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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제10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제2차 협의차 한국을 찾은 미국 협상 대표단이 방문하는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 모습.
 10일 오전 제10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제2차 협의차 한국을 찾은 미국 협상 대표단이 방문하는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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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차 방위비분담 특별협정 체결을 위한 두 번째 회의가 11∼12일 제주에서 열린다. 지난 3월 7일 첫 회의에서 미국은 한국의 '공평한 분담'을 주장하며 방위비분담금의 대폭 증액을 요구하였다. 2018년도 방위비분담금은 9602억 원이므로 미국의 요구대로 증액되면 내년부터 매년 1조 원을 넘게 된다.

왜 미국의 증액 요구가 무리한 주장이며 방위비분담금 총액을 대폭 삭감할 수 있는지 살펴본다. 아울러 우리 정부는 방위비분담 총액 삭감을 협상목표로 제시하지 못한 채 방위비분담금의 투명한 집행(제도개선)을 강조하는데 그치고 있는데 이런 자세가 왜 이번 협상의 본질에서 벗어나는 것인지 살펴본다.

주한미군 주둔비의 50%가 '푼돈'이라는 트럼프의 자가당착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29일 "한국을 보라. 한국에는 휴전선이 있고 미군들이 장벽을 지키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에 대해 그 대가를 제대로 지불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한국이 공평한 분담을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트럼프는 대선후보 시절에도 "우리가 부담하는 비용에 비하면 (한국의 방위비분담금은) 푼돈에 불과하다"(서울신문, 2015년 10월 23일)면서 한국이 방위비분담금을 대폭 증액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미의회 조사국(CRS) 보고서는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의 의회증언( 2016년 4월 19일)을 인용하여 "2015년 9320억 원과 2016년 9441억원의 한국 방위비분담금이 주한미군 주둔비용의 대략 50%에 해당한다"(<한미관계 보고서>, 2017년 5월 23일)고 적고 있다. 

방위비분담금이 주한미군 주둔비의 50%에 해당되는 돈인데 어떻게 이를 '푼돈'이라고 할 수 있는가? 만약 트럼프의 말대로 한국이 지불하는 약 1조 원의 방위비분담금이 푼돈이라면 주한미군 주둔비용 자체도  '푼돈'수준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한국에게 방위비분담금 증액을 강요할 명분을 스스로 상실하게 된다. 또 한국의 방위비분담액(2016년 9441억 원)이 한국의 경제력에 비추어 '푼돈'이라면 GDP가 한국의 12.7배(2017년 기준)인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미국 자신이 부담하는 미군주둔비용은 껌 값도 안 되는 것이다.

한국의 주한미군 주둔비 분담률은 무려 72.6%

트럼프 미국 대통령(자료사진).
 트럼프 미국 대통령(자료사진).
ⓒ 연합뉴스·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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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한국은 '방위비분담금'만 미국에 지급하는 것이 아니다. 한국은 방위비분담금 이외에도 각종 명목의 직접 및 간접 지원을 주한미군에 대해서 하고 있다. 2016년도 기준으로 직접지원(정부 예산에서 지출되는 돈)을 보면 방위비분담금 9441억 원을 포함하여 주한미군에 대한 부동산 지원 129억 원,  카투사 운영비  100억 원, 주한미군기지이전비 6667억 원, 행정안전부 소관의 주한미군기지 주변 정비 1843억 원, 환경부 소관 반환미군기지 및 미군기지 주변 환경조사 30억 원, 미군공무피해 배상 33억 원 등 직접지원이 1조8243억 원이다.

간접지원(부동산 임대료 평가나 세금 감면 등 간접비용)을 보면 3003만 평에 이르는 미군공여지에 대한 임대료 평가액 1조1642억 원(전용공여지는 공시지가의 10%, 기타 공여지는 공시지가의 5% 적용), 카투사 지원 가치평가 1026억 원(카투사와 동일계급 미군병사의 봉급), 세금·공공요금·이용료 등 감면 1823억 원(2010년 기준), 14.5만 톤의 미 육군소유 탄약 한국군 탄약고 저장부지시설비(1237억 원) 등 모두 1조5728억 원이다.

이런 직간접 지원을 합치면 3조3971억 원으로 방위비분담금의 3.6배 규모다. 한국의 직간접 지원액과 미국 정부 자신의 예산(1조2823억 원)을 합한 금액에서 한국의 지원액이 차지하는 비율 즉 한국의 비인적 주한미군 주둔비 분담율은 72.6%로 한국이 주한미군 주둔비의 대부분을 부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이 '공평한 분담'을 하지 않는다는 미국의 주장은 터무니없다. 

