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의 유일한 본분으로 일컬어지는 공부. 하지만 "공부만 하라"는 어른들의 질책에서 벗어나, 우리 사회에 드러나거나 숨겨진 여러 곳에서 두각을 보이는 청소년들이 있고, 그리고 청소년에게 힘이 되어주는 어른들이 있습니다. 이런 분들을 같은 고민에 속해 있는, 청소년인 필자가 직접 인터뷰합니다. 또, 청소년들이 모이고, 주최했던 행사나 모임을 취재합니다. 청소년 시민기자가 직접 발로 뛰고 집필하는 연재기획, <옆동네 1318>입니다. 이번 차례에는 70년간 이어져온 '마술 올림픽'인 FISM의 2015년 대회에 출전했던 최연소 마술사, 공인성씨를 만나봅니다. [편집자말]
 2014년 부산국제매직패스티벌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는 공인성 마술사. 이 대회에서 공인성 마술사는 4관왕을 차지했다.

2014년 부산국제매직패스티벌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는 공인성 마술사. 이 대회에서 공인성 마술사는 4관왕을 차지했다. ⓒ 매직캣


눈 앞에서 카드가 사라지고, 공이 갑자기 오색빛깔의 천으로 변하더니 커다란 깃발이 되어버리고, 모자 안에서 갖가지 물건이 쏟아져나온다. 어느 새 상자 안에 들어간 사람이 나누어지고, 합쳐지다가 탈출하면서 놀라움을 안겨준다. 이은결, 최현우 등 마술사가 방송가에서 활약한 것과 더불어 <나우 유 씨 미> 시리즈 등을 통해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마술 이야기이다.

전세계 마술사가 자신의 기량을 짧은 시간 안에 선보이는 '마술 올림픽', FISM(마술사협회 국제연맹)이 3년에 한 번씩 개최되고 있다는 사실을 여러분은 알고 계신가. 더욱이 이은결, 유호진, 최현우, 한설희 등 많은 마술사들이 자신만의 기술을 개발해 수상한 데다가 최연소 수상자, 최연소 그랑프리(유호진), 최연소 심사위원(최현우) 등의 신기록도 꿰차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는가.

지난해 이탈리아에서 개최되었던 FISM 2015에는 최연소 참가자도 등장했다. 만 13세, 한국 나이로는 중학교 2학년에 해당하는 나이에 당당히 전 세계 관람객 앞에 선 공인성 마술사가 그 주인공이다. 이미 2014년 제 11회 부산국제마술대회에서 4관왕을 휩쓸어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공인성 마술사는 여러 마술대회, 마술행사, 그리고 방송과 민간행사에 이르기까지 여러 곳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는 주인공이다.

어떠한 마술사의 나이보다 어린 나이에, 정말 '마술'처럼 자신의 꿈을 키워나가는 공인성 마술사를 지난 10일 인천 부평에 위치한 매직캣 마술학원에서 만나 인터뷰를 가졌다. 다음은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인터뷰 전문.

TV 프로그램 보다가 마술 시작... 스테이지 마술 주로 하지만

 공인성 마술사의 프로필 사진.

공인성 마술사의 프로필 사진. ⓒ 매직캣


 - 만나서 반갑다. 자기소개 한 마디 부탁드린다.
"최연소 프로마술사 공인성이다. 수원 율현중학교 3학년에 재학하고 있다. FISM 2015 최연소 출전에 더불어, 러시아, 일본, 스페인 등 여러 나라에 초청되어 게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 2001년생인데 활동이 왕성하다. 마술을 시작하게 된 계기, 그리고 프로 마술사로 활동을 시작하게 된 결정적인 사건이 있는지 궁금하다.
"열한살 때 명절날 TV를 틀었는데, 마술 프로그램을 하고 있었다. 마술을 하면서 사람들이 반응하고, 놀라워하는 그 모습을 보면서 나도 마술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인터넷으로 마술을 찾아보았는데 혼자 하기에 무리가 있었다. 부모님께 부탁해서 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는데, 3개월동안 취미로 마술학원에 다녔다가 더 배우고 싶어져 전문양성반에 올라가게 되었다.

마술학원에 다니던 도중 초등학교 6학년 때 SBS <내 마음의 크레파스>에 출연할 계기가 생겨서 방송에 출연하게 되었다. 동시에 어린이 마술대회가 열렸는데, 대회 준비 과정과 연습과정, 그리고 대회까지 촬영하게 되었는데, 마술대회에서는 대상을 받게 되었고 방송도 잘 나왔는데, 초등학교때의 소심했던 모습이 나와서 지금 보기에는 쑥쓰럽다. 초등학교 6학년때의 경험을 통해 대회와 방송출연도 시작하게 되었다."

 공인성 마술사가 처음으로 출전했던 2013 전국어린이마술대회 수상사진.

