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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유일한 본분으로 일컬어지는 공부. 하지만 "공부만 하라"는 어른들의 질책에서 벗어나, 우리 사회에 드러나거나 숨겨진 여러 곳에서 두각을 보이는 청소년들이 있고, 그리고 청소년에게 힘이 되어주는 어른들이 있습니다. 이런 분들을 같은 고민에 속해 있는, 청소년인 필자가 직접 인터뷰합니다. 또, 청소년들이 모이고, 주최했던 행사나 모임을 취재합니다. 청소년 시민기자가 직접 발로 뛰고 집필하는 연재기획, <옆동네 1318>입니다.

최근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박근혜 하야(퇴진) 촉구 집회 등은 청소년과 맞닿은 점이 꽤나 많습니다. 최순실 게이트의 중심 인물 중 한 명, 정유라씨의 입학 부정은 입시를 위해 12년을 준비했던 많은 청소년들에게 상실감을 주었고, 수능에 맞닿아 점점 커지고 있는 최순실 게이트는 청소년들을 공부에서 벗어나게끔 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좌담회를 열어 시위, 그리고 시국선언에 참가한 청소년의 의견을 가감없이 들으려 합니다. 첫 편은 12일 광화문편입니다. 민중총궐기가 있었던 12일, 시위, 시국선언에 참여한 청소년 세 명을 만나보았습니다. - 기자 말

정유라(정유연에서 개명)씨의 입학부정 논란이 연일 격화되고 있다. 수능에 맞닿은 최순실 게이트는 물론 입학. 학사부정과 관련된 뉴스들이 매일매일 쏟아지고 있다. 공부에 집중하고 싶어하는 청소년들도 최순실 게이트에 '빡쳐서'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게끔 하는 환경이 매일 이어지고 있다. 청소년들이 청와대로 행진하고, 지방의 청소년들이 시위 참여를 위해 상경하는 등 큰 변화도 이어지고 있다.

SNS를 통해 학원, 과외를 쉬고 시위에 나선다는 사람이 나오는가 하면, 주말까지 불편한 교복을 입고 시위현장에 오는 등 청소년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부던히도 노력하는 모습이 보인다.

그런데, 이런 청소년들이 왜 시위에 나오는걸까. 그리고 나오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어른들이 '편도 티켓'으로 내지르는 '공부를 안 하고 시위를 나온다!' 내지는 '저 어린 것들에게는 배후가 있어!'라는 말에는 어떻게 답변하고 싶어할까.

청소년인 필자가 직접 답하고도 싶지만, 필자가 직접 혼자서 말하기에는 객관성과 현장감이 떨어질 것이 분명하다. 다양한 목소리도 들어야 하고 말이다. 그래서 민중총궐기가 열리기 직전인 12일 오전, 서울 광화문에서 좌담회를 열었다.

세 명의 청소년이 모였다. 민중총궐기에 단순히 참여하는 청소년도 있고, 시국선언을 여는 청소년도 있다. 이미 '얼굴이 팔릴대로 팔렸다'며 좌담회에 당당히 나선 세 명의 이야기를 들어볼까. 이들과의 "이야기 보따리"를 다음 인터뷰 전문으로 전한다.

12일 광화문에서 진행된 좌담. 왼쪽부터 양명렬 씨, 김은솔 씨, 필자, 임지웅 씨.
 12일 광화문에서 진행된 좌담. 왼쪽부터 양명렬 씨, 김은솔 씨, 필자, 임지웅 씨.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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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에 인터뷰 했던 김은솔씨 빼고 저와는 다들 처음이실 것 같다. 친해지기 위해 자기소개 어떨까.

임지웅: "정발고등학교 2학년이다. 통일인권단체 정시민(정의로운 시민들)을 2013년 8월부터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 통일 집회, 연구, 캠페인 등을 개최를 했었는데 지금은 연구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원래는 오늘(12일) 북한주민 인권을 위해 캠페인 행사를 열었어야 했는데, 생각해보니까 이 상황에서 그것을 알려주기가 너무 창피했던 것이다.

우리가 북한에 비해 월등한 점 세 가지가 경제발전, 민주주의, 자유인데 이 모두가 훼손된 상태여서 우리가 먼저 민주주의를 되찾고 북한주민에게 알려주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해서 시국선언을 하게 됐다."

