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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건 외교부 1차관과 로버트 랩슨 주한미국대사 대리가 2021년 4월 8일 외교부청사에서 제11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 서명 후 인사하고 있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과 로버트 랩슨 주한미국대사 대리가 2021년 4월 8일 외교부청사에서 제11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 서명 후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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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국방예산상 방위비분담금은 1조 3386억 원이며 주한미군 고용 한국인 인건비 5166억 원, 군사건설비 5632억 원, 군수지원비 3088억 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이중 군수지원비에는 2020년도의 미지급금 지급을 명목으로 927억 원이 편성되어 있다. 이 927억 원이 올해 집행되면 한국은 미국에 2020년도 방위비분담금(군수지원비)을 이중으로 지급하는 것이 된다.

국방부의 2020년도 방위비분담 결산현황을 보면 예산 1조 389억 원 가운데 인건비로 3144억 원, 군사건설비로 3306억 원, 군수지원비로 1001억 원이 집행된 것으로 나타나 있다. 군수지원비를 포함하여 모두 7451억 원이 미국에 지급된 것이다.

그런데도 한미 당국은 인건비만 지급되고 나머지 항목인 군사건설비와 군수지원비는 2020년에 지급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하여 2020년 군사건설비와 군수지원비 7245억 원(2020년 방위비분담금 1조389억 원-인건비 3144억 원)을 추후 미국에 지급하는 것으로 11차 방위비분담 특별협정 협상 때 합의하였고 927억 원은 바로 이 7245억 원의 일부로서 책정된 것이다. 2020년부터 적용되는 11차 협정이 2021년 3월에야 체결되면서 2020년에는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이 부재하였다.

따라서 2020년에 한국이 방위비분담금을 미국에 지급할 법적인 근거가 없었으며 그 경우 당연히 미국이 부담해야 마땅하였다. 이 점에서 한국이 2020년에 기집행한 방위비분담금 7451억 원(인건비 제외 시 4307억 원)은 미국한테 돌려받아야 하는데 돌려받기는커녕 2020년도 군수지원비를 다시금 미국에 지급해야 된다면 이는 이중지급으로 불합리하고 불공정하고 불법이다.

국방부의 주장은 터무니없다

국방부는 2020년도에 집행된 7451억 원 가운데 인건비 3144억 원만 11차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유효기간 2020∼2025) 상의 2020년 방위비분담금(1조389억 원)에 속하고 나머지 군사건설비 3306억 원과 군수지원비 1001억 원은 11차 협정상의 2020년 방위비분담금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한다.

즉 군사건설비 3306억 원과 군수지원비 1001억 원은 11차 협정에 의한 방위비분담금을 집행한 것이 아니라 과거(8/9/10차) 협정상의 합의액의 일부를 집행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런 국방부 주장에 따르면 한국이 11차 협정상의 2020년 방위비분담금(1조 389억 원)으로 2020년에 선집행한 것은 인건비(3144억 원)뿐이기 때문에 나머지(7245억 원)는 추후 미국에 주어야 하는 것으로 된다.

물론 이런 국방부의 주장은 터무니없다. 2020년의 방위비분담 예산편성은 2020년부터 적용되는 11차 특별협정 상의 방위비분담금 지급을 위해 편성된 예산이지 이미 유효기간이 끝나 폐기된 과거 협정을 위해 편성된 예산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국방부의 주장은 2020년도 방위비분담 예산편성이 11차 협정에 따른 방위비분담금 지급을 위한 것이라고 스스로 밝힌 사실과도 배치된다.

국방부는 국회에 제출한 「2020년도 국방예산안 및 기금운용 계획안 설명자료」(2019.8.1, 369쪽)에서 "현시점에서 2020년 예산편성의 근거가 되는 협정과 배정액이 부재한 상황"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는 2020년도 방위비분담 예산편성의 근거가 11차 특별협정임을 분명히 말해준다.

또 국방부 주장대로 하면 한국은 11차 협정이 적용되는 2020년에 11차 협정 이외에도 유효기간이 10년 이상이 지난 과거 3개의 협정에 의해서 동시적으로 규정을 받게 되는 바 이는 법체계상으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국방부의 왜곡된 해석

2020년의 군사건설비와 군수지원비의 집행이 11차 협정이 아닌 과거 협정의 합의액의 일부를 집행한 것이라는 국방부의 주장은 10차 협정 제7조(8/9차 협정의 경우는 5조)에 근거하고 있다. 이 조항은 "이(10차)협정의 종료가…이 협정 종료일에 완전하게 이행되지 않은 모든 군수비용 분담지원분 또는 군사건설사업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라고 되어 있다.

