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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만들어진다. 예술가에 의해 만들어지고 관객이 감상함으로써 완성된다. 하지만 현대의 예술은 시장의 논리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예술은 어떤 객관적인 가치로 규정될 수 없지만 시장 논리에 의해 시장 가치, 가격이 정해지는 것이다.

물론 예술가들이 예술 활동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선 작품이 소비돼야 한다. 하지만 소위 잘나가는 유명한 예술가와 유명하지 않은 예술가들, 특히 아직 알려지지 않은 젊은 예술가들의 작품 소비에 불균형이 생기면 문제가 발생한다.

흔히 주류라 말하는 큰 미술관이나 대형 기획사, 기업, 평론가 등들에 의해서 큰 시장이 형성된다. 유명한 작품을 들여오거나 또는 대대적인 홍보를 통해 작품을 유명하게 만든다. 작은 공연이나 전시에는 사람들이 잘 몰리지 않지만 대형 미술관, 대형 기획사에 의한 큰 공연, 전시는 비싼 값을 주고라도 찾아가는 기형적인 시장구조가 나타난다.

한 카드사에서 진행하는 슈퍼콘서트, 유명 가수들의 공연이, 대형 미술관에서 하는 피카소전, 샤갈전 등 유명 작가들의 전시들이 그랬다. 이렇게 대형 미술관, 기획사에 의해 유명해진 작품들은 자연스럽게 '시장' 가치가 올라가고, 그 작품들을 만든 예술가들의 네임 밸류를 높인다.

유명한 예술가들의 작품은 주류 미디어를 통해 계속 대중에게 노출되기 때문에 점점 더 찾는 사람도 많아지고 가격도 높게 책정되는 반면, 유명하지 않은 예술가들의 작품은 찾는 사람도 적고, 가격도 낮게 책정된다. '빈익빈 부익부'가 발생하는 것이다.

'네임 밸류'에 따라 갈라지는 예술계 빈익빈 부익부

대형 미술관, 공연 기획사들은 투자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익이 확실한, 사람들이 열광하는 네임 밸류가 있는 예술가들을 찾게 된다. 최근에 이슈가 되고 있는 지드래곤이 참여한 시립미술관 전시 '피스마이너스원'이 그 예시이다.

지드래곤의 개인전이 아닌 다른 작가들과의 협업으로 이루어진 단체전이지만 제목부터('피스마이너스원' 지드래곤의 앨범 로고에서 따왔다.) 홍보에 이르기까지 유명 아이돌 지드래곤을 전면에 내세웠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렸던 대부분의 전시들과는 다르게 관람료도 책정되어 있다. 2012년도부터 현재까지 총 55개의 전시 중 '고갱전'(일반 1만 3000원), '팀 버튼전'(일반 1만 2000원), '북유럽 건축과 디자인전'(일반 7000원)을 제외하면 모든 전시가 무료였던 것을 감안하면 1만 3000원으로 다소 높게 책정된 이번 전시 입장료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샤갈, 고흐, 고갱 등 고가의 해외미술관 소장품을 대관하여 전시하는 블록버스터 전시들이 1만 원~1만 3000원 선이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결코 저렴한 입장료는 아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서울시립미술관의 김홍희 관장은 지드래곤을 매개로 미술 관객을 넓히는 게 목적이라 밝힌 바 있다. 지드래곤이란 이름을 내세워 관람객들을 모으겠다는 의도로 해석될 수도 있다.

대형 자본에 의한 홍보는 대중적 인지도가 없는 전시나 공연이라도 어느 정도 예술을 소비하는 대중들에게 익숙하게 만든다. 유명한 것들은 입소문을 타고 더 알려지게 된다. 대학생 배서은(가명)씨는 유명한 작품들만을 더 소비하게 된다고 고백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왠지 더 큰 극장에서 하면 스케일도 커 보이고 더 멋질 것 같고 그러잖아요. 광고나 사람들 통해서 알기도 하고 프로모션 같은 것 많이 하면 더 자주 보고, 갔다 온 사람들이 페이스북에 올리기도 하고요."

반면 주류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 작품들은 '예술' 가치를 떠나 그 가치가 저평가된다. 가치가 저평가되어 네임 밸류가 낮게 평가된 작품들은 '예술' 가치마저 평가 절하되는 경우도 있다.