양명렬: "부곡중앙고등학교 학생회장을 역임했다가 수능 볼 때가 다 돼서 레임덕을 맞은 '퇴물'이다. 수시를 준비하면서 시국선언, 정치 참여를 하다가 아무래도 안되겠다 생각해 고등학교 3학년 대표들을 모아서 시국선언을 하자고 했다. 13일에 고3만 50~60명 정도가 모이고, 일반 시민, 1·2학년 학생까지 더 많은 수가 모여서 시국선언을 하게 됐다. 수능 이후에도 100명 정도가 모여서 시국선언을 한 번 더 할 계획이다. 대표는 따로 없지만 기획을 본인이 했기 때문에 '얼굴마담'으로 나오고 있다."

김은솔: "과천여자고등학교 1학년에 재학중인 김은솔이다. 작년에 인덕원역에서 1인 시위를 계속 했었고, 이번년도 초까지는 무슨 시위가 있으면 따라가서 스케치북을 들고 있었었다. 그러다가 사진도 몇 번 찍혔다. 오늘은 친구와 동행하려고 했는데 부모님의 반대 때문에 혼자 시위하러 왔다."

"한 명의 참가로 조금이나마 바뀔 수 있다는 희망"

- 시위 또는 시국선언에 어떤 계기로 참여하시는지 궁금하다.

임지웅: "박근혜 대통령 하야 문제가 이슈가 됐을 때는 '정시민의 입장을 알려달라'는 사람들이 많았다. 더욱이 태블릿 PC 사건이 이슈가 되면서 정시민도 움직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회원들에게 의견을 물어보니 하야 찬성 의견이 70%가 넘었다. 시국선언을 하자는 사람도 반이 넘었다. 우리가 진행하는 시국선언은 다른 문제를 언급하는 대신 안보와 국가 기밀보안문제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다. 태블릿 PC 사건이라던가, 통일준비위원회에 특혜입학에 관여한 총장이 있다거나 하는 그런 것이다."

양명렬: "시국을 보면서 우리가 배운 학문과 사회가 이질성이 큰 것을 발견하게 되고 '이 상황에서 수능을 공부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 말이 안된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고3분들을 모아 시국선언을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모여진 고3들이 다른 시민들, 1·2학년에게 홍보하게 되면서 외부시민들도 참여를 하게 됐다."

김은솔: "작년에 국정교과서때문에 시끄러울 때 모든 생각이 국정화 교과서에 쏠려있는 상태였다. 뭣도 모르고 국정화교과서를 반대하겠다는 생각으로 시위에 나가게 됐는데 앉아서 빨간 팻말 사이에 스케치북을 들어올렸다. 그랬을 뿐인데 큰 관심을 받았다. 작년 3차 민중총궐기때까지는 시위를 따라 계속 돌아다녔다. 사실 중학교 때는 매일매일 시위를 하다시피했는데, 고딩이 되자마자 모든 부조리에 무기력해져서 잘 안 다니게 된 것 같다.

그런데 요즘 시끄럽다. 정치나 시사 문제에 관심을 안 갖던 친구들도 참여하게 되는 모습이 보였다. 더더구나 이번 시위에 참여하는 인원이 꽤 많기 때문에 한 명의 참가로 조금이나마 바뀔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참여하게 됐다. 무엇보다 다른 청소년이나 시위하는 사람들의 의견이 궁금하기도 했다."

- 참여한다고 했을 때 주변 반응이 궁금하다. 

임지웅: "선생님들 중에 오늘 오시는 분이 많으시다. 제발 오늘은 마주쳐도 인사하지 말라고 하신다. 부모님 역시 이런 것을 하는 것을 말했는데,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하지마라'는 반응이 나올 줄 알았다. 그런데 부모님이 '주목받지 않기 위해서 목소리만 조금 줄여라. 경찰 아저씨 말 잘 듣고!'라는 반응을 보여주셨다. 친구들 역시 참가하는 친구가 있고, 대부분 응원하는 입장이시다."

양명렬: "의외로 응원이 많다. 선생님들의 응원도 많으시고, 같은 학교 친구들의 응원도 많다. 다만 내가 정치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이라 '적당히 정치 이야기좀 하라'라는 반응도 있다. 반면 니가 잘하는 것이고, 정치이야기에 신물 내는 사람들이 이상하다는 반응이 더 많다. 너희가 못 하는 것을 하는데, 왜 너희는 얘를 욕하냐는 이야기도 해주시면서 응원해주신다."

