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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더 이상 '중국 경제가 미국을 추월할 것으로 보십니까'라는 어리석은 질문을 하는 이는 없다. 이 내용은 기정사실이기 때문이다. 2001년 미국의 GDP는 10조6253억 달러로 중국의 1조3056억 달러에 비해 8.1배나 컸지만, 2013년에는 각각 16조7975억 달러와 9조1853억 달러로 1.8배 차이에 지나지 않게 됐다. 성급한 사람들은 올해를 그 전환점으로 보는 이도 있지만, 확실한 것은 2015년에는 뒤집힐 것이라는 것이다.

2001년 8.1배에 달하던 중국과 미국의 gdp가 2013년에는 1.8배로 좁혀졌다.
▲ 미국과 중국 경제의 격차 좁히기 2001년 8.1배에 달하던 중국과 미국의 gdp가 2013년에는 1.8배로 좁혀졌다.
ⓒ 조창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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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GDP 수치가 그 나라 경제의 모든 것을 말하지 않지만 일단 규모를 말하는 데는 확실한 수치임에 틀림없다. 미국과 중국 경제의 역전에 관해서는 말이 나온 것은 하루이틀이 아니다. 1997년 8월 중국사회과학원은 중국경제가 2030년에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5년 12월에 발표된 '차이나프로젝트 2050'에서는 2050년 중국 GDP가 미국을 추월할 것이고 발표됐다.

2011년 11월 영국의 저명한 경제저널인 이코노미스트는 2018년 중국 경제가 미국을 추월할 것으로 봤다. 2012년 11월에 OECD는 중국의 경제규모가 빠르면 2016년에 미국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는 2015년이나 올해가 그 시기가 될 것은 확실하다. 무엇이 중국 경제에 대한 경주마적인 예측을 강요했을까.

그리고 우리나라는 이런 시대에 대한 어떤 준비를 했고, 대비했을까. 우선 사회전반에서 그 성적표를 본다면 문화 교류는 A학점을, 경제교류는 B를, 정치는 C 정도를 줄 수 있을 것 같다. 앞에 모두는 낙제점을 면한 만큼 나름대로 선전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미래에 관해서는 박하면 F를, 잘해야 D학점 정도를 줄 수 있을 것 같다.

지난 20년간 중국을 접하고 교류한 만큼 나 역시 그 책임을 면치 못하겠지만 어떻든 한중관계의 미래는 그다지 밝지 않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 가장 큰 징후는 한중경제교류의 수치를 자세히 분석하면 어렵지 않게 드러난다.

장자(莊子)의 첫 부분에는 크기가 몇 천리인지 알 수 없는 곤(鯤)이라는 물고기가 나오고, 등의 길이가 몇 천리나 되는 붕(鵬)이라는 새가 나온다. 또 손이 트지 않은 약을 사서 무명을 빨 때 활용하는 이와 겨울에 수중전을 벌여서 나라는 일으키는 데 쓰는 두 가지 예화도 나온다.

장자가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낸 이유는 큰 뜻을 품은 이들을 알리기 위함이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은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한다. 또 권력을 얻으면 거기에 도취해서 그것을 남용하고 결국 얼마 후에는 쇠고랑을 차는 게 인간들의 범사다.

사람들에게는 먼 앞날을 볼 수 있는 지혜가 없는 것일까. 아니면 예측이 가능하면서도 당장의 입장에 사로잡혀 외면하는 것일까. 사실 중국의 기축통화 논의를 보면 나는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쑹훙빙의 '화폐전쟁' 이후로 언론에서 중국 위안화의 기축통화 논의가 많이 나온다. 물론 대부분의 입장은 부정적인 것이다. 그 근거들은 우선 미국의 금 보유량이 8000톤인데 반해 중국은 1000톤에 이르지 않는다는 금보유량으로 보는 국력 차이 문제다. 다음으로는 홍콩이나 마카오를 대상으로 시범 실시 중인 '위안화 무역결제'도 저조한 실적을 보이고 있는 등 반응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또 위안화가 기축통화가 되려면 국제외환거래 점유율이 어느 정도 돼야 하는데, 현재 위안화는 0.25%에 불과해 43%인 달러나 18%인 유로, 8%인 엔과도 비교가 안된다. 또 중국에서조차 허가받은 소수의 금융기관에만 외환거래를 허가하는 상황 등 외환시장 자체를 활성화하는 조치가 미흡하다.