공인성 마술사가 처음으로 출전했던 2013 전국어린이마술대회 수상사진. ⓒ 매직캣


- 주로 하는 마술 분야는.
"스트리트 마술이나 클로즈업 마술 대신 스테이지 마술을 주로 한다. 맨 처음에 올라와서는 클로즈업 마술을 하게 되었는데, 어린이 공연팀에 활동하게 되면서 공연활동을 하다보니 스테이지 마술을 자연스럽게 시작하게 되었다. 아직까지는 큰 도구를 사용하는 일루전 같은 마술을 하기는 어렵지만, 그런 기회가 온다면 접해보고 싶다.

스테이지 마술 안에는 스토리가 있는 제너럴 매직, 물건이나 카드가 나타나고 사라지는 손기술을 이용한 매니플레이션 매직, 앞서 말했던 일루전 매직 등이 속한다. 그 중에서 제너럴 매직을 주로 하고 있다. 배고픈 꼬마 마술사 이야기를 보통 주제로 삼는데, 내가 꼬마 마술사가 되어서 사탕상자 안에 있는 사탕을 보고 먹으려는 이야기이다."

 - 마술을 하면서 어려운 점이 궁금하다. 또 학업과 마술, 모두를 병행하는 것이 어려울 것 같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긴장도 많이 되고, 무대 위에서는 떨리기도 한다. 그래도 무대 위에서''내가 준비한 것을 모두 보려드려야겠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올라가면 관객분들이 호응해주시기 때문에 거기서 희열을 느낀다. 또 무대 위에서도 돌발상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항상 긴장하고 무대에 들어간다.

마술이다보니 비밀이 유지되어야 하기 때문에, 연습을 혼자서 해야 한다는 점이 힘들다. 대회에 가까워질수록 게임이라든가 친구들과 노는 것 같이 하고 싶은 것을 못 하고, 혼자서 내내 연습해야 하기 때문에 더욱 힘들다. 학교가 염색이 금지되어있기 때문에 가발을 쓰고 학교에 다녀야 하는데, 여름에는 엄청나게 더운 데다가 체육시간에 벗겨질까봐 친구들과 축구도 못 한다. 헝클어지면 또 정리를 따로 해야 하기 때문에 더 힘들다.

학교에 못 나갈 때는 수업 진도도 따라가기 어렵다. 좋아하는 과목이 체육인데, 염색하고나서는 잘 못 뛰어놀아서 아쉽다. 입학한 직후에는 대회도 많이 못 나갔었기 때문에 선생님들이 적극적으로 도와주지 못하셨었다. 여러 매체, 대회, 방송에 나오게 되면서 선생님들이 적극적으로 도와주게 되었다. 특히 교장선생님께서 많이 도와주셨다.

학교 축제도 대회 일정때문에 못 갔었는데, 올해 축제때 마술 공연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선생님, 친구들이 '몇 반에 마술사 애가 있다더라' 하는 식의 '풍문'으로만 들었던 친구를 직접 보게 되니까 다음 날 학교의 '유명인사'가 되어 있었다. 그냥 단순히 '카드마술 하고 다니는구나' 하던 친구들도 다시 봤다고 하더라.

또, 최연소 타이틀을 얻으면서 활동하다보니까 부담될 때가 있다. 그런 부담감을 갖고 활동해야 할 때가 있는데, 그 타이틀때문에 훨씬 자극을 받아서 더욱 열심히 마술에 임하게 되는 것 같다."

마술 덕분에 소심했던 성격 달라져... 노베르트 페레 닮고 싶어

 2015년 열린 FISM에서 공연하는 공인성 마술사.

2015년 열린 FISM에서 공연하는 공인성 마술사. ⓒ 매직캣


 - 마술을 하게 되면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아마 성격 면에서 많이 달라졌을 것 같은데.
"마술을 하기 전에는 소심하고, 친구와 잘 어울리지 못하는 성격이었다. 유치원 때 장기자랑때문에 무대에 섰던 적이 있는데, 무대 위에서 그대로 울었던 적이 있을 정도로 무대공포증이 심했다. 또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시다보니 유치원에 가기 전에는 외가에서 자랐는데 부모님과 오랫동안 떨어져서 그랬는지 불안한 감정이 심해졌었다. 그래서 미술 심리치료도 받았던 적이 있고, 뾰족한 것만 보면 눈을 못 떴던 적도 있었다.

마술을 시작하면서 트레이닝을 받으면서 소심했던 성격도 활발하게 바뀌었고, 뾰족하게 생긴 물건을 봐도 아무렇지 않게 되었다. 마술을 통해 무대에 서게 되면서 무대에 서도 아무렇지 않게 변했다. 마술을 통해서 성격이 180도 달라졌다. 마술이 아니었으면 평범하고, 소심한 학생이 되었을 것 같다."

 - 마술 대회 관련 재미있거나 특이한 에피소드도 많을 것 같다.
"마술을 하면서 알게 된 유명한 분들을 해외에서 직접 뵙고, 같은 무대에 섰던 적이 많았다. 그 무대 위에 섰을 때 영광스럽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었다. 내가 우상으로 삼던 분과 함께 동등한 위치에서 같은 무대에 섰다는 것 자체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느낌이었다.

