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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공무원이 먼저와서 진을 치고 있었지만요. 노동자가 희망입니다.
▲ 경찰공무원이 먼저? 경찰공무원이 먼저와서 진을 치고 있었지만요. 노동자가 희망입니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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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도 다녀보고, 비정규직, 일용직, 건설업체, 학교 비정규직, 대기업 비정규직까지 다녀봐서 그런지, 노동자로 반평생 살아와 그런지 저는 노동자의 눈으로 보이는 세상이 늘 궁금합니다.

전국의 노동현장을 다니며 보고 들은 내용을 글로 올리고도 싶지만 가족 생계 문제를 외면 할 수 없어 그럴 수도 없습니다. 그렇게 허덕거리며 살다보니 이제 중년이 되어 버린 저는 지금 하루 12시간씩 일하는 직장에 다니고 있습니다. 때문에 더더욱 노동자의 눈으로 보이는 세상이 궁금합니다. 요즘 저는 세상이 어찌 돌아가는지 잘 모릅니다. 새벽 5시경 일어나 출근하면 저녁 8시나 되어서야 퇴근합니다. 지금도 여전히 노동자로 살고 있지만 노동자로 보이는 세상이 어떤지 알지 못합니다. 그러다 이번에 한 통의 문자를 받았습니다.

울산 과학대가 지금 교수진의 탄압보다 학점을 준다는 이유로, 취업시켜 준다는 이유로 학생들을 이용해 현수막 등을 철거하며, 청소 노동자들을 탄압하고 있습니다. 저희 철탑농성때 적극 참여하신 동지들입니다. 저희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일정:04월 11일(토)
-영남권 노동자 결의대회
시간:오후 2시
장소:일산해수욕장(울산과학대로 행진)

-울산과학대 300일 투쟁 문화제
시간:오후 4시
장소:울산과학대본관앞

노동 문제에 관심 많으나 노동 현장을 가볼 수 없었던 저는 한 건의 기회가 생겨 피곤을 무릎 쓰고 가보았습니다. 제가 10여 년간 다닌 현대차 비정규직 일자리에서 권고사직 당하고 5년이 지났으나 불행 중 다행으로 지난 2010년 7월 22일 최병승 조합원이 대법원까지 가서 불법파견 판결을 받아냈습니다.

그후 대법 판결에 따른 비정규직 노조의 대대적 노조가입 운동과 함께 집단소송에 박차를 가하면서 저에게도 기회가 왔습니다. 저도 그때 노조에 다시 가입하고 집단소송에도 참여했습니다. 그후로 비정규직 노조에서 크고작은 행사가 있으면 저에게도 문자로 보내줍니다.

노동자 현실을 구호로 만들어 외치고 있었습니다.
▲ 노동자 구호 노동자 현실을 구호로 만들어 외치고 있었습니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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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노조에서 수많은 문자가 왔으나 일터의 근무 시간과 행사 시간이 맞지 않아 대부분 참석하지 못해서 아쉬웠는데, 마침 이번에 하는 노조 행사는 참석할 수 있는 시간에 열렸습니다. 제가 다니는 직장은 금요일 오후에 퇴근하면 토요일엔 오후 7시까지 출근하면 됩니다. 일요일 아침 7시까지 밤샘 근무라 다소 피곤할 테지만 저는 그곳에 가서 노동자의 눈으로 보는 세상을 느껴보고 싶었습니다.

지난 11일 낮 12시경 저는 점심을 간단히 먹고 집을 나섰습니다. 노동자 집회 장소로 가기 전에 약국에 들러 밤에 피곤하면 먹으려고 피로회복제를 하나 사들고 갔습니다. 저는 두 행사에 다 가보기로 했습니다. 과학대에서 일터까진 가깝고 오후 6시에 모든 일정이 마무리된다고 하니 넉넉하게 오후 7시까지 출근이 가능하다고 여겼습니다.

