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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슈비츠의 생존자로서의 경험을 쓴 <이것이 인간인가>가 대표작인 프리모 레비의 타계 30주년을 기념해 책과 선물을 진열했다.
▲ 프리모 레비 타계 30주년 기념 진열 아우슈비츠의 생존자로서의 경험을 쓴 <이것이 인간인가>가 대표작인 프리모 레비의 타계 30주년을 기념해 책과 선물을 진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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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꿈꾸는책방 책방지기는 베스트셀러에 알레르기가 있음을 밝히고 시작한다. '베스트셀러는 나쁜 책?'이라기보다는, 베스트셀러에 편중된 대한민국 독서문화에 우려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서점에서 근무하면서 제일 많이 듣는 질문이 무엇인지 아는가?

"베스트셀러 코너가 어디예요?"

서점 곳곳에 다양한 삶과 세상,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으려 노력한 코너들을 애써 만들어 놨지만 대부분의 독자들은 천천히 책방과 책을 훑어보는 것 대신 바로 베스트셀러 코너로 향한다. 그리고선 대충 제목과 추천사를 읽어보곤 급하게 계산한다.

그런 책들이 재미있을 리가 있을까? 절대 그렇지 않다. 예컨대 <정의란 무엇인가>가 완독하지 못하고 책등이 바랜 채 서가에 벽돌마냥 꽂혀 있는 집이 많을 것이다. 이 책은 서양철학에 대한 기초 이해가 없으면 재미가 없을 책이 분명한데, 너도나도 베스트셀러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구매해 200만부가 넘게 팔렸다.

모름지기 책이라는 것은 적어도 몇 페이지 정도는 읽어보고, 목차를 살펴보고 내게 맞는 책인지, 내가 소화할 수 있는 책인지, 내가 관심 가지는 주제가 담긴 책인지 정도는 확인하고 구매로 이어져야 할 텐데 대부분의 독자들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베스트셀러란 이유 하나만으로 성급히 책을 구입해버린다. 그리고선 '독서는 재미 없어', '독서는 내게 어려운 거야'라는 결론으로 이어지곤 한다. 이는 곧 출판, 서점산업 자체에 악순환을 가져온다.

이 부분에서 서점들이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베스트셀러 위주의 독서가 가져오는 폐단을 이해하고 손님들의 취향, 수준에 맞는 진열과 추천이 필요하다. 당장은 팔리던 책들이 안 팔려 매출에 영향을 주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으로 보면 알맞은 추천으로 독서의 재미가 붙은 고객들이 늘어남으로써 매출에 더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꿈꾸는책방에서는 오래전부터 이런 노력들을 해왔고, 지금에 와서 결실을 맺고 있다. 지금부터 여타 인터넷서점, 대형서점과는 다른 베스트셀러 순위를 공개하고 순위에 오른 몇몇 책들을 소개하겠다(순수하게 책방에서 개인이 구매한 것만 집계에 포함했다).

7월 한 달 동안 가장 많이 팔린 책.
▲ 꿈꾸는책방 7월 베스트셀러 7월 한 달 동안 가장 많이 팔린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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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무진기행>, 김승옥 지음, 민음사 쏜살문고

이렇게 성심성의껏 진열했는데 베스트셀러 1위가 되지 않으면 곤란하다. 사심가득 베스트셀러!
▲ 베스트셀러 1위 쏜살문고 시리즈 <무진기행> 이렇게 성심성의껏 진열했는데 베스트셀러 1위가 되지 않으면 곤란하다. 사심가득 베스트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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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에 인터넷서점에서만 단독으로 판매되는 특별판, 리커버북 등이 많았다. 오프라인서점들은 출판사의 차별대우에 별 항거도 하지 못 하고, 규모의 경제에 통탄하며 씁쓸함과 자괴감으로 눈물을 훔친 적이 많았는데, 이번엔 반대로 오프라인 서점에서만 판매되는 책이 국내 최초로 나왔다.

