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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말없는 약속 20년'에 이어 이제는 제 자신을 시작으로 나의 심리적, 생활상의 문제들로 건강하고 행복한 생활에 걸림돌이 됐던 독(자신과 타인에게 해로움을 주는 요인)을 다스렸을 때 건강과 행복을 더 크게 느끼며 당당하게 생활하고 계신 분들의 이야기를 소개할까 합니다. 이 연재기사의 이름은 '내 안에 독을 다스리면 덕이되고, 복이된 사연'입니다.

지금까지 제가 상담한 내담자들의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볼 겁니다. 이 연재에 등장하는 이들은 모두 <오마이뉴스>에 본인의 이야기가 실리는 것을 동의한 사람들입니다. 물론, 이름은 가명으로 합니다. - 기자 말

2004년부터 나는 'NVC_NonViolent Communication_비폭력대화'의 4요소를 가지고 상담을 하고 있다.

그것은 있는 그대로 보아야 하는 '관찰(observation)', 그 관찰(드러난 말과 행위)에 따르는 '감정(feeling-예를 들어 '자기표현을 잘 못함(관찰)'으로 '속상하다(감정)')', 그 감정이 긍정이든, 부정이든 올라오게 하는 원인이 되는 '욕구(need-감정이 긍정이면 욕구충족, 부정적 감정이면 불충족)', 그리고 그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자신과 타인의 존중과 배려가 깃든 '부탁(request)'이 그것이다.

부탁은 강요와 구별됨으로 NVC에서는 '부탁'을 적용한다.

NVC저자인 마샬(Marshall B. Rosenberg)은 임상전문가로 60세 가까이 생활하다 주위를 둘러보았더니 정말 치료와 상담이 필요한 사람들은 비용과 시간 등 이유로 상담기관을 찾지 못하는 현실을 알게 됐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문제를 긍정적으로 해결하고 가족과 이웃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던 중에 칼 로저스(Carl Rogers, 1902/01/08.-1987/02/04. 인간중심치료를 개발한 심리학자)와 함께 대인관계 개선에 도움이 되는 구성 요소에 관한 연구를 함께 하여 완성된 프로그램이 NVC다.

나는 이 NVC로 상담을 할 때 무의식과 의식, 그리고 핵심감정을 다루는 '정신분석', 드러나는 행동을 근거로 치료하는 '행동치료', 생각의 구조에 변화를 주도록 돕는 '인지치료' 거기에 상대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인간중심치료'가 다 포함되었다고 본다.

내가 만나는 사람들에게 오늘날까지 약 13년간 적용해 보았더니 나와 내담자에게 가장 효과가 좋다. 물론, 나를 찾는 내담자들은 이를 알고 전국에서 찾아오고 있다. 사전에 다른 치료방법으로 상담을 받아본 적이 있는 분들도 있고, 처음인 경우도 있다.

본 내용에 언급될 그 내담자를 나는 2004년 9월에 그녀의 집에서 출장상담으로 만났다.

자살시도 2회, 원인은 남편의 외도

그녀를 소개한 사람은 그녀의 친구로 내 강의를 듣고 있던 사람이었다. 내담자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보니 심각한 상황이었다. 이미 자살시도 2회, 집안에서만 지낸 지 1년이 거의 다 되어가고 거기에 약 6개월 정도는 음식은 거의 섭취하지 않고 물만 마시고 누워있다고 했다.

원인은 남편의 외도였고 딸 하나를 둔 채 이혼 위기상황이었다. 대학 때 첫사랑으로 만나 오로지 남편밖에 없다고 여기고 있었다. 대학 4년 동안 장학금을 받을 정도로 수재 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다행히 그녀에게 나에 대하여 이야기를 했더니 집으로 오면 상담을 받아 보겠다고 했다. 출장상담은 나에게 처음이었다. 나는 열정은 대단했지만 상담 기술은 부족한 상태였다.  그 여성을 그대로 두어서는 안될 것 같다는 생각으로 교통비는 계산에 두지 않고 상담한 시간만큼만 계산하기로 하고 서로 시간을 맞추어 그녀의 집으로 출발했다.