김은솔: "고등학교는 안양에서 과천으로 통학한다. 친구들은 '에휴 정치충...' 내지는 '또 나가냐 ㅋㅋㅋ'... 이런 반응이 많이 나온다. 부모님은 걱정을 가장 많이 한다. 내가 논쟁하기를 좋아하는 것을 아셔서 그런지 '싸움이 붙을 수 있다'라는 반응을 많이 보이신다. '남이 뭐라고 해도, 대응하지 말고 말싸움하지 말고, 그냥 조용히 지나가라. 그리고 제발 일찍 들어가라'는 반응을 많이 보여주신다."

"학생들도 몇 년 뒤 투표장에 간다"

좌담회는 즐겁게 진행되었다.
 좌담회는 즐겁게 진행되었다.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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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날 나오는 이야기가 있다. "이 학생들은 공부가 최우선인데, 혼이 비정상이라 그런지, 어딘가의 선동을 받았는지 우리 대단하신 정책 짜는 분들을 비판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학생들이 전교조 종북교사와 인터넷의 선동을 받았다! 돈 받았냐!" 이런 이야기인데, 반박 한번 해달라.

임지웅: "학생들도 어차피 몇 년 뒤에 선거를 하게 된다. 사실 학교라는 곳이 민주주의를 가르치고 민주주의를 보여줘야 하는 곳인데, 학생들에게 무조건적으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이야기한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무조건적으로 누군지도 모르는 어른 말 잘 듣고 그러면, 30년 뒤에 나라를 팔아먹어도 1번이라는 소리를 하게 될 것 같다."

양명렬: "선동이라는 단어를 부정적으로 보지는 않는다. 그분들이 말하는 선동이, 지식인들 간의 의견을 피력하고 이 의견에 동참하는 것이라고 하면 그 선동은 나쁜 뜻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종북교사라는 단어 자체도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사상의 자유를 종북 프레임에 씌우는 그들의 선동이라고 본다. 또 교사 역시 자신의 입장을 가르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신의 주관적인 생각을 학생들에게 가르쳐  주관적인 생각을 하는 법을 알게 해야 한다고도 생각한다."

김은솔: "돈이라도 받으면 억울하지나 않다. 어떤 쌤이 전교조고 어떤 쌤이 교총이고 구별하겠는가. 그리고 왜 학생은 정치적으로 중립이어야 하고, 의견 피력도 못 하고 뭐만 하면 선동당했다는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가. 검정교과서 때 수업도 안 들어보신, 책도 한 번 안 펴보신 분들이 '빨갱이네, 종북이네' 하는 것을 보면 도대체 누가 선동을 당하신 것인지 모르겠다."

- 배후세력이 있냐는 반응에는 어떤 답을 주고 싶은 어떤가.

임지웅: "정시민 시작하고 북한 인권 관련 집회를 열었을 때가 있었는데, 공식 SNS에 그런 반응이 많이 나왔었다. 그때는 어르신분들이 '너네 종북이냐', '배후에 어디에 있냐'라는 반응도 있었다. '사실 임지웅이 임지웅이 아니라 어떤 정당의 끄나풀이 만든 가상인물일 뿐이다'라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그때 정체성에 혼란이 많이 왔다.

중립으로 스탠스가 바뀌니까 더욱 심해져서 배후가 '사라진 보라색 정당'이냐는 이야기까지 댓글에 나오더라. 재작년 7월에 북한인권법 관련 시위를 했는데, 바로 스탠스가 달라지셔서 '너희가 국가를 이끌 인재'라는 반응이 나왔다. 분명 기분이 좋은데 설명하기 어려운 찜찜함이 몰려왔다. 중립으로 스탠스를 옮기면서 어르신분들이 SNS에 찾아올 일이 없게 만드니까 다행히도 그런 이야기를 더 이상 하지 않고 계신다."

양명렬: "배후세력이라는 이야기를 들어보긴 했다. 배후세력이라고 하면 경제적으로, 정서적으로 원조해주시는 부모님인 것 같다. 물론 배후세력의 지령은 '나대지 말고 연행될 일은 하지 말라'다. 물론 매번 어긴다."

김은솔: "만날 들은 이야기이다. '얘들이 커서 몇년 뒤에는 퍼런 잠바를 입고 청위병이 될 것이다' 내지는 '얘가 엔터테인먼트 연습생인데 얼굴로 익히면서 데뷔하려는 수작이다'라는 창조 마케팅에 입각한 이야기까지 들어봤다. 북한이야 지겹게 들어서 더 말하고 싶지도 않다. 지금 창밖에서(인터뷰 중 보수단체의 운집이 주변에서 있었다.) 태극기를 흔들며 시끄럽게 말씀하시는 그 분들 말이다."

