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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여성의 날을 기념하는 행사가 세계 곳곳에서 열린 지난 8일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자유공원 집회현장을 찾은 봉제공장 근로여성이 "우리는 최저임금 160불이 필요하다"는 문구를 적힌 스티커를 이마에 붙인 채 눈물을 글썽이고 있다.
▲ 최저임금 160불을 요구하는 가난한 여성 근로자의 눈물 세계여성의 날을 기념하는 행사가 세계 곳곳에서 열린 지난 8일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자유공원 집회현장을 찾은 봉제공장 근로여성이 "우리는 최저임금 160불이 필요하다"는 문구를 적힌 스티커를 이마에 붙인 채 눈물을 글썽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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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은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지난 8일(현지시각), '해피 레이디스 데이'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현지 중·상류층 여성고객들을 사로잡기 위해 고급 레스토랑과 나이트 클럽 등이 판촉경쟁을 벌였다. 이곳은 우리나라와 달리 국가 공휴일로 지정되어 시내 화장품 가게와 미용숍 등에 많은 여성들이 붐볐다.

한편, 작열하는 뜨거운 햇볕 아래 시내 한복판 자유공원(Freedom Park)에 모여 든 수 백여 명의 가난하고 남루한 옷차림의 여성들은 이날 만큼은 여성으로 태어난 사실이 마냥 행복해 할 수만은 없었다.

통합야당이 집회로 열기로 한 자유공원 주변에 모인 벙깍호수 철거민 여성들.
 통합야당이 집회로 열기로 한 자유공원 주변에 모인 벙깍호수 철거민 여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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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 랭시 총재가 이끄는 통합야당(CNRP) 주도로 세계여성의 날을 맞이하여 여성인권포럼을 포함한 대규모 집회가 열리기로 예정되어 있던 이 날, 자유공원 주변은 이른 아침부터 집회에 참석코자 모인 천 여명의 시민들이 바리케이트를 사이에 두고 시위진압 무장경찰들과 대치하여 팽팽한 긴장감마저 맴돌았다.

이날 집회에 모인 사람들은 봉제공장 근로자 여성들뿐만 아니라 민주주의를 탄압하는 정부 여당을 성토하기 위해 모인 각계각층의 다양한 구성원들로 이뤄져 있었다.

"최저임금 160불이 필요하다"고 외친 봉제공장 여성 노동자

시위집회장소인 프놈펜 소재 자유공원으로 집결중인 시위진압경찰들.
 시위집회장소인 프놈펜 소재 자유공원으로 집결중인 시위진압경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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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인상을 요구하는 봉제공장 젊은 여공들의 목소리는 거의 비명에 가까웠다. 바리케이트에 매달려 "최저임금 160불이 필요하다"는 스티커(We need $160)를 '주홍글씨'처럼 이마에 붙인 채 눈물까지 글썽이는 한 20대 젊은 여성 노동자의 모습에선 그 나이 또래에서 느낄 수 있는 여성으로서의 '행복'이나 '청춘' 같은 그런 감성적인 단어는 그저 호사로 보였다.

여성으로 태어난 사실에 기뻐하고 자축해야 할 이날 조차 이른 아침부터 뜨거운 태양에 달궈진 바리케이트를 사이에 두고 정부에 눈물로 호소하는 이 젊은 여성들의 모습은 의연함을 넘어서 측은한 마음마저 들게 했다. (참고로 캄보디아 봉제공장 노동자중 90%에 해당되는 50만 명이 여성이다.)

 21명의 무고한 수감자들을 가족과 친구의 품으로 돌려보내달라.
 21명의 무고한 수감자들을 가족과 친구의 품으로 돌려보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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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10만 명의 회원을 가진 캄보디아 노조연맹(CUU) 의장이자, 전국독립교사연협회(CITA) 회장인 롱 촌(Rong Chhun)씨는 훈센정부의 강경진압으로 아직 풀려나지 못한 노조지도자들을 비롯한 수감자들의 전원석방을 요구했다.

