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7월 1일은 국제연합(UN)이 정한 세계협동조합의 날이다. 올해 주제는 '포용'이다. "협동조합은 그 누구도 소외되지 않게 한다(Co-operatives ensure no one is left behind)"가 슬로건이다. 협동조합은 시장과 정부가 미처 다 해결해주지 못한 지역사회의 필요들을 십시일반의 힘으로 풀어간다. 그렇게 소외된 이웃들을 줄여 함께 사는 공동체를 만들어간다.

올해 협동조합 슬로건과 가장 잘 어울리는 토론회가 협동조합 주간인 지난 6월 29일 열렸다. 동물까지도 소외시키지 않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2013년 야심차게 시작한 세계최초 협동조합 동물병원을 주제로한 토론회다.

우리동물생명병원 사회적협동조합(아래 우리동생)은 2013년 1월 24일 협동조합으로 동물병원을 설립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시작되었다. 현행 수의사법에 따라 비영리법인인 사회적협동조합으로 2015년 2월 23일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인가를 받았다. 15년 5월 동물병원개설신고필증을 발급받고 6월 4일 개원식을 해 이번 달로 2주년을 맞이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기간 <반려동물이 행복한 대한민국 5대 핵심 공약>으로 동물의료협동조합 등 민간동물 주치의 사업 활성화 지원 등을 밝혔다.
▲ 반려동물이 행복한 대한민국 정책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기간 <반려동물이 행복한 대한민국 5대 핵심 공약>으로 동물의료협동조합 등 민간동물 주치의 사업 활성화 지원 등을 밝혔다.
ⓒ 더불어민주당

관련사진보기


협동조합 동물병원은 새정부 들어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반려동물이 행복한 대한민국 5대 핵심 공약>에도 포함되어 있는 등 반려동물인 1000만 시대에 동물과 공존할 수 있는 방안으로 논의되고 있다.

2014년 우리나라 1~2인 가구 비중은 52.7%이고 2035년에는 1~2인 가구가 70%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1~2인 가구의 증가는 반려동물 인구의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형제, 자매가 적고 1인 가구로 살아가며 SNS 등을 통해 반려동물과의 생활을 적극적으로 공유하는 세대이기 때문이다. 2012년 열린 세계 미래학회 21세기 10대 미래 전망에서 "세계 인구는 2035년부터 증가세를 멈추는 대신, 반려동물 수가 급증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우리사회는 반려동물과의 공존의 문화가 뒷받침되어 있지 않다. 농림부의 발표자료에 따르면, 작년 한해 동안 구조된 유실·유기동물은 8만9732마리이다. 전년대비 9.3%P 증가한 수치이다. 유실·유기 동물 구조·보호 및 동물보호센터 운영비용은 114억8000만 원이다.

유기동물 중에는 늙고 질병이 있는 동물보다 어리고 건강한 동물의 유기가 많다. 가벼운 마음으로 반려동물을 구입했다가, 반려동물에 들어가는 여러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거나 관심이 줄게 되면 쉽게 버려진다. 생명경시 풍조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유실・유기동물에 대한 대책마련을 위해 많은 비용이 발생한다.

이처럼 반려동물 문화는 반려인들만의 이슈가 아니기에 지난 대선에서 대선후보들이 앞다퉈 반려동물 정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토론회에 앞서 축하 영상을 보내온 박원순 서울시장도 "우리 사회가 동물과 공존하는 사회로 바뀌어 가는데 우리동생의 역할이 크다. 서울시도 2012년 전국 지자체 최초로 동물복지과를 설립하는 등 동물보호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며 응원의 목소리를 보냈다.

기적과도 같았던 협동조합 동물병원의 설립과정

그렇다면 협동조합 동물병원은 이러한 문제를 얼마나 해결했을까. 토론회에는 20명의 협동조합 및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들이 우리동생의 성과와 과제를 함께 점검했다. 먼저 정경섭 이사장은 '협동조합 동물병원 2년의 성과와 과제' 발제문을 통해서 우리동생의 설립과정에서의 어려움을 얘기했다.