그녀와 첫 만남은 그녀의 집, 거실이었다. 나는 거실에서 기다렸다. 그녀는 잠시 후에 내 앞으로 아주 천천히 걸어나왔다. 순간 나는 깜짝 놀랐다. 어디서 한 마리 학이 나에게 걸어오는 듯한 느낌이었다. 늘씬한 키와 하얗고 긴 목, 백옥피부, 윤기있는 긴 생머리에 고상한 분위기였다.

대화를 시작한 뒤 그녀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아니 이런 사람이 왜 우울증이 심해 자살시도까지 하게 되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솔직하게 이야기를 했다.

: "친구분을 통하여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렇게 저와 마주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으셨을 텐데도 이렇게 나와 주셔서 감사해요."
그녀 : (고개를 숙인 채) "아니에요."
: "저는 00엄마를 만나고 싶고, 궁금해서 이렇게 왔어요. 그리고 기회를 주신다면 기꺼이 돕고 싶습니다."
그녀 : "예, 감사해요."

지금 이 사람은 내가 찾아와주어서 감사하다고 하는 것이다. 이것은 자살시도 두 번을 경험했고, 죽을 생각만 하는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반응이 아님을 나는 즉각 알아챌 수 있었다. 그러면 일단 가능성은 있었다. 물론 상담을 받아 보겠다는 자체만으로도 긍정적이라 여기고 온 것이다.

경험을 많이 한 사람들도 그러하겠지만 누구를 만나든지 몇 번 대화를 나누다 보면 상대의 장점과 특징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는데, 나에겐 참 감사한 능력이다.

아마도 가능하면 나의 판단이나 선입견을 내려놓은 채 상대를 있는 그대로 보려(관찰) 하기 원하고 그런 훈련을 통해서 이루어진 능력이라고 여겨진다. 분명 단점 찾기는 어려운데 장점은 약 5분만 이야기해 보아도 눈에 띈다.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이제는 그녀의 장점을 이야기 해주어도 될 것 같았다.

: "이런 말씀 드리면 엉뚱해 보일 수 있지만 사실 저는 00엄마께서 제 앞으로 나오실 때 깜짝 놀랐어요. 이렇게 아름다운 여성이 있구나 하고 놀랐어요."
그녀 : ("무슨 말씀이세요?"라는 듯이 나를 바라보며) "네?"

나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은 순수 그 자체였다. 느낌이 좋았다. 나는 그녀에 대하여 그리고 그녀가 인정할 수 있는 사실(관찰)들로 칭찬을 했다.

: "저보다 큰 키(내 키는 165cm)에 날씬하고 깨끗하고 하얀 피부, 그리고 길고 깨끗한 목이 어쩌면 이렇게 아름다우세요. 저는 고귀한 학 한 마리가 저에게 오는 줄 알았어요."
그녀 : (몹시 부끄러워하며) "아니에요. 저는 못난이예요. 그리고 남편은 제가 못생겼다고 자주 그랬어요."
: "아~ 저런 그래요. 남편이 못생겼다고 말할 때 기분은 어떠셨어요."
그녀 : "처음에는 섭섭했지만 자주 그러니까 나중에는 아무렇지 않았어요. 저는 어려서도 못생겼단 말을 자주 들었어요."
: "어려서 못생겼다고 자주 들으셨다구요?"
그녀 : "네~"
: "혹시 가능하시면 누구에게 그 말을 들으셨는지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그녀 : "엄마요."

예상했던 일이었다. 내 눈에 보이는 그녀는 객관적으로 미스코리아 못지 않은 외모와 자태 그리고 고상한 분위기를 지녔음에도 본인이 못생겼다고 여긴다. 단순히 결혼생활 3년 동안 남편에 의해 생긴 것만은 아니었다.

어린 아이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대상은 부모(보호자)다. 지금 내 눈에 이렇게 예쁜데도 그 예쁨이 인정받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그 부모 또한 이렇게 고운 딸을 예쁘다고 여기지 못할 정도의 환경이었음을 더불어 알 수 있다.