이 얼마나 통쾌한 일인가! 민음사의 쏜살문고 시리즈 중 <무진기행> 과 <인간실격>이 그것이다. 작고 예쁜 만듦새, 알찬 번역과 싼 가격이 장점인 이 책은 전국의 동네서점 130여 곳에서 판매되고 있다. 이번 기획을 통해 인터넷서점, 동네서점 할 것 없이 모두 차별받지 않는 건전한 출판시장이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5위] <시골, 돈 보다 기술>, 김성원 지음, 소나무

예전에 경남 산청이라는 곳에 귀촌을 한 적이 있다. 별다른 준비도 없이 무작정 한 귀촌, 절대 성공적일 리가 없었다. 그곳의 자연을 느낄 줄만 알지, 삶을 일궈낼 기술도 능력도 없었다. 서울에서 몸만 옮겨졌지 여전히 그곳의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내게 시골은 가혹하리만큼 냉정했다. 나같이 귀촌에 실패하고 다시 도시로 옮겨간 이들이 많을 것이다. 실패하지 않을 귀촌을 위해 <시골, 돈보다 기술>을 추천한다.

이 책은 시골에 살려 한다면, 또 시골에서 잘 살고 싶다면, 다른 무엇보다 생활기술자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김성원 저자가 '만드는 즐거움'의 세계로 인도한다. 집 짓는 법부터 화덕, 구들 놓는 법, 물 관리, 에너지관리 방법 등등 시골에서 필요한 기술 모두를 보기 쉬운 삽화와 함께 자세히 설명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은 건, 책 곳곳에 시골과 사람, 그것들과 융화될 수 있는 마음가짐들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는 것. 귀촌을 준비하고 계시다면 꼭 보시길 권한다.

[9위] <오늘이 마지막은 아닐 거야>, 정도선, 박진희 지음, 마음의숲

신혼 3개월, 눈만 떠도 서로의 숨소리만 들어도 행복하던 그때, 아내에게 치료가 힘든 암이 생긴다. 불행이라는 단어가 속수무책으로 스며들었고, 부부는 절망에 빠진다. 하지만 그건 잠시, 부부는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걱정하기 보다는 현재의 삶에 충실하기로 마음먹고 그간 꿈꿔왔던 것들을 이루면서 살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그들은 배낭을 짊어지고 긴 여행에 나섰다. 동남아부터 멕시코, 과테말라, 쿠바 등 중미를 거쳐 또 이곳저곳으로. 정해진 루트를 따라 걷기 보다는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을 중심으로 부부는 새처럼 세계를 훨훨 날아다닌다. 악조건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여행과 사람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들을 지켜보며 내 삶을 반추하게 된다. 그렇다, 이건 나와 내 아내의 이야기다. 아내는 점점 건강을 되찾아 가는 중이다. 9월부터는 꿈꾸는책방에서 함께 근무한다. ^^;

[11위] 프리다 -세바스티앵 페레즈 지음, 보림

프리다 칼로의 작품을 재해석한 페이퍼아트 그림책. 시간 순으로 나열한 여느 전기 책과는 다르게 그녀가 표현하고자 했던 주제와 작가의 내면에 집중했다. 페이퍼 아트라는 기술을 통해 그것을 극대화시킴으로써 독자가 받는 감동은 배가 된다. 예술을 넘어선 예술이라 극찬할 수밖에.

그 외에도 좋은 책들이 베스트셀러 순위에 많이 올라있는데 다 소개하지 못하는 점 양해 부탁드린다. 더 궁금하신 분들은 꿈꾸는책방 및 동네서점으로 직접 오셔서 보시길 권한다.
나쁜 책은 없다. 좋은 책과 더 좋은 책이 있을 뿐이다. 우리는 어떻게든 당신에게 '더 좋은 책'을 추천하기 위해 부단히 애쓰고 있다.

우리뿐만 아니라 전국에 있는 동네책방들이 다 그러하다. 인터넷서점, 대형서점들의 '편리함'과 '저렴함'도 좋지만, 한 달에 한 번쯤은, 아니 많은 날들을 동네서점에서 직접 책을 보고 만지고 느끼면서 구입하시길 바란다. 성공하는 독서는 그렇게 시작되는 것이다.

진정한 자유를 꿈꾼 시인이자 사상가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탄생 200주년을 맞이하여 기념 진열을 했다.
▲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탄생 200주년 기념 진열 진정한 자유를 꿈꾼 시인이자 사상가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탄생 200주년을 맞이하여 기념 진열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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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꿈꾸는책방, #청주여행, #청주서점, #청주책방, #동네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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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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