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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쓴 사람들. 사진은 지난 6월 13일 서울시공무원 임용시험날의 모습.
 메르스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쓴 사람들. 사진은 지난 6월 13일 서울시공무원 임용시험날의 모습.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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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와 같은 호흡기 감염병이 유행할 때 가까운 거리에 사람이 있는 경우, 다음 가운데 어떤 기침 예절이 현실적으로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가? 사지선다형으로 고른다면 당신의 정답은 몇 번인가?

①그냥 한다. ②손으로 입과 코를 막고 한다. ③휴지나 손수건으로 입과 코를 감싸고 한다. ④윗옷 소매 안쪽에 코와 입을 대고 한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은 3번을 고를 것이다. 호흡기 감염병이 돌 때마다 방역 당국이 방송과 신문, 사회연결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기침 또는 재채기 예절(에티켓)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며 휴지나 손수건으로 입을 가리고 기침과 재채기를 할 것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얘기했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정답은 3번이 아니라 4번이다. 메르스나 신종플루, 독감 등 호흡기 감염병이 유행할 때마다 정부가 국민에게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기침 예절 기본 메시지가 잘못됐다. 3번은 비현실적이다. 4번이 가장 현실적이다.

메르스로 많은 국민이 불안과 공포에 떨던 지난 6월 한 달간 거리에서,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기침을 하거나 재채기를 하는 사람들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수십 차례나 살펴보아도 열이면 열 모두 1번 또는 2번을 하고 있었다. 3번과 4번을 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필자만 4번 수칙을 실천했다.

정부가 많은 비용을 들여 하는 공익광고방송에서도 메르스 예방에 기침이나 재채기 예절이 손 자주 씻기와 더불어 매우 중요하다며 3번 수칙을 매시간 떠드는데 왜 정부의 권고대로 시민들은 3번을 실천하지 않는 것일까? 한마디로 비현실적이기 때문이다.

기침과 재채기는 대부분 예고없이 1~2초 안에 나와

기침과 재채기는 예고없이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1~2초 매우 짧은 시간에 나오기 때문에 정부가 아무리 3번 수칙을 지킬 것을 홍보해도 현실에서는 이를 실천하기 어렵다. 갑자기 기침과 재채기가 나오는데 (뒤)호주머니나 가방에서 휴지와 손수건을 꺼내 입과 코를 가릴 수 있겠는가. 휴지나 손수건을 몸에 지니고 있지 않은 사람들도 많다. 거리에서, 버스나 지하철에서 손에 휴지와 손수건을 쥐고 다니는 사람들이 어디에 있는가.

방역당국과 심지어는 전문가까지 방송 등에 나와 현실성을 고려하지 않고 아무런 의심없이 3번 수칙처럼 할 것을 권고해왔다. 3번이 아니라 4번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메르스 유행 초기에 칼럼을 쓴 적이 있으나 정부는 이를 귓등으로 흘려보냈다. 그래서 이번에는 작심하고 기침 예절 수칙 첫 메시지를 바꿀 것을 강력 요구하기로 했다.

정부의 모든 기침·재채기 예절 첫 메시지는 4번, '윗옷 소매 안쪽에 코와 입을 대고 하라'로 즉각 바꾸어야 한다. 3번, 곧 휴지나 손수건으로 입과 코를 감싸고 기침이나 재채기를 하라는 내용은 두 번째 메시지가 되어야 한다. 건강 메시지나 위험  메시지에서는 첫 메시지가 모든 것을 좌우한다. 두 번째 메시지는 그 효용이 크게 떨어진다.

손수건이나 옷소매, 그리고 손으로도 가리지 않고 그냥 기침이나 재채기를 하는 1번도 특이한 조건, 다시 말해 주변에 아무도 없는 탁 트인 거리와 같은 공간에서는 무방하다. 하지만 주변에 사람이 있는 경우 그렇게 하는 것은 감염병 병원체를 전파할 수 있는 위험 측면에서도 피해야 하지만 주변 사람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

현실에서는 의외로 거리낌 없이 그냥 기침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그렇게 한다. 메르스 유행 때도 그랬다. 이는 그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이 기침 예절을 어릴 때나 학생 때부터 잘 배우지 못했고 그 결과 좋은 습관이 몸에 배이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2번은 가장 피해야 할 방법인데도 매우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그렇게 하고 있다. 특히 주위에 사람이 있을 때는 더욱 그렇게 한다. 주위에 사람들이 매우 가까이 있을 때는 일단은 그렇게 하는 것이 예의일 것이다.

손바닥으로 막고 하는 기침은 매우 위험, 차라리 손등에...

호흡기 감염병에 걸려 있는 상태에서 재채기나 기침을 한 뒤 아무것도 만지지 않고 즉각 손을 씻는다면 좋겠으나 그렇게 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손도 즉각 씻지 않고 문고리나 버스와 지하철의 손잡이를 쥔다면 자신이 가진 감염병을 타인에게 옮겨줄 가능성은 매우 높아진다.

2번은 그 어떤 경우에도 피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 굳이 손으로 가리고 기침을 하겠다면 손바닥이 아닌 손등으로 하는 것도 나름대로 재치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

혹 이런 사람이 있을 수 있겠다. 여성이나 청소년 가운데 여름철에는 민소매 옷을 입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입과 코를 대고 기침을 할 소매가 없다. 그런 사람이 많지는 않지만 분명 제법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럴 경우는 겨드랑이 쪽으로 입을 대고 기침이나 재채기를 하면 된다. 그리고 이른 시간 안에 집이나 공용화장실 등에서 그 부위를 씻으면 된다.

잘 하지 않던 것을 하려면 처음에는 정말 어색하게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기침 예절 첫 번째 메시지를 바꾸어 대대적인 홍보를 통해 감염병이 유행하든, 유행하지 아니하든 옷소매에 입과 코를 가까이 하고 기침이나 재채기를 하는 모습이 일상 풍경이 되는 대한민국을 보고 싶다. 그것이 감염병의 확산을 막고 건강사회로 가는 현명한 길이다.


태그:#메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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