상태에서 퇴적물이 쌓여야 한다. 우리나라에는 10여 개의 크고 작은 중생대 퇴적분지들이 있다. 공룡발자국 화석 대부분은 경상분지에서 발견됐으며, 경상분지는 경상남·북도에 걸쳐 있는 퇴적분지다. 

경상분지는 화산활동의 정도에 따라 세 곳으로 나뉜다. 이곳은 ▲유천층군(화산활동이 극심한 시기에 퇴적된 지층) ▲하양층군(화산활동과 동시에 퇴적된 지층 : 칠곡층, 신라역암층, 함안층, 진동층) ▲신동층군(화산활동 이전의 지층 : 낙동층, 하산동층, 진주층) 등으로 세분화된다.

 
경남 화석산지 및 퇴적층 분포도, 진주, 고성, 하동에서 공룡화석 대부분이 발견됐다.
▲ 경남 화석산지 및 퇴적층 분포도 경남 화석산지 및 퇴적층 분포도, 진주, 고성, 하동에서 공룡화석 대부분이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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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공룡발자국 화석이 많이 나오는 곳은 우리나라의 '진동층'과 '진주층'이다. 먼저 진동층은 지난 1972년 국내 최초로 공룡발자국이 발견됐으며, 공룡엑스포로도 유명한 고성군이 있는 곳이다. 고성군은 이곳에서 발견된 2000여 점의 공룡발자국 화석을 잘 활용해 세계 3대 공룡유적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진주지역을 중심으로 한 진주층에서는 1만 점 이상의 공룡발자국 화석이 발견됐다.

이처럼 진주에 수많은 공룡발자국 화석이 발견되는 이유가 있을까? 중생대 진주에는 거대한 호수가 있었다. 생명체가 번식하기 위해선 주변에 물이 있어야 하는데 이 호수를 중심으로 공룡이 번식했다. 최근 진주 혁신도시와 뿌리산업단지 등에서 대규모 토목공사가 진행되면서 지층에 감춰져 있던 공룡발자국 화석이 대거 출토됐다. 이는 공룡이 번식했던 중생대 백악기 당시 진주지역에 공룡 개체 수가 많았고, 화석의 보존이 최적화된 상태에서 퇴적층이 형성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8000점 이상 발견된 정촌 육식공룡발자국 화석산지
 
좌(정촌 뿌리산단 내 육식 공룡발자국 화석산지), 우(공룡발자국 확대도)
▲ 정촌 육식공룡발자국 화석산지 좌(정촌 뿌리산단 내 육식 공룡발자국 화석산지), 우(공룡발자국 확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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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리 정촌 육식공룡발자국 화석산지는 공사가 진행 중인 정촌 뿌리산업단지에 있다. 이곳에서 8000점 이상의 공룡발자국 화석이 발견됐다. 공룡발자국 화석 발굴 작업은 현재 8개 지층 중 3번째 지층까지 진행됐다. 특히 3번째 지층에서만 7714점의 공룡발자국 화석이 발견됐는데, 이는 역대 최고 기록이었던 볼리비아의 5050여 점을 훌쩍 뛰어넘은 수치다. 이곳에서 발견된 공룡발자국은 규모도 세계최대이지만 보존상태도 뛰어나다. 이에 지질유산 관리Ⅰ등급으로 분류, 세계급 보호 대상으로 주목받고 있다. 

정촌 화석산지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이후 발굴조사가 충분히 이뤄진다면 출토될 공룡발자국 화석 수는 수만 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학계에서는 정촌 공룡화석산지를 '라거슈타테'로 부르고 있다. '라거슈타테'는 독일어로 '대규모 화석 발견 장소'를 의미한다.

'미니사우리푸스'의 완벽한 발 도장을 얻다
 

특히 정촌 화석산지에서는 '아기 발 도장'처럼 피부 자국까지 완벽하게 보존된 공룡발자국 화석이 발견돼 이목이 쏠렸다. 이 발자국은 소형육식공룡인 '미니사우리푸스'의 것이다. 공룡 피부 화석이 완벽하게 발견된 사례는 세계최초다. 이 발자국화석은 총 5개가 발견됐는데 그중 4개는 피부 자국이 뚜렷하게 보존돼 있다. 특히 공룡 걸음걸이가 그대로 나타나는 보행렬이 나타나 학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보행렬로 인해 공룡의 크기, 보행특성, 이동방향 등에 대한 진단이 더욱 정확해졌다고 분석했다.

이 공룡은 까마귀 정도의 크기로 평균 28cm의 몸집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발자국 길이는 평균 2.4cm로 작지만 시속 8~9km 정도로 빨리 달릴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발바닥 피부에 돋아 있는 0.3~0.5mm 크기의 작은 돌기는 중국에서 발견된 백악기 시대 조류와 흡사하다. 이에 소형 육식공룡과 조류 간 기능·형태학적 연결성도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 화석의 가치는 최근 뉴스위크, 사이언스 타임즈 등 해외 언론뿐 아니라 스미스 소니언,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등 해외 유명 과학 매거진에 소개돼 조명되기도 했다.