"왜 학생들이 여기에 나왔나부터 생각해달라"

김은솔 학생. 사진은 지난해 10월 1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앞 세종로공원에서 한국사국정화저지네트워크(466개 시민단체 참여) 주최로 열린 '한국사교과서 국정화저지 범국민대회'에서 '저희도 옳고 그름을 구별할 수 있습니다' '저희는 좌편향된 역사를 배운적 없습니다'는 글을 스케치북에 적어와서 교대로 펼쳐보이고 있는 모습.
 김은솔 학생. 사진은 지난해 10월 1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앞 세종로공원에서 한국사국정화저지네트워크(466개 시민단체 참여) 주최로 열린 '한국사교과서 국정화저지 범국민대회'에서 '저희도 옳고 그름을 구별할 수 있습니다' '저희는 좌편향된 역사를 배운적 없습니다'는 글을 스케치북에 적어와서 교대로 펼쳐보이고 있는 모습.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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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상투적인' 질문이지만,(웃음) 공부해야 될 학생들이 어째서 여기에 나왔나! 라는 어른들의 반응도 꽤나 많다. 이런 어른들의 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임지웅:
"나라가 혼란스러웠을 때마다 학생들이 세상으로 나왔다. 4.19혁명, 6월 항쟁까지 역사의 순간마다 중심에 서서 사회를 바꾸었던 것은 학생이다. 공부를 해야하는 것은 맞지만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가만히 있겠다는 것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피로 만들어주신 우리 부모님 세대에게 죄송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걱정이 되더라도 한번만 눈감아주셨으면 좋겠다."

양명렬: "우리는 학생이기 전에 시민이라고 생각한다. 학생은 학교를 다니는가, 안다니는가, 그리고 나이는 몇 살인가에 따라서 달라지는 신분이지만 시민은 그렇지 않다. 이 나라를 떠나 이민가지 않는 한 나는 대한민국 시민이다. 대한민국 시민으로서 국가에 나의 목소리를 냄으로써 국가가 다양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하는 의무를 지니고 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시민으로서 내 의무를 다하는데 이것이 잘못이 있는 건가."

김은솔:
"'여기 나오지 않게 해주세요!'라고 먼저 말씀드리고 싶다. 아니, 애초에 그런 말을 하기 전에 왜 저 애들이 공부도 마다하고 여기에 나왔는가를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다. 공부 하지 않으려는 핑계라고 말하는 어른들이 계시는데 그렇다면 제발 나라 핑계도 못 대게 해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민중총궐기 참가 학생 징계? 반인권적 행위"

청소년 통일안보단체 정시민의 시국선언 현장에서 임지웅 씨가 발언하고 있다.
 청소년 통일안보단체 정시민의 시국선언 현장에서 임지웅 씨가 발언하고 있다.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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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청, 교육지원청 등에서 민중총궐기나 시국선언에 참여한 청소년을 징계하라는 말이 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또 정치적 입장을 밝힌다는 이유로 학교나 사회에서 징계 등의 불이익을 받을 우려가 있을텐데, 따로 대처법은 있는가."

임지웅: "학교는 민주주의를 가르치고, 보여주어야 하는 곳이다. 그런 곳에서 민주주의 사회에서 중요시되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다. 학교는 어디까지나 학생들이 이런 상황에서 학생들 자신만의 길과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조언해주는 역할을 해야지, 학생들의 가치관을 정립하려고 강요하려는 행위는 해서는 안 된다. 굉장히 시대착오적이고, 반인권적인 행동이다.

내가 징계를 받을 때, 최선의 대책방안이라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징계를 받게 된다면, 그런데 그 징계를 억울하게 받았다면 그 징계를 없애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물론 나는 피해를 입을 수 있겠지만 제2의 피해자, 제3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을 수만 있다면 피해도 감수해야 한다. 물론 그것이 쉬운 길이 아니니까 사실 최대한 조용히 지내는 것이 정답이긴 하다."

양명렬: "다행히도 우리 학교는 정치색을 밝힌다는 것에 대해서 징계를 내리거나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 적이 없다. 하지만 만약 제가 그러한 상황에 처한다면 이에 대해서도 맞서야겠다.  '나를 왜 처벌하나. 당신들이 하는 것이 정당한 것인가?' 하면서 맞설 것이다. 매를 맞더라도 대들어는 봐야 하지 않겠나."