그는 대치 중인 경찰들을 향해 아직까지 풀려나지 못한 21명에 이르는 수감자들의 이름을 일일이 호명하며 "이들(21명 수감자들은) 한 가족의 아버지이며, 남편이자, 자식인 동시에 여러분의 친구이자 연인"이라며 이들이 하루 속히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친야 성향의 라디오 방송국 <비하이브(Beehive Radio, FM 105Mz)> 사주이자, 캄보디아 민주연합(Democracy Association) 회장인 몸 소난도(Mom Sonado)씨도 집회참가자들의 박수속에 모습을 나타냈다.

그는 "정부가 TV방송국 개국을 불허한 것은 언론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막는 일"이라며, 끝까지 훈센정부와 싸우겠다는 의미로 '승리의 브이(V)자를 현장에 모여든 외신기자들에게 보였다.

아직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않은 티 소완타(Thy Sovantha.19세)라는 이름의 소녀는 20만 명이 넘는 페이스북 팬을 확보하고 있는 파워 블로거이다. 전체 인구중 페이스북 이용자가 100만 명인 가운데 이 수치는 엄청난 대중적 인기가 있음을 말한다.  그녀는 그동안 야당을 지지하는 글과 사진들을 자신의 SNS에 올려 전국적으로도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그녀가 여당의 스파이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다.
 아직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않은 티 소완타(Thy Sovantha.19세)라는 이름의 소녀는 20만 명이 넘는 페이스북 팬을 확보하고 있는 파워 블로거이다. 전체 인구중 페이스북 이용자가 100만 명인 가운데 이 수치는 엄청난 대중적 인기가 있음을 말한다. 그녀는 그동안 야당을 지지하는 글과 사진들을 자신의 SNS에 올려 전국적으로도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그녀가 여당의 스파이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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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지난 2012년 반란죄와 산림법 위반 등 협의로 1심에서 20년형을 받아 지난 8개월간 옥고를 치른 바 있으며, 재심 판결을 통해 지난해 3월 집행유예 5년형을 받고 가석방되었던 인물이다. 그는 최근 정부에 방송국 개국 및 라디오중계국 추가설치를 위한 신청서를 제출한 바 있으나, 공보부측으로 부터 남은 주파수가 없다는 이유로 TV방송국 개국을 거부당한 바 있다.

이날 시위집회중에는 그동안 친베트남 성향의 정책을 펴 온 훈센총리와 정부여당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일부 나왔다. 집회에 참가한 한 여성노동자는 경찰들을 향해 "당신들의 얼굴과 몸은 크마에(크메르인: 캄보디안을 지칭하는 말)인데 왜 '요운'(베트남인을 비하하는 말)처럼 행동하냐"며 비난했다.

친야 성향의 라디오 방송국 사주 몸 소난도씨가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친야 성향의 라디오 방송국 사주 몸 소난도씨가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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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성기까지 들고 외치는 이 여성의 베트남인들에 대한 비하 발언에 동조의 박수를 보내는 사람들도 일부 있었다. 그러나 삼 랭시 총재를 비롯해 통합야당(CNRP) 지도부의 베트남인들을 향한 인종차별적인 발언에 대해 최근 '수리야 수베르디(Surya Subedi)' 유엔 인권 캄보디아 특별보고관과 국제인권단체들이 잇달아 유감을 표명한 사실을 의식한 듯, 다행스럽게도 더 이상 집회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베트남인들을 비하하는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지는 않았다.

1만 명 이상이 모인 대규모 야당집회가 열릴 예정이었던 이날, 아침 7시경부터 천 여명에 이르는 시민들이 속속 자유공원 주변으로 모여 들었지만, AK소총으로 중무장한 시위진압경찰이 꼭두 새벽부터 설치해놓은 150센티 높이의 견고한 검정색 바리케이트 라인을 넘지는 못했다. (이미 프놈펜시 당국은 200명 이상의 집회를 불허한 바 있으며, 이미 이날 집회를 불법집회로 규정한 상태였다.)

