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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급 5,580원 최저시급 적용 외엔 아무런 복지 혜택이 없었습니다.
▲ 최저시급과 1년 계약기간 근로계약서 시급 5,580원 최저시급 적용 외엔 아무런 복지 혜택이 없었습니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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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6일, 저는 울산 동구 집에서 1시간 넘게 버스를 타고 가야 도착할 수 있는 중소기업에 출근 했었습니다. 울산에서 경주 가는 도로 양 옆 산비탈에 수많은 중소기업 단지들이 있습니다. 그 중 한 곳에 면접을 보았고 출근하라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노동자라면 다 그렇듯이 직업이 없으면 생계가 곤란해집니다. 저도 이미 1개월 전 해고되어 일자리를 찾고 있었기에 무슨 일이든지 해야만 했습니다.

'최저시급 보장'

요즘 보기 흔한 취업정보 무료배포 신문을 보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문구입니다. '최저시급 보장'. 최저임금은 정부가 법으로 규정해 놓은 최소한의 임금입니다. 그런데 마치 그 정도면 많이 주는 것처럼 포장하여 너도나도 최저시급을 주면서 노동자를 고용하는 사례가 너무도 많았습니다. 그 업체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저는 대기업 1차 업체라 해서 종업원을 위한 복지가 좀 다른가 예상했는데 제 생각이 착각이었음을 곧 알게 되었습니다.

중국 교포는 마스크 하나 끼고 5년을 일하고 있었습니다.
▲ 이렇게 위험한데 중국 교포는 마스크 하나 끼고 5년을 일하고 있었습니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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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오전 근로계약서에 서명하고, 안전교육을 받고 현장에 투입되었습니다. 그 업체는 대기업에 납품할 자재를 녹슬지 않게 코팅 처리한 후 페인트 칠하는 공정을 수행하는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하는 일은 다른 업체서 가공해 온 작고 큰 자재를 코팅이 잘 되게 정리하여 다음 공정으로 보내는 과정이었습니다. 쇠로 되어 무거운 게 많아 잘 정리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일하면서 다른 종업원을 보니 대부분 외국인 노동자였습니다. 중국 교포, 스리랑카, 필리핀, 북한 이탈민까지. 다양한 국적을 가진 분들이 모여 일처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다음 공정은 녹 제거와 코팅 작업을 하는 곳인데 한 번 가보았습니다. 주변에 가니 염산 냄새가 코를 찔렀습니다. 숨이 막혔습니다. 그곳에서 일하는 분 이야기를 들어 보았습니다.

"난 여기서 5년 일했어요. 녹슬어 있으면 페인트가 접착이 안 되니까 녹을 제거하는 공정입니다. 물과 염산 외에 다른 여러가지 화학물을 섞어 이 안에 넣고 목욕을 시키면 쇠가 다 녹아 없어지지요."

중국 교포인 그분은 저보다 나이가 많았습니다. 일반 마스크 하나 쓰고 그곳에서 일한 지 5년째. 그분은 그곳에서 일한 지 1년이 지난 후부터 귀에서 피가 나고 코피도 자주 난다고 했습니다. 그 화학물이 너무 독해서 그런 증상이 생겼다고 했습니다.

"한국 사람 같으면 600만 원 받아도 하지 않는 일입니다. 사장이 할 사람 없다고 저를 붙들어서 할 수 없이 일하고 있습니다. 우린 돈 벌러 왔으니 어딜 가나 비슷하잖아요. 그래서 그냥 일하고 있지요."

3일 후 그분이 보이지 않아 다른 분에게 물어보니 또 코피가 쏟아져 병원에 갔다고 했습니다.

저에게 일을 가르쳐준 사람은 외국인 노동자였습니다. 40대 초반인 그는 스리랑카에서 왔다고 했습니다. 그는 말일까지만 하고 그만둔다고 했습니다. 2년째 그곳에 다녔다는 그는 "월급이 너무 적어요. 최저시급밖에 안 줘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일을 잘 처리했습니다. 예의 바르고 솔선수범하는 사람으로 보였습니다. 그는 돈을 더 많이 주는 다른 곳으로 간다고 했습니다. 제가 간 지 며칠새 두세 사람이 나가고 다시 들어오고를 반복했습니다. 외국 노동자는 다른 사람에게 들은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우리 사장은 너무 짜요. 월급도 안 올려 주면서 올려준다 조금만 기다리라 했어요. 기다려도 올려주지 않아 나가요. 여기 공장 하나로 시작했다는데 지금은 4개 공장 다 인수해서 돌리고 있어요."

그는 예정보다 이틀 더 일찍 그만두었습니다. 외국인 노동자는 공장 안에 숙소가 있습니다. 점심은 회사에서 제공하고 아침,저녁이나 휴일 날은 알아서 식사를 챙겨 먹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중소업체가 밀집한 그곳은 식당도 공동운영되고 있었습니다. 일은 일대로 힘들고 생활비가 안 되어 일주일 만에 저도 그만 두었습니다.

"우리같이 외국 사람은 몰라도 한국 사람은 여기 오래 못 다녀요. 여자 같으면 몰라도 남자 가장은 힘들어요. 월급도 적고 일도 힘들잖아요."

어느 외국인 노동자의 그 이야기가 처음엔 무슨 말인지 몰랐는데 일주일 정도 지나니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최저시급제는 사업주만을 위한 제도 같습니다. 노동자를 위해선 최저시급이 아니라 생활임금제도가 마련되어야 할 것 입니다.
▲ 최저시급 1만원 현재 최저시급제는 사업주만을 위한 제도 같습니다. 노동자를 위해선 최저시급이 아니라 생활임금제도가 마련되어야 할 것 입니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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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엔 최저임금제도와 외국인 고용허가제가 법적으로 시행되고 있습니다. 최저임금제를 검색해 보니 '국가가 노·사간의 임금결정 과정에 개입하여 임금의 최저수준을 정하고, 사용자에게 이 수준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법으로 강제함으로써 저임금 근로자를 보호하는 제도'라고 최저임금위원회가 설명하고 있습니다. 분명히 '사용자에게 이 수준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법으로 강제했다고 했는데 현실은 그것과 거리가 먼 것 같습니다.

또, 외국인 고용허가제란 게 있습니다. 중소기업 고용인력을 충당하고자 정부에서 2004년 8월 17일부터 시행한 제도로, 외국인 노동자를 합법적으로 고용하는 제도입니다. 사업주는 최저시급제와 외국인 고용허가제를 이용하여 돈을 벌고 있습니다. 대기업 하청은 물론이고 건설현장이나 식당까지 외국인들로 넘쳐나고 있습니다. 여전히 사업주는 돈 벌고, 노동자는 먹고살기 힘든 제도입니다.

민주노총에서 장그래 대행진을 하고 있습니다.
▲ 장그래 대행진 민주노총에서 장그래 대행진을 하고 있습니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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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에서 비정규직까지 노동자가 제대로 먹고 살려면 지금의 최저임금제도 대신 생활임금제도를 도입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민주노총에서 장그래 대행진을 추진하는 것은 우리 같은 비정규직 노동자 입장에서 매우 바람직한 행동입니다. 최저임금 1만 원이 되면 그제서야 생활임금이 될 것 입니다. 정부의 입장이 궁금해 집니다.


태그:#장그래 법, #최저시급 1만원, #울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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