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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매달 모이는 다문화가정 자조모임이 충남 태안군 이원면 소재의 한 식당에서 열렸다. 생김새와 언어가 달라도 이들은 오늘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사진을 찍었다.
▲ 문화ㆍ세대간 갈등 "걱정없어요" 지난달 24일 매달 모이는 다문화가정 자조모임이 충남 태안군 이원면 소재의 한 식당에서 열렸다. 생김새와 언어가 달라도 이들은 오늘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사진을 찍었다.
ⓒ 이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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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충남 태안군 이원면 소재의 한 식당 안.

이원면 지역에 거주하는 다문화 16가정 중 12가정이 4월 모임에 참석했다.

엄마와 아빠, 아이들과 함께한 외출. 엄마들은 모두 베트남과 필리핀, 태국에서 태어나 머나먼 이곳 한국땅까지 왔다.

이원면은 지난해 3월부터 다문화가정 정기모임을 통해 한국의 문화와 세대간 갈등을 대화와 소통으로 풀어나가고 있다. 다문화여성들은 매달 마지막주 목요일 저녁시간을 함께하며 낯선 땅에 하루 더 가까워진다.

어떤 달은 시어머니와, 또 어떤 달은 시아버지, 남편, 아이들과 함께 매달 순차적으로 돌아가며 가가호호를 방문하고 있는 것이다. 이날은 모처럼만에 외식을 즐기는 중이다. 모임결성 및 운영은 이원주민자치센터를 통해 알게 된 이주여성들이 남편과 자녀, 부모와 함께 하는 형태로 자조적 성격을 띤다.

이 자리에는 취재기자 외에도 이들의 교육을 담당했던 이금자(54·태안군다문화가족지원센터 근무) 강사가 참석했다.

이 모임의 회장을 맡고 있는 안성헌(47)씨는 지난해 일주일 2번 열린 다문화토탈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부부간, 자녀간 혹은 고부간 갈등이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가는 중이라고 이 사교모임을 설명했다.

서툰 말과 어색하기만 타향생활이 다문화이주여성들에게는 쉽지 않았을 터. 하지만 서로의 음식을 나누며 생활을 공유하니 이보다 더 풍족하고 풍요로운 생활도 없다고 했다.

안씨도 다문화가정의 가장이다. 7년 전 쩐광꾸옌씨와 결혼해 다복한 가정을 꾸렸다. 이 모임에는 안씨처럼 아름다운 아내를 맞은 가장들이 12명이나 된다. 아이들도 한국인 아빠와 베트남 엄마사이 다국의 말과 문화를 배운다.

벌써 한국에 시집온 지 6년째를 맞는 모임의 총무 이은정(24)씨는 유창하진 않지만 제법 자연스러운 한국어를 구사하며 근사한 한국생활을 소개했다.

처음엔 친구도 부모도 모두 그리워하던 이들 이었지만 어느덧 친구가 생기고 고민을 함께할 든든한 남편이 있으니 한국생활도 익숙해져만 간다.

이들 모임이 특별한 것은 바로 집을 돌아가며 모임을 갖는다는 것인데 고국의 음식을 장만해 친구들과 함께 먹고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여름이면 캠프를 떠나고 가을이면 낭만적인 백제문화를 견학하고 돌아온다.

아이들도 모두 자연스럽다. 말과 글은 아니지만 눈빛과 행동이 이들 모두를 하나의 공동체로 타이른다. 꾸준한 모임 덕에 직장과 육아 등으로 바쁜 남편들도 서로간 어려움을 스스럼없이 털어놓는다.

또 태안은 몇 해 전 다문화이주여성들을 위한 가족지원센터가 설립돼 이주여성들의 운전면허와 요리, 취창업 등을 지원하고 있다.

이금자 강사는 이들 여성들의 친정어머니격이다. 이주여성들은 말과 글뿐만 아니라 한국의 문화와 예절, 육아 등에 대한 사항을 모두 이 강사에게 문의해 온다.

이씨는 "다문화가정 아이들이야말로 글로벌시대, 세계를 무대로 뛸 수 있는 진정한 인재가 아닐까 해요. 중국말, 베트남말, 태국말 등을 골고루 배워둔다면 한국의 세계화도 좀 더 앞당겨지지 않을까요"라고 말했다.

안씨는 좀 더 깊은 대화로 취재진에게 진심을 담았다. "우리 같은 다문화가정은 일반 한국가정이 누릴 수 없는 혜택을 정부나 지자체로부터 누리고 있습니다. 이제는 받은 걸 베풀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들(다문화이주여성)의 숨은 재능을 배울 수 있는 길도 마련돼야하지 않을까요?"

안씨는 지난해와 올해 이원면가재산벚꽃축제장에서 이주여성들의 자원봉사활동을 일례로 꼽았는데 5명의 여성들이 각 나라별 음식을 만들어 주민들에게 대접한 것이다.

이은정 총무는 여기에 대해 "먼저 정착한 다문화가정 선배로서 더 많은 후배들에게 한국과 태안의 문화를 알리고 홍보하는 것도 이젠 우리의 몫"이라고 거들었다.

자, 이제 맛있는 저녁식사 자리도 서서히 끝나간다. 얼큰하게 맛있는 불고기찌개를 내 아이 옆집아이 할 것 없이 먹이다보니 어느덧 저녁이 깊어간다.

그 사이 바깥 찬 공기가 안쪽의 따스한 공기를 끌고 갔는데 웃음소리가 선명하게 땅에 닿아 울린다.

태안군 이원면 다문화가정 자조모임의 4월도 그렇게 깊어만 간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태안미래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태안군, #이원면, #다문화가정, #자조모임, #다문화가족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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