김은솔: "작년에 1인시위를 했을 때에도 징계를 받은 적도 없었고, 꾸지람을 듣지도 않았다. 하지만 내게 그런 일이 생긴다면 무조건 공론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학생이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켜야 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표현한다고 불이익을 받는다면 말이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대처법이나 징계를 받을 것이라는 생각은 그다지 하지 않으려고 한다. 만약에, 아주 아주 만약에 끔찍한 일이지만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공론화 외에 별다른 대책을 세워놓지 않았다. 징계를 받는다면 이 사회에 대해 더 실망할 것도 없다 생각했는데 아예 사회에 대한 정 자체가 떨어지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뿐이다."

"집회의 다른 이름은 '교육의 장'이다"

양명렬 씨가 13일 진행된 고3 시국선언에서 발언하고 있다.
 양명렬 씨가 13일 진행된 고3 시국선언에서 발언하고 있다.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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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 시간 수고 많으셨고, 이제 마지막 질문이다. 앞으로 청소년이 참여하는 시위나 시국선언이 어떤 방식으로, 그리고 어떻게 진행되었으면 하는가.

임지웅: "청소년이 참여하는 시위나 시국선언에서 모두에게 원하는 것이 하나 있다. 말 한마디를 할 때 생각을 한 번 하고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학생 중에서도 성소수자 학생이 있을 것이고, 장애인 학생이 있을 것이다. 누구나 콤플렉스는 충분히 가지고 있다. 그 콤플렉스를 공격하는 발언은 자제해주셨으면 좋겠다. 민주주의는 기본적으로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 있어야 성장할 수 있다. 한 사람이 잘못했다면 그 잘못만 비판하면 되지 "이 사람이 여자여서 그랬다", 내지는 "정신장애가 있어서 그랬느니" 뭐니 하는건 없었으면 좋겠다.

또한, 이런 집회를 보시는 어른 분들께도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다. 청소년도 민주주의 사회의 주권자다. 우리도 우리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 그리고 청소년들도 이 상황에 대해 분노할 수 있다. '돌아가서 공부하라'는 말 대신 '함께하자'는 말을 해주셨으면 감사하겠다."

양명렬:
"비폭력, 우선 비폭력이 우선시돼야 한다. 그리고 최대한 많은 청소년들이 자기 목소리를 냈으면 좋겠다. 나는 이것이 단지 시위라고만 보지 않는다. 우리가 시민으로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배우는 교육의 장으로도 본다. 수많은 청소년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고 또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도 들으면서 정치 참여란 무엇인가도 배우고 나 자신만의 가치관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또 그런 청소년들의 장이 많이 마련됐으면 한다."

김은솔: "다양한 개성을 뽐낼 수 있는 집회나 시국선언이 되었으면 좋겠다. 솔직히 집회라고 하면 피켓들고 구호 외치는 것만 떠올린다.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한다면 조금 더 원하는 것을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또 지웅씨가 말했듯이 구호나 문구가 또 다른 혐오를 담지 않았으면 좋겠다. 예를 든다면 박근혜 대통령의 대통령으로서의 자질이 아닌 여성성을 비하한다던지, 암탉이 울었기에 나라가 이 꼴이라고 말 하는 것 말이다.

전두환 대통령 이후에도 남자 대통령이 계속 뒤를 이었고 아무도 남자였기에 그랬다고 말하는 이는 없지 않았나. 뿐만 아니라 장애인, 성소수자를 희화화, 대상화한 구호나 문구들이 보였었는데 굳이 사회적 약자를 비하하지않아도 현 정권을 비판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한다.

덧붙여 집회에 참여하는 청소년들이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의견이나 생각을 정해주고 자신의 의지로 집회에 나왔으면 한다. 집회에 참가해서도 자신의 생각과는 조금 다르다면 무조건적인 호응을 하지 않아도 된다. 그냥 휩쓸려 집회에 참가하면서. 다른 사안에 대해서 자신이 생각해볼 기회를 버리지 않았으면 한다."

덧붙이는 글 | 옆동네 1318은 우리 사회의 '멋진 청소년'이라면 누구라도 인터뷰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이야기를 기다립니다. 제보는 trainholic@naver.com으로 부탁드립니다. 좌담회에 참여하실 분의 '자천'도 환영합니다.



태그:#청소년, #민중총궐기, #집회,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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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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