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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14일, 백남기 어르신이 쓰러지신 그날 민중총궐기 현장에 저도 함께 했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아무것도 안되겠다, 집에 얌전히는 못 있겠다, 오기로 광화문에 갔었던 기억이 납니다.

살수차에서 무자비하게 쏟아지는, 최루액이 섞여 매캐한 냄새와 하얀 물을 보고 맞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집에 돌아가는 길에 경찰의 폭력에 무자비하게 쓰러진 한 노인의 소식을 들었습니다. 다름 아닌 백남기 농민이었습니다.

1995년생인 저는 경험하지 못했지만 역사책으로만 보았던 1980년대 광주시민들을 학살했던 군인의 모습이 이러했을까요? 1990년대 대학생들을 탄압했던 백골단의 모습이 이러했을까요?

그날 이후 백남기 농민께서 서울대병원에 의식 없이 약물에 의존해 누워계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함께 현장에 있었지만 더 젊은 우리 대학생들이 앞에서 어르신의 물대포를 대신 맞고 지켜드리지 못한 죄송함이 컸습니다. 간절한 마음으로 종이학을 접을 때는 100개, 1000개의 학이 우리의 소원을 이루어주리라 기도했습니다. 어르신이 툭툭 털고 일어나셔서 다시 이땅의 농부로 살아가실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오늘(25일)로 317일째, 어르신께서는 병상에 누워계십니다. 그 긴 시간동안 물대포를 맞은 사람은 있지만 쏜 사람은 없는,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상황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최근 들려오는 국회 청문회에서는 사과할 필요없다는 뻔뻔한 경찰의 모습만 보고 있습니다.

'슬퍼할 시간 좀 주세요 제발' 현장 지키며 긴급 농성에...

중환자실과 장례식장을 잇는 주차장에 배치된 경찰병력
 중환자실과 장례식장을 잇는 주차장에 배치된 경찰병력
ⓒ 김혜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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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어제 백남기 대책위 페이스북 소식을 접했습니다. 어르신의 상태가 많이 위중하시다는 소식을 듣고 서울대병원 앞으로 왔습니다. 그리고 만약 선생님께서 다시 돌아오지 못할 그곳으로 가신다면 경찰이 그 몸을 빼앗아가 부검을 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가족들은 부검을 원하지도 않는데 말이지요. 공권력이, 어떻게 사람이 이런 비상식적인 일을 할 수 있는지 믿기지가 않았습니다.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SNS에 올라온 글이 사실이라는 것을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병원 안까지 들어온 사복경찰들, 방패를 들고 서 있는 경찰들의 모습을 보며 내가 어떤 나라에 살고 있는 것인지 화도 치밀어 오르고, 선생님이 꿈꾸었던 세상은 이게 아닐 것이라는 생각에 울컥했습니다.

중환자실과 장례식장을 잇는 주차장에 배치된 경찰병력 앞 시민피켓팅
 중환자실과 장례식장을 잇는 주차장에 배치된 경찰병력 앞 시민피켓팅
ⓒ 김혜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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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기농민 위급소식과 강제부검 소식을 듣고 달려온 시민들. 아스팔트바닥에 앉아 밤을 보내는 모습
 백남기농민 위급소식과 강제부검 소식을 듣고 달려온 시민들. 아스팔트바닥에 앉아 밤을 보내는 모습
ⓒ 김혜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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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입구에서 함께 한 시민들과 밤을 지새웠습니다. 돗자리 하나 깔고 쌀쌀한 가을 밤을 보냈습니다. 무척 더웠던 여름날들이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병원 앞은 너무 추워 옆에 있는 친구와 꼭 붙어 간신히 밤을 보냈습니다. 새벽이라도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어르신을 지켜야하기에 눈뜬 밤을 아스팔트 바닥에 앉아 견뎌냈습니다.

그냥 가만히 긴 밤을 보내고 싶지 않았습니다. 가방에 있는 종이를 꺼내 가족들이 온전히 슬퍼할 시간조차 주지않으려는 정부에 대한 참담한 마음을 담아 작은 대자보를 써서 곳곳에 붙였습니다.

백남기농민 위급소식을 듣고 현장으로 달려온 시민들
 백남기농민 위급소식을 듣고 현장으로 달려온 시민들
ⓒ 김혜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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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간이 넘는 기다림 동안 우리가 기다리는 것은 무엇일까. 어르신이 떠나는 것을 기다려야만 하는 이 아이러니한 상황이 너무 슬픕니다. 깨어나기만을 그토록 바래왔는데 이제는 마지막입니다. 어르신이 떠날 시간을 기다리며 잘 떠나실 수 있도록 지켜드리기 위해 이 현장에 앉아 있습니다.

시민여러분, 이곳 서울대학교병원으로 모여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아직 이곳엔 백남기 선생님이 계시고 말도 안되는 일을 시도하려는 경찰이 있습니다. 국민을 지켜주는 것은 공권력이 아님을 이미 우리는 배웠습니다. 이 생명의 땅을 일구는 농민을 지킬 수 있는 것은 우리의 단단한 연대뿐임을 알고 있습니다. 저도 이곳을 지키겠습니다.

즉석 대자보를 써붙이며 현장지켜
 즉석 대자보를 써붙이며 현장지켜
ⓒ 김혜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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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석 대자보를 써붙이며 현장지켜
 즉석 대자보를 써붙이며 현장지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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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석 대자보를 써붙이며 현장지켜
 즉석 대자보를 써붙이며 현장지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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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석 대자보를 써붙이며 현장지켜
 즉석 대자보를 써붙이며 현장지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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