모두 맞는 이야기다. 실제로 쑹훙빙도 그렇지만 중국 최고의 싱크댕크인 사회과학원도 위안화의 기축통화는 10년, 20년 안에 불가능하다고 본다. 하지만 나는 이들의 입장이 머잖아 위안화의 기축통화 시대는 가능한데 지금 당장은 아니다라고 들린다. 정말 그럴까.

기축통화인 달러를 넘어서기 위해서 절치부심하고 있는 중국 경제의 상징 인민폐
▲ 중국 경제와 함께 위상이 올라가는 중국인민폐 기축통화인 달러를 넘어서기 위해서 절치부심하고 있는 중국 경제의 상징 인민폐
ⓒ 조창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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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평소에 활동하는 한 사설 경제 연구 포럼에 이런 글을 올렸다.

요금 기축통화 논쟁에서 미국의 금 보유량(8000톤)이 중국(1000톤)에 비해 절대적으로 많다는 것이 중시되는 것 같습니다. 물론 그 가치를 모르는 것은 아닌데 좀 의문이 듭니다.
일단 8000톤의 금의 가치가 당대 경제에서 어느 정도 가치를 가진 것인가를 따져봅니다. 일단 8000톤은 온스로 하면 2억8천2백십팔만4천온스(282,184,000oz) 정도 합니다. 현재 금값은 등락을 거듭하지만 1온스당 1000달러를 넘지 않습니다. 일단 온스당 천달러로 잡으면 8000톤의 금은 2821억8400만달러가 됩니다. 그런데 2820억 달러가 지금 미국이나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될까요. 중국의 국채와 달러를 합친 외환보유고가 3조5천억 달러를 넘어섰고, 미국이 심심하면 2000억 달러씩 푸는 시기입니다. 물론 절대적인 재화가 중요하지만 과연 미국의 금 보유량이 기축통화 논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될까. 그런데 모두가 미국의 금이 미국을 지켜줄 것처럼 생각합니다. 도대체 이런 믿음의 근거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시원하게 답해줄 분 없나요.

이 글에는 마흔다섯 개의 댓글이 달렸다. 댓글에는 브래튼우즈 체제나 금본위제 등에 관한 이야기도 나왔지만 거의 원론 수준이었다. 댓글 가운데 "미국의 저력을 무시하지 마세요. 당장 극장에 가보세요. 무슨 영화 보시나요? 대학에서는 어떤 나라가 만든 교재로 공부하나요? 대형마트는 또한 어느 나라의 문화적 유산입니까? 전 세계 주요 과학적 기술의 진보는 어디에서 일어나고 있죠? 전세계 대학 랭킹이 높은 나라는? 노벨상을 제일 많이 타가는 나라는? 세계에서 1차상품의 경쟁력이 가장 막강한 나라는? 이 나라의 종자는 주로 어디에서 수입해 올까요? 미국이 다만 군사력과 금융만이 강한 게 아닙니다. 다만 시스템에 문제가 있어서 삐걱대고 있는 것이겠죠"라는 댓글 정도가 인상적이었다.

사실 그렇다. 우리가 달러의 기축통화를 의심하지 않는 데는 바로 이런 마음이 굳건하게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요즘은 할리우드의 약발이 다해 한국영화 많이 보고, 미국 교재를 어느 과에서 쓰는지 잘 모르겠다. 또 마트의 확대가 미국에 무슨 도움을 줄까(월마트라면 도움이 되겠지만), 대학이나 노벨상도 옛 영화의 부산물은 아닐까.

그간 제조업의 힘을 잃어버린 미국을 버티게 한 가장 큰 힘은 금융이나 교육 등이었다. 하지만 이제 미국이 주도하는 버블 경제학을 믿는 나라는 그리 많지 않다. 누리엘 루비니, 스티븐 로치 등과 더불어 월가 비관론자 3인방으로 불리는 로버트 쉴러는 미국의 금융 버블의 실체를 완벽하게 비판하지 못하지만 어떻든 기존에 꾼들이 판치는 월가에 '금융 민주주의'로 정화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역설한다.

사실 우리로서는 중국이 기축통화의 지위를 확보하는 것의 성패는 남의 일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 경제에서 중국과의 교역을 차지하는 범위를 아는 사람들이라면 이 부분을 신중하게 생각하고 미래에 대한 상황을 예측 대비해야 한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1위안의 가치는 우리 돈 120원 정도였다. 이 가치가 심할 때는 두 배인 240원까지 치솟았다가 지금은 170원 정도에서 멈추어 있다. 물론 이 효과로 인해 의외의 소득을 얻은 이들도 있겠지만 정상적인 기업이라면 혼절하고도 남을 만한 변화다. 그런데도 우리나 우리 정부가 가진 위안화 기축통화 논의에 대한 자세는 여전히 문제가 크다.