6월 29일 스페이스 노아에서 협동조합 주간 토론회로 <협동조합 동물병원 2년 성과와 과제>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 협동조합 동물병원 2년 성과와 과제 토론회 6월 29일 스페이스 노아에서 협동조합 주간 토론회로 <협동조합 동물병원 2년 성과와 과제>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 우리동생

관련사진보기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면 만들 수 있을까란 질문에 선뜻 쉽지 않다고 얘기할 만큼 반려인들이 주인이 된 협동조합 동물병원을 세우기까지 여러 어려움이 있었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도 협동조합 동물병원은 처음이였기에 제도적 검토에 시간이 걸렸다. 초기 갖추어야할 각종 의료장비에 대한 부담도 컸다. 비용 마련을 위해 조합원들은 계속 자금을 모아야 했다. 기존의 의료생협의 경우에는 2000만~3000만 원의 고액 출자자가 많았던 데 반해 20, 30대 1인가구가 중심이된 조합원 특성상 100만~200만 원 출자자를 모으기도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처음에는 함께하려는 수의사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자칫 협동조합 동물병원이 싼 가격으로 기존 동물병원을 위협할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 때문이였다. 이는 사람병원과 다른 동물병원 의료 가격 시스템 때문이다.

동물병원 담합을 방지하고 자율경쟁을 유도하여 진료비 수준을 낮추고자 한 목적으로 동물병원 의료수가제는 1999년 폐지되었다. 하지만 오히려 진료비는 상승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예산지원을 받아 2016년 조사하여 2017년 1월 5일 발표한 자료를 살펴보면 동물병원별 가격차이의 극심함을 알 수 있다. 진료비의 최고가와 최저가 가격차는 초진료 566.7%, 재진료 433.3%로 가격 차이로 나타났다.

그렇다고 협동조합 동물병원이 무조건 싼 가격을 택하는 것은 아니다. 진료비의 경우 최저가가 아닌 서울시내 동물병원이 가장 많이 택하고 있는 최빈값으로 정해서 시행하고 있다. 물론 조합원에 대한 할인 혜택은 있다. 정경섭 이사장은 "조합비를 내고 조합원이 된 후에 매달 1만원 조합비를 낼 경우 30% 할인 혜택을 주고 있다. 이로써 갑작스럽게 부담하게 되는 병원비용을 줄이고 있다"고 했다. 매월 만원씩 내는 조합비는 서로의 위험을 분산하는 자체 보험 같은 상호부조 기능을 한다.

입양에서부터 무덤까지 함께 돌보며 반려동물 문화를 정착해가는 협동조합

수의사 업계에서도 초기 오해가 많이 줄어들었다. 원장, 부원장의 안장적인 의료체계를 구축하여 작년 부터는 매월 2000만 원 이상의 안정적인 의료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무엇보다 계속적으로 조합원이 늘어 17년 5월 기준 1545명의 조합원이 주인이라는 점이 강점이다. 이 중 매월 조합비를 만원 이상 내는 조합원이 416명이고, 후원금액을 신청한 회원도 66명이다.

최근에는 국내 최초로 동물의료저축계좌(Animal Medical Saving Account: AMSA)도 도입하여 생애 총진료비(Life-Cycle Medical Cost) 관점에서 반려동물 돌봄 비용을 줄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협동조합 동물병원의 이점을 살려 반려동물 돌봄 비용을 낮추어 유기동물을 방지하고 반려인의 경제적 부담을 덜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정경섭 이사장은 "기존의 동물보호 운동이 유기동물, 공장식 축산에 초점을 두었다면 우리동생은 반려동물을 공동체에서 함께 키우면서 유기동물을 방지하는 역할을 하는데 의의가 있다"고 했다.

