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울란바토르에서 러시아 이르쿠츠크를 향해 가는 시베리아횡단열차의 출발 전 모습
 울란바토르에서 러시아 이르쿠츠크를 향해 가는 시베리아횡단열차의 출발 전 모습
ⓒ 정수현

관련사진보기


드디어 시베리아로 가는 열차를 탄다. 이번엔 러시아 국적의 기차다. 외관상으로는 몽골로 올 때 탔던 것보다 좋아 보이지만, 내부로 들어가니……. 기차의 연륜이 느껴진다. 

열차 내부 복도의 모습
 열차 내부 복도의 모습
ⓒ 정수현

관련사진보기


열차 내부의 화장실 세면대
 열차 내부의 화장실 세면대
ⓒ 정수현

관련사진보기


혹시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꿈꾸는 분들을 위한 몇 가지 조언. 

첫째, 씻는 것에 대한 미련을 버려라. 열차 내부 화장실 세면대에 물막음 장치가 없다. 골프공 같은 걸 챙겨가거나 조그만 세수대야 형태의 그릇을 챙겨가면 씻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샤워실이 마련되어 있다고는 하나, 내가 탔던 열차에서 샤워칸 문은 잠겨 있었고 실제로 머리를 감거나 샤워를 시도하는 승객은 없어 보였다.

둘째, 친절한 서비스에 대한 기대를 버려라. 러시아 현지 여행에서도 마찬가지겠지만 아직도 사회주의 시절의 분위기가 남아 있어서 사는 사람보다는 파는 사람이 갑이다. 그리고 열차도 엄연히 국제선이지만,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아주 간단한 질문을 영어로 해도 돌아오는 건 알아들을 수 없는 그네들의 모국어이다. 그리고 이것도 복불복인지…. 이번에 탄 열차에는 식당칸 자체가 없었다. 간단한 먹거리를 준비해오지 않았더라면 24시간 쫄쫄 굶을 뻔 했다.

셋째, 책이나 들을 수 있는 음악을 준비하라. 기차 창 밖 너머로 끝없이 펼쳐진 들판과 숲을 보며 사색에 잠기는 것은 분명 의미 있는 시간이 되겠지만, 좋은 노래도 삼 세 번이라고 아무리 멋진 풍경도 계속 반복되면 지루함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읽고 싶던 책, 여행의 운치를 더할 수 있는 음악이 있다면 당신에게 좋은 벗이 되어 줄 것이다.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 중의 하나가 낯선 사람과의 만남이다. 이번 열차에서는 동료 일행 한 분과 한국인 선교사 한 분, 몽골의 보따리 장수 아주머니와 같은 칸을 쓰게 되었다.

몽골 아주머니는 몽골 벗어나는 마지막 역에서 타서 러시아를 넘어가는 첫번째 역에서 내렸다. 4시간 동안 그녀는 앉아 있는 시간이 거의 없었다. 가방이며 옷이며 짐을 한 보따리 포장을 뜯어 몇 개의 뭉치로 나누고, 같은 칸에 타고 있는 여행객들의 공간을 비롯해 구석구석에 분산해 놓는다. 아마도 한 사람이 가지고 통과할 수 있는 짐의 한계가 있으리라. 끊임없이 끊임없이 짐이 쏟아져 나오는데 고개가 절로 절로 흔들린다.

러시아 국경을 통과하는 역에 잠시 내렸다.
 러시아 국경을 통과하는 역에 잠시 내렸다.
ⓒ 정수현

관련사진보기


몽골 아주머니의 짐 부스럭 거리는 소리와 함께 한 번 더 국경의 밤을 넘는다. 몽골과 러시아는 동일 규격의 철로를 쓰고 있어서, 중국에서 몽골로 갈 때보다는 정차하는 시간이 길지는 않다.

창 밖으로 자작나무숲과 바이칼이 보인다

철길따라 끝없이 펼쳐진 자작나무숲
 철길따라 끝없이 펼쳐진 자작나무숲
ⓒ 정수현

관련사진보기


횡단열차에서 창 밖으로 바이칼 호수가 보인다.  열차 안에서 보아도 수심이 들여다 보일 정도로 물이 맑다.
 횡단열차에서 창 밖으로 바이칼 호수가 보인다. 열차 안에서 보아도 수심이 들여다 보일 정도로 물이 맑다.
ⓒ 정수현

관련사진보기


시베리아횡단열차에서 볼 수 있는 장관중의 하나가 중간 중간 나타나는 아름다운 야생화이다.
 시베리아횡단열차에서 볼 수 있는 장관중의 하나가 중간 중간 나타나는 아름다운 야생화이다.
ⓒ 정수현

관련사진보기


열차에서 하룻밤을 자고 일어나 다시 창 밖을 본다. 그 유명한 자작나무 숲이 보인다. 공간이 몽골에서 러시아로 이동해왔음을 느낀다. 그리고 파란 바다, 아니 파란 거대한 호수가 모습을 드러낸다.

바이칼 호수. 쪽빛 푸른 물결이 흡사 동해바다와 같은 느낌을 준다. 울란바트로에서 이르쿠츠크까지 가는데 걸린 시간은 24시간인데, 호수를 보며 달린 시간은 대략 3시간이 된다. 웅장한 호수 주변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작은 마을이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조화를 이룬다. 철길 따라 노랗게 피어 있는 야생화는 횡단열차 여행의 맛을 더해 준다.

⑥편으로 계속 이어집니다.


태그:#시베리아횡단열차, #바이칼, #자작나무, #야생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