일산해수욕장에 도착하니 노동자 집회 현장에서 흔히 봐왔던 노조 깃발들이 바닷바람에 펄럭이고 있었습니다. 장소는 해수욕장 앞의 작은 공원이었습니다. 장소가 비좁으면 어쩌나 싶었는데 그날 세월호 1주기 추모제 행사와 겹쳐 그런지 걱정과는 달리 적은 수가 모인것 같았습니다. 그래도 600여 명은 넘어 보였습니다.

행사장에 가다보니 노동자보다 더 빨리 도착해 길 옆을 장악한 경찰들이 보였습니다. 저에겐 별로 좋게 보이는 풍경은 아니었습니다. 행사는 예정 시간을 조금 넘겨 진행되었습니다. 먼 곳에서 오는 노조를 기다리자고 했습니다. 얼마 후 먼 곳에서 온 노조원이 다 도착하자 행사가 진행됐습니다.

이 모든 것은 재벌을 위한 선물입니다

"정권과 재벌자본이 손잡고 노동자 서민을 생존의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자유로운 일반 해고, 50대 중반부터 퇴직시까지 임금을 매년 10% 이상씩 깎는 임금피크제, 회사에 잘 보이는 사람에게 좀 더주고, 찍히면 깍는 직무별·성과별 임금차이, 정기상여금을 제외하는 통상임금범위 축소, 현행 휴일근무는 연장근로+휴일근무인데, 휴일근무 중복가산수당 폐지, 연장근로 한도를 주 12시간에서 20시간으로, 노동시간 연장, 기간제 2년에서 4년으로 비정규직기간 연장, 55세이상 파견근로 전면허용, 고소득·전문직 파견근로 전면허용, 사내하도급은 불법파견이라는 대법원 판결을 합법도급으로 추진'하려는 게 현 정부의 숨겨진 노동시장개악의 참모습인 것입니다."

노동자 대표들이 나와 노동자의 눈으로 본 세상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그동안 먹고 사느라 까마득하게 모르고 있었던 노동 현실에 대해 그들은 조목조목 알아듣기 쉽게 이야기해주었습니다. 노동자 대표는 대한민국 현실에 대해서도 이야기했습니다.

"이게 사는 겁니까? 이렇게는 못 살겠습니다. 2013년 기준으로 법인세 감면이 9조인 반면, 서민증세는 5조 밖에 안 됩니다. 기업 사내유보금이 1000조에 이르는 반면, 가계부채는 1000조에 이르고 있습니다. 임금빼고 다 오르는 전세값, 수도요금, 전기요금, 가스요금 생활물가가 줄줄이 올랐습니다. 청년실업률이 11.1%로 IMF 이후 최고조에 달합니다. 노인 빈곤율이 OECD 국가 중 1위로 밝혀졌고, 최저임금 수준이 OECD 최하위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노동자들은 작은 공간에 모여 자신의 현실을 주장하는 집회를 합니다만 재벌 언론에는 아무데도 나오지 않습니다.
▲ 멈춰! 박근혜, 가자! 총파업 노동자들은 작은 공간에 모여 자신의 현실을 주장하는 집회를 합니다만 재벌 언론에는 아무데도 나오지 않습니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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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대표들은 현 정권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2015년 현 정권이 노동시장구조개혁을 하고 있다고 하나 노동자 서민 죽이기 결정판이라는 겁니다. 입으로는 '개혁'이라지만 그 내용은 '개악'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들은 말합니다.

"청년 일자리를 위해 정규직 해고를 자유롭게 해야 한다구요? 천만의 말씀이지요. 성과를 빌미로 해고를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정규직 비정규직 할것없이 평생 고용불안에 시달리게 되고 결국 모두 비정규직이나 다름없게 됩니다. 취업규칙을 사용자 마음대로 쉽게 변경할 수 있도록 무차별적으로 적용되어 누구든 불리한 적용을 받게 됩니다. 이게 말이 되는 것입니까?"