실제 우리동생은 의료행위 뿐만 아니라 조합 차원에서 다양한 교육과 소모임이 이뤄진다. "병원이 동물의 건강을 책임진다면, 교육은 사람(조합원)과 성장한다"라는 생각에서 의료행위 못지 않게 다양한 교육이 이뤄진다. 따라서 우리동생은 단순히 반려동물이 아파서만 오는 병원이 아니다. 아프기 전에 오는 병원이다.

<협동조합 동물병원 2년 성과와 과제> 토론회에서 우리동생 정경섭 이사장이 발제하고 있다
▲ 우리동물생명병원 사회적협동조합 정경섭 이사장 발제 <협동조합 동물병원 2년 성과와 과제> 토론회에서 우리동생 정경섭 이사장이 발제하고 있다
ⓒ 우리동생

관련사진보기


작년에 이뤄진 주요 교육만 하더라도 신입조합원 교육, 협동조합 학교를 제외하고서라도 <반려견행동교육>, <펫로스. 상실에 대비하는 법>, <길고양이집 만들기>, <반려견간식 만들기, 건강주스 만들기> 등 다양한 교육이 이뤄졌다. 또한 병원 앞의 뜰에서 정기적으로 장터를 열어 안쓰는 물건을 교환하고 나눈다. 고양이 돌봄 품앗이 모임처럼 서로 돌봄을 하고 각각의 필요들을 충족하고 친목도 다지며 반려동물과 관련한 다양한 정보교류의 장이 되기도 한다.

보다 적극적으로 유기동물 치료 활동에도 나서고 있다. 조합원들이 유기동물 치료를 위해 써달라고 순수 후원 목적으로 조합원에 매달 자발적으로 내고 있는 금액도 60만 원에 이른다. 조합 차원에서도 동물병원을 활용해 유기동물 치료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2016년 한 해 동안 강아지 14마리, 고양이 14마리 총 28마리에 대한 사회적 진료가 이루어졌다.

이를 정상 진료 수가로 환산하면, 총 2006만 원으로 한 달 매출에 이른다. 이러한 사회적 의료활동은 동물보호단체와 보다 적극적으로 연계된다면 그 효과가 배가 될 수 있다. 현재 동물보호단체 중 자체적으로 병원을 가지고 있는 곳은 동물자유연대와 카라 뿐이다. 나머지 동물보호단체는 병원이 없기 때문에 높은 진료비로 인해 고민을 한다.

동물보호단체·협동조합 등이 우리동생과 함께할 수 있는 부분들

우리동생의 발제가 끝나고, 동물보호단체와 협동조합 등이 우리동생과 함께 할 수 있는 부분으로 다양한 관점에서 토론이 이뤄졌다. 먼저 (사)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비전연구소 김혜란 소장은 반려인 1000만 시대라고 하지만 여전히 열악한 반려동물 문화에 대한 지적을 했다. 카라가 서울시와 함께 재개발지역 중성화수술 지원사업 차원에서 전수조사한 결과 방범용과 식용·판매용으로 사축되는 개 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치 사례들이 발견되었다. 딸이 맡긴 푸들을 온갖 흉을 보면서 키우고 있는 할머니처럼 충동구매 했다가 돌보고 싶지 않은 가족에게 맡겨져 방치되는 경우도 많았다.

또한 1미터 목줄에 매여 밖에서 추위와 더위에 노출되어 있는 개처럼 '개는 밖에서 키우는 동물'이란 인식이 여전히 강했다. 반려동물의 특성에 대한 이해를 하지 못하고 필요한 지식을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김소장은 이처럼 여전히 열악한 반려동물 문화 속에서 우리동생이 조합원들과 함께 배변훈련을 비롯한 교육 동영상을 만들어서 배포하는 것만으로도 반려동물 문화를 선도할 수 있지 않을까란 제안을 했다.

