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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16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34층에 있는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장남(신동주 회장)이 후계자"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는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과 아내 조은주씨, 민유성 고문, 남동생 신선호 일본 산사스 사장 등이 배석했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16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34층에 있는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장남(신동주 회장)이 후계자"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는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과 아내 조은주씨, 민유성 고문, 남동생 신선호 일본 산사스 사장 등이 배석했다.
ⓒ 사진취재풀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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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보강 : 21일 오전 10시 05분]

"회사는 근로기준법과 채용 규정을 따라야 한다. 대표이사(신격호) 마음대로 사람을 해고할 수 없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이른바 '손가락 해고'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신 총괄회장이 지난 19일 오후 자신의 집무실 비서실장인 이일민 전무를 불러 해고를 통보하자, 롯데그룹이 정식 인사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며 무효라고 맞선 것이다.(관련기사: '왕자의 난' 롯데, 이번엔 '신격호 집무실'로 티격태격)

신동빈, 호텔롯데 사장 앞세워 외부인 퇴거 통보

롯데그룹은 이일민 전무를 비롯한 롯데그룹 쪽 집무실 직원들도 집무실 주변에 계속 머물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신 총괄회장은 지난 7월 말에도 장남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현 SDJ코퍼레이션 회장)과 함께 일본 롯데홀딩스를 찾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비롯한 롯데홀딩스 이사들을 모두 해임했다. 하지만 신동빈 회장은 다음날 정식 이사회를 열어 오히려 신격호 총괄회장을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및 회장직에서 해임했다. 롯데 창업자인 신 총괄회장의 전근대적 관행에 '정식 절차'로 맞선 것이다.

이날도 신동빈 회장은 신격호 총괄회장 머물고 있는 롯데호텔을 책임진 송용덕 호텔롯데 사장을 집무실로 보내 외부인 퇴거를 거듭 통보했다. 호텔롯데는 한국 롯데그룹의 지주회사로, 현재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을 비롯해 송용덕 호텔부문 대표, 이홍균 면세점사업부 대표, 박동기 롯데월드 대표 등 5인 공동 대표 체제다.

이날 오후 4시쯤 34층 집무실을 직접 찾은 송용덕 사장은 "회사 직원도 아니고 정체도 알 수 없는 사람들 다수가 몰려와서 무단으로 진입하여 호텔 한 층을 점거하는 것은 호텔 사장 입장에서는 용납할 수 없다"면서 "어제 내용증명도 보내고 직접 통지도 했는데, 여전히 퇴거하고 있지 않아 오늘 직접 현장을 방문해 대표이사 사장으로서, 총괄회장과 회사 직원인 비서팀을 제외한 외부인들은 모두 퇴거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집무실 관리를 신동주 회장쪽에 맡기겠다는 '신격호 위임장'에 대해서도 "그 위임장이라는 것도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 효력도 믿기 어렵지만, 그건 나중에 법원에서 판단할 것"이라면서 효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대표이사 마음대로 사람 해고하는 건 위법하고 부당"

송 사장은 한발 더 나아가 "총괄회장이 말했다 하더라도 회사에는 직원 채용 규정과 인사 규정, 내부 결재 절차가 있다"면서 "나도 대표이사지만 대표이사 1인이 마음대로 사람을 고용하고 해고하고 발령낼 수 없다"라면서 "그런 것이야 말로 위법하고 부당한 것"이라고 따졌다.

송 사장은 이날 "경영권 분쟁 상황에 대해서는 이 자리에서 뭐라고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고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지만, 사실상 신동빈 회장 편에서 신격호 총괄회장의 구두 명령에 '항명'을 선택한 셈이다.