그러나 이 조항은 해당 협정 하에서 선정된 어떤 군사건설 또는 군수지원 사업이 다년간의 사업특성상 그 협정의 유효기간 안에 끝나지 않더라도 다음 협정 하에서 계속될 수 있다는 지극히 일반론적인 원칙일 뿐이며 그 사업이 해당 협정의 유효기간을 넘겨 끝날 때까지 비용을 한국이 부담해야 한다는 비용부담까지를 포함하는 규정은 아니다.

10차 협정은 어디까지나 그 유효기간의 방위비분담금에 대해서만 권한을 가질 뿐이며 해당 유효기간 이후의 방위비분담금에 대한 한국의 어떤 의무도 10차 협정으로 강제할 권한이 없다. 만약 국방부 주장대로 하면 10차 협정(유효기간 2019.1∼2019.12) 하에서 선정된 군사건설사업이 2019년에 마무리되지 못해 2020년에도 계속되어야 한다면 2020년도의 사업비용도 10차 협정에 의해서 한국이 내야 한다.

그러나 그 경우 10차 협정상의 방위비분담금은 협정에 의해 정해진 1조 389억 원을 넘게 되므로 10차 협정을 위반하게 된다. 2020년에 수행되는 군사건설 또는 군수지원 사업비는 그 사업이 과거 8/9/10차 협정 하에서 선정된 사업이든 11차 협정 하에서 새로 선정된 사업이든 가리지 않고 2020년도를 유효기간으로 포함하는 새로운 11차 협정에 의해서 정해진 2020년 방위비분담금에서 지급된다.

만약 11차 협정이 체결되지 않으면 다년간의 계속 사업이라 하더라도 한국이 이를 부담해야 할 아무런 법적 구속력이 없으며 사업을 계속하려면 미국이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 따라서 2020년에 집행한 군사건설비 3306억 원과 군수지원비 1001억 원은 어디까지나 11차 특별협정 상의 방위비분담금으로서 지출된 것이지 과거 합의액의 일부로서 지출된 것일 수는 없다.

국방부는 2020년도에 11차 협정이 체결되지 못한 상태(11차 협정은 2021년 3월에야 체결)에서 즉 법적인 집행 근거가 없는 상태에서 불법적으로 방위비 분담금을 집행했다. 그러고서는 이런 불법성에 대한 자신의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서 마치 10차 협정 7조에 의거한 집행인 듯이 국민을 속이고 있는 것이다.

'과거 협정의 합의액의 일부'라는 것은 과거 8차(2009∼2013) 및 9차(2014∼2018)협정 하에서 협정액보다 줄여서 예산을 편성함으로써 생긴 차액(미지급금)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설사 과거 협정하에서 생긴 미지급금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 미지급금을 2020년에 지급하였다면 그것은 중대한 불법행위다.

왜냐하면 2020년에 편성된 방위비분담예산은 어디까지나 11차 협정의무 이행을 위한 것으로 편성되고 국회에서 확정된 것이므로 과거 협정상의 미지급금 지급은 국회 예산심의확정권의 침해다. 그리고 8차 및 9차 협정은 그 유효기간이 진작 끝나 한국이 거기에 구속될 아무런 이유가 없는 것이다.

더욱이 과거 협정 하에서 협정액보다 줄여서 예산을 (감액)편성한 것은 방위비분담금이 너무 과도하여 매년 수천억 원씩 예산이 남아돌아 국민적 비난 여론이 컸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미국이 과거 협정 하 미지급금을 달라고 요구한 적도 없기 때문에 국방부가 느닷없이 과거 합의액의 일부를 집행했다는 주장은 국민을 속이는 것이며 어떻게든 미국의 이익을 보장해주려는 반주권적이고 반국익적인 행태다.

이월규정은 불법부당하다

11차 협정 제2조는 2020년 방위비분담금이 1조 389억 원이라는 것과 함께 "당사자는 이 (11차)협정 발효 시 2020년 인건비 분담지원분 3144억 원이 이미 지급되었다는 것과 나머지 비용분담 항목(군사건설비와 군수지원비)에 해당하는 2020년도 지원분이 이월된다는 것을 인정한다"라고 하는 소위 '이월'규정을 두고 있다.