이어서 서울지역협동조합협의회 이미연 사무총장은 <협동조합인의 자부심'우리동생'과 협동조합생태계>라는 토론문을 통해 우리동생의 그동안의 성과를 강조했다. 2012년 12월 협동조합기본법 시행 이후 1만1000여개 협동조합이 생겨났지만, 그 중 협동조합 원칙에 맞게 조합원들에 의한 민주적 사업을 만들어낸 곳은 많지는 않다.

이 총장은 "서울에서도 쿱택시 협동조합과 함께 가장 우수한 협동조합 중 하나이다. 반려인들이 모여서 스스로의 필요를 바탕으로 동물병원이라는 생산수단을 스스로 만들어냈으며 경영 안정화도 이뤄내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무엇보다 동물보호와 반려동물 문화라는 이슈를 지속적으로 사회에 전달할 수 있는 시민사회의 의제 설정 기능도 수행하는 경제공동체라는 점을 강조했다.

아이쿱협동조합지원센터 대외부문 김현하 부문장은 생협의 윤리적 소비와 연계해서 우리동생의 확장성을 언급했다. 윤리적소비는 소비자가 상품을 선택할 때 가격만이 아니라 윤리적인 가치에 따라 의식적인 선택을 하는 착한 소비이다. 아이쿱에서는 조합원 대상으로 주기적으로 의식조사를 하는데 윤리적소비를 추구하는 조합원들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동물보호와 반려동물 문화를 만들어가는 협동조합 동물병원에 대해 생협 조합원이라면 다소 멀더라도 의식적으로 윤리적 소비를 할 수 있는 지점이다.

또한 동물병원을 직접 이용하지 않더라도 우리동생이 함께 생산하고 있는 무항생제, 무방부제 동물 간식을 이용할 수도 있다. 작년부터 아이쿱 유통 플랫폼을 통해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그렇다고 이러한 연대가 생협의 일방적인 도움 사업이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김현하 부문장은 "1인 가구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기에 생협 역시 새로운 시장을 계속 개척해 나가야만 한다. 그렇기에 기존 생협이 채워주지 못했던 부분들을 새로운 협동조합들과 함께 하며 영역을 확대하려 노력하고 있다"라고 얘기했다.

협동조합 주간 토론회에서 열린 <협동조합 동물병원 2년 성과와 과제>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열심히 듣고 있다
▲ 협동조합 동물병원 토론회 듣고 있는 참석자 협동조합 주간 토론회에서 열린 <협동조합 동물병원 2년 성과와 과제>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열심히 듣고 있다
ⓒ 우리동생

관련사진보기


토론자들의 이야기가 끝나고, 청중에서도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다. "협동조합 동물병원이 아직 생소하기에 보다 쉽고 명확하게 소비자들에게 이점을 정리해서 강조하면 좋겠다", "우리동생이 좋은 활동을 많이 하는데 그동안 알려지지 못한 부분이 아쉽다", "동물병원 사업만이 아니라 동물 놀이도구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하고 다른 지역에도 생겼으면 좋겠다" 등의 이야기였다.

토론회를 마치며 우리동생 정경섭 이사장은 "앞으로도 동물보호단체, 협동조합 등과 다양한 방식으로 연결을 하려 노력하겠다. 협동조합 동물병원이 만들어내는 사회적 혁신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내부적으로 더 많이 고민하려 한다"고 했다. 처음이기에 어려웠지만, 개념도 생소한 협동조합 동물병원이 2년이 지나며 보다 단단해지고 있다. 우리동생 정관에 명시된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동물들의 행복한 삶을 위해 설립"되었다는 문구처럼 협동조합을 통해 그 누구도 소외시키지 않는 공존의 사회를 실천해가고 있다.

배우 성유리도 함께 참여한 우리동생 스토리펀딩 후원 사진.
▲ 우리동생 부탁해 배우 성유리도 함께 참여한 우리동생 스토리펀딩 후원 사진.
ⓒ 우리동생

관련사진보기




태그:#협동조합, #동물병원, #우리동생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협동조합 및 사회적경제 연구자, 청소년 교육 저자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