조그만 새들은 대붕이 날아가는 것을 보면서 부러워한다. 하지만 그 대붕의 날개는 분명히 거대한 그늘도 만들어내고, 작은 새들이 견디기 힘든 바람도 만들어낸다. 몇천 리 길이의 대붕이 날 때 엄청난 활주로도 필요하다. 그게 10년일지 20년일지 모른다.

푸동지역은 중국은행들이 급속히 들어서면서 본토 금융의 중심이 됐다
▲ 중국 금융 성장의 상징인 푸동지역 푸동지역은 중국은행들이 급속히 들어서면서 본토 금융의 중심이 됐다
ⓒ 조창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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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 속에서 우리가 가장 예민하게 볼 부분은 우리나라의 대 중국 무역이다. 수출로 봤을 때 1979년까지 우리의 중국 수출은 제로였다. 1980년 1500만 달러로 수출이 시작됐고, 한중수교가 이루어진 1992년에는 26억5400만 달러였다. 이후 이 수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2013년에는 1458억69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 수치는 우리나라 총 수출의 26.02%를 차지했다. 미국이 11.08%, 일본이 6.19%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 수치가 주는 무게를 가늠할 수 있다. 여기에 화교권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싱가폴, 홍콩, 베트남, 대만의 수출까지 합치면 전체 수출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41.49%까지 급등한다. 우리 경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봐야 할 것은 과거가 아니다.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 증가율은 30여 년간 매년 20% 가량 급증했다. 하지만 2012년에 0.1% 성장하는 것에 그쳤고, 2013년에는 8.6% 성장했다. 올 3월까지도 2.9% 정도 성장해 이런 추세가 고착화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감지할 수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한중 경제 실무현장에서 뛰다가 현재 경성대에 있는 곽복선 교수는 이런 상황에 대해 갈수록 중국인들끼리 뭉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실제로 여전히 지속되는 해외 자본의 중국 투자는 3~5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파악되는 화교자본가들에 의해 이루어졌다.

반면에 한국이나 일본 등 주변국가의 중국 투자는 갈수록 위축되어 가고 있는 것이 현상이다.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그간 한국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중국과의 교역은 갈수록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거기에 한국이 가진 산업 경쟁력 영역을 중국이 따라오는 추세이기 때문에 미래는 더욱 불안정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필자는 10여 년 전부터 무역에서 지나친 중국 집중을 분산하는 포트폴리오 전략을 써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한 민간 경제연구소를 통해 그런 포럼을 만들기도 했다. 필자의 개인사정으로 많은 신경을 쓸 수 없던 탓에 나중에 흐지부지 됐지만 이런 관점에는 변화가 없다.

그런 주장을 한 가장 큰 이유는 이랬다.

"중국 내에서 활동하는 우리 대기업들의 '엑소더스'가 시작됐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때 국내 가전산업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던 우리 대기업들은 이제 중국에서 존재감을 찾을 수 없다. 중국 시장 개척이 어려움에 봉착했다는 증거다. 가전산업뿐만이 아니다. 가공기지의 역할을 해오던 기업들도 서서히 다른 나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베트남으로 핸드폰의 생산 중심을 옮기는 삼성전자도 그런 예 중에 하나다.

우리기업의 제3국 이주는 결국 중국으로의 부품 수출 감소를 의미하기 때문에 중국 수출량의 감소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또 수차례 이야기했듯 중국의 인건비는 매년 15%가량 상승하고 있다. 거기에 중국의 노동환경 개선에 따라 노동 유연성도 경직화되고 있고, 사회보장비 등 간접 노동비용도 상승해 이제 단순가공 기지로서의 가치는 상실했다고 본다. 그렇다면 앞으로 대중국 수출은 감소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결과야 어떻든 우리가 선택한 것이니 받아들여야 한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스스로가 위기로 빠져 들어가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특정 국가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을 배제하는 일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도자부터 실무자까지 각 나라에 대한 철저한 연구와 객관적 평가가 있어야 한다.


태그:#중국,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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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케이아이테크놀로지 상무. 저서 <삶이 고달프면 헤세를 만나라>, <신중년이 온다>, <노마드 라이프>, <달콤한 중국> 등 17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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