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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서구 평촌동에 위치한 길헌분교 학부모 송명순 씨가 12일 오후 대전교육청 앞에서 '길헌분교 폐교'에 반대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대전 서구 평촌동에 위치한 길헌분교 학부모 송명순 씨가 12일 오후 대전교육청 앞에서 '길헌분교 폐교'에 반대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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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교육청(교육감 설동호)이 내년 2월 28일 기성초등학교 길헌분교장(서구 평촌동)을 폐교할 예정인 가운데, 대전지역 교육 관련 단체와 시민사회단체들이 폐교를 반대하고 나섰다.

대전교육청은 지난 5일 '대전광역시립학교 설치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입법예고했다. 이 입법예고를 통해 2017년 2월 28일 기성초등학교 길헌분교장 폐교에 대한 의견수렴을 오는 26일까지 접수한다는 것. 이러한 절차 후에는 내년 1월 대전시의회에 조례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대전교육청은 전교생이 22명에 불과한 길헌분교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본교인 기성초등학교와 통폐합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학부모와 지역주민들은 작은 학교지만 학생과 학부모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면서 학습권 보장은 말이 안 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현재 학부모 18명 전원은 '폐교 반대'에 서명한 뒤, 지역주민 등으로부터 '탄원서 서명'을 받고 있으며, 교육청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도 전개하고 있다.

이와 관련, 대전교육연구소와 전교조 대전지부, 대전여성단체연합, 참교육학부모 대전지부,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등 대전지역 27개 단체로 구성된 '교육의공공성확보를위한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이하 교육공공성연대)'가 반대 입장을 밝히고 나섰다.

교육공공성연대는 15일 성명을 통해 "대전시교육청은 길헌분교 통폐합 입법예고를 당장 철회하고, 작은 학교 살리기를 위한 대안적 노력을 적극적으로 기울이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길헌분교 폐지 추진 과정에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면서 4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다. 첫 번째는 "소규모학교 통폐합 문제에서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이해당사자의 의견수렴 과정이 전혀 민주적이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교육청은 폐교에 대한 의견수렴을 위해 2차에 걸친 학부모 및 동창회 설명회, 주민설명회를 실시해 의견을 수렴했고, 학부모설문조사도 실시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폐교를 반대하는 학부모들은 설명회 자체가 '졸속'이었다고 반발하고 있다.

1차 학부모 및 동창회 설명회는 오전 10시, 2차는 오후 3시에 개최되어 학부모 및 졸업생들의 참여가 어려웠고, 설문조사는 폐교를 전제로 한 편파적인 내용으로 진행됐다는 것. 뿐만 아니라 교육청은 주민자치위원회 설명회를 했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주민들은 들어보지도 못했다는 것이다.

교육공공성연대가 지적하는 두 번째는 교육부의 ''적정규모 학교 육성(소규모 학교 통폐합) 및 분교장 개편 권고기준(안)'에 나와 있는 대전시교육청의 분교장 폐지 기준 즉, '학부모 75% 이상 동의할 경우 추진'에 미달한다는 것이다. 현재 길헌분교 이해당사자인 학부모들은 100% '폐교 반대' 서명에 동참한 상태이기 때문이라는 것.

이러한 기준에 따라 인천, 광주, 전남 등 많은 시·도교육청은 '학부모가 원하지 않을 경우 소규모학교 통폐합을 추진하지 않는다'고 방침을 정했고, 서울과 강원도 교육청은 소규모 학교를 특성화하여 작은 학교가 갖는 장점과 가치에 주목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세 번째는 대전교육청이 최근 길헌분교에 2천만원을 투자해 특수학급을 설치하고, 1천만원을 들여 돌봄교실을 운영하는 등 지속적인 학교 운영의 의지를 보여 왔다는 것. 그러나 1년도 되지 않아 돌연 폐교를 추진하는 것은 일관성 없는 행정이라고 지적하면서 이는 "교육부의 눈치를 보느라 졸속으로 추진한 흔적이 역력하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문제를 2차 학부모 설명회 때 한 학부모가 지적하자 교육청 관계자는 '대부분 교구를 사는 데 돈을 썼기 때문에 통폐합이 이루어지면 가져다 쓰면 된다'고 답변했는데, 실제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인한 결과 예산의 2/3가 교구가 아닌 시설투자였다는 것.

이는 교육청이 거짓말을 해가면서까지 통폐합을 추진하고 있다는 증거로서 "대전시교육청이 분교장 폐지 시 재정 지원 인센티브 30억원과 시·도교육청 평가 순위에 눈이 멀어 실적을 쌓으려는 의도는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교육공공성연대는 비판했다.

마지막으로는 폐교 위기에 처한 작은 학교를 살려낸 성공사례가 얼마든지 있는데도 이를 외면한 채 통폐합만이 살 길이라는 식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는 점이다.

교육공공성연대는 "대전교육청은 작은 학교의 교육적·생태적 가치에 주목하는 교육철학을 견지하면서 교육주체들과 머리를 맞대면 길헌분교를 살려낼 수 있는 길은 얼마든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애써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길헌분교가 폐교되면 아이들이 새벽에 일어나 학교를 가야 하고, 왕복 2-3시간 동안 통학버스를 타야 하며, 버스를 놓칠 경우 등교를 하지 못할 수도 있는데도 교육청이 '아이들의 학습권 보장'이라는 말도 안 되는 논리로 폐교를 강행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이들은 대안으로 아산 거산초등학교 등의 성공 사례와 세종교육청의 대안적 노력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전교생이 30명에 불과해 10년 전 폐교 위기에 몰렸던 아산 거산초는 문학수업, 생태학습, 문화예술교육 등 교육과정 혁신을 통해 현재는 학생수가 4배 이상 늘었고, 세종교육청의 경우, 도농 공동학구를 만들어 동 지역에서 면 지역의 학교에 입학하는 것을 허용함으로써 면 단위 학교들이 모두 되살아났다는 것.

따라서 길헌분교의 경우에도 자동차로 10여 분 거리인 관저동, 가수원동까지 학구를 넓혀 주면 소규모학교를 선호하는 학부모들의 수요가 있을 것이고, 이를 통해 해당 지역뿐만 아니라 이웃주민들로부터도 사랑받는 학교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교육공공성연대는 끝으로 "대전시교육청은 길헌분교 통폐합 입법예고를 당장 철회하고, 작은 학교 살리기를 위한 대안적 노력을 적극적으로 기울이라"고 촉구하고, 또한 해당 지역을 지역구로 하고 있는 박병석 국회의원과 김인식 대전시의원을 향해 "이 문제해결을 위해 발 벗고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태그:#길헌분교, #길헌분교폐교, #대전교육공공성연대, #대전교육청, #설동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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