2017년 12월 말 기준으로 쓰지 않고 남아 있는 방위비분담금(미집행금액)이 9830억 원에 이른다. 다시 말해 1년치에 해당하는 방위비분담금이 현재 남아있는 셈이다. 미집행금액 현황을 보면 군사건설비(방위비분담금의 한 항목)에서 쓰지 않고 남아있는 미집행현금이 3292억 원(2017년 12월 말), 2011∼2017년 사이 방위비분담 특별협정 상의 협정액보다 줄여서 예산편성한데서 발생한 차액 5570억 원, 2009∼2017년 간 불용액(사업을 정상대로 집행하고 남은 돈) 968억 원 등이다. 1조원 가까운 금액이 미집행으로 남아있다는 것은 한 해 방위비분담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지장이 없다는 뜻이자 방위비분담금이 필요 이상으로 과도한 수준에서 결정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불법의 온상 군사건설비 삭감해야

미국은 군사건설비를 평택미군기지(미 육군기지) 이전에 사용하느라 미 공군기지(오산, 군산, 수원, 대구 등)의 군사건설사업에 쓰지 못했기 때문에 평택미군기지 이전이 완료되더라도 군사건설비를 줄일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액면대로 믿기 어렵다. 왜냐하면 그동안 군사건설비의 60% 정도가 주한미군기지 평택이전에 쓰여왔다. 

나머지 40%는 기존 미군기지 군사건설사업에 쓰여온 것이다. 또 군수지원비 중에 '시설유지보수비'가 포함되어 있다. 이 시설유지보수비도 매년 300〜400억 원에 이른다. 넓은 의미에서 시설유지보수비도 군사건설사업비로 볼 수 있다. 더구나 주한미군이 군사건설비에서 쓰지 않고 모아둔 현금만 2017년 12월 말 현재 3292억 원에 이르기 때문에 설사 미 공군기지 군사건설사업의 소요가 있다 하더라도 이 자금을 쓸 수 있다. 2018년 군사건설비는 4442억 원인데 이를 최소한 60%(2600억 원) 정도는 줄여야 한다.

불법적인 이자소득, 최소 3000억 원 환수해야

미국은 군사건설비를 미군기지이전비로 쓰기 위해 2002〜2008년 사이 군사건설비에서 현금을 빼돌려 커뮤니티뱅크(미군사은행)에 예금하였는데 그 금액이 1조 1193억 원이다. 이런 현금 축적은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 위반이고 미2사단 이전비를 미국이 부담하게 되어 있는 한미연합토지관리계획(LPP)개정협정의 위반이다. 그런데 미국은 이런 불법행위에 그치지 않고 이 축적된 현금을 양도성예금증서 등에 투자해 이자수익을 올렸다. 이 이자수익은 2013년까지 최소 3000억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도 미국은 방위비분담금에서 매년 100억 원가량의 이자를 얻고 있다고 한다.(시사저널 2016년 5월 18일) 이런 이자수취는 주한미군의 영리행위를 금지한 한미소파 제7조 위반이므로 우리 국고로 환수해야 한다. 정부는 2014년 9차 방위비분담 특별협정 국회비준 동의 때 커뮤니티뱅크의 법적 지위가 민간상업은행이면 세금을 추징하고 미국방부 기관이면 차기 협상 때 방위비분담 총액에 반영하겠다고 국회와 국민 앞에 약속하였다. 정부는 이번 협상 때 이자수익을 환수하든지 아니면 그만큼 총액을 삭감해야 한다. 

정부에 바란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지지율을 높이고 중간선거 승리를 의식해 한국으로부터 방위비분담금의 대폭 증액을 끌어내기 위한 압박 공세가 거셀 것임은 충분히 예상된다. 협상 주무부서인 외교부 당국자가 지난 3월 7일 첫 회의가 끝난 뒤 "협상 시작 단계여서 구체적 언급은 어렵지만 힘든 협의가 되리라는 건 말할 수 있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앞서 보았듯이 한국이 '공평한 분담'을 안 한다는 미국의 주장은 전혀 타당성이 없다.

정부가 방위비분담금의 대폭 삭감을 협상목표로 하는 것을 피하면서 방위비분담금의 집행 투명성 확보를 강조하는데 그친다면 이는 미국의 눈치보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심지어 박근혜 정부조차도 9차 방위비분담 특별협정 협상 때 협상 목표를 방위비분담 총액 삭감으로 제시한 바 있다. 촛불민심에 의해 탄생한 정부이니만큼 이번에야 말로 방위비분담금의 대폭 삭감을 이뤄냄으로써 우리의 주권과 국익을 지킬 수 있기를 기대한다.  


태그:#방위비분담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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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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