이 이월규정은 2020년에 기집행된 인건비를 제외한 나머지 방위비분담금 7245억 원(10,389-3144억원)을 이월하는 것으로 즉 추후에 미국에 주어야 할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이월규정에 따르면 2020년에 기집행된 인건비만 11차 협정상의 방위비분담금으로 인정되고 똑같이 기집행된 군사건설비와 군수지원비는 11차 협정상의 방위비분담금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이 부분은 11차 협정 협상 당시 한미가 사전논의를 통해서 2020년 방위비분담금은 2019년도 방위비분담금 1조 389억 원에서 동결하는 것으로 하되 2020년에 기집행된 군사건설비와 군수지원비 4,307억 원은 과거(8/9/10차) 협정상의 합의액의 일부를 집행한 것으로 처리하기로 묵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군사건설비와 군수지원비 4,307억 원도 인건비와 똑같이 2020년도에 선집행된 것이 엄연한 사실이므로 2020년도 방위비분담금은 1조 389억 원보다 4307억 원이 더 많은 1조 4696억 원이 되며 그렇기 때문에 2020년 방위비분담금이 동결되었다는 정부 발표(외교부 보도자료 2021.3.9)는 국민을 속이는 것이다.

그간의 소급 관행과도 어긋나

11차 협정 제2조의 이월규정은 한국에 사실상 2020년도 방위비분담금으로 1조4696억 원을 지급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2020년도 방위비분담금을 1조389억 원으로 정하고 있는 같은 제2조에 위반된다.

11차 협정 제2조는 이 협정이 체결될 당시인 2021년 3월에는 2020년의 방위비분담 집행이 이미 끝난 상태여서 2020년도의 방위비분담금액을 소급하여 규정하고 있다. 이전 방위비분담 협정들에서도 체결이 늦어져서 소급적용되는 사례가 빈번했지만 2020년의 경우처럼 해를 넘겨 협정이 체결된 사례는 없다.

나아가 인건비만 소급하여 인정하고 군사건설비와 군수지원비는 소급적용에서 제외하는 것과 같은 상식 밖의 선별적(차별적) 소급적용은 한 번도 없었다. 더구나 2020년에는 협정이 미체결 상태여서 한국이 방위비분담금을 부담해야 할 법적 근거가 없었다.

2020년에 기집행한 방위비분담금 7451억 원(인건비 제외 시 4307억원)은 미국한테 돌려받아야 할 돈인데 돌려받기는커녕 그간의 관행까지 무시하면서 기집행한 군사건설비와 군수지원비를 소급인정에서 제외시킴으로써 우리 국민은 2중, 3중의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반면 미국은 2020년에 자신들이 부담했어야 할 7451억 원을 절약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군사건설비와 군수지원사업비 명목으로 한국으로부터 7245억 원을 추후 받기로 함으로써 무려 1조 4696억 원의 이득을 챙기게 되었다.

이처럼 오로지 미국의 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해 불공정과 불법도 마다하지 않는 11차 협정 2조의 '이월' 규정은 독소조항으로 원천무효이며 폐기되어야 한다.
 
2024년 1월 17일 방위비분담금 불법 집행 관련 전직 관리들을 공수처에 고발했다.
▲ 방위비분담금 불법 집행 고발 2024년 1월 17일 방위비분담금 불법 집행 관련 전직 관리들을 공수처에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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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지난 1월 17일 시민단체(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과 평화통일연구소)가 방위비분담금을 미국에 이중지급하게 됨으로써 7천억 원이 넘는 국고손실을 가져온 책임을 물어 11차 협정 협상 대표들(정은보 등)과 당시 국방부와 외교부 책임자(서욱, 정경두, 정의용 등) 6명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5억 원 이상의 국고손실을 초래한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되어 있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에 의거하여 고발하였다.

그런데 공수처는 이 고발건을 2월 16일 대검찰청에 이첩하는 결정을 내렸다. 별도로 이첩 사유를 밝히지는 않았으나 이는 공수처가 자신의 수사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기 때문에 매우 유감이다.

이제 대검은 2020년도 방위비분담금을 이중지급하게 된 경위와 그 불법성을 명명백백하게 밝혀 앞으로 수년 동안 계속될 2020년도 군사건설비와 군수지원비의 이중지급과 그로 인한 우리 국민의 세금낭비를 막아야 한다.

태그:#방위비분담금, #국방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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