자유공원을 점거중인 현지 시위진압경찰들의 모습.
 자유공원을 점거중인 현지 시위진압경찰들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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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야당주도의 대규모집회가 열릴 예정이었던 자유공원은 지난해 7월 총선이후 야당과 철거주민들의 집회장소 및 임시거처로 수개월동안 사용되어왔던 곳이다.

지난 1월 2~3일 양일간 군경의 발포로 5명이 목숨을 잃고, 30여 명이 부상을 당하는 등 유혈참극이 빚어진 다음날인 4일 훈센 총리의 큰아들이자 경호부대장인 훈 마넷 중장의 직속예하 부대원들로 추정되는 사복차림의 복면괴한 300여 명에 의해 강제 철거된 바 있다.

그 이후로 훈센정부는 지금까지 자유공원에서의 야당집회를 포함한 모든 행사를 원천적으로 봉쇄해왔으며, 심지어는 최근 한달 여 동안 10인 이상이 공공장소에서 모임을 갖는 일 조차 법으로 금지시킨 바 있다.

결국, 이날 야당이 기획한 자유공원에서의 집회는 경찰의 원천봉쇄로 무산되었지만, 조경 정원으로 꾸며진 공원 일부 휴식공간에서는 노조 지도자들과 야당지지자들이 주도하는 소규모 연설집회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렸으며, 유혈충돌 가능성 때문인지 경찰은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적극 제지에 나서지 않고 다소 관망하는 자세를 보였다.

통합야당(CNRP)의 시위가 열릴 예정인 자유공원 주변에서 한 중년 여성이 수감된 21명 중에는 자신의 아들도 있다며, 몸이 아픈 아들이 제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통합야당(CNRP)의 시위가 열릴 예정인 자유공원 주변에서 한 중년 여성이 수감된 21명 중에는 자신의 아들도 있다며, 몸이 아픈 아들이 제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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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집회연설이 본격 시작될 예정이었던 당일 오전 10시 30분경 통합야당(CNRP)의 두 지도자, 삼 랭시 총재와 켐 소카 부총재가 양손을 잡은 채 연단이 설치된 차량을 타고 천여명이 모인 자유공원 앞 노로돔대로변(Preah Norodom Blvd)에 잠시 모습을 나타냈다.

하지만, 경찰의 원천봉쇄가 집회개최가 불가능하다가 집행부가 판단했는지 잠시 지지자들 앞에서 간단한 연설을 마친 후 곧 사라졌고, 집회에 참석하려던 시민들은 오후 2시 무렵 자진해산했다.

결국, 통합야당측의 이날 자유공원 탈환작전(?)은 경찰의 원천봉쇄로 인해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하지만 지난 1월 유혈진압을 통해 야당과 반정부시위에 대해 강경노선으로 선회한 훈센총리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통합야당은 스스로 여전히 건재하며, 야당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 역시 시간이 가도 여전히 식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대외적으로 과시하는 성과를 얻었다.

이렇듯 여야간 갈등이 첨예한 가운데 이날 집회와 별개로 정당선거자금 회계 등에 관한 새 법률안 마련을 위한 여야협상이 10일(현지시각)부터 진행될 예정이라고 미국의 소리(VOA)을 비롯, 프놈펜 포스트 등 현지 영자신문들도 일제히 보도했다. 

그러나 지난해 7월 총선 당시 유권자 125만표가 가짜였다는 야당측의 주장속에 국회등원 거부사태와 더불어 장기간 시위집회와 파업으로 얼룩진 교착상태의 캄보디아 정국에서 과연 이번 여야간 대화를 위한 협상재개가 정국 정상화를 위한 돌파구를 마련하는 계기가 될지에 대해서는 정치평론가들조차 의문시 하는 분위기다.

시위진압복을 입은 경찰의 선글라스에 바리케이트를 사이에 두고 대치중인 시민들의 모습이 희미하게 보인다.
▲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과 대치중인 무장경찰 시위진압복을 입은 경찰의 선글라스에 바리케이트를 사이에 두고 대치중인 시민들의 모습이 희미하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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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캄보디아, #박정연, #삼 랭시, #SAM RAINSY, #PHNOM PEN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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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캄보디아 뉴스 편집인 겸 재외동포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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