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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3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에 미세먼지와 연무가 가득 차 있다. 이날 인천지역의 미세먼지 수치는 106㎍/㎥(오전 9시 기준)로 '나쁨'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 1월 3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에 미세먼지와 연무가 가득 차 있다. 이날 인천지역의 미세먼지 수치는 106㎍/㎥(오전 9시 기준)로 '나쁨' 수준을 기록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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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세먼지의 증가로 한국의 대기 질이 급속도로 악화돼 논란이다. 최근 전 세계 대기오염 상태를 공유하는 에어비주얼에 따르면 지난 3월 21일 서울의 대기오염 상태는 세계 2위를 기록했다. 중국의 베이징보다도 높다.

이처럼 미세먼지가 증가한 이유에는 인구 과밀화, 노후 경유차, 석탄발전소 사용 등 여러 원인이 있을 것이지만, 가장 큰 단일 원인으로는 중국이 꼽힌다. 3월 22일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국내 초미세먼지가 고농도일시 중국의 영향이 최대 8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지난 1월 2일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이 발표한 '최근 미세먼지 농도 현황에 대한 다각적 분석' 보고서를 보면, 2001~2008년 서울의 미세먼지 중 중국, 몽골 등 해외에서 온 오염물질이 최대 70%에 육박했다.

국내 대책만으로는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힘들다는 방증이다. 국립환경과학원 측은 "국내 미세먼지 중 해외 영향이 50% 수준이기 때문에 국내 대책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이렇듯 중국을 건드려야 미세먼지 해결이 가능하지만 정부는 중국 발 미세먼지에 대해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6월 '한·중 대기질 공동연구단'(이하 공동연구단)을 세워 중국 발 미세먼지에 대처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현재까지 공동연구단의 업무는 양국의 대기 질 자료를 공유하는 것뿐이다. 중국 발 미세먼지의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규명은 고사하고, 규명 작업에 착수하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이외에도 '한·중 환경산업협력센터'와 '한·중 환경기술지원센터'가 중국 현지에 있지만 별다른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여기에는 한국 정부의 무관심이 작용했다. 그동안 정부는 기관을 세워놓기만 하고 통솔하는 데는 소극적인 모습이었다. 미세먼지의 심각성이 무색하게도 물적·인적 지원은 부족했다. 지난해까지 공동연구단에는 연구원이 2명에 불과했다. 제대로 된 조사를 진행하기에도 버거운 인력이었다. 정부는 올해 미세먼지가 급증하고 나서야 부랴부랴 연구원을 5명으로 늘렸다.

중국 당국의 비협조적 태도도 문제다. 하지만 한국 정부에 중국과 협의할 의지가 있는지도 의심된다. 한국의 미세먼지 피해를 인정해 굳이 손해를 볼 이유가 없는 중국은 모르쇠 전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러한 중국을 움직이기 위해선 중국이 탐내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중국 환경보호부는 2014년 대기·수질·토양오염에 대한 전쟁을 선포한 바 있다. 또한 중국 국토자원부는 같은 해 중국 내 토양의 16.1%가 오염됐다는 보고서를 내놓으며 수해 째 토양정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이 상대적으로 우수한 토양·수질 관리 관련 기술을 지원해주고 중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올 수도 있는 이유다. 그러나 이를 주도할 컨트롤타워는 아직도 설치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11월 22일 '제1차 한-중 환경부 국장급 회의'가 열려 중국 당국과 정책 공유를 했을 뿐이다.

이는 대선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 탓일 가능성이 크다. 대선정국이 본격화되며 미세먼지는 뒷전으로 밀린 모양새다. 정부가 중국과 미세먼지 관련 협의에 미온적인 이유가 사드 배치로 중국과 민감한 상황에서 중국을 더 자극하지 않으려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이미 대선후보들 대부분이 중국과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공표했다. 중국과 협의를 대선 전 진행해도 정책의 연속성이 보장될 수 있다는 의미다.

또한 미세먼지는 중국을 자극해서라도 해결해야 할 만큼 시급하다. 미국의 보건영향연구소는 2015년 한국인 10만 명 당 미세먼지로 인한 사망자가 27명이라는 통계를 내놓은 바 있다. 대한민국 전체 국민 수에 대입하면 1만3500명이다.

최근 미국 조지아공대는 국제 과학잡지 '사이언스 어드밴스'에서 지구온난화와 북극해 빙하 감소에 따른 이상기후 증세로 중국의 미세먼지가 흩어지지 않고 스모그가 오래 지속될 수 있다는 내용의 논문을 내놨다. 그러면서 동북아시아 지역에 대한 중국 미세먼지의 유입량도 덩달아 증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의 눈치만 보다간 미세먼지 문제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말지 모른다는 이야기다.


태그:#미세먼지,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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