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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 책표지.
 <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 책표지.
ⓒ 비아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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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통령 지지율이 40%를 밑돈다는 통계 결과가 나왔다.

국정 운영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이야기인데 여당 통수권자의 지지율이 이 정도라면 반대로 야당의 지지율은 올라가야 정상이다. 그렇지만 야당 지지율도 20% 초반이라 야당이 반사이익을 얻는 것도 아니다. 여당 지지도와 야당 지지도가 동반 하락하는 현상이 요즘 정치계를 바라보는 민심이다.

민심이 정치에 등을 돌린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일까. 일인당 국민 소득은 3만 달러가 눈앞이라고 한다.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 경기는 IMF보다도 형편없으니 집권 여당이 경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면 여당을 견제할 야당이라도 경제 활성화를 위한 뚜렷한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는 '정치 피로화' 때문이 아닐까.

여당이 경제 해법에 무능하면 야당이라도 국민이 고심하는 측면을 속 시원히 해결할 처방을 제시해야 하는데 야당도 이에 마땅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는 게 요즘 여의도의 풍경이다.

노회찬은 <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를 통해 '경제민주화'가 자리 잡지 못한 한국 정계의 지형도를 지적한다. MB 정부는 대기업의 세금을 감면해주면 기업의 이익이 국민에게 되돌아오는 낙수 효과를 기대하고 친기업 정책을 펼쳤다가 낭패를 겪었다.

노회찬은 저서를 통해 성장이 분배와 연관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례를 MB의 친기업 정책의 실패를 사례로 들면서 정치 민주화와 더불어 경제 민주화가 동반되는 분배를 강조하고 있다.

노회찬이 주장하는 경제 민주화는 무엇일까. 경제적인 약자도 살아남을 수 있는 공정한 경제 체계를 구현하는 것이다. 경제 승자만 시장에서 독식하는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과 같은 경제적인 약자에게도 파이가 돌아갈 수 있는 공정한 시장 경제를 동반한 분배를 제안하는 것이다.

분배만 중요하다고 복지만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일인당 국민 소득 3만 달러 진입 시대에 걸맞는 경제 민주화도 정치를 통해 풀어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만일 우리 사회에서 진정한 경제 민주화가 이루어졌다면 OECD 가입국 중 이렇게 높은 자살률, 혹은 높은 계약직 비율을 기록하지는 않았을 테니 말이다.

노동조합이 추구하는 이익이 정치 지형도에 영향을 주고자 하면 노동조합원의 임금이 오르는 미시적인 이익을 넘어서서 노동이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고 노회찬은 보고 있었다. 노조의 투쟁이 임금 인상의 수준을 넘어서서, 불공정한 시장을 재편할 줄 아는 법안을 제시할 수 있는 정치적인 세력으로 연계될 때에야 공정함에 가까운 경제 지형도를 전ㅇ치를 통해 그릴 수 있다고 보는 이가 노회찬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는 경제 지형도만 그리는 저서는 아니다.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 정치적인 균형론을 위해서라도 진보는 필요하다고 힘주어 강조하고 있다. 이석기 전 의원이 내란 선동 사태로 촉발된 통진당의 강제 해산 결정이 이루어진 시점에서 진보 정당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관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노회찬은 저서 말미를 통해 보수와 진보의 두 날개가 반드시 있어야 함을 강조한다. 새는 한 쪽 날개만으로는 날지 못한다. 지금의 한국 정치를 노회찬은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라는 보수와 진보가 아니라, 강경보수와 온건보수라고 진단한다.

정의당 혹은 녹색당과 같은 진보가 있을 때에야 우리 정치 체계가 건전한 합의 구조로 흐를 수 있다. 보수를 견제할 만한 건전한 진보가 있어야만 힙리적인 경쟁을 벌일 수 있고, 그 가운데서 건전한 정치 발전의 길이 도출된다고 보는 이가 노회찬이다. 이를 위해서는 보수 세력의 쇄신이 요구되는데, 보수를 견제하고 쇄신의 자극을 도모할 수 있는 세력이 진보 세력이라는 것이다.

<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에서 노회찬이 설파하는 주장은 진보의 정당성만 주창하지 않는다. 노동운동을 하다가 정치에 투신했지만, 정치를 하는 가운데서 겪은 좌절과 아픔도 이 책에 솔직하게 고백할 정도로 '솔직함의 아이콘'으로도 비춰질 정도다.

노회찬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민노당의 분당과 같은 아픔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아픔을 겪는 가운데서도 진보가 우리 정치 지형도에 얼마나 필요한가를 강조하고 역설하는 진보의 희망기, 혹은 경제 민주화를 진정으로 갈망하는 진보 정치인의 이상이 담겨 있다.

험난한 정치 지형도에서 현실 정치와 타협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진보 정치인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 단단해졌다고 평가해야 할까. 진보 정치인으로 진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왜 대중이 이해해주지 못하느냐고 한탄하는 이상주의자가 아니라 보수 정치를 견제하고 대안을 제시할 줄 아는 건전한 진보 정치의 세력이 강화될 때 비로소 건전한 민주주의의 초석이 마련된다고 보는 진보와 보수 두 날개로서의 정치상을 저서를 통해 강조하고 있었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에는 <오마이뉴스> 정치팀장 구영식 기자의 공도 빼놓을 수 없다. 단시일에 인터뷰한 것이 아니라 일 년이라는 긴 시간을 들여 인터뷰한 보석을 책이라는 목걸이로 꿴 이가 바로 구영석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 - 노회찬, 작심하고 말하다

노회찬.구영식 지음, 비아북(2014)


태그:#노회찬, #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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