"정촌 육식공룡발자국 화석산지의 가치는 무한대"
 
좌(대형 용각류 보행렬), 우(대형 수각류 발자국)
▲ 정촌 공룡발자국 화석 좌(대형 용각류 보행렬), 우(대형 수각류 발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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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촌 화석산지의 첫 번째 지층면에서는 지름 1m의 대형 초식공룡 보행렬 8개와 지름 50cm의 대형 육식공룡 보행렬 13개 등 총 270여 개의 공룡발자국 화석이 발견됐다. 두 번째 지층면에서는 지름 20~40cm의 소형 육식공룡 발자국 화석 250여 개가 나왔다. 특히 세 번째 지층면에서는 중·소형 육식공룡 발자국이 대거 발견돼 7714개에 이르렀다. 아직 8개 지층면 가운데 일부분만 발굴됐지만 이들은 각각의 특징을 갖고 있다. 네 번째 지층면에서는 익룡 발자국, 다섯 번째 지층면에서는 익룡과 대형 거북의 보행렬도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형 거북 보행렬의 발견은 아시아 최초의 사례다. 

공룡뿐 아니라 새·악어 발자국 화석과 패갑류·어류·곤충 화석 등 백악기 다양한 생물의 화석도 이곳에서 발견됐다. 또한 건열(땅의 겉 표면이 말라 거북이 등처럼 갈라져 터진 모양), 연흔(물결자국) 등 백악기 퇴적환경을 추정할 수 있는 화석도 발견되고 있다. 이곳의 화석은 원래 낮은 구릉지대로 자연적 풍화를 받지 않은 신선한 상태로 노출됐지만 산단 조성공사로 훼손되고 있다. 정촌 화석산지를 보존하기 위해 문화재청이 이곳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하고, 현지보존 결정을 서둘러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촌에서 백악기 척추동물 화석 또 발견
 
정촌 뿌리산단 조성지 내 육식공룡발자국 화석산지 주변에서 소형육식공룡 발자국 피부화석, 도마뱀골격, 대형거북과 개구리 발자국 화석 등이 발견됐다. (좌 : 도마뱀 골격화석 ,우 : 대형거북 보행렬 화석)
▲ 정촌에서 발견된 추가화석 정촌 뿌리산단 조성지 내 육식공룡발자국 화석산지 주변에서 소형육식공룡 발자국 피부화석, 도마뱀골격, 대형거북과 개구리 발자국 화석 등이 발견됐다. (좌 : 도마뱀 골격화석 ,우 : 대형거북 보행렬 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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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정촌 뿌리산단에서 화석이 추가로 발견돼 문화재청이 부지 3곳에 정밀발굴조사 결정을 내렸다. 추가로 발견된 화석은 도마뱀골격, 대형거북 발자국, 개구리 발자국 화석 등이다.

이들 화석은 천연기념물 지정을 검토하고 있는 육식공룡 발자국 화석산지 주변 100~300m 떨어진 지점에서 각각 발견됐다. 이곳에서 발견된 도마뱀 골격화석은 보존율이 '세계최고' 수준이고, 대형거북 발자국은 크기가 '세계최대(30cm)'다. 개구리 발자국은 진주 혁신도시에서 발견된 것과 같은 종류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것(1억 1000만 년 전)으로 알려졌다.

공룡화석 권위자 "진주 정촌 공룡 화석산지 반드시 보존돼야"
 
< 단디뉴스 >는 지난 5월, 공룡화석 분야 세계적 권위자 마틴 로클리 미국 콜로라도 덴버대학 교수와 정촌 공룡발자국 화석산지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 공룡발자국 화석분야 권위자 로클리교수 < 단디뉴스 >는 지난 5월, 공룡화석 분야 세계적 권위자 마틴 로클리 미국 콜로라도 덴버대학 교수와 정촌 공룡발자국 화석산지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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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화석 연구 분야의 국제적 권위자인 마틴 로클리 미국 콜로라도 덴버대학 교수는 지난 5월 <단디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진주 정촌 공룡화석산지는 세계최대 규모며 보존상태도 뛰어나다. 이곳은 세계의 저명한 학술지와 학계로부터 그 가치를 인정받아 이미 라거슈타테로 불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곳은 세계인이 향유해야 할 문화유산이므로 꼭 보존돼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독립언론 <단디뉴스>에 실린 글에 최근 소식을 덧붙였습니다. '진주공룡' 시리즈는 5편이 나갈 예정입니다.


태그:#진주공룡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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