"국민연금과의 형평성 때문에 공무원연금을 낮춰야 한다구요? 천만에요. 이렇게 공적연금을 줄줄이 낮춰서 자신의 노후는 알아서 해결하라는 것이 정부정책인데 실은 재벌보험사를 위한 정책입니다. 공무원연금 개악을 추진하고 있는 인사는 대기업 임원 출신입니다. 국민의 노후마저 국가가 아닌 사기업에 넘기려 하는 것입니다. 이래도 되는 겁니까?"

"비정규직 보호를 위해 대책을 세웠다구요?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입니다. 비정규직 계약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려고 합니다. 장그래가 원한 것은 정규직이었는데 비정규직 고통만 2년을 더 연장한다니 이거 장그래가 들으면 혈압 오를 이야기 아닙니까? 그뿐인가요? 파견근로를 전면 허용하고 불법파견을 합법화하여 전국민이 비정규직 파견노동자가 될 판입니다."

노동자들이 유일하게 힘을 발휘할수 있는 것은 파업 뿐이다. 그러나 그마저도 쉽지 않은게 현실.
▲ 공장을 멈춰 총반격 노동자들이 유일하게 힘을 발휘할수 있는 것은 파업 뿐이다. 그러나 그마저도 쉽지 않은게 현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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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노동자의 눈으로 보이는 대한민국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헐" 하는 소리가 절로 나왔습니다.

"민주노총이 이런 현실을 더이상 묵과할 수가 없어서 국민과 함께 오는 4월 24일 노동자 서민 살리기 총파업을 결행하려는 것입니다. 민주노총은 노동기본권 쟁취, 청년의 일자리를 위해 싸우겠습니다. 모든 노동자에게 노동법과 노동조합을 조직되도록 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가 출범했습니다. 공적연금강화, 안정된 노후를 위해 싸우겠습니다. 공무원연금을 깎는 게 아니라 기초연금, 국민연금을 올려야 합니다. 노동시장 구조개악 저지, 재벌위한 '노동시장 구조개악'을 막아내겠습니다. 해고는 쉽게 하고, 임금은 낮게 주고, 비정규직은 많이 만들려는 정책을 반드시 막아야 합니다. 최저임금 1만원 쟁취,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을 위해 국민과 함께 하겠습니다."

얼마 전 정부가 주최한 노사정위원회 협상에서 한국노총이 협상안을 거부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정부 노총이라는 그 노조단체도 정부의 노동정책에 등을 돌릴 정도이니 처음엔 왜그런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11일 오후 2시에 했던 '총파업 승리 최저임금 1만원 영남권 노동자 결의대회'에 참석해 노동자 대표들이 이야기한 내용을 듣고 보니 이해가 되었습니다.

대한민국은 재벌과 권력자만의 세상인 듯합니다. 노동자의 소망대로 노동자가 살맛나는 세상은 언제쯤 오게 될까요? 더디겠지만 분명코 올 것 같습니다. 거기 모인 다수의 나이든 노동자 중 제 마음에 꽂힌 젊은 노동자들, 바로 알바노조에서 그 희망을 보았습니다.

전국 대학생 중엔 알바 하면서, 노동자의 눈으로 보는 세상에 눈뜬 젊은 노동자들이 생겨나고 있었습니다. 또한, 세상은 청소하는 노동자를 하찮게 보고 있을지 모르지만 연대하러 거기 모인 노동자들은 청소 노동자를 '세상을 빛나게 하는 노동자'라고 지지하고 응원했습니다. 밤새워 일한다고 좀 많이 피곤했지만서도 저는 그날 오후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노동자의 눈으로 보이는 세상은 절망이 아니라 희망이었거든요.

대학생이 알바노조에 가입해 활동하는 걸 보고 노동자 현실이 절망이 아니라 희망임을 보게 되었습니다.
▲ 알바노조 대학생이 알바노조에 가입해 활동하는 걸 보고 노동자 현실이 절망이 아니라 희망임을 보게 되었습니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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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울산 노동자, #비정규직, #청소 노동자, #알바 노조, #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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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해방 사회는 불가능한가? 노동해방 사회는 불가능한가? 청소노동자도 노동귀족으로 사는 사회는 불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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