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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자체 방송인 <적반하장>에서 진행하는 코너인 '오리발'
 자유한국당 자체 방송인 <적반하장>에서 진행하는 코너인 '오리발'
ⓒ <적반하장> 유튜브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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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반하장>은 자유한국당(아래 한국당)이 지난 6일부터 게시하고 있는 자체 동영상 뉴스 프로그램이다. 한국당은 유튜브, 페이스북, 한국당 홈페이지를 통해 매일 동영상을 올리고 있다.

<적반하장>의 핵심 코너는 '오리발'이다. 오리발은 가짜 뉴스를 잡아내고 이에 대한 사회자(류여해 한국당 윤리위원)와 패널의 입장을 내보이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지난 6일부터 14일까지 오리발에서 다룬 주제를 살펴보면 ▲SBS의 국정원 헌재 사찰 의혹 보도 ▲JTBC 괌 사드 기지 르포 오역 ▲문재인 치매설 등이다.

이들은 사회 내 만연한 가짜 뉴스를 잡아내겠다고 오리발 코너의 목적에 대해 설명했다. 하지만 오리발 코너의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는 겉치레일 뿐임을 알 수 있다.



한국당에 불리한 보도는 일단 트집 잡고 본다 
SBS의 국정원 헌법재판소 사찰 의혹 보도에 대해 <적반하장>은 SBS의 보도를 믿을 수 없다고 비판할 뿐, 국정원이 헌재를 사찰했는지에 대해선 알아보지 않았다.
 SBS의 국정원 헌법재판소 사찰 의혹 보도에 대해 <적반하장>은 SBS의 보도를 믿을 수 없다고 비판할 뿐, 국정원이 헌재를 사찰했는지에 대해선 알아보지 않았다.
ⓒ <적반하장> 유튜브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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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반하장>은 SBS의 국정원 헌재 사찰 의혹 보도와 관련해선 'SBS가 '카더라' 소식 만 가지고 기사를 썼다'는 식으로 3월 6일 첫 방송에서 비판했다. 해당 방송에서 진행자인 류여 위원과 강지연 한국당 미디어팀장은 SBS 기사에 나온 주요 증언자인 익명의 '전직 국정원 고위 간부'를 문제 삼았다.

류여해 : "전직 국정원 고위간부면 (그 수가) 어느 정도 될까요?"
강지연 : "줄잡아서 몇천 명은 될 거예요." 
류여해 : "그러면 그 사람을 특정하기가 엄청 어렵겠네요. (SBS 기사를 보며) 이거 뭐야, 이거."

익명 보도는 철저히 취재원 보호 차원에서 취재원이 요청할 때 사용된다. 만약 익명 기재를 할 때 그 표현만으로 특정인을 추측할 수 있다면, 이는 취재원 보호 원칙에 위배된다. SBS가 '전직 국정원 고위 간부'라는 넓은 범위의 표현을 쓴 것에는 해당 사안이 중차대하고 취재원의 신변에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특정인을 모르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적반하장> 측은 SBS가 익명 보도를 했다는 이유로 기사의 신빙성을 폄하했다. 그 사이 국정원의 헌재 사찰 의혹 자체에 대한 검증은 쏙 빠졌다. <적반하장>은 헌재 사찰 의혹을 전면 부인한 국정원의 입장만 내놨다.

국정원은 3월 7일 '헌재를 대상으로 정보수집을 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당시 이병호 국정원장은 "국정원법 3조에 대공, 대테러, 국제범죄 등의 혐의가 있는 것에 한해서, 그 직무 범위에 한해 스크린하기 위해서 한다"며 헌재 대상 정보 수집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찰이라면 도청을 하든 미행을 하든 그런 게 있어야 하는데 절대 그런 일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대테러, 대공 업무와 관련해 헌재 대상 정보 수집을 한다는 사실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비판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이후 <적반하장>은 'SBS가 근거 없는 소리를 한다'고 말할 뿐 국정원의 '앞뒤가 맞지 않는' 해명에 대해선 이후 단 한 번도 다루지 않았다. 가짜 뉴스를 정정하지 않고 보도한다며 특정 언론을 비판하지만 정작 <적반하장>에서도 정정의지나 팩트체크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

