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대전 서구 평촌동에 위치한 길헌분교 학부모 전옥경 씨가 12일 오후 대전교육청 앞에서 '길헌분교 폐교'에 반대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대전 서구 평촌동에 위치한 길헌분교 학부모 전옥경 씨가 12일 오후 대전교육청 앞에서 '길헌분교 폐교'에 반대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관련사진보기


대전교육청(교육감 설동호)이 소규모학교인 길헌분교를 폐교하고, 본교인 기성초등학교와 통폐합하려고 하자 학부모와 지역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대전교육청은 지난 5일 '대전광역시립학교 설치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입법예고했다. 이 조례안에는 서구 평촌동에 위치한 기성초등학교 길헌분교를 2017년 2월 28일자로 폐교하겠다는 계획이 담겨 있으며, 오는 26일까지 의견을 받는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교육청은 이러한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내년 1월경 대전시의회에 조례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시의회가 이를 통과시키면 길헌분교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는 것.

교육청은 길헌분교 폐교의 가장 큰 이유로 '학생들의 학습권'을 꼽고 있다. 현재 길헌분교의 학생 수는 22명이다. 현재 6명인 6학년이 졸업하더라도 내년 6명의 신입생이 입학할 것으로 예상되어 내년에도 학생 수가 늘어나거나 줄어들지 않을 전망이다.

교육청은 22명은 적어도 너무 적은 학생 수라고 주장하고 있다. 농촌지역 학교 통폐합 기준인 60명을 한참 밑도는 것은 물론, 현재 1-2학년 1학급, 3-4학년 1학급, 5-6학년 1학급 등 겨우 3학급이 복식수업으로 운영되고 있어 학생들의 정상적인 교육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길헌분교 자체적인 체험학습이나 운동회 등이 불가능하고, 또래가 없어서 아이들의 인성교육에도 영향이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소규모이다 보니 자체 급식 시설이 없어서 본교인 기성초등학교에서 급식을 운반하여 먹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

따라서 기성초등학교로 통합이 될 경우, 본교의 학생 수가 늘어 양 교 학생들의 학습의 질이 더욱 향상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한 길헌분교와 기성초등학교는 3.5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통학버스를 활용하면 길헌분교 학생들의 통학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게 교육청의 입장이다.

반면, 길헌분교 학부모들은 길헌분교의 폐교를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우선 소규모학교이기 때문에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만족도가 더 높다는 주장이다. 오히려 일부 학부모는 학생 수가 적은 이 학교를 일부러 찾아와 아이를 입학시켰다면서 학생들의 학습권을 위해 학교를 폐교한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더더욱 학교폐교의 문제는 당사자의 의견이 그 무엇보다 우선이 되어야 하는데, 교육청은 학부모와 지역주민, 총동창회 등의 의견을 제대로 듣지 않고, 의견수렴 절차 없이 입법예고를 해 버렸다면서 분개하고 있다.

실제 대전교육청은 지난 10월 20일과 12월 1일 두 번의 학부모 설명회를 가졌고, 1차 설명회 자리에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에 대해 학부모들은 당장 내년에 학교폐교가 된다는 것을 실감하지 못한 채 설문조사에 응했고, 일부 학부모들의 반발이 있었지만 큰 무리 없이 진행된 그 설명회가 '의견수렴을 거쳤다'는 명분으로 제공될지 몰랐다는 주장이다. 때문에 당시에는 반대입장을 명확히 하지 못한 일부 학부모들도 현재는 '전원 반대'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는 주장이다.

학부모뿐만 아니라 지역주민들도 입법 예고 이후에야 학교 폐교 소식을 듣고 '반대 탄원서'에 서명을 하고 있으며, 동창회에서도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

이 같은 입장으로 길헌분교 학부모 대표 송명순씨 등은 12일 오후 대전교육청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했다.

대전 서구 평촌동에 위치한 길헌분교 학부모 송명순 씨가 12일 오후 대전교육청 앞에서 '길헌분교 폐교'에 반대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대전 서구 평촌동에 위치한 길헌분교 학부모 송명순 씨가 12일 오후 대전교육청 앞에서 '길헌분교 폐교'에 반대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관련사진보기


송씨는 "학생 수가 적다는 이유로 학교를 없애는 것은 그 무엇보다 신중해야 한다, 교육을 자본의 논리로 따져서는 안 되는 것 아니겠느냐"면서 "교육청이 학부모와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은 채, 1차 설명회 후 2달만에 뚝딱 입법예고를 한 것은 학부모와 주민의 의견을 무시하고 듣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설문조사도 폐교 찬반을 묻는 게 아니라, 폐교 후 요구되는 사항을 고르라는 내용으로 설문을 실시했다, 한마디로 폐교를 찬성하도록 유도하는 설문이나 다름없었다"며 "그런데 그렇게 한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학부모들도 폐교를 찬성한다고 시의회에 보고하고 언론에 알린 것은 우리를 우롱한 것으로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함께 1인 시위에 나선 전옥경씨도 "길헌분교와 기성초등학교의 학군을 합치면 서구 전체면적의 절반의 면적이다, 그런데 그렇게 넓은 지역에 초등학교가 단 1곳만 있다면 그만큼 학생들의 통학시간이 길어질 것"이라며 "현재도 첫 번째로 통학버스를 타는 아이의 탑승시간이 7시 5분인데, 학교가 통폐합되면 20-30분은 더 일찍 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생 수가 적은 것은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타 시도의 경우 '씨앗학교'나 '혁신학교' 등으로 지정하여 장점을 충분히 살려내자 학생들이 더 많아지는 사례가 있다"면서 "대전교육청도 학생 수가 적다는 이유로 통폐합만 할 게 아니라, 발전적인 대안을 마련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길헌분교 학부모들은 릴레이로 대전교육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펼치고 있다. 또한 대전교육청에는 입법예고에 따른 의견서를 제출하고, 지역주민들의 서명을 받아 교육청과 대전시의회 교육위원회에 탄원서와 함께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설동호 대전교육감 면담을 신청해 놓은 상태이며, 앞으로 시의회에서의 논의과정에 적극 참여하여 길헌분교의 폐교를 반드시 막아내겠다는 각오다.

이러한 학부모들의 주장에 대해 대전교육청 관계자는 "학부모 설명회 당시 폐교에 대한 충분한 내용을 설명했고, 그에 따라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이제 와서 자세한 내용을 듣지 못했다고 하는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한편, 이 지역을 지역구로 하고 있는 대전시의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인식(더민주, 서구3) 의원은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길헌분교 폐교 계획에 대해 교육청으로부터 설명을 들었고, 학부모들과 간담회를 통해 내용을 파악하고 있다"면서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당사자들의 동의가 없고,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다면 추진이 쉽지 않다, 교육청에 이 점을 지적했고, 상호 대화를 통해 문제가 해결 될 수 있도록 주문했다, 앞으로 이 사안에 대해 주의 깊게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태그:#학교통폐합, #소규모학교, #길헌분교, #대전교육청, #기성초등학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향나무는 자기를 찍는 도끼에게 향을 묻혀 준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