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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 책 표지.
 <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 책 표지.
ⓒ 비아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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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정당이 지닌 위상은 2004년 17대 총선에서 꼭대기를 찍었다. 정당 득표율 13퍼센트와 국회의원 10자리가 민주노동당에게 돌아갔다. 그로부터 딱 10년이 흘렀다. 민주노동당은 뭉치고 흩어짐을 이어가다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민주노동당으로부터 쪼개져 나온 진보정당들도 위태롭다. 정의당·노동당·녹색당은 목소리가 약해 정치권에서 존재감을 찾기 어려운 형편이다. 정당해산심판을 앞둔 통합진보당의 처지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민주노동당이 17대 총선에서 거둔 성과는 그 까닭이 분명했다. 기존 양당정치에 사람들이 환멸을 느꼈고, 반대로 민주노동당은 대체재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을 주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아니다. 정부와 국회를 향한 시민의 곤두박질친 신뢰도가 여러 조사마다 드러나는 데도 그렇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못마땅하지만, 그 대체제로 진보정당을 선택하는 이가 줄어들었다. 진보정당 4곳 지지율을 모두 합해도 10퍼센트를 넘기는 여론조사 결과가 드물 정도다.

자연스레 진보정당의 위기를 두고 백가쟁명식으로 진단이 쏟아져 나왔다. 연이은 내부갈등과 분열, 통합진보당의 '종북 논란' 그리고 강준만 전북대 교수가 내놓은 '싸가지 없는 진보'에 이르기까지 차고 넘친다. 논의되는 원인이야 모두 일리가 있지만, 상대적으로 해결책을 제안하는 경우는 드물다. 진보정당의 과거와 현재에 더불어 미래를 이야기해야 하는 이유다.

늘 그렇지만 문제는 세상이 아니라 진보 자신이다. 지금 진보정당에게 가장 부족한 것은, '진보'다. (…) 세상을 진보시키기 위해 자신이 먼저 진보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이다. (노회찬, 머리말)

구영식 <오마이뉴스> 정치팀장이 묻고, 노회찬 전 정의당 대표가 답한 <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비아북 펴냄)는 9차례 25시간에 걸친 인터뷰의 결과물이다. 그 제목처럼 진보정당의 '나아갈 길'을 담아냈다. 책은 진보정당의 과거와 현재를 성찰하고, 진보정당이 살아남기 위해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고민한다.

노회찬은 구영식 기자가 표현한 대로 "한국 진보운동이 쌓아온 역사의 지층을 생각하게"끔(10쪽) 만드는 사람이다. 반유신투쟁에서부터 지금의 진보정당운동에 걸쳐 고군분투해왔고, 또 여전히 진보의 미래를 낙관한다며 목소리를 높인다. 노회찬의 이야기가 특별한 가치를 지니는 까닭이다. 그는 진보정당 외부에서가 아니라 내부에서, 또 진보정당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함께 성찰할 수 있는 드문 사람이다.

9차례 25시간에 걸친 인터뷰... 노회찬의 '반성'

책은 진보정당이 처한 위기의 원인을 찾는 것으로 시작한다. 노회찬의 경험을 바탕으로 진보운동사 전반을 살피는데, '남 탓'보다는 '내 탓'에 집중돼 있다. 이를테면 진보운동이 세상을 선악으로 구분하는 태도를 벗어나지 못했고(28~30쪽), 노동문제를 보편적 문제로 확장시키는 데 실패했으며(74~77쪽), 대중의 동의보다 내부관점과 이해관계를 중시하는 관성(79쪽)과 고질적 분파투쟁에 사로잡혔다는 것(82~85쪽) 등이 두루 지적된다. 책 여기저기서 노회찬의 "반성"이 언급된다.

앞으로 내가 말하게 될 '세속화 전략'은 세속적으로 저급한 가치에 천착하자는 것이 아니다. 세속사회, 현실사회의 대중정당, 합법정당이라면 노선과 행동양식, 추구하는 목표 등에서 현실성과 대중성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노회찬, 155쪽)

진보정당이 계속 약한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 영향력이나 국민적 지지도가 굉장히 많이 떨어진 상황인데 왜 그런 상황이 만들어졌다고 보나? / 잘 못해서 그렇다. 진보세력들이 추구하는 가치와 그것을 다루는 기술과 능력이 일치하지 않았다. 우리도 몰랐다가 그간의 과정에서 확인됐기 때문에 시인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운동권 진보를 탈피해야 한다고 얘기한 것이다. (구영식/노회찬, 186쪽)

노회찬은 진보운동사 전반을 살핀 뒤, 진보의 '세속화 전략'을 제안한다. 진보진영이 그간의 관념성을 버리고, 현실주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의미다. 노동자와 농민, 서민을 위한 진보정당이 정작 그들에게 지지를 받지 못하는 현실을 극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더불어 "정당과 정치의 복원"(183쪽)을 시작점이라고 강조한다. 진보정당이 진보의 가치를 실현가능한 정책으로 만들어, 현실 정치의 영역에서 실현해냈을 때야 진보의 '세속화 전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노회찬이 꿈꾸는 진보의 미래는 '사민주의(사회민주주의)'다. 선거라는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을 지키면서도, 자본주의의 모순을 극복한다는 사회주의적 가치를 실현시킬 수 있는 방식이라 믿기 때문이다. 당연히 사민주의에 이르기 위해서는 진보정당이 선거에서 유권자들로부터 표를 얻어내야 한다. 어떤 정당보다 진보정당이 삶을 나아지게 만들어 줄 것이라는 확신을 줄 수 있을 때 가능한 일이다. 진보의 '세속화 전략'이 과연 노회찬의 꿈을 이뤄낼 수 있을까.

덧붙이는 글 | <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 (노회찬·구영식 씀/ 비아북 펴냄/ 2014.11./ 1만5천 원)



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 - 노회찬, 작심하고 말하다

노회찬.구영식 지음, 비아북(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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