어린 시절부터 시작된 엄마의 차별대우, 불평 한 번 못해

: "저런~ 다른 사람도 아닌 엄마가 못생겼다고 말씀하실 때면 슬펐을 것 같은데..."
그녀 : "그래서 엄마는 제가 초등학교 다닐 때 머리는 길었지만 한번도 묶어준 적 없어요."
: "엄마가 머리를 예쁘게 묶어주고 '학교 잘 다녀와라'라고 말씀해 주시면 참으로 좋았었을 텐데(욕구) 그렇지 않아서 마음이 상할 수도 있었겠어요."
그녀 : "속상했어요. 동생은 잘 챙겨주면서 나는 챙겨주지 않으셨어요."
: "에구 동생은 잘 챙겨주셨어요?"
그녀 : "네 동생은 소풍갈 때도 소풍가방이 꽉 찰 정도로 가득 채우고 나는 겨우 김밥과 음료 하나 (넣어줄) 정도로 차별하셨어요."
: "저 같았으면 엄마께 불평을 했을 텐데 혹시 불평은 안하셨나요?"
그녀 : "안했어요."(눈물)

잠시 눈물이 나올 때 울 수 있도록 조용히 옆에서 약 3분 정도 기다리며 내 가방에서 티슈를 꺼내 건넸다.

: "소풍갈 때 동생 소풍가방이 꽉 찰 정도로(내담자가 한 말에 과장하거나 줄이지 않고 상대가 한 말 그대로 표현해주는 것이 참으로 중요하다) 가득 채워주고 나에게는 겨우 김밥과 음료 하나 챙져주실 때 분명 기분 좋지 않으셨을 텐데도 불평을 하지 않으셨어요?"
그녀 : "예 저는 불평이란 것 안 해봤어요."
: "어려서부터 그러셨으면 그 심정이 어떠셨을까요~ 속상하셨겠다. 속으로 삭이셨나요?"
그녀 : "네."
: "힘들었겠는데~"

또 눈물을 보인다. 몹시 속이 상했고 지금 그 모든 것이 올라오는 것 같다.

그녀 : "저는 바보예요. 말 할 줄도 잘 모르고..."
: "말 할 줄 모른다고 생각하시나요?"
그녀 : "저는 말을 잘 할 줄 몰라요?"
: "그런 생각을 지금까지는 하셨을 수 있으시겠지만~ 한편으로 저와 지금 약 30분 동안 대화를 나누시는 모습에서는 말씀을 필요에 맞게 잘 하시는 것 같아요. 거기에 예의있게요. 또한 저의 질문에 적절하게 대답하시고 대화에서 가장 중요한 본인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부터 잘하고 계신데요."
그녀 : "제가요?"
: "예, 저는 그렇게 여겨집니다. 지금 저와 이야기하시는 분은 00엄마시지요?"
그녀 : "그건 그렇지만~"
: "지금처럼 하시면 될 것 같은데~ 00엄마께서는 말을 어떻게 해야 잘 하는 것 같은신가요?"
그녀 : "자기변호도 잘하고, 하고 싶은 말 또박또박하는 사람요."
: "자기 변호를 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세요?"
그녀 : "네 저는 그렇지 못해서 당하고만 살아요."
: "그렇지 못해서 당하고만 살고 있다고 생각되시나요?"
그녀 : "생각이 아니라 정말 당하고만 살아요."
: "저런 그럴 때는 속상하시겠어요. 변호를 잘 해서 하고 싶은 말을 또박또박하면 속이 시원하실 텐데."
그녀 : "맞아요. 그러나 난 어려서부터 그렇지 못했어요."
: "어려서부터 못하셨어요?"
그녀 : "못했어요. 아빠는 집에 없고 엄마는 화만 내고 그랬어요."
: "어렸을 때 아빠는 집에 없었어요?"
그녀 : "아빠는 자주 집에 들어오지 않았어요."
: "혹시 아빠가 집에 자주 들어오지 않으셔서 엄마께서 화가 나서 자식에게 화를 내신 건가요?"
그녀 : "맞아요. 또 아빠가 집에 들어오시면 자주 다투시니까 저는 동생하고 둘이서 숨죽이고 울고만 있었어요~~~."

이렇게 첫 방문상담은 짧으면 90분, 길면 세시간까지 가능하다는 사전 약속을 하고 시작하였으나, 세 시간이 다 되어가고 있었음에도 그녀는 아직도 할 말이 무척이나 많이 남아 있는 듯했다.

그녀는 묵혀두었던 근 30년간의 속앓이를 풀어놓고 있었다. 그동안 얼마나 답답했었을까 싶어. 내가 견딜 수 있을 때까지 이야기는 계속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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