내 머리가 붉은 색 머리이다보니 꽤나 튄다. 대회같은 데에 가면 다들 머리를 보고 나를 알아보더라. 그래서 대회가 없었던 때에 머리를 한동안 풀고 검은 색깔에 평범한 머리스타일로 있었다가, 한 마술대회에 초청 게스트로 참여했던 적이 있다. 공연 준비하려고 게스트룸으로 들어가는데, 관리하시던 분이 나를 못 알아보시고 '게스트룸에 들어오시면 안 됩니다'라고 해서 당황했던 적이 있다. 자신만의 콘셉트가 참 중요한 것 같더라."

 - 닮고 싶은, 그러니까 존경하는 마술사는 누가 있는지 궁금하다.
"프랑스인 마술사 노베르트 페레를 닮고 싶다. 무대에서 마술하는 것을 뵌 적이 여러 번 있는데, 같이 무대에 서 본 적도 있다. 이 분이 마술에 임하시는 것을 보면서 깊은 연륜에 감탄했다. 나도 나중에 그 분처럼 무대 위에서 연륜을 자연스럽게 느껴지게끔 할 수 있는 그런 베테랑 마술사가 되고 싶다."

 - 마술, 공연과 같은 대중문화에 청소년이 소비자로 서는 경우는 많지만 생산자로 서는 경우가 꽤 적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청소년들이 대중문화의 당당한 생산자의 축에 서기 위해서 어떤 개인적,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 보는지 궁금하다.
"자신이 해보고 싶은 문화 종목을 찾기 위해서 한 번씩 문화들을 경험하고, 체험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문화을 경험하기 어려운 친구들도 있으니만큼 또 그 종목을 접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는 사회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학교 동아리, 방과후 수업같은 것을 통해서 말이다."

 - 앞으로의 계획이나 마술활동에 대해 간단히 알 수 있을까.
"한 가지 마술만 계속 할 수는 없다. 다양한 마술, 더욱이 마술 뿐만 아니라 다른 예술분야와 접목해서 마술을 만들어보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저글링을 이용한 마술을 한 번 해보고 싶다. 다른 아티스트들이 하시는 연기, 춤, 노래 등의 분야도 배워서 마술에 접붙이를 해보고 싶다.

마술은 직장처럼 은퇴라는 개념이 없다. 마술은 나이가 들어도 행복하게 할 수 있다. 마술을 나중에 행복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관객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행복한 마술을 하며 지금 당장 행복하기 때문에 지금 마술을 한다. 계속 이런 마술을 하고 싶다. 또 다른 소심한 친구, 꿈이 없는 친구들이 나이가 어리지만 열심히 하는 나를 보고 용기를 얻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공인성 마술사, 또 다른 이들의 멘토가 되길

 2014년 이탈리아에서 열린 C.M.I 컨벤션에서 공연하는 공인성 마술사. 이 대회에서 공인성 마술사는 1위를 차지했다.

2014년 이탈리아에서 열린 C.M.I 컨벤션에서 공연하는 공인성 마술사. 이 대회에서 공인성 마술사는 1위를 차지했다. ⓒ 매직캣


사실 인터뷰 이전에 공인성 마술사의 공연을 직접 본 적이 없었다. 접한 공연 영상에서는 앳된 얼굴을 한 한 소년이 넓은 무대 위를 장난스럽게 뛰어다니면서도, 넓은 무대 위에 자신 혼자만을 집중하게끔 했던 카리스마를 접할 수 있었다. 인터뷰에서 느꼈던 그의 '본심'도 마찬가지였다. 학교 체육시간에 뛰어놀지 못해 아쉽다는 말을 하면서도, 부담감에 대해 벗어나기보다는 그 말에 부응하겠다는 말을 할 때는 그의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그 중 가장 가슴에 와닿았던 말은 '자신을 통해 꿈을 얻는 매개체'가 될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었다. 자신감이 없고 소심했던 그의 성격 역시 바뀌었다는 이야기를 같이 접붙여서 생각해보았다. '마술이 진짜 보여주는 마술은 이런 것이구나' 하는 것이었다. 단순히 물건이 뿅! 하고 사라졌다가 나타나는 것이 아닌,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또 다른 꿈을 꾸게 하는 그런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진짜 마술'을 공인성 씨는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훗날 같은 무대에 선 마술사가 '공인성 마술사의 마술을 보고 여기에 왔어요'라는 말이나 다른 멋진 일을 하는 사람이 '그 마술사 덕분에 용기를 얻었어요.'라는 말을 하게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것이 그가 몇 년에 걸쳐 하고 있는 '진짜' 마술이 아닐까?

덧붙이는 글 옆동네 1318은 우리 사회의 '멋진 청소년'이라면 누구라도 인터뷰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이야기를 기다립니다. 제보는 trainholic@naver.com으로 부탁드립니다.
마술 청소년 마술사 중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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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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