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서점에 부는 미투 열풍
 서점에 부는 미투 열풍
ⓒ 정도선

관련사진보기


사회의 큰 흐름, 이슈와 쟁점거리들을 책으로 담아내는 것은 동네서점의 많은 역할 중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책을 통해 현안을 깊숙이 이해하고 또 이해한 것들을 다른 이와 나누고 대화하고 논쟁하는 자리를 서점에서 가짐으로써 저변을 확대시키는 것, 이것만큼 중요한 동네서점의 역할이 또 있을까.

이런 노력으로 분리와 배척이 아닌 대화와 이해라는 메커니즘이 작동하게 됨으로써 말로만 선진국이 아닌 진짜 선진국으로 가게 되는 밑거름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함께 웃고 떠들며 작당하는 유쾌한 혁명, 그 시발점으로 서점은 정말 매력적인 공간이다. 전국 동네 구석구석에 있는 서점들이 이런 역할들을 해준다면... 생각만 해도 가슴이 부풀어 오른다.

여러 해 책방지기로 일하는 동안 많은 쟁점거리들을 책으로 풀어왔다. 자신의 혐의를 옹호하는 글 일색이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자서전 <대통령의 시간>이 나왔을 때는 그의 실상을 고발하는 책 <MB의 비용>과 나란히 진열해 '판단은 당신의 몫'이라는 타이틀을 붙여 시민들에게 통쾌함을 주었다.

서점에 부는 미투 열풍
 서점에 부는 미투 열풍
ⓒ 정도선

관련사진보기


몇 년 전 경남도지사로 부임한 후 '진주의료원 폐업', '무상급식 중단'이라는, 지역주민의 입장과는 동떨어진 정책을 펼쳐 온 홍준표 경남도지사를 위한 코너도 마련했다. '경남도지사에게 권하는 책'으로 보편적 복지에 관련한 책들과 '개념원리' 수학 책, 그리고 돼지발정제 이야기가 담긴 자신의 책을 함께 진열한 것.

그 외에도 숱하게 많은데 전두환씨 자서전이 나왔을 때는 정가를 29만원에 책정해 판매 수익금 전액을 5.18 기념재단에 기부하는 기획을 하기도 했다. 결국 한 권도 못 팔았지만.

그밖에도 지난 한 해의 이슈들을 꼽아 그것들을 가장 잘 설명해 줄 수 있는 책들을 한 눈에 보이게끔 진열하기도 했다. 그런 전시를 통해 한국의 정세를 이해하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게끔 '키워드로 보는 대한민국' 기획 등등을 해왔다. 그리고 지금은 미투(#Metoo) 운동 관련 기획을 준비했다.

서점에 부는 미투 열풍
 서점에 부는 미투 열풍
ⓒ 정도선

관련사진보기


<성폭력 피해자 이야기> <성차별의 원인과 대안> <성폭력의 역사> <반 성폭력 운동 및 연구> <성폭력 관련 문학> <아동용 성폭력 예방 지침서> <페미니즘 잡지>까지 책은 총 7개의 분류로 나눠서 진열했다.

성폭력 피해 사례와 피해자들의 경험이 담긴 이야기부터 시작하여 성경 속에서도 등장하는 성폭력의 역사, 성폭력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사회 구조를 설명한 책들, 성폭력을 예방할 수 있는 아이들용 지침서, 그리고 피해자와 가해자들의 상황과 심리, 그것을 둘러싼 환경까지 세밀하게 묘사 된 성폭력 관련 문학책들까지 갖췄다.

'왜 이렇게 성폭력이 만연한 구조가 되었는지'
'그동안 왜 피해자가 목소리를 낼 수 없었는지'
'힘겹게 낸 목소리는 왜 묵살 되었는지'
'피해자가 요구하는 것은 무엇인지'
'어떻게 좀 더 성숙한 사회를 만들어 갈 것인지'

이런 것들에 대해 빠짐없이 이해하고 고민해 볼 수 있는 코너를 만들었다. 한쪽에는 미투 운동 관련 응원의 메시지를 적어서 붙일 수 있는 코너도 마련했다. 독자들이 진열된 책을 읽고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도 곧 마련할 예정이다.

서점에 부는 미투 열풍
 서점에 부는 미투 열풍
ⓒ 정도선

관련사진보기


성폭력은 단지 개인의 욕망에 관한 문제가 아니다. 성폭력은 대부분 권력과 힘을 무기삼아 벌어지는 범죄다. 많은 피해자들은 그 권력 앞에 처참하게 무릎 꿇어야만 했고, 혹여 억울함을 토로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관심한 얼굴로 그들을 무시하고 지나갔다.

입을 열면 열수록 자신에게 화살이 돌아오는 세상. 세상은 수많은 피해자들에게 침묵을 강요했다. 자신의 잘못이 아닌데도 자신의 탓으로 피해의 원인을 돌리고 눈물을 감추어야 했다. 잘못을 하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무릎을 꿇어야 하는 상황이 자신을 더욱 비참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침묵을 강요하는 사회에서 누군가 횃불을 들고 일어섰다. 뒤이어 그동안 자신의 탓만 하며 숨어 지내던 피해자들이 용기를 내어 하나 둘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렇게 미투 운동은 들불처럼 번져갔다. 방관만 하며 눈길을 주지 않던 사람들도 위드유를 외치며 그들의 운동에 관심을 가진다.

이 운동을 통해 성폭력이 소수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에 복종하길 강요받는 사회의 모든 구성원의 문제로 인식하게 되었다. 미투 운동은 이러한 사회 구조에 철퇴를 날리고 곪고 곪아 더 이상은 방치할 수 없는 상처를 도려낼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이다.

서점에 부는 미투 열풍
 서점에 부는 미투 열풍
ⓒ 정도선

관련사진보기


덧붙이는 글 | - 정도선 기자는 청주 꿈꾸는책방 책방지기입니다.



태그:#미투운동, #미투 , #동네서점, #꿈꾸는책방, #청주서점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