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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샌프란시스코 거리에서 마주친 홈리스
 샌프란시스코 거리에서 마주친 홈리스
ⓒ 최늘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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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사자의 휴식처로 유명한 관광지 피어39. 샌프란시스코 특유의 안개비가 내렸다.
 바다사자의 휴식처로 유명한 관광지 피어39. 샌프란시스코 특유의 안개비가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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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41킬로미터 태평양을 건너, 미국에서 1인당 소득수준이 가장 높다는 동네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했다. 7~8달러 비용의 도시철도 바트 Bart와 리무진 버스 말고 시내로 가는 다른 방법이 없을까 알아보다가 두 시간을 걷고 헤매다가 일반 버스를 찾았다. 길과 교통 시스템을 몰라서 몇 번이나 차비를 내고 갈아 타며 겨우겨우 다운타운에 도착했다.

커다란 건물들, 세련된 거리 곳곳에는 수많은 홈리스들이 있었다. 구걸을 하는 사람, 쓰러져 자는 사람, 약과 술에 취한 사람, 혼잣말을 하는 사람, 마주치는 사람에게 욕을 하거나 위협하는 사람도 있었다.

배고프고 다리가 아프고 오줌이 마려웠는데, 홈리스가 많아서 그런지 버스터미널의 화장실도 티켓 소지자만 입장이 가능했다. 참다 참다 호텔 로비로 들어가 화장실을 사용하고 피어 Pier 1부터 47까지 번호 붙여진 항구를 걸어 금문교로 향했다. 걸어도 걸어도 금문교는 나오지 않고 어느새 밤이 왔다. 어두워지니 거리에서 마주치는 홈리스들에 대한 두려움이 커졌다.

 골든 게이트 브릿지 앞에서
 골든 게이트 브릿지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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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퍽 디스 You fuck this!"

바지를 반쯤 내리고 마주 걸어오는 거대한 덩치의 홈리스가 말했다. 나는 영어를 잘 못해서 정확한 뜻은 모르지만 매우 공포스러웠다. 다행히 그냥 지나갔고 어찌저찌 인적이 드문 작은 공원 한 구석에 자리를 잡고 처음으로 텐트를 쳤다.

잊을 만하면 울리는 사이렌 소리, 발자국 소리, '퍼킹 미 Fucking me!' 어쩌고저쩌고 소리치며 지나가는 사람들이 있어 잠들기가 어려웠다. 텐트 가까이에서 갑자기 스프링쿨러가 돌기도 했다.

 나의 작은 텐트는 여행길에서 소중한 집이 되어 준다.
 나의 작은 텐트는 여행길에서 소중한 집이 되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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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기나긴 새벽이 지나고 몇 시간을 자고 일어났다. 부슬비는 내렸지만 공포의 밤은 지났다. 태양에게 감사함을 느꼈다. 다시 금문교를 행해 걸었다. 긴 해변에는 조깅을 하고, 자전거를 타고, 반려견과 산책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고급 주택과 비싼 차를 가진 세련된 사람들과 수많은 홈리스들이 낮과 밤, 담장과 울타리로 나뉘어서 공존하는 곳. 하루만에 느낀 강렬한 미국의 첫인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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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7년에 개통된 높이 67미터, 길이 2.7 킬로미터의 붉은 금문교를 걸어 보고, '그레이하운드' 장거리 버스를 타고 요세미티 의 관문도시 머세드 Merced로 이동했다. 버스 정류장 옆 조용한 곳에 이틀째 텐트를 쳤다. 인구 78,000 명의 소도시에도 홈리스와 넝마주이들이 많았다.

짐을 잔뜩 든 한 넝마주이 여성이 성큼 성큼 다가오길래 무서워하다가 "헬로" 하고 인사를 했더니 대답이 돌아왔다. 지금 뭘 찾아다니냐고, 머세드에 사느냐고 물어보니 "I charging my boogies. 나는 코딱지들을 모으고 있어." 라고 대답하고는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가 누구인지, 무엇을 찾아 추운 밤거리를 헤매는지 나는 영영 알 수 없으리라. 미국에는 큰 도시에나 작은 도시에나 쓰레기통을 뒤지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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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두세 시 술집 문을 닫을 시간이 되자 이번에는 귀가하던 취객들이 텐트로 다가와 욕을 했다.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미국에도 홈리스를 하대하고 욕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다행히 욕만 하고 텐트를 부수지는 않았다.

 워싱턴과 뉴욕 거리의 노숙인들
 워싱턴과 뉴욕 거리의 노숙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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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편은 '아름다운 요세미티 마을의 빈부격차' 입니다.

#세계여행 #세계일주 #미국횡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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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미륵섬 출생. 지리산 자락 대안학교에서 경쟁 대신 공동체의 가치를 배웠다. 인디스페이스, 늘장, 로드스꼴라, 청년활동지원센터에서 일했다. 반지하와 옥탑방에서 살면서 조금씩 모은 돈으로 오래 꿈꾸던 세계 일주를 떠났다. 영화 <남한기행-삶의 사람들>, <늘샘천축국뎐>을 만들었다. 주머니는 가벼워도 행복할 수 있다고 믿는 미니멀리스트 생활예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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