송 사장에 이어 롯데그룹 홍보팀장인 이종현 상무도 "회사의 모든 직원을 채용하거나 해임하려면 인사상 절차를 모두 거쳐야 한다"면서 "신격호 총괄회장이 인사상 발언을 하더라도 (롯데그룹 인사부서 등을 통해) 인사 결제 절차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해고 처리가 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이 상무는 "(신동주 쪽이) 위임장에 의거해 다른 사람을 (비서실장으로) 임명한다고 해도 우리 그룹이 정하는 인사 규정을 따르지 않으면 인정할 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 신격호 총괄회장 집무실과 비서실도 롯데그룹 내 조직이고 롯데그룹 직원들로 구성해야 하기  때문에 설사 신 총괄회장의 의지가 있더라도 외부인들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얘기다.

34층 집무실에서 '신 총괄회장과 정식 임명한 비서실 직원'을 제외한 외부인 퇴거를 요청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롯데그룹 관점에서 신동주 전 부회장 등 가족을 제외한 나머지 SDJ코퍼레이션 쪽 직원들은 분명 '외부인'이다.

하지만 신격호 총괄회장 관점에서 지금까지 롯데호텔 34층은 자택이나 다름없었다. 이곳에서 모든 업무 보고가 이뤄진다는 이유로, 회사의 업무공간과 비서실 직원들을 사유화해온 셈이다. 신동빈 회장과 롯데그룹 역시 지금까지 총괄회장을 이런 '불법'을 용인해온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당장 신동주 회장 쪽이 호텔롯데의 퇴거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없다. 신동빈 회장 쪽도 법적 조치로 엄포만 놓을 뿐 투숙객들 안전을 내세워 강제 퇴거 조치는 조심스러워 하고 있다.

다만 롯데그룹 계열사들이 신격호 총괄회장에게 일상적으로 해오던 업무 보고는 당분간 중단할 방침이다. 결국 재벌 총수 일가의 집안 문제가 회사 업무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단계로 접어든 것이다.

신동주 쪽 "롯데호텔 퇴거 요구는 신격호 인질로 잡겠다는 것"

신동주 회장 쪽은 송용덕 호텔롯데 사장의 퇴거 요구를 거부하고 후임 비서실장을 임명하는 등 강경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오히려 롯데그룹 쪽이 신격호 총괄회장의 업무를 방해하고 있다고 맞섰다.

SDJ코퍼레이션은 21일 오전 "신격호 총괄회장의 의사에 따라 배치된 비서 및 경호직원의 전원 퇴거를 요구하면서 자신들의 심복을 배치하겠다는 것은 실질적으로 신격호 총괄회장을 인질로 삼고자 하는 의도로 밖에는 볼 수 없다"고 일축했다.

전날 이일민 비서실장 해고가 무효라는 롯데그룹 주장에 대해서도 SDJ는 "이일민 비서실장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지시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라는 지시를 명시적으로 거부하면서 신동빈 회장의 지시에 따르겠다고 했기 때문에 신격호 총괄회장이 비서실장의 직무에서 배제시킨 것"이라면서 "이는 비서실장 직위에서 해임한 것뿐이므로 인사 규정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신임 비서실장 등도 롯데호텔 직원으로 채용한 게 아니어서 인사규정에 따를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앞서 신격호 총괄회장은 20일 오후 자신의 집무실 비서실장 겸 전무로 나승기 전 법무법인 두우 변호사를 임명했다.

SDJ는 "신동빈 회장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롯데호텔 소속 직원들은 신임할 수 없어 업무에서 배제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며 "신격호 총괄회장이 본인의 신변관리를 포함해 불법적으로 침해된 권리를 원상회복하기 위해 비서실장 등을 개인적으로 채용한 것이어서 롯데호텔의 직원 채용 규정이나 인사 규정을 따를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특히 집무실이 있는 롯데호텔 34층은 신격호 총괄회장이 '점유 관리'하고 있어 신 총괄회장의 지시에 따라 근무하거나 승낙을 받아 출입하는 행위는 정당하다면서, 오히려 롯데그룹 쪽이 이를 방해하면 업무방해행위에 해당해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맞섰다.


태그:#신격호, #롯데그룹, #신동빈, #신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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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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