15일 '문재인 치매설'을 검증할 때는 자유한국당의 '문재인 깎아내리기'를 향한 의지가 노골적으로 비친다.
 15일 '문재인 치매설'을 검증할 때는 자유한국당의 '문재인 깎아내리기'를 향한 의지가 노골적으로 비친다.
ⓒ <적반하장> 유튜브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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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치매설'을 '신빙성 있는 의혹'으로 탈바꿈시키는 마법

또한 <적반하장>은 가짜 뉴스를 잡아낸다면서 본격적인 '문재인 흠집 내기'를 하고 있다. <적반하장>은 3월 14일 방송에서 '문재인 치매설'을 약 13분 동안이나 다뤘다. 하루 한 건의 가짜 뉴스를 다루면서 그 많은 가짜 뉴스 중에 문재인 치매설을 들고 온 것이다.

최근 일부 네티즌은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민주당 대선 예비후보 토론회에서 사다리 타기 게임을 잘 하지 못했고, 10일 팽목항을 방문할 때 3월 10일을 4월 10일로 잘못 기재했다며 '치매설'을 퍼뜨렸다. 문재인 전 대표 측은 즉각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적반하장> 측은 매우 진지하게 문재인 치매설을 들여다봤다.

강지연 : 문재인 전 대표도 치아 손상이 많이 된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그게 또 치매설의 근거가 되고 있습니다. 
류여해 : 치아가 적으면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아요? 
강지연 : 이에 대해선 치의학 전문의가 설명해주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적반하장> 측은 한 치과 전문의와 통화를 연결해 '치아 개수와 치매의 상관관계'에 대한 자문을 구했다. 전문의는 '치아가 많아 잘 씹게 되면 노화나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일본 대학의 연구가 있다'고 밝혔다. 치아 개수가 적은 것이 치매의 원인인지에 대한 직접적인 내용은 없었다.

쭉 이어지는 방송 내용을 보면 <적반하장>이 검증 가치도 낮은 문재인 치매설을 거론했으며 '굳이' 전문가를 끌어들였는지 알 수 있다.

류여해 : "지금 문 전 대표가 치아 수가 적다고 해서 치매설이 돌고 있는데요."
전문의 : "그것은 과학적으로 검증을 못하는 이유가 문 전 대표가 치아가 몇 개 있다거나 이런 것을 알 수 없잖아요."
류여해 : "그러네요." 
강지연 : "문 전 대표 치아가 적은 것은 상당히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류여해 : "그것도 가짜 뉴스 아니에요?"
강지연 : "아니, 문재인 전 대표 입속을 들여다 본 적이 없으니까... "

'문재인 치매설'을 가짜 뉴스에서 '검증해봐야 할 의혹'으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이로써 <적반하장>은 가짜 뉴스를 검증하기는커녕 '문재인 깎아내리기'를 한 모양이 됐다.

방송내용을 보면 <적반하장>이 가짜뉴스를 검증하기보다는 가짜뉴스를 이용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방송내용을 보면 <적반하장>이 가짜뉴스를 검증하기보다는 가짜뉴스를 이용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 <적반하장> 유튜브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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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뉴스 잡기는커녕 가짜 뉴스 이용하는 '적반하장'

<적반하장>은 '촛불집회를 민노총 등 좌파들이 주도한다', '헌법재판관들이 200억을 받고 탄핵 인용을 했다' 등 가짜 뉴스는 일절 다루지 않고 있다. 가짜 뉴스임을 검증해 구태여 자유한국당의 이익을 저해할 이슈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배제한다.

반면 사드 배치, 국정원 사찰 의혹 등 자유한국당의 이해와 부합하는 이슈는 적극 다루는 상황이다. 특히 1위 대선후보인 문재인 전 대표를 깎아내리기 적합한 이슈에 대해서는 그것의 검증 가치와는 무관하게 적극 나서고 있다. 더 나아가 문재인 치매설과 같은 가짜 뉴스에 신빙성을 심어 가짜뉴스 문제를 가중시키고 있다.

'가짜 뉴스를 잡아내고 검증한다'고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제 입맛에 맞는' 가짜 뉴스를 적극 이용, 어떻게든 한국당에 유리한 쪽으로 여론몰이를 해보려는 목적이 느껴지는 이유다. 가짜 뉴스를 이용해 촛불집회를 폄하하고 탄핵국면을 돌려보려했던 친박세력과 가짜 뉴스를 통해 당의 이익을 챙기는 <적반하장>, 둘의 차이가 그다지 커보이지 않는다.


태그:#적반하장, #자유한국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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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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