세계적인 아티스트의 작품, 길에서 팔아봤더니...

뱅크시의 ‘바깥이 안보다 더 낫다‘ 프로젝트 중 한 장면.  노인이 뱅크시의 작품을 뉴욕 거리에서 팔고 있다.
▲ 뱅크시의 ‘바깥이 안보다 더 낫다‘ 프로젝트 중 한 장면. 노인이 뱅크시의 작품을 뉴욕 거리에서 팔고 있다.
ⓒ 뱅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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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거리 아티스트 뱅크시가 2013년도에 미국 뉴욕 거리에서 진행했던 '바깥이 안보다 더 낫다'는 이름의 프로젝트가 그 사례이다. 뱅크시는 뉴욕 센트럴파크 주변 길거리에서 한 노인을 자신 대신 내세워 그림을 판매했다. 뱅크시의 고향 영국에서는 그의 작품을 따라 관람하는 투어도 있을 정도지만 이번에 뉴욕에서 한 노인을 내세운 그의 작품을 대부분의 행인들이 거들떠보지도 않고 지나갔다. 한 무명 노인의 그저 그런 길거리 작품으로 여겼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이다. 

네임 밸류가 형성되지 못한 젊은 예술가들은 주류적 문화예술 자본에게 외면당하게 되고 대중에게 다가가기 어렵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젊은 예술가들은 작품 활동을 통해 먹고 살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미술계의 경우 어디서 초청을 해주지 않는 이상 사비를 들여 대관을 하고 홍보를 해야 하는 실정이다. 인사동의 경우 작은 갤러리 대관료만 하여도 최소 200만 원대부터 시작하니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아직 마땅한 벌이가 없는 예술가, 특히 젊은 예술가들에게는 쉽지 않은 현실이다.

물론 네임 밸류의 존재 자체를 무조건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다. 미술을 하고 있는 이지영(가명) 작가는 "작가의 활동량에 따라서 작품의 평가기준이 빠르게 높아지기도 하고, 예전 작업보다 현재 작품이 별로이거나, 작품을 새롭게 변화하지 않고 도태되어 있으면 이 바닥도 무서워서 사라지기 쉽다"고 말했다.

네임 밸류를 쌓기까지의 과정, 노력들과 그 네임 밸류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들을 무시할 수 없다는 말이다. 또 대중들이 네임 밸류를 통해 예술 분야에 조금 더 관심을 갖게 된다면 분명 문제라고만 할 수는 없다. 예를 들면 오페라에는 관심 없던 사람이 조수미 공연에 갔다가 오페라 전반의 매력에 빠질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상업적 시장 구조와 네임 밸류의 문제가 젊은 예술가들을 좌절하게 만드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얼마 전 인사동에서 전시를 가졌던 신인 미디어 아트 작가 김진성(가명)씨는 전시를 준비하면서 들었던 생각들을 토로했다.

"솔직히 크게 하고 싶죠. 크고 유명한 갤러리에서 전시하면서 광고도 빵빵 때리고. 근데 현실은 그렇지 못해요. 이제 막 시작해서 돈도 없고, 조그만 갤러리 일주일 대관료만 해도 적어도 200은 넘게 깨지고, 광고를 한다고 해도 사람들이 와준다는 확신이 없으니깐 그렇게 판을 크게 벌리기 무서워요. 힘들어요."

이제 막 예술계에 발을 들인 젊은 예술가가 금전적으로 여유 있긴 어렵다. 그런 젊은 예술가에게 있어서 '네임 밸류'가 있는 유명한 곳에서 공연, 전시하는 데 필요한 대관료는 큰 부담이 된다.

인지도가 낮은 젊은 예술가에겐 투자한 돈만큼의 홍보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가 너무 위험한 모험이기 때문에 자본은 적극적으로 젊은 예술가들을 홍보하려 하지 않는다. 결국 시장 논리에 따른다면, 주류(큰 미술관이나 대형 기획사, 기업, 평론가 등)의 선택을 받아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리는 기약 없는 날까지 네임 밸류 없는 젊은 예술가가 홀로 서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권한마로 시민기자는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http://seoulyg.net) 대학생기자단입니다. 청정넷은 7월 13일부터 7월 19일까지 열리는 서울청년주간